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명- 우리말의 속살(우리가 꼭 알아야 할 재미있는 어원 이야기)
저- 천소영(문학박사)
출-창해
독정- 2018. 8. 27.월
•바람- 본체는 보이지 않으나 소리로만 들리는 자연 현상을 바라이라 한다. 소리로만 들리는 것이라 말도 소리를 흉내낸 의성일 것이다. 바르, 부르는 소리말에 암이라는 명사형 접미사를 붙여 바람디 된 것이다. 그 자체가 움직임을 뜻하기에 노래를 부르다. 소리쳐 부르다. 나발을 불다.처럼 부르다 불다는 동사로 쓰인다. 윤동주의 <자화상>-하늘에서 소리처럼 바람이 불어온다는 소리 자체가 바람이다. 조상들을 바람을 공기 흐름으로 보지 않고 더 높은 차원의 의미, 하늘 기운, 우주 숨결 정도로 알았다. 단군시화에서 환웅이 거느린 세 신 중 우사나 운사보다 풍백을 앞세움도 우주론적 상징성 태문이다. 구름이나 비는 바람을 만났을 때 비로소 당 위에 생산과 풍요를 준다. 봄에 부는 동풍- 샛바람. 샛바람 새는 동쪽, 맨 처음, 곡 대로운 시작을 나타낸다. 날이 새다. 설을 쇠다의 동사 새를 비롯하여 새벽 새롭다의 관형사 새-와도 어원을 같이한다. 샛바람 이는 초봄에는 살바람, 소소리바람, 꽃샘바라까지도 곁다리로 따라붙는다. 서풍을 하늬바람. 갈바람이라 한다. 하늘 높은 곳에서 불어온다고 하늬바람이며 가을에 분다고 가수알바람, 갈바람이라 한다. 이 바람은 별로 강하지 않게 소솔 불기에 실바라, 늦더위를 식혀 주기에 선들(산들)바람이며 서릿바람에게 자리를 내주게 된다. 마파람은 남풍 마빡의 뜻, 정면에서 불어와 마빡에 부딪치는 바람. 된하늬는 북서풍, 된새는 북동풍, 높하늬는 서북풍, 갈마-서남풍, 한동안 허파에 바람든 사람처럼 설치게 힘든다. 신바람이라는 비장의 바람으로 댓바람에 일어서서 훈훈한 봄바람을 맞자
•윷놀이를 ‘놀았다’고 하며 무당이 굿을 할 때도 한판 ‘놀았다’고 한다. 신난다는 말은 바로 무당이 될 수 있음을 뜻한다. 신이 날 때 그 신이 몸에 내리기 때문
• 수리수리마하수리는 염불인데 수리 곧 길상존을 세 번 연거푸 암송하여 모든 업을 씻어 달라는 간절한 염원이다. 도라지는 길도 나아 알지-내가 그는 길을 아는 것.
• 해미(바다를 덮은 짙은 안개)를 뚫고 햇귀(해가 막 솟을 때 처음 발하는 빛)가 떠오른다.
• 물건 값을 정가보다 낮추는 것을 에누리라 한다. 본래 어히다. 에이가에서 나온 말로 베어 낸다. 잘라 낸다는 뜻. 에누리 풍속도 장찰에 밀리고 디스카운트나 바겐세일 등 새 상거래 풍속에 점차 사라지고 있다. 물건을 살 때 덧붙여 오느 것을 덤이라 하고 에누리보다 한국인 정서에 맞다. 인정과 통하며 콩나물 한 봉지, 밥 한 술을 덜어 줄 때도 덤이 예외없이 따라 붙는다. 일년 연두 달에서 한 달이 거듭되는 윤달을ㄹ 덤달, 호선으로 두는 맞바둑을 덤바둑, 법도 있는 가정에서는 세덤이라 하여 식구 외에 두세 몫의 밥을 여분으로 준비했다. 젓갈 장수는 알젓 외에 덤으로 주기 위한 덤통을 예비하고 다녔다. 지금은 보너스 상여금이라 하는 기본급 이외 보수를 덤삯이라 부르면 어떨까. 덤이란 주는 이의 정이나 상식에 의존해야지 받는 이의 요구가 있으면 난처하다. 덤이 벼슬로 가면 권한 밖의 권한을 함부로 둔갑하고 떡값은 돈을 낸다고 하지 않고 뜯긴다 한다. 인정의 한계를 넘어선 부정이며 영어의 팁과도 다른 개념이다.
