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오감으로 감지할 수 없지만 지구 어디에든 존재하는 방사선은 에너지가 너무 높은 물질이
안정을 되찾으려 할 때 방출되며 입자(알파, 베타선)나 전자파(감마선, X선, 가시광선)의 형태를 띤다.
전구가 내는 빛이나 난로가 내는 적외선도 방사선이고, 통신에 사용되는 전파도 방사선이다. 빛이나 전파는
물질 안으로 들어갈 때 이온을 만들지 않는 비전리방사선인 반면, X선이나 감마선 등은 이온을 만들 능력이 있는 전리방사선이다.
방사선은 그것을 방출하는 방사선원이 천연의 것인가 아니면 인공의 것인가에 따라 ‘자연방사선’과
‘인공방사선’으로 구분한다. 자연방사선은 땅속의 광물질, 우주, 음식물, 콘크리트 벽 등에서 나오며, 적은 양이지만 체내에서도 방출된다.
방사선을 내는 물질인 우라늄의 매장량이나 해발 고도의 차이 등에 따라 자연 방사선은 지역별로 다른 분포를
보인다. 전 세계적으로 사람들은 자연방사선으로부터 평균 1년에 약 2.5 밀리시버트(mSv)의 피폭을 받는다.
인공방사선은 인위적인 행위에 의해 발생되는 방사선을 뜻한다. 사람들이 쉽게 접하는 TV, 컴퓨터 모니터,
전자레인지 등과 같은 전자제품에서 발생되는 전자파, 원자력시설에서 나오는 방사선 등이 있으며, 병원에서 검사에 쓰이는 진단방사선과 치료에 쓰이는
치료방사선, 공항 보안 검색장치나 교량 구조물 안전 진단장치 등 인공방사선이 활용되는 분야도 매우 다양하다.
자연방사선과 인공방사선은 그 성질이 본질적으로 같으며,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방사선의 강도에 따라
달라진다. 병원 흉부 엑스레이의 경우 1회 촬영시 약 0.1 밀리시버트의 방사선 피폭이 이루어지는데, 인공방사선을 사람에게 사용할 때 일반인의
허용선량은 연간 1밀리시버트이다.
물질을 뚫고 나가거나 부딪혀 반사하고 이온화시키는 방사선의 성질은 의료 분야에서 X 선 촬영과 CT
촬영으로,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노출량이 줄어들고 거리가 멀어지면 노출량이 급격하게 감소하는 성질은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비파괴검사
방식으로 활용되고 있다.
방사선 발견
1895년 독일의 빌헬름 콘라트 뢴트겐(Wilhelm Konrad Rontgen,
뷔르츠부르크대학 교수, 1845~1923)은 여러 종류의 진공관을 이용한 실험에서 음극선(전자)이 형광작용(fluorescence)을 일으키는
것에 관심을 갖고 연구에 착수하였다.
연구 도중 유리관이 검은 종이로 싸여 있어도 암실의 형광판이 반짝이는 것을 목격한 그는 당시로서는 설명할
수 없었던 투과성에 주목하게 되었고 어두운 실험실에서 기구를 작동시킬 때마다 책상 위에 놓인 화학물질로 코팅된 카드판이 희미한 녹색빛을 띠는
현상 등 여러 가지 사실을 알아낼 수 있었다.
이 현상은 형광작용으로 알려진 현상이나 당시에는 알려진 바가 없었다. 그가 기술한 바에 따르면, 방사선
발생 지점과 발광하는 카드판 사이에 손을 넣어보았더니 손 그림자 내부에서 손의 뼈를 볼 수 있었고, 그 새로운 빛은 나무도 통과하는 투과력을
가진 빛이었다.
뢴트겐은 대수학에서 미지의 수를 X(엑스)라고 하는 습관에 따라 이 정체불명의 선을 ‘X선’이라고
명명하여 학회에 발표했다.
이 발표로 X선은 많은 학자의 관심을 끌었고 원자의 구조를 규명하는 돌파구를 여는 하나의 단초가
되었으며, 의학 등에 광범위하게 응용되어 질병이나 진단에 이용됐다. 뢴트겐은 이 공로로 1901년 제1회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하였다.
X선이 발견된 이듬해인 1986년 초, X선 발견에 버금가는 사건이 일어난다. 앙리 베크렐(Henri
Becquerel)은 우라늄염의 형광현상을 연구하던 중 방사선(알파선)이 우라늄에서 발생해 사진 건판을 변화시키는 것을 목격한다.
뢴트겐이 발견한 X선과 성질이 매우 흡사한 것으로 보이기도 했지만 베크렐은 X선 때와 같이 특별한 장치가
없이 우라늄화합물 자체에서 광선이 나와 X선과는 다른 것으로 생각했다. 베크렐은 이것을 베크렐선이라고 이름 붙여 물리학회지에 발표했다. 이
우라늄화합물은 방사성물질이었으며, 베크렐선은 거기서 나오는 방사선이었다.
방사선 종류
방사선은 크게 빛이나 전파와 같이 파(波)의 성질을 가진 ‘전자파’와 원자핵에서 튀어나오거나
원자핵의 밖에서 발생하는 ‘입자선’으로 나뉜다.
TV, 라디오 방송에 사용되는 전파라든가 자외선, 적외선 등은 전자파이다. 전자파 중에서 파장이 짧고
에너지가 높은 X선이나 감마선 등을 전자파 방사선이라 하며, 입자방사선에는 전하를 가진 알파선, 베타선, 전자선, 양성자선 등과 전하를 가지지
않는 중성자가 있다.
