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세브레이로에서 산티아고데 콤포스텔라까지 며칠간 걸었습니다.
천년간 수백 수천만 순례자들로 인해 다듬어진 길을 걷다보면 어느새 신비로운 전율감마져 전해져 옵니다.
아침길을 나서면서... 왕언니들을 대표해서 팽이님께서 응원의 메세지를 보내주셨어요...
[이길에 들어선
우리 청춘들!!!
시작만만으로도
이미 당신들은
자신의 삶을 온전히
살아갈수있으리라
믿습니다
축하합니다
응원합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오늘도
열정과 인내로
빛나는 하루되시길~^^]
저녁마다 펼쳐지는 국제교류활동... 우리는 모두 카미노 친구들입니다.... 그들과 우리가 하나된 맘으로 걸을 수 있는 건, 오직 순례자란 이유 하나 때문이며, 결국 우리는 본질상 하나라는 깨달음을 얻기 때문입니다.
이른 새벽, 오세이브레로를 넘어와 트리야카스테야에서 하룻밤을 보낸후, 새벽 5시에 출발합니다....
아침마다 순례자들에게 드리는 시한편을 나누었죠... 오늘은 순례자들에게 팃낫한 스님의 시를 보냈습니다.
[얼마전 영면하신 존경하는 스님의 시를 공유합니다. 오! 세브레이로! 기억하소서. 순례자여!
나는 당신입니다. 당신이 있어 내가 있습니다. 부엔까미노!]
《부디 나를 참 이름으로 불러다오》
- 팃낫한
나는 깨끗한 연못에서
행복하게 헤엄치는 개구리다.
그리고 나는 소리도 없이
그 개구리를 삼키는 풀뱀이다.
나는 대나무 막대기처럼
뼈와 가죽만 남은 우간다 어린이다.
그리고 나는 우간다에
살생무기를 팔아먹는 무기상(武器商)이다
나는 작은 배로 조국을 떠나
피난길에 올랐다가 해적한테 겁탈 당하고
푸른 바다에 몸을 던진
열 두 살 소녀다.
그리고 나는 바로 그 해적이다.
볼 줄도 모르고 사랑할 줄도 모르는
굳어진 가슴의 해적이다.
나는 막강한 권력을 움켜잡은
공산당 정치국 요원이다.
그리고 나는 강제노동수용소에서
천천히 죽어가며, 인민을 위해
'피의 대가'를 치르는 바로 그 사람이다.
나의 기쁨은 봄날처럼 따뜻하여
대지를 꽃망울로 덮는다.
나의 아픔은 눈물의 강이 되어
넓은 바다를 가득 채운다.
부디 나를 참 이름으로 불러다오.
그리하여, 내 울음소리와 웃음소리를 동시에 듣고
내 기쁨과 아픔이 하나임을 보게 해다오,
부디 나를 참 이름으로 보게 해다오.
부디 나를 참 이름으로 불러다오.
그리하여, 자리에서 일어나
내 가슴의 문을,
자비의 문을,
활짝 열 수 있게 해다오.
스페인어로 뽈뽀? 뿔포? 라고 하는 문어요리로 유명한 멜리데.... 그 중 가장 유명한 문어요리 집.... 문어만 30년 넘게 삶고 건지고 계신다는 아저씨를 만났습니다....
멜리데 공립알베르게 옆에 사설알베르게에서 기념샷... 왕언니들은 사설알베르게, 청소년 청년팀 5명은 공립알베르게에서 묵었죠...
아르주나를 넘어 아 폰데로 향하는 길목에서는 수백년 나무숩들이 순례자들을 마중합니다...
천년물든 땅위를 딛는
순례자 여러분!
하루를 살아도
온 세상이 평화롭게
이틀을 살더라도
사흘을 살더라도 평화롭게
그런 날들이
그날들이
영원토록 평화롭게
부엔까미노!
트랜스 포 포르테! 일명 '동키서비스'입니다. 새벽에 일어나 다음날 숙소까지 컨디션에 따라 짐을 부치기도 하며 순례길을 나섰습니다. 코로나 이후에는 각 알베르게마다 하지 않고, 한 두곳등을 정해서 부쳐기도 합니다. 그리고 도착한 곳에서도 간혹 해당 숙소에서 받지 못하고 지저된 곳으로 가서 짐을 받아와야 합니다.
카페테리아에서 만난 주인장이 만들어준 커피잔 속 그림... 예술가가 따로 없었습니다.
나그네는 마침내 고향집에 이르렀다.
저 영원한 자유 속에서
그는 이 모든 슬픔으로부터 벗어났다.