• 쟁은 소리를 본뜬 감각어라 호감이다. 쟁반의 쟁자는 쇳소리 쟁그렁 울릴 쟁이다. 위세가 당당할 때도 쟁쟁이며 누구에게나 쨍하고 해뜰 날이 있기에 쨍이다.
•고맙습니다.는 영어의 댕큐와 다르다. 고맙다는 사이의 대상이 그 누구도 아닌 인간 이상의 위대한 존재에 대한 외경의 표현이다. 고맙다 어원‘고마’는 신, 신령을 지칭하며 동사 고마하다는 공경한다는 뜻이다. 고마 경敬 고마 건虔, 고마 흠欽이라 훈한자전이 이를 말한다. 기원형이 신령스럽다. 신령의 은혜를 입었다는 해석이라 상대에 대한 사의가 아니라 할렐루야와 같은 신에 대한 찬미로 본다.
• “감고 감아라 수레바퀴처럼 감아라”가 감감술래가 되고 이것이 강강술래가 되었다. 머리 꼭대기를 정수리하 하는 정은 곁다리로 붙은 한자어로 수리라는 말 자체가 맨 꼭대기란 뜻이다.수릿날은 태양이 머리 꼭대기에서 똑바로 내리쬐는 날이기에 붙여진 이름이다.
• 짓다는 농경 용어를 대변하는 말로 논사만 짓는 게 아니라 집, 옷, 밥도 짓는다. 의식주 전반에 생산과 창조의 근원이라는 의미로 쓰인다. 짓다(作)과 집(家)이 같은 어원이다. 짓은 사람에게 붙어 지아비, 지어미 부부 호칭으로 활용된다. 부창부수(夫唱婦隨)는 부부 남편과 아내가 모두 농사일에 종사한다는 뜻이다.
• 살풀이에서 원풀이, 한풀이를 거쳐 심심풀이까지 맷힌 것을 모두 풀어줌으로 평온을 되찾는 우리 문화를 푸는 문화라고 한다. 모든 질병이나 제앙의 근원이 되는 악귀를 살(煞)이라 하여 푸념도 여기서 생겼다. 무당이 신의 뜻이라며 정성들이는 사람을 꾸짓는 말을 푸념이라 한다.
• 경상도 방언에서 수고했다는 인사말 대신 욕 봤다‘는 강간이나 치욕의 욕이 아니라 그저 어려움을 잘 이겨냈다는 격려다. “욕설은 한꺼번에 세 사람에게 상처 입힌다. 욕 먹는 사람. 욕하는 사람, 욕 전하는 사람. 여기서가장 큰 상처 입는 사람은 욕설을 뱉는 바로 그 사람이다.”-막심 고리키
• 지금 열차가 도착하고 있습니다. 승객 여러분들은 안전선 밖으로 한걸음씩 물러나 주시기 바랍니다.- 도착은 이미 완료된 상태고 안전선 밖이란 안전하지 못한 위험 지역을 가리킨다.
고쳐- 지금 열차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승객 여러분들은 안전선 안으로 한걸음씩 들어와 주기시 바랍니다.로 바뀌었다. 열차를 바꿔 타는 역을 환승역이라 하는데 두 선이 서로 교차하는 역을 ‘만남역’이라 하면 좋을 듯. 고석도로 휴게소를 ‘만남의 광장’이라 부르듯.
지금 열차가 도착하고 있습니다. 승객 여러분들은 안전선 밖으로 한걸음씩 물러나 주시기 바랍니다. 중앙청역을 경복궁역으로 고치듯 종로 3가역을 종로역이나 돈화문역으로 바꾸고 시청역을 덕수궁역으로 바꾸면 좋을 듯. 돈암동 역시 그 옛날 오랑캐 뒷놈들이 넘어오던 되너미고개 ‘돈암’은 지금 여자 대학에 이름을 빼앗긴 채 그만 한 많은 고개가 되었다. 지명은 단순히 지표상의 한 표지도 아니고 하루아침에 붙여지는 일시적 이름도 아니다. 문자 이전의 시대부터 존재해 왔고 진화로 그곳에 살아온 많은 사람들의 의식 속에 뿌리내려 있는 만큼 쉽게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전철역 이름 하나 짓는 데도 그 이름을 부르는 데도 조상이 물려준 정신 유산을 소중히 때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지금 열차가 도착하고 있습니다. 승객 여러분들은 안전선 밖으로 한걸음씩 물러나 주시기 바랍니다.
