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가모니 부처님께서 설하신 4성제의 제 1제는 고성제ㅡ괴로움의 성스러운 진리입니다. 형성된 모든 존재는 곧 괴로움이라는 것이지요. 생노병사가 고통이요, 싫어하는 것과 만나야 하고 애착하는 것과 헤어져야 하며 구하는데 얻지 못하는 것이 괴로움입니다. 존재를 구성하는 이 오온 자체가 고통이지요.
허나 우리 범부중생들에게는 이 첫번째 진리를 철견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닌듯 합니다. "나는 나름대로 행복하고 즐겁게 살고 있는데 왜 그러는가?", "인생의 긍정적인 면을 바라보고 살아야지 그렇게 비관적으로 보아서야 되겠나." 대략 이러하기가 쉽지 않을까요?
그런데, 길고양이들을 관심있게 지켜보다가 문득, 정말 얘네들의 삶은 태어나서 죽을때까지 그야말로 괴로움의 연속이구나 하는 생각에 잠긴 적이 있습니다. 한배에 여러마리의 새끼들을 낳지만 그중 상당수는 어린 새끼일 때 죽고, 사람이 꾸준히 먹이를 챙겨주지 않는다면 항상 배고프고, 그러니까 음식물 쓰레기 봉지를 뜯어서 겨우 배를 채우지요. 먹을 것이 부족하고, 그나마 구할 수 있는 음식물 쓰레기는 고양이가 소화하기에는 염분이 높아서 신장 질환에 시달리게 된답니다. 비가 오지 않는다면 마실 물도 부족해서 구정물을 마시기도 하구요. 원래 고양이는 꽤나 깔끔을 떠는 동물인데 한계상황에 처하면 별 수가 없죠.
또한 각종 병이나 기생충에 시달리기도 하고 길바닥에서 이런저런 사고의 위험에 노출되기도 하지요. 고양이를 싫어하는 사람들에게 해코지를 당하는 경우도 있구요. 요즘에는 TNR이라고 해서 중성화 후 다시 방사하는 경우도 많아졌지만 여전히 많은 지역에서는 민원이 제기되면 고양이를 잡아다가 보호소로 데려간 후 안락사를 시킵니다. 집에서 키우는 고양이는 대략 10년이상, 길게는 15년 넘게도 사는 경우가 있지만 길고양이들은 대체로 3년에서 5년을 넘게 살기가 쉽지 않다고 합니다.
그러면서도 자기에게 지워진 업식에 따라 쥐와 같은 작은 동물, 곤충 등을 보면 환장해서 달려들고, 각 골목 골목마다 고양이들끼리 영역다툼도 벌이고, 발정기가 되면 본능이 이끄는대로 괴이한 소리를 내며 교미를 해서 새끼를 낳고 이렇게 또 새로운 세대의 괴로움이 재생산되고...그야말로 고(苦)지요. 고양이는 苦양이였나 봅니다. 물론, 제가 이런 상념에 빠져있거나 말거나 고양이들은 무심히 하루하루를 살아갈 뿐이겠지만.
그래도, 같은 축생계라고 하지만 몸 한번 뒤척이기도 힘든 우리 속에서 오로지 사람이 쏟아붓는 사료를 먹으며 살찌우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가 끝내 몇 달안에 도살되고 마는 돼지나 닭에 비한다면 차라리 길고양이로 태어나는 것은 선처에 태어났다고 해야될지도 모르겠네요.
괜한 잡설은 이만 줄이고 요즘 종종 밥주고 있는 고양이 사진 몇장입니다.

6월에 찍은 사진입니다. 하단에 있는 새끼 고양이는 이로부터 몇일 뒤에 입양이 되었다네요. 저의 손 앞에 있는 고양이를 보면 귀가 날개모양으로 젖혀져 있는데요. 손바닥에 먹을 것이 있으니 다가오긴 하면서도 경계심을 풀지 않는 모습입니다.