전리방사선에는 알파입자, 베타입자, 중성자, 감마선, X-선 등이, 비전리방사선에는 자외선, 가시광선,
적외선, 마이크로파, 라디오파 등의 종류가 있다. 전리방사선은 인체를 투과할 때 유전체의 가닥을 절단하거나 주변조직의 이온화를 유발하여 인체에
직접적 손상을 초래하지만, 비전리방사선의 경우에는 인체조직의 분자운동을 증가시켜 열을 발생시키는 정도의 손상을 인체에 입힌다.
알파선은 양성자 2개와 중성자 2개가 뭉친 헬륨(He)의 원자핵에 해당한다. 원자량이 큰 원소가 붕괴할
때 가장 흔히 방출되는 입자로서, 알파선을 내보내는 알파 붕괴가 일어나면 원소의 전하량은 양성자 2개만큼 떨어진다. 알파선은 크고 무거워
투과력이 매우 약해 인체 피부의 보호층을 투과하지 못한다.
베타선은 베타 입자가 움직이는 입자 방사선으로, 알파선에 비해 작고 가볍기 때문에 물이나 인체 조직을
1cm 정도까지 침투할 수 있다. 베타 입자는 베타 붕괴를 통해 원자 바깥으로 나온 전자를 말한다. 전자의 반물질(反物質)인 양전자(陽電子:
positron)가 움직이는 경우도 베타선으로 칭하지만 이러한 경우는 자연에서는 드물다.
감마선은 에너지가 높은 전자파여서 물질 투과력이 강하다. 일반적인 방사선피폭은 감마선에 의한 것이다.
콘크리트나 철, 납처럼 밀도가 높은 물질을 사용하여 차단할 수 있지만, 차단 효과가 가장 큰 납을 사용하더라도 10cm 정도의 두께가
필요하다.
X선도 발생하는 위치만 다를 뿐 본질은 감마선과 같다. 중성자는 원자핵에서 방출되는 입자로서 전기를 띠지
않아 물질 속을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고, 그래서 투과력이 강하다. 중성자가 다른 원자에 흡수되면 그 원자를 방사성핵종으로 변환시킬 수 있다.
핵폭발은 방사선을 수반하는 것이 커다란 특징이다.
통상의 핵폭탄에서는 폭발 에너지의 약 15%가 방사선의 형태로 방출된다. 이중 5%가 폭발 후 1분
이내에 발생하는 초기방사선이고 나머지 10%는 잔류방사선이다. 중성자폭탄의 경우에는 폭발 에너지의 약 35%가 방사선으로 방출되며, 이중
30%가 초기방사선이다. 초기방사선은 중성자와 알파선·베타선·감마선으로 되어 있는데 알파선과 베타선은 투과력이 약하기 때문에 공중폭발의 경우
지상에 도달하지 않는다. 따라서 중성자와 감마선만이 고려의 대상이 된다. 이들 방사선이 생체에 흡수되면 방사선 장애를 일으킨다.
잔류방사선은 불덩어리의 급속한 상승에 의해 형성된 방사능 구름이 지표에 내리뿌리는 방사능낙진
방사능낙진은 폭발 후 1일 이내에 강하하는 초기 방사능낙진과 그 이후에 강하하는 후기 강하물로
나누어진다.
지상폭발의 경우는 초기 방사능낙진이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고공폭발의 경우에는 후기 방사성 강하물이 더 큰
파급효과를 미친다. 핵분열 생성물은 36종의 원소에 300종 이상의 동위원소를 포함하는 1kt의 폭발당 약
3×1010Ci(퀴리)의 방사능이 된다. 이 방사능 중 수명이 긴 세슘-137(137Ce : 반감기 약
30년)이나 스트론튬-90(90Sr : 반감기 약 28년) 등은 상당히 오랜 기간 동안 지표에 남아 있다.
방사성 잔류물이 갖고 있는 외부조사(外部照射)의 효과보다는 오히려 방사성 물질이 소화기, 호흡기, 피부의
상처 등을 통해 체내에 들어가 체내의 기관에 침착하여 방사하는 내부조사(內部照射)의 영향이 중대한 위험이 되고 있다.
방사능
흔히 방사선과 방사능을 혼동하여 생각하기 쉽다. 방사선은 방사성물질이 내는 전자기파나 입자
형태의 에너지 흐름을 뜻하며 방사능은 방사성물질의 능력, 즉 방사성물질이 방사선을 방출하는 강도를 뜻한다. 방사선은 알파, 베타, 중성자,
엑스선, 감마선 등으로 구분되며 종류별로 형태나 힘에 차이가 난다.
인류가 방사선을 알게 된 것은 1895년 말 뢴트겐이 X선을 발견한 때부터다. 인류의 방사선 피폭은
당연히 X선 발견 이후인 20세기부터이지만 방사선의 존재를 알기 전부터 인류는 방사선에 피폭되어 왔는데, 천연에 존재하는 방사선, 즉
자연방사선이 그 주된 피폭원이다.
X선의 발견은 특히 의료에 획기적인 수단을 제공하는 것이어서 발견 직후부터 그 사용이 급속하게
확산되었는데 당시로서는 방사선의 위험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상태이어서 사용자나 환자가 거의 무방비로 방사선에 노출되었다.
1896년에는 베크렐이 방사능을 발견하였고, 1898년에는 퀴리 부부에 의해 폴로늄과 라듐이
발견되었는데, 이때 처음으로 방사능이라는 용어가 사용됐다. 방사성물질의 연구에 몰입하던 베크렐이나 마리 퀴리도 방사선에 의한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1898년에는 X선에 의해 방사선 상해를 입을 수 있다는 사실이 어렴풋이 인지되어 X선관에 외장을 입히고
콜리메이터를 사용할 필요가 있음이 롤린스에 의해 제기된 바 있다. 1901년 X선을 발견한 공로로 뢴트겐은 제1회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하였으며
방사능의 단위로 퀴리가 채택된 것은 1911년의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