• 서울의 이름을 위례성이라 적고 우리골, 여르골이라 우리, 울은 울타리로 나의 복수형 우리의 기원이 된다. 여르, 열은 10을 뜻하는 여르제. 십제 정도였던 마을이 백여 개로 불어나 온제, 백제로 불리게 되었다. 지금도 우리는 나라느 단수보다 우리라는 복수 대명사를 즐겨 쓰는 것도 한 울타리 안에 사는 공동 문명체라는 본뜻이 좋기 때문이다.
•세익스피어는 장미를 장미라고 부르지 않아도 장미는 아름답다고 했다. 남이 뭐라 불러도 그것이 어떤 의미나 가치를 지니느냐는 이름 주인에 달렸다. 지금도 죄인에게는 이름을 불러주지 않고 수인 번호로 다른 사람과 구분한다. 당에도 고유 이름, 지명이 있는데 신림1동, 2동하며 수인번ㅁ호를 붙이는 건 존재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 것과 같다. 행정상 편의만 생각하지 말고 고유 이름을 불러주어 아름다운 의미를 드러내게 하면 좋을 듯.
• 순돌이, 꾀돌이, 바람돌이, 호돌이, 꿈돌이는 남자 이름의 애칭으로 쓰인다. 돼지 였말 돌 돈도 자식을 이러 우리집 똘똘이라 부른다. 돌쇠, 마당쇠의 인면 접미어 쇠가 그렇고 장사치 양아치의 치, 뚱보, 울보의 보가 천명을ㄹ로 전락한 것은 사대주의의 소산이다. 1910년 민적부 작성 이후에 성씨나 이름이 지금처럼 한자어로 틀을 갖추었는데 일제 강압으로 한자 이름 일색이었다느 사실은 맞지 않다. 남자 젓이름의 대명사 노마는 그저 놈아의 호칭이다.
행주나 행자는 본래 깨끗한 걸레를 뜻하는 불교 용어이다.
서해 조강 가운데 작은 섬 하나가 떠 있다. 조강의 큰 흐름에 떠밀려 가다 가가스로 머무르게 된 머머리섬이다. 한자어로 유도 (留島)ek dl 머머리섬이다. 언젠가 홍수로 떠내려가던 소 한 마리가 이 머머리섬에 올라와 먹을 것이 없어 굶어 죽게 되었을 때 우리 국군이 이를 구출해준 사건이 있다. 비료나 식량, 소떼로 북녘 동포를 돕는 지금, 함께 어우러지는 날을 고대하고 있다.
•<신중동국여지승람>에 보면 탄천은 남쪽에 있고 이 내는 북으로 흘러 한강으로 들어간다. 고을 뒤로 흐르는 곰내, 검네는 뒷날 검은 내로 오인되어 탄천이 되었으니 틀렸다. 동방삭이 저승으로 압송된 지도 삼천갑자가 흘렀고 저승사자가 숯을 구입했다던 숯골도 도시가 되었다. 분당에 신도시가 형성되면서 탄천 주변도 말끔히 단장되었다. 탄천보다 수청(水淸)이라는 발원지 이름에 걸맞게 맑은 물이 흐르기를
•무학도사의 무학은 더 이상 배울 게 없다는 뜻도 되고 전혀 배운 바 없다는 뜻도 된다.
간월도 지척에 남북으로 길게 누운 섬 하나, 솔 내음으로 그득한 안면도는 편안히 잠든 형상이다. 죽죽 미끈하게 뻗은 이 섬의 홍송은 슈퍼 모델을 보는 듯하다. 조선 조 황월장봉산이라 하여 왕실 관을 짜는 데만 쓰였다는 소나무 숲은 안면도의 중심지인 승언리에 이르면 절정이다. 신라 때 청해진을 거점으로 장보고가 무역을 할 때 안면도를 지켰던 장수가 출전했다가 돌아오지 않자 남편을 기다리던 미도라는 아내가 선 채 굳어져 할미바위가 되고 시신으로 돌아온 남편도 아내 곁에서 서서 할애비바위가 되었다.
• 인조가 피난살이로 공산성에 머물 때 인근 임씨 성 백성이 떡을 진상했든데 너무 맛이 좋아 절미라 했다.. 이 절미는 임씨가 만들어 임절미가 후일 인절미로 변했다는 민간어원설이 남아 있다.
책명- 우리말의 속살(우리가 꼭 알아야 할 재미있는 어원 이야기).hw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