편의상 '큰애'라고 부르고 있는 녀석입니다. 개중에 덩치가 가장 크거든요. 지금은 좀 꼬질꼬질해졌지만 꽤 미묘입니다. 영특한 면이 있는 녀석으로 사람이 자신에게 먹을 것을 주는 줄을 잘 아는지라 곧잘 다가오면서도 경계심을 풀지 않습니다. 다소 까칠한 면이 있고 겁도 없어서 손을 뻗어 한번 만져보기라도 할라치면 앞발로 펀치를 날립니다.

윗 사진과 같은 녀석입니다. 호기심 어린 표정이 귀엽네요.

바닥이 너무 지저분하다 싶으면 대충 쓸고 나서 사료를 놓아 둡니다. 떠나기 전에는 다 먹은 것을 확인하고 대충 주변 정리도 하구요. 종종 오가는 이들이 고양이 먹으라고 소세지나 참치캔 등을 놓아 두는 경우가 있는데 주는 것은 좋지만 제발 바닥에 비닐껍질, 캔 같은 것을 버려두고 가지는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근처 집 주인 아저씨가 탐탁치 않게 생각하는데.

자주는 못 보지만 가끔 나타나는 이 고양이는 꽤 큰 수컷인데 사람을 너무 잘 따릅니다. 친근감의 표시로 다리에 부비부비 하는 모습.

이것은 자는 모습도 아니고 죽은 것은 더더욱 아닙니다. 정신줄을 놓은 모습이지요. 윗 사진과 같은 고양이입니다. 꼭 술에 잔뜩 취해서 길바닥에 드러누운 아저씨 같은 분위기를 풍기고 있지요.

털 색깔때문에 '밀크티' 라고 부르고 있는 고양이입니다. 몇일전에 찍은 사진인데, 얘네들을 돌보아 주던 세입자 아저씨가 이날 이사를 갔습니다. 담벼락에 앉아서 차에 짐 싣는 모습을 참 유심히도 보고 있더군요.

역시 같은 날, 이삿짐 차를 뚫어져라 보고 있던 '큰애'의 모습. 이날따라 표정이 슬퍼보였던 것은 괜한 감상일런지요.
사람 살기도 힘든 세상이라고는 합니다만 사람 아닌 뭇 생명들도, 적어도 지금보다는 더 행복하기를 바래 봅니다.
첫댓글 맑게 생겼어요^^
와아 약수사 청년회에 정말 기인이 많아요. ㅎㅎ 반달곰 법우도 있고, 날다람쥐 법우도 있고...
법연 법우님의 냉철한 모습은 보았는데, 이렇게 따듯한 매력도~ 멋져요^^
신림동에서 보기드물게 날씬한 몸매를 가진 고양이군요.. 귀엽게 생겼네요^^
전생에 ...고양이? 동물 좋아하는 사람치고 맘 모진 사람없죵^^
제 성격이 개보다는 고양이에 더 가깝다는 생각은 해 본적이 있습니다.
금생에 사람으로 태어난 걸 보면 대단한 공덕을 쌓은 고양이였나 보네요.
조선고양이들이군요...~
일명 코리안 숏헤어라고도 하지요...~
애들이 이쁜데요?? 이뻐서 밥주시는건 아니죠??^^(혹시...외모지상주의 ??ㅋㅋㅋㅋㅋㅋ) 정말 좋은 일 하십니다^^
예리하시군요! 분별망상이 가득한 중생이라 외모 지상주의 맞습니다. 그래서 제가 효명법우도 좋아라 하지요 .
ㅋㅋㅋ 감사합니다^^ 저 버릇나빠지는데...ㅋㅋㅋ(착각의 바다에서 헤매는 중.....^^) 고양이들이 정말 이뻐요^^
고양이들에게 "내생에는 복인에 몸 받아 복된 곳에 나셔서 불법에 인연되어 모두를 위해 살아 가소서.그리고 꼭 성불하여지이다."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


원공법계제중생 자타일시성불도~
약수사 청년회 반도인이 여기 또 계시네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