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5화 글로벌 하우스 10회 (3~4화) 새봄이의 안내, 홈스테이는 어떨까?
외국인과 함께 살 형편이 안 되거나 부담스럽다면 홈스테이를 추천하고 싶다. 외국인들은 우리나라를 여행할 때 쇼핑하러 오거나 역사적인 유물만 탐방하기 위해 오는 것이 아니다. 한국인과 한국 문화를 체험해 보고 싶어서 오는 것이다. 그런 목적으로 오는 여행객들은 홈스테이를 선호한다. 집에 빈방이 있거나 자기 방을 외국인 손님을 위해 내주는 경험은 특별한 추억을 만들어줄 것이다.
홈스테이를 한다고 해서 반드시 집이 크거나 호화로울 필요는 없다. 그들은 한국의 평범한 가정에서 생활하는 것을 더 의미 있게 생각하기 때문에 특별한 손님을 대하듯 대접할 필요가 없다. 처음에는 나도 룸메이트와 함께 사는 것이 부담스러워서 홈스테이하려고 했다. 하지만 일을 하고 있는 처지라 비정기적으로 방문하는 외국인을 맡기가 부담스러워서 아예 룸메이트를 찾은 것이다.
홈스테이코리아 사이트(www.homestaykorea.com)에 들어가면 한국에 홈스테이를 신청한 외국인들을 guest list에서 조회해 볼 수 있다. 이름과 방문 기간, 국적, 나이, 생년월일, 사용 언어, 직업, 성별, 종교, 흡연 여부, 방문 인원, 방문 목적 등이 자세하게 나와 있다. 여러 가지를 살펴본 후 마음에 드는 외국인이 있으면 초대 메일을 보내면 된다.
이들 대부분은 한국의 가정을 경험하고 싶거나 저렴한 비용으로 숙박하면서 문화를 체험하고 싶어 하기 때문에 조건이 까다롭지 않고, 식사도 아침만 준비해 주면 된다. 아침 식사는 토스트와 우유나 커피 정도이기 때문에 그리 부담스럽지 않다.
홈스테이의 장점은 세계 각국의 사람들과 우정을 나눌 수 있고, 집에서 함께 생활하기 때문에 그들의 문화와 라이프스타일을 엿볼 수 있다는 점이다. 꼭 빈방이 없더라도 홈스테이 기간에만 다른 형제나 자매의 방을 함께 사용하면 되므로 적극 권장하고 싶은 아이템이다.
295화 글로벌 하우스 10회 (3~5화) 순대! 아줌마, 순대 주시오, 일 인분 주시오!
마틸다가 우리 집에 오고 처음엔 많이 아팠다. 시차를 적응하지 못해 아팠고, 존과 노래 부를 곳을 알아보고 다니느라 많이 걸어서 아팠고, 날씨가 추워서 아팠다. 마틸다가 입맛이 없다고 하기에 측은한 마음에 먹고 싶다는 닭죽도 끓여주고, 불고기도 만들어주었다. 같이 살게 된 지 얼마 되지 않은 그녀를 위해 몇 시간씩 음식을 만들면서 ‘이런 요리를 진작에 부모님께 해드렸으면 분명 효녀 소리 들었을 텐데’,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친구도 아니고, 가족도 아닌 남의 나라 방문자에게 내가 이렇게 시간을 투자해 음식을 만들어주는 게 이상했지만 어쨌든 난 아픈 사람은 그냥 못 본다. 게다가 남의 나라까지 와서 아프면 서러움이 클 테니까.
하여튼 그녀는 침대에 누워서 며칠 동안 “치킨포리지(닭고기 스프)…”를 중얼거렸다. 나는 안스러운 마음에 그녀를 위해 찹쌀 넣은 닭죽을 만들어주었다. 그녀는 눈 깜짝할 사이에 뚝딱 먹어 치우고는 별 다섯 개짜리 호텔 요리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 후로도 그녀는 입맛이 없다며 매일 밥과 김만 먹더니 급기야는 김도 질렸다며 하루 종일 거의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나는 그녀가 걱정돼서 몇 가지 음식을 내놓았지만, 얄미운 존만 게걸스럽게 먹어댈 뿐 그녀는 입도 대지 않았다. 생판 남인 나는 밥도 못 먹고 아픈 마틸다가 안쓰러운데 남자 친구인 존은 그런 그녀가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 모양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마틸다가 “새봄!” 하면서 들어오기에 봤더니, 그녀의 손에 까만 비닐봉지가 들려 있었다.
“한국에서 아주 맛있는 걸 발견했어!”
마틸다가 내민 비닐봉지에 들어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순대였다. 그녀는 순대와 간과 내장을 오물거리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만약 내가 세계적으로 유명해져서 인터뷰를 하게 되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순대’라고 말할 거야. 이 스테이크 같은 맛하며, 왠지 먹으면 건강해질 것 같은 느낌…! 아, 너무 맛있어!”
나는 마틸다가 순대를 어떻게 알게 됐는지 궁금했다.
“길거리에서 공군 출신 미국인을 만났는데 그 사람이 식당에서 이걸 시키더라고.”
그 미국인이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한국 음식이라며 먹어보라고 권했는데 그 맛이 환상적이었다나. 음식을 어디서 구할 수 있냐고 물었더니 그가 한국어로 ‘순대’라고 써주었고, 길거리 포장마차 어디서나 살 수 있다고 알려주었다는 것이다. 마틸다가 주머니에서 메모지를 꺼내 보여주었다. 꼬깃꼬깃 접힌 메모지에는 삐뚤삐뚤한 글씨로 이렇게 적혀 있었다.
‘순대. 아줌마 순대 주시오. 일 인분 주시오.’
그녀의 순대 사랑은 거의 한 달간이나 계속되었다. 나도 가끔 순대를 먹긴 하지만 마틸다는 거의 순대에 중독된 사람 같았다. 집에 들어올 때마다 순대를 사가지고 와서 싱크대에는 먹다 남은 순대가 널려 있었다. 나중에는 냉장고 안, 식탁 위, 싱크대 구석, 거실 탁자 위에도 순대가 뒹굴고 있어서 덕분에 우리는 순대의 ‘순’자만 들어도 경기를 일으킬 지경이 되었다. 더구나 채식주의자인 아그네스는 간과 내장이 그대로 보이는 순대를 아주 끔찍하게 여겼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말레이시아에서 공주 대접 받고 살았던 마틸다께서 순대 외에는 아무것도 먹을 수 없다는데, 우리는 마틸다의 순대 사랑이 어서어서 끝나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첫댓글 정민 성님
점점 세계가 한 울타리가 된듯 십네요.
성님 처럼 세계인을 받어드리는 마음, 쉬운 일은 아니리라 생각은 됩니다.
재미 있는 글 많이 많이 부탁 합니다.
늘 건강하시고, 총회에 참석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네, 회장 님! 모임 준비하시고 진행하시라 수고하셨습니다! 댓글 또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