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 난생처음으로 위와 대장 내시경 검사를 받았다. 작년 10월경에 받으려고 예약을 했다가 사정이 있어 취소를 하고 집사람 등쌀에 못 이겨 강제 검사를 받게 된 것이다. 집사람은 몇 년 전에 위 내시경은 받은 적이 있어 이번엔 대장 내시경을 하고 난 위와 대장 내시경을 함께 받은 것이다.
집사람이 나보다 4일 전에 받아 나의 간호사 역할을 해 준 것에 대해서 고맙게 생각한다. 둘 다 처음 받아보는 대장 내시경이라 검사 4일 전부터 식단 조절 및 하루 전에 장청소 물약을 2번이나 복용하면서 수십 차례 설사를 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기 때문에 가족들이 함께 받는 경우에는 동일한 날짜를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식단 조절은 4일전부터 제약이 많다. 고춧가루가 들어간 반찬, 튀김류, 김치, 김, 견과류, 과일 등을 먹지 않아야 하고 오로지 맨밥에 계란찜, 맨 간장 또는 흰죽이나 미음을 먹어야 한다는 것이다. 난 평소에도 반찬이나 국종류에 고춧가루나 고추장이 들어가 음식이 붉은색을 띠야 잘 먹는 체질이다. 게다가 과일을 주식보다 더 좋아하는데 먹지 못하게 하니 죽을 맛이었다.
특히나 검사 하루 전날과 당일에 복용하는 원프렙 장청소 물약은 최악이었다. 한번 복용할 때 500cc 량을 30분에 걸쳐서 마시고 난 후 물을 1000cc 들이켜야 하는데 이를 정해진 시간에 2번 반복해야 한다. 2번째는 원프렙을 복용하기 전에 알약을 먹고 복용 후에 시럽액까지 먹어야 한다.
장청소하는 원프렙의 맛은 시쿠무리하다. 집사람은 그액을 복용하는데 엄청 힘들었다고 언질을 해 조금 쫄았지만 왕년에 그 씹은 술도 마셨기에 그건 그런대로 마실만 했다. 그런데 그 약을 마시고 다시 물을 1000cc까지 마셔야 하니 한꺼번에 1500cc의 량을 들이켜는 것이 힘들었다.
문제는 그다음부터 시작되었다. 원프렙을 복용하고 5분 정도 지나니 설사가 나기 시작하는데 감당이 되지 않았다. 평소에도 음식을 많이 먹으면 바로 설사를 하는 체질인데 그런 설사는 저리가라는 식이였다. 방귀를 뀌어도 설사가 나오고 대변을 보면 항문에서 소변처럼 뿜어져 나왔다.
검사 전날 바쁜 일로 저녁 5시까지 흰죽을 먹어야 하는데 시간을 놓쳐 그다음 아침, 점심까지 꼬박 24시간을 공복상태로 유지해야 했다. 병원에도 예약시간 20분 전에 도착해야 하고 내시경 검사 시간은 30분 정도 소요가 된다. 수면 마취를 한지라 위내시경은 언제 끝난지도 모르게 했고 이어 대장 내시경을 했다.
대장 내시경을 할 때에는 마취가 깬 상태에서 모니터를 통해 의사가 자세히 설명을 해 줬다. 사실 내가 위나 대장 등 신체 전반의 건강검진을 잘 받지 않는 이유는 남다른 운동을 하기에 전혀 문제가 없을 거라고 생각하고 집사람한테도 큰소리 뻥뻥쳤다. 하지만 웬걸 집사람은 용종 하나를 제거하고 조직검사 결과도 더이상 수술이 필요없다고 했다.
그런데 난 용종을 8개나 제거하고 아직 조직검사 결과는 1주일 후에 나오기에 긴장을 풀 수 없는 상태이다. 그것도 문제지만 대장 내시경 후 용종을 제거하면 1주일간 무리한 운동을 하면 안 된다고 했다. 매일 달리기를 해 어제부로 논스톱 러닝 1121일째를 행하고 있는데 날벼락을 맞은 셈이다.
그래서 어제는 6km의 거리를 걸었더니 러닝의 2배인 1시간 이상이나 걸렸다. 검사 당일에도 운동을 자제하라고 했지만 몸의 반응에 이끌려 달리는데 방귀가 나올 때마다 설사를 해 곤혹을 치렀다. 용종이 암으로 발전할 수 있어 1~2년마다 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의사의 소견을 받았지만 그리 와닿지 않았다. 그저 신차를 사면 5000km마다 엔진오일을 갈아야 한다는 소리로 들렸을 뿐이다.
나의 건강 철학은 철저히 운동하면서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면서 즐겁게 사는 것이다. 얼마나 오래 살 것이라고 운동도 제대로 하지 않으면서 이런 불편을 겪어야 하는 것은 내 체질에는 맞지 않는 것 같다. 서방을 위하는 마음은 고마우나 앞으로는 더 이상 대장 내시경 강제 검사는 종용하지 말았으면 한다.
-검사일자: 2023. 2. 3 오전 11시
-검사비용: 약 29만원(용종제거 비용 포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