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도한 북간도 역사기행의 흐름을 주시하며
2부 역사기행에서 무엇보다도 배타적인 민족주의를 위한 역사 왜곡을 경계해야 한다
우리의 북간도와 서간도에로의 역사기행은 길게는 2천여 년 전으로 짧게는 100년 전의 과거로 돌아가는 기행이다. 그러므로 많은 상상력과 유추, 관점이 필요하다. 그런 이유로 인하여 여행 가이드들과 교사들이 고구려나 조선의 독립운동에 대하여 팩트에 근거한 역사 서적보다 폐쇄적이고 배타적인 국수주의 작가들이 쓴 흥미진진한 역사소설로 교육하고 안내하는 일이 종종 있다. 그들은 역사의 팩트 인식과 팩트를 둘러싼 시대적 상황에 근거한 객관적인 해석보다 우리 민족에게 좋은 것은 무조건 다 좋은 것이라는 시각으로 자기 생각과 일치하는 역사소설의 콘테츠를 그 당시 역사로 안내하는 우(愚)를 범할 수 있다. 이는 역사 공부를 하는 자로서 경계해야 하는 허구에 근거한 역사 왜곡이다.
첫째 우리는 역사기행에서 무엇보다도 민족주의를 위한 역사 왜곡을 경계해야 한다.
역사 왜곡은 흔히 맹목적인 민족주의에 따라 민족의 선민사상과 위대성, 국가의 이념과 열정, 비전을 강조한다. 민족주의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모든 나라의 역사에 나타나고 있으며 배타성과 폐쇄성 그리고 민족적 우월감과 호전성을 내포하고 있다.
극단적 민족주의로 세계를 전쟁으로 이끈 히틀러, 무솔로니와 히로히토의 인종 대학살, 스탈린의 고려인 강제이주, 모택동의 문화혁명에 의한 조선족 대학살, 일본의 관동 대학살,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끊임없는 전쟁, 보스니아 내전, 르완다 내전, 콩고 내전, 비아프라전쟁, 서사하라내전, 소말리아내전 등은 과거의 일이 아니며 오늘도 반복해서 일어나고 있는 민족주의의 광기이며 폭력이다.
우리의 간도 역사기행은 현지에서 느끼게 되는 중국의 동북공정에 대한 분노와 사회주의 일당 독재로 동북아의 패자가 된 중국에 대한 위화감으로 과거 우리 민족의 우수성과 위대성을 강조하며 미화시키고 숭배하고 싶은 나머지 우리 역사를 과장하거나 제대로 파악 되지 않은 유물이나, 유적지, 지명과 나라들의 강역 등을 무조건 우리 식으로, 우리의 것으로 주장하며 해석하는 애국애족을 위하는 왜곡을 범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우리를 식민지로 지배한 일본에 대한 증오와 적대감으로 일본의 세계적인 위상과 면모를 완전히 무시하며 불구대천의 원수로 대적한다. 이는 국수주의적인 민족주의 발로로 독일의 나치주의와 일본의 군국주의처럼 단기적으로 민족을 뭉치게 하며 자존감을 살려주고 민족의 정체성과 의식을 고양시킬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미래 세계의 흐름에서 이탈하게 되어 조선 말기 위정척사파처럼 자신은 물론이고 나라까지도 퇴행과 멸망에 이르게 할 수 있다. 민족주의라는 용어가 사용되기 이전은 물론이고 이후의 거의 모든 전쟁과 내전에는 맹목적인 민족주의가 작용하고 있다. 극단적인 민족주의는 민족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민족을 전쟁으로 쉽게 선동한다. 1차 세계대전과 2차 세계대전 그리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전쟁을 보면 이해가 잘 될 것이다.
마거릿 맥밀런은 ⌜전쟁은 인간에게 무엇인가⌟에서 전쟁의 한복판에 ‘민족주의’가 있다고 주장한다.
“역사를 통틀어 대규모 전쟁의 한복판에는 이상을 추구하는 것이든, 구세주를 좇는 것이든, 사악하거나 그냥 미친 것이든, 늘 이데올로기가 있었다. ‘민족주의’(한쪽 끝의 인종주의부터, 공통 역사와 문화에 가치를 두는 반대편 끝의 애국주의까지 광범위한 개념) 추종자들은 ‘민족’(또는 국가)이라는 이름으로 서로 싸우고 죽였으며, 지금도 여전히 그렇게 하고 있다.
미국의 애국주의 독립군 네이선 헤일은 1776년 영국에서 스파이 혐의로 교수형을 당하기 전에 “나라를 위해 내놓을 목숨이 하나밖에 없어서 안타까울 뿐이다.”라고 말했다.”
⌜전쟁은 인간에게 무엇인가⌟, 91쪽
1792년에 프랑스가 프로이센과 오스트리아를 상대로 하여 벌인 ‘발미 전투’에서 프랑스 혁명을 지지하는 보통사람들이 생명을 다하는 열정과 신념으로 상대국의 직업 군인들을 상대로 하여 승리를 거두는 대 이변이 나타났다. 이로 말미암아 국가를 위하여 백성을 하나의 의식으로 묶어 버리는 민족주의가 역사에 등장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민족주의’ (국민을 ‘민족’이라는 것의 일부로 일체화하는 사상)가 역사에 폭발적으로 등장했다. 게다가 19세기가 진행되는 동안 (산업 혁명과 사회변화 등) 두 가지의 더 큰 변화가 이 첫 번째 변화와 함께 작용하여 전쟁이 더 폭력적이고 잔혹하고 파괴적으로 변했다.”