그를 묶고 있던 오랏줄은 풀리고
이 삶을 태우던
그 헛된 야망의 불길은 이제 꺼져 버렸다.
멀리 더 멀리 보는 이는
높이 더 높이 난다.
그는 결코 한 곳에 머물지 않는다.
흰 새가 호수를 떠나 하늘 높이 날 듯
이 집착의 집을 떠나 높이 더 높이 난다.
그는 대지와 같이 모든 걸 포용한다.
저 돌기둥처럼 깊고 맑다.
삶과 죽음이 끝없이 반복되는
삼사라(윤회-輪廻), 이 악순환으로부터
그는 멀리 벗어나 있다.
그는 그 영혼의 빛 속에서
자신의 자유를 발견한다.
거친 사고(생각)의 물결은 자고
뒤틀린 언어의 바람은 잔잔하다.
보라, 그의 행위는
이제 생명의 리듬을 타고 있다.
도시면 어떻고 시골이면 어떤가.
산 속이면 어떻고 또 시장 바닥이면 어떤가.
그 영혼이 깨어 있는 이에게는
이 모두가 축복의 땅인 것을.
- 〈법구경〉7장 : 90, 91, 95
순례자들이여!
삼사라(samsāra)의 생로병사에 천착할수록
윤회의 수레바퀴에서 헤어나올 수 없는 환영임을 자각할 때,
비로소 환영은 소멸된다.
지구별 위에 한걸음 한걸음 내딛는 순례자들은,
오직 빛과 어둠의 조화에 공존하는 진아(참나,얼사람)의 상태로
본성과 교류할 수 있음을 알아야한다.
당당샘이 순례자들에게 드리는 시를 작성하여 함께 나누었습니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다가 방금전에 문득 건져올려진 시를 나눕니다.
오늘 오후 산티아고데콤포스텔라 대성당에 입성. 함께한 모든 순례자들을 축복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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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라 부엔까미노]
천년 물든 이 길을 걷는다는 건,
이천년 전 예수 십자가형이 있던 예루살렘부터
갈라시아 지방까지 사역을 떠났다는 야보고의 흔적까지,
아니 공자 맹자 단군할아버지 소크라테스 아브라함 노아의 방주와
마야문명 아즈텍 잉카문명을 넘어
오스트랄로피테쿠스 네안데르탈인 호모사피엔스까지
몸 안에서 꿈뜰거리다가
부엔 까미노 부엔 까미노
알라신도 하나님도 부엔까미노
올라~ 올라~
모두가 까미노 프랜드가 되어 평화를 빌어주다보면
앗 살람 알라이 쿰! 인살라! 나마스테! 잠보! 오브리가도!
당신을 향한 이 세상 모든 인사들이
그 안에 깃든 거룩한 신성 앞에서 하늘의 뜻을 알고
비로소 겸허해 진다는 것.
어디에도 있고 어디에도 없는
한 점 획 나타났다 사라지는 별똥별,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는 그 별,
밤하늘 별이 된다는 것.
그러다가 해가 되고 달이 되고
아무것도 아닌 이름없는 풀잎으로 흔들리다가
바람도 되고 나무도 되고
발길에 채여 나뒹구는 돌맹이도 된다는 것.
사랑과 평화 안에서 이루어 진다는 것.
천년길을 걷다보면
저절로 알게 된다는 것.
모든 순례를 마치고, 레스토랑 순례자파티에서 직접 쓴 글을 발표했던 당당샘의 글입니다....
[무탈히 대성당에 입성한 순례자들이여! 당신의 발길에 축복이 함께하길 기도합니다... 어제 대성당에 이르는 마지막 구간을 걸으면서 써내려간 메모 내용을 공개합니다. 순례자에게 바치는 저의 맘이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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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이 맑은 사람]
당신은 어쩜 이리도 맑을 수 있나요
영혼이 깨끗한 사람은 눈동자가 빛나거든요
당신으로 인해 웃는걸 보면
당신은 참 고운 사람입니다.
홀로 있어도 외롭지 않은 당신의 가슴으로 우리를 품어주잖아요.
어둠의 끝자락에서 깨어나 여명을 불러내고
해거름 등에 지고 돌아와 앉아 어둠을 위로하는 이,
빛으로 온 당신으로 용기를 얻고 걷는 이유는
아름다운 눈으로 아름다움을 노래하며
저마다 주어진 길을 가야하기 때문입니다.
어둠에서도 빛으로 서기 때문입니다.
순례자들은 레온부터 이어진 300km 이상의 순례길을 모두 마무리하고, 한국으로 다시 돌아가야 할 시간이었습니다... 너무나 정들었던 순례자들간의 우애를 잊지 못해 다시 후속모임을 기약하였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