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진 환자가 전국에서 나타났다. 감염 경로를 파악하기 힘든 지역사회 감염이 확산하고 있다. 사망자가 나오면서 심리적 불안도 커졌다. 확진 환자가 다수 발생한 대구ㆍ경북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가적 재난 수준이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크게 위협받고 있다.
병영도 코로나19 침투에 뚫렸다. 개학을 연기한 대학까지 뚫릴 경우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7만여 중국인 유학생이 속속 입국하는데 정부 대응은 기숙사 내 격리 수준이다. 지역사회 감염이 확산하고 음압 병실 등 의료시설의 수용 능력이 한계를 넘어서면 상황이 급속도로 악화할 수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지금의 ‘감염 확대’를 넘어 ‘유행’ 단계로 진입하면 피해는 걷잡을 수 없게 된다. 팬데믹(대유행) 상황에 이르면 인구의 40%가 감염되고, 사망자가 2만명에 이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추정한다.
코로나19 확산 국가적 재난 수준
무엇보다 정부가 더욱 신속 과감하게 대응해야 한다. 코로나19의 감염력이 높은 만큼 국민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방역의 기본을 명심해야 한다. 코로나19 사태는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 위기경보 상향(‘경계’에서 ‘심각’으로)과 전담병원 지정, 중국인 입국제한 등 단계적으로 대응 수위를 높여야 할 것이다.
“공포와 불안을 부풀린다”며 언론을 탓하기 이전에 청와대부터 달라져야 한다. 정치적 유불리 계산을 떠나 의사ㆍ병원협회 등 전문가들의 조언을 경청해 정부 여당과 함께 철두철미하게 대응해야 할 것이다. 국민 안전이 보장되지 않으면 총선 승리도, 정권 재창출도 어렵다.
정치권도 국민의 생명 안전과 직결된 중대 사안이므로 코로나19 사태 대응만은 초당적으로 협조해야 한다. 정부가 제대로 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면 지적해 바로잡되 당파적 이해관계를 떠나 고민하고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4ㆍ15 총선이 불과 50여일 남았다. 사전투표가 4월 10일 시작되는데 그때까지 코로나19 파장이 이어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 그 전에 코로나19가 진정되지 않으면 선거를 제대로 치르기 힘든 상황에 처할 수 있다. 다중이 모이는 집회는 물론 후보자가 유권자를 대면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투표율이 큰 폭으로 낮아질 수도 있다. 직전 2016년 20대 총선 투표율은 58.0%로 18대(46.1%), 19대(54.2%)보다 상대적으로 높았다.
국민은 안전수칙을 철저히 지키면서 경제활동에 임해야 할 것이다. 몇몇 개인이 지혜롭게 행동하지 않아 수많은 사람들에게 폐를 끼쳤다. 그렇다고 특정 지역이나 집단을 매도해선 안 된다. 감염병이 지역이나 집단을 가려 번지지 않는다. 이웃이 어려울 때 격려하고 도와야 한다. 중국 우한 지역 교민들이 귀국했을 때 충북 진천ㆍ아산 지역 주민들이 보여준 이웃 사랑, 성숙한 시민의식이 절실한 시점이다.
정부는 특히 2월 말 내놓기로 한 경기 대책에서 비상 상황에 준하는 종합적인 처방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외국인 관광객이 급감하며 여행ㆍ항공ㆍ숙박업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졸업ㆍ입학식 등 각종 행사나 모임이 취소되고 사람들이 외출을 꺼리면서 음식점ㆍ꽃가게를 비롯한 자영업과 화훼농가가 타격을 받고 있다. 소비가 위축되면서 전통시장은 물론 대형마트와 백화점까지 유통업체들이 허덕이고 있다.
비상 경기대책, 돈 푸는데 그쳐선 안돼
사태가 장기화하면 1분기 경제성장률이 전기 대비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연간 성장률도 1%대로 떨어질 수 있다. 이런 가운데 전주 한옥마을에서 시작된 건물주들의 임대료 낮추기 운동,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운영)과 현대백화점 등이 소상공인 및 협력업체 지원에 나선 상생 분위기는 감염병 극복 의지와 희망을 엿보게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21일 내수ㆍ소비업계 관계자들과 긴급 간담회에서 정부의 가용수단을 총동원한 전례 없는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대통령이 밝힌 대로 금융ㆍ세제ㆍ예산 지원 등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망라해야 한다. 예비비 투입으로 부족하면 추가경정예산도 편성해야 할 것이다.
비상 경기대책에서 빼놓아선 안 되는 것이 규제혁신이다. 경기부진 여파로 세금징수가 원활하지 않은 판에 재정지출을 마냥 확대하기 어렵다. 그동안 거론만 한 채 추진하지 못한 규제개혁 과제들을 이번에야말로 과감하게 혁파해 신산업 태동과 경제 활성화의 계기로 삼자. 정부가 21일부터 한시적으로 병원에서 전화 상담ㆍ진료와 이메일을 통한 약 처방을 받을 수 있도록 허용한 원격의료가 그런 경우다.
※ 이 글은 2020년 2월 22일 발간된 주간 시사경제 잡지 <더스쿠프> 제377호 편집인 칼럼 '양재찬의 프리즘' 코너에 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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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총선보다 중요한 국민의 생명과 안전|작성자 양재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