⌜전쟁은 인간에게 무엇인가⌟, 159쪽
“민족주의는 이념에 의해, 지식인•소설가•민족지 학자•역사가의 저작에 의해 배양되었지만 대중의 식자율 향상, 저렴한 서적의 보급, 빨라진 통신 수단 덕분에 사회의 저변으로 그리고 유럽을 거쳐 전 세계로 영향력을 확장해 나갔다.
…생략…
민족주의는 전쟁에 대한 열광을, 산업혁명은 전쟁 수단을, 그리고 사회 변화는 전쟁 주체뿐만 아니라 전시 동원에 대한 지지까지 만들어냈다.”
⌜전쟁은 인간에게 무엇인가⌟, 159쪽
민족주의가 득세하면서 각 나라들이 국민개병제를 병역법으로 택하여 민간인들을 대규모로 전쟁에 동원하였다. 국가는 시간을 초월하여 존재하는 살아있는 조직체가 되었고 제국의 황제처럼 국민들에게 충성을 요구할 수 있게 되었다.
무솔로니와 히틀러와 히로히토를 비롯한 이차 세계대전의 A급 전범들은 그런 국가의 정상의 자리에서 전쟁을 공동의 외적에 맞서 국민을 단합시키는 수단으로 또는 전쟁 반대세력과 급진적인 혁명주의자들을 탄압하는 구실로 사용하였다. 실로 민족주의는 전쟁을 부추기며 군인이나 민간인을 막론하고 적을 사람이 아닌 악마로 만들었으며 자신들의 원대한 꿈과 빛나는 이상에 방해물이라고 판단되는 나라와 민족은 전쟁으로 학살, 파괴, 방화하였다.
종교는 민족주의와 결합하여 국민들에게 목숨을 바칠 명분을 주며 영생을 약속하였으며 민족주의는 언어와 종교적 상징으로 스스로를 신성하게 포장하게 되었다.
1차 세계대전 당시 폴란드와 세르비아의 민족주의는 예수가 십자가에 못박혔다가 부활하였듯이 다시 일어설 것이며 나라와 민족을 위한 희생이 장차 지상에 천국을 가져올 것이라고 가르쳤다. 이에 종교들이 열렬히 합세하여 민족주의를 지지했다. 1차 세계 대전 중에 각 국의 민족주의와 결합한 기독교와 이슬람교들이 자국의 전쟁을 지지하며 자기 민족의 신에게 자기 민족의 승리를 위해 기도하였다. 2차 세계대전 중에 일본의 민족 종교인 신도 또한 전 일본인뿐만 아니라 식민지 백성들까지도 승리를 기원하도록 신사에 동원하였다. 일제로부터 독립을 위해 만들어진 조선의 민족종교 또한 조선의 독립을 위해 천제를 지내며 독립을 열렬히 기원하였다.
민족주의를 위한 역사 왜곡을 경계하는 것은 미래 전쟁에 대한 경계이며 평화를 위한 노력이다.
1945년 이후 세계에는 150~300건의 무력충동이 있었다. 베트남 전쟁, 한국전쟁이나 걸프전쟁, 이라크 전쟁, 소련과 아프가니스탄 전쟁 등은 국가 간의 싸움이었지만 대부분이 독립투쟁이거나 민족의 갈등으로 인한 내전이었다.
탐욕, 두려움, 자기 방어, 민족 감정, 이념, 종교 같은 전쟁 유발 요인은 우리가 그것을 지니고 사는 한 끊임없이 나라와 나라, 민족과 민족 사이에서 작용할 것이다. 또한 희소자원 갈등, 국민 간, 국가 간의 양극화 심화, 배타적인 민족주의 포퓰리즘의 득세 그리고 이런 것들을 약용하는 교조적이고 카리스마가 있는 지도자들의 권력욕은 과거에 그랬듯이 앞으로도 계속 전쟁을 부채질 할 것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전쟁, 미얀마 내전으로 전 세계가 휘청거리고 있다. 전쟁의 불똥이 어디로 튈 지 모르는 불안과 공포감으로 지구의 어깨를 누르고 있으며 지구상에 적재되어 있는 무시무시한 신무기, 인공지능의 영역확대, 살인 로봇과 사이버 공간 전쟁은 인류가 종말을 맞이할 수 있는 시대에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우리는 역사기행을 통하여 전쟁의 원인이 되며 원인을 제공하는 극단적 민족주의적 사고와 의식을 주입하거나 주입당하는 일이 없도록 서로 주의하며 경계해야 할 것이다.
둘째 역사기행에서 경계해야 하는 것은 현장 역사 학습을 통하여 분노와 증오를 확대재생산하는 것이다.
3부에서 계속
2024년 6월 5일 목요일 인시
우담초라하니 올리다
참고문헌
마거릿 맥밀런, ⌜전쟁은 인간에게 무엇인가⌟, 공존, 2023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