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인 차량 운전하다 쾅!…"차주도 피해보상 책임"

[솔나무]

[배 군과 사과 양의 '위험한 연애']

남녀 간 사랑은 '칼로 물 베기'라는 말이 있죠. 특히 나이 불문하고, 사랑하면 눈이 먼다고 합니다. 하지만 ‘사랑한다’는 이유만으로 용납될 수 없는 문제들도 분명히 있습니다. “이 정도는 괜찮겠지”하며 쉽게 행동했다가 나중에 법적으로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연애의 기술, 그중에서도 법적으로 당당해지는 방법을 알려 드립니다.

오랜만에 친구들과 술을 마시게 된 배 군. 분위기에 휩쓸려 그만 만취했습니다. 차도 가져가야 하는 상황이어서 배 군은 애인인 사과 양을 불렀습니다. 사과 양은 몸조차 가누지 못하는 배 군을 태우기 위해 주차장에 있던 차를 술집 근처로 가져오려 했습니다. 사과 양은 테이블 위에 놓여 있던 차키를 배 군 몰래 가지고 나와 주차장에서 배 군 차를 찾았고, 운전을 했습니다.  

하지만 출발한 지 얼마 안돼 사과 양은 교통사고를 내고 말았습니다. 다행히 큰 부상은 없었지만 피해자에게 치료비 등 손해배상을 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이때 사고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요? 

직접 운전 안해도 차주 피해 배상 책임져야

먼저 상황을 정리하겠습니다. 사과 양은 사전에 배 군에게 차량을 운전하겠다는 의사를 밝히지 않았습니다. 차주의 승낙 없이 임의로 운전하다 사고를 낸 거죠. 사고 당시 배 군은 차량에 동승해 있지도 않았고, 여자친구가 본인 차를 운전하고 있다는 인지조차 못했습니다. 

사고를 낸 운전자는 당연히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민사상 피해 보상을 해야 할 책임이 있으며, 도로교통법 위반으로 사고를 냈을 때에는 과태료도 물어야 합니다.

그렇다면 차량 소유주인 배 군은 어떨까요?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은 '자기를 위해 자동차를 운행하는 자'가 다른 사람을 사망 또는 부상하게 한 경우 그 책임이 있다고 명시했습니다. 차량 소유주의 책임 유무를 판단하려면 '자기를 위해 자동차를 운행하는 자'에 차량 소유주가 해당하는지 아닌지 여부를 따져봐야 합니다.

자기를 위하여 자동차를 운행하는 자는 그 운행으로 다른 사람을 사망하게 하거나 부상하게 한 경우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진다.
-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제3조

대법원은 '자기를 위하여 자동차를 운행하는 자'의 의미에 대해 '자동차의 운행에 대한 지배가능성 및 자동차가 운행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익을 누리는 자'라고 해석합니다. 다시 말해, 차량 소유주에게 운행 지배와 운행이익이 있다고 인정되면 교통사고에 따르는 책임 또한 져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판례에서는 무단운전으로 사고가 나면 대체로 차량 소유주의 운행 지배를 인정하고 있습니다. 운전자 뿐 아니라 소유주에게도 손해배상 책임을 묻는 거죠. 

하지만 예외적으로 소유자 책임이 없다고 보는 경우도 있습니다. 소유자의 운행지배와 운행이익이 완전히 상실됐다고 볼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다시 말해 ‘자기를 위해 자동차를 운행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는 상황에서는 책임이 면제 됩니다.

무단운전의 경우 그 형태가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차량 소유주의 책임 유무를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이에 법원은 △평소 차량과 열쇠의 관리 상태 △소유자의 승낙 없이 운행을 하게 된 경위 △소유자와 무단운전자와의 관계 △무단운전자의 차량반환의사의 유무 △무단운전 후의 소유자의 사후승낙 가능성 △무단운전에 대한 피해자의 인식 유무 등을 판단 기준으로 보고 있습니다. (대법원 98다61395)  

보험 가입 안했다면 형사처벌…절도땐 차주 책임 면제

배 군&사과 양 커플의 경우 운전자와 차주의 관계가 연인 사이로 가깝고, 차량 열쇠에 대한 관리 보관 또한 허술했다고 볼 수 있어 차주의 운행지배와 운행이익이 상실됐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차주가 무단운전을 묵인한 것으로 간주해 배 군 역시 사고 책임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때 배 군이 "억울하다"면 사과 양을 상대로 별도 소송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사고를 낸 무단 운전자에게 구상권을 청구하는거죠. 이 경우 배 군은 피해자에게 지급한 보상금액을 일정 정도 돌려받을 수는 있습니다. 배 군과 사과 양은 연인 사이인 만큼 소송까지 가는 경우는 드물겠지만요.

배 군이 자동차종합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은 상태에서 사고가 났다면 신호위반, 중앙선 침범, 과속 등 11대 중과실에 해당하지 않아도 형사 처벌 대상이 됩니다. 소유주 허락 없이 무단으로 운전해 사고가 발생했다고 해도 민사상 피해보상 책임뿐만 아니라 형사적 책임까지 질 수 있는 겁니다.

반면 차주의 책임이 면제되는 상황도 있습니다. 만약 사과 양이 앙심을 품고 배 군의 차키를 몰래 가져 나와서 운전하다 사고를 냈다면 ‘절도’가 됩니다. 이 경우, 차주는 운행지배와 운행이익을 잃어버렸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배 군은 책임을 질 필요가 없습니다. 

하지만 이 때도 차주가 차량이나 열쇠를 허술하게 관리했다면, 절취운전을 용인했다고 보고 어느정도 책임이 인정됩니다. 실제로 열쇠를 꽂아두고 문을 잠그지 않은 차량을 절취해 사고가 났을 때, 소유자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인정한 판례가 있습니다. (대법원 2001다23201 판례)

재판부는 “자동차의 열쇠를 뽑지 않고 출입문도 잠그지 않은 채 노상에 주차한 차주의 행위가 그 차량을 절취한 제3자가 일으킨 사고로 인한 손해와 인과관계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사고 차량과 열쇠 관리를 소홀히 한 과실이 인정되기 때문에 불법행위에 따르는 피해 보상에 대한 책임도 부담해야 한다는 판단입니다.

연인 사이에선 서로의 물건을 상대방 허락 없이 사용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하지만 차량의 경우 자칫 했다간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먼저 상대방 의사를 분명하게 확인해야 합니다. 피치 못할 사정으로 사전승낙 없이 운전을 하더라도 평상시보다 더 조심해서 운전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글: 법률N미디어 인턴 어고은
자문: 법무법인 콤파스 이필우 변호사
그림: 법률N미디어 인턴 최아영

[출처] 애인 차량 운전하다 쾅!…"차주도 피해보상 책임"|작성자 법률N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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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정보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