“윤희에게” 영화를 보고….
강헌모
오래간만에 영화를 봤다. 제목은“윤희에게”이다. 그걸 볼까말까 며칠 동안 망설이다가 보게 되었다.
윤희(김희애)와 남편과 딸이 살았는데 부부가 이혼을 하였다. 이혼 사유는 모르겠지만 하여튼 부부가 헤어졌다. 딸은 엄마하고 사는데 엄마가 아빠보다 더 딱할 것 같아 아빠한테 안가고 엄마랑 같이 산다고 했다.
어느 날에 엄마와 딸은 일본으로 여행을 갔다. 그곳에는 딸의 엄마 옛 친구가 산단다. 일본에는 눈이 내리곤 했는데, 그것이 하루 이틀 내리는 것이 아니라 계속 내려서 많이 쌓여서 언제 눈이 그칠까 노심초사한다. 하얀 눈은 보기에 좋지만 너무 많이 쌓여 사람들이 그것을 치우려면 힘이 든다. 일본 집들이 작고, 좁은 공간들이라 장비를 이용해서 눈 치울 수가 없다. 골목도 좁다.
여행 마지막 날 윤희와 친구가 만나는 장면이 나왔다. 서로가 침묵상태이다. 누가 먼저 말을 꺼내는 걸 보지 않은 것 같은데, 윤희 친구가 작게 입을 연 것 같다. 모르는 사연이 있는지 모르지만….
한국으로 딸과 엄마가 돌아왔는데, 이혼한 전 남편이 윤희에게 찾아와서 청첩장을 내밀며 다른 여자와 결혼한단다. 그러자 윤희는 전 남편에게 행복하게 살라고 한다. 그녀의 마음씨가 너무 좋다. 다른 여자와 결혼한다는 말에 화를 벌컥 냈어도 시원치 않은 일일지도 모르는데 그러지 않은 걸 보아서 말이다. 윤희 전 남편도 그녀에게 잘 살라고 하는데 좀 어색한 것 같다. 전 남편이 우니까 윤희가 가까이 가서 어깨를 다독이며 울지 말라고 한다. 윤희도 운다.
영화를 보고나서 느낀 것은 부부가 혼인했다가 이혼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참 딱한 생각이 들었다. 여러 사정으로 이혼을 하겠지만 그건 서글픈 걸 떠나 비극이라 생각한다. 남녀가 축복 속에 결혼을 했는데, 헤어져서 살아야하는 처지에 놓이게 되니. 모든 부부가 결혼했을 때의 좋은 마음으로 유지하며 살아간다면 이혼까지는 가지 않을 거다. 영화 속의 부부는 헤어졌는데, 이혼하지 말고 그냥 서로 사랑하며 살아야할 일이었다. 부부가 화합해서 죽을 때까지 잘 살아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더군다나 나이 먹으면 외롭고, 건강도 약해지는데, 각자 혼자 사는 것이 뭐 좋겠는가?
부부가 같이하면 어려움도 덜할 것 같다.
나도 아내와 결혼해서 자녀를 낳고 생활하다가 많은 고난을 겪었다. 이혼할 위기도 찾아왔고, 평온한 날도 있었다. 하지만 앞으로 언제 어느 때 이혼할지 모르는 일이다.
만일 내가 아내와 헤어진다면 자녀들은 엄마하고 살 것 같다. 나보다 아내가 마음이 따뜻해서 잘 따를 것이다. 자녀들이 다 성장했지만 그래도 양육비를 주어야 하니까 나는 박봉으로 공무원 생활한 것이라 핑계될 필요는 없다. 이혼하면 혼자 몸이라 마음은 편할지 모르지만 나는 아내와 이혼하고 싶지 않다. 내가 먼저 아내를 사랑했기에 헤어지고 싶지 않다. 졸혼도 하고 싶지 않다. 30년 이상을 나와 같이 살아온 아내다. 아내는 내 생각과 다르니 퇴직하면 헤어져서 살자고 한 때가 있었는데, 모를 일이다.
천주교회 신자는 한 번 결혼하면 죽을 때 까지 이혼을 못하게 되어있다. 그게 교회법이니 그걸 지킬 의무가 있지만 사람이 살다보면 법보다 사람이 우선할 수 있다. 왜? 사람중심을 강조할 때가 있지 않은가?
아내와 내가 서로 이해하고 사랑하며 잘 살아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아내와 짧지 않은 기간을 살아왔으니 헤어지지 않기를 바라고 또 바란다.
우리나라에 혼자 사는 가구가 전 인구 중에 반을 넘어섰다니 많은 것을 생각게 한다.
“윤희에게” 영화를 보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예전에 롯데 햄이라는 회사에 다닌 적이 있었는데, 강윤희를 보았다. 그녀는 내 사촌여동생이다. 가까이 가서 말을 나눌 처지가 못 되었다. 눈도 마주친 것도 아니고 나만 동생의 얼굴을 보았을 뿐이다. 지금 어디에서 사는 지 궁금하다.
사촌동생의 이름이 윤희여서 영화 제목이 “윤희에게”라서 보게 되었는데, 슬픈 영화라 할 수 있다. 영화 속에서 윤희 딸이 서울로 대학을 간다고 하는데, 그곳에 가면 엄마한테 내려오지 않는다고 했다. 서글픈 말이 아닐 수 없다. 엄마와 아빠가 이혼했으니 딸이 힘이 나겠는가? 그러면 영화 속의 한 가족으로 지내다가 각자 혼자 사는 격이니 이 시대에 개인주의가 만연해 있으니 더 안타깝다. 홀로 사는 가정이 많으니 비록 혼자라도 착한 마음으로 아름답게 삶을 살아 가야하리라.
2019. 11.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