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돌멩이 내일의 돌멩이 새창이동
장그래 글/단단 그림 브로콜리숲 2023년 11월
책소개
장그래 시인의 두 번째 동시집 『내일의 돌멩이』에는 단단한 돌멩이 이면의 허전하고 쓸쓸함이 배어 있습니다. 이상도 하지요. 단단하게 이를 데 없는 돌멩이가 그런 마음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이 말입니다. 꿈쩍하지 않는 돌멩이 속에도 돌멩이의 생각과 추억이 깃들어 있습니다. 그래서 조금 아프고 한 번 더 눈길을 전해 주고 싶어집니다. 돌멩이 속에 사는 돌멩이는 어떻게든 내일의 일을 기록해 나갈 것입니다. 첫 동시집인 『악어책』 보다 웅숭 깊어진 『내일의 돌멩이』로 물수제비 한 번 어떨까요?
글 작가 장그래
경주 녹동에서 태어나 울산에 살고 있습니다. 2015년 [아동문예]에 동시로 등단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동시집 『악어책』을 출간했습니다. 동아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동아대학교에서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동화마을논술학원을 운영하면서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고 좋은 문장을 만나면 행복해하며 살고 있습니다.
그림 작가 단단
세상의 따뜻함을 그리는 일러스트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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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이가 화장실 문을 똑똑 두드리는데 / 장그래
몸통 그리고
쫑긋 귀를 오리는 중인데
종이가 헐러덩벌러덩
화장실로 뛰어간다
얼굴은 반만 그렸을 뿐인데
엉덩이는 생각도 못했는데
똥이 급했나?
화장실을 어떻게 찾았을까?
눈도 코도 없이
변기에 앉는 순간
아차차
엉덩이조차 없다는 걸 알았을 테지
그때 똑똑똑
문을 두드리는
거북이
토끼는
똥보다 더 급한 게 있다는 걸
알았겠지
허겁지겁
얼굴 그리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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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만드는 집 / 장그래
비옷까지 입고 있더라니까요
교문 앞에 떨어진 과자 한 봉지 토도독
비가 두드리고 지나가던 바람은 귀를 쫑긋 세우고
과자 봉지 속엔
과자만 든 게 아닐지 몰라요
과자보다 더 맛있는
이야기가 숨어있을지 몰라요
과자를 먹지 않아도 기쁜 일이 있는 아이와
과자를 먹어도 슬픈 일이 있는 아이가 만나는
이야기가 사는
집
소리는 듣는 게 아니라 맛보는 거란 걸 알게 된 날이었죠
오늘같이 비가 오는 날이면
놀러가서 비가 그칠 때까지
세상에 없는 이야기를
과자처럼 달콤하게 구워내고 싶은
바람의 집
가끔씩
사람이 만든 집보다 바람이 만든 집으로
가고 싶을 때가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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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선껌 / 장그래
동그라미 속에 후우~
한숨을 담았다
입을 부풀리고 부풀리고
또 부풀려서
한숨 속에 웅크린 이야기들이 하는 말을
듣고 있는데
옆집 개가 귀를 쫑긋 세운다
담장 위의 길고양이는
입이 찢어지도록 하품만 한다
수염 하나가 톡
떨어지도록
한숨을 아니?
개는 고개를 갸우뚱하고
고양이는 꼬리를 살랑 흔든다
아니, 하품은 알아도
한숨을 몰라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게
더 좋을 때가 있다
동그라미 속에 담았던
한숨이 빵 터졌다
이번에는
하품을 담아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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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가 날아가네 / 장그래
리모컨이
사방을 두리번거린다
텔레비전을 보던 아빠가
소파에서 잠든 사이
어항 속 금붕어랑 놀기 위해
살금살금 빠져나갈 궁리를 하지만
잠이 들어서도 꽉 쥐고 있는 바람에
재미도 없는
야구경기만 보고 있다
코고는 소리가
야구공보다 더 높아졌다
텔레비전 속의 4번 타자는
삼진이지만 아빠 코는
홈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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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와 잠자리 / 장그래
떠든 사람: 이정은 이시후
청소 당번: 최준우 이윤서
공부 한 번 해볼 거라고 똥꼬에 힘 꽉 주고 3학년 4반 교실로 들어갔지 칠판에 적혀있는 이름들 팔다리부터 먹어치웠어 끄윽, 트림을 하며 교탁 위의 화분까지 쓰윽 한 번 훔쳐보는데 준우가 책상 밑에 숨겨놓은 만화책이 보였어 엄청 맛있어 보였지 준우가 벌떡 일어선 건 마지막 말풍선을 막 입에 넣고 우물거리고 있을 때였어 나는 후다닥 다희 국어책 속으로 도망쳤어 아침도 못 먹고 온 준우 배에서 천둥소리가 났어 키득키득 아이들이 웃었지 다희 배에서도 꼬르륵 소리가 들렸어 밥 먹으러 가자! 급식시간 벨이 울리기도 전인데 소리치는 준우, 배가 홀쭉해보였어 지금까지 먹었던 이름들과 말풍선을 몽땅 토해 먹여주고 싶었어 나는 다시 똥꼬에 힘 꽉 주고 칠판 위로 올라갔어 4학년 2반 교실에서 먹어치운 말랑말랑 알파벳까지 다시 뽑아내기 시작했지 영어를 좀 할 줄 아는 거미라는 소문이 바람결을 따라 잠자리의 나라로 흘러들기 시작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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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배를 타고 싶은 오리 이야기 / 장그래
유원지에 놀러왔어요
누가 먼저인지는 잘 모르겠고요
엄마와 아빠는 올 때부터 티격태격 싸웠는데요
엄마든 아빠든
동동 오리들한테 물어볼 일이고요
오리 두 마리 꽥꽥
강을 건너는 중인데요
마침내 엄마는 아빠를, 아빠는 엄마를
떠날 준비를 하는 걸까요?
나는 발을 동동거리며 골몰하는데요
어떻게 하면 오리배가 올까요?
내 이야기 좀 데려다주세요
눈사람이 될 수 있게
내 이야기는 언제 눈이 될까요?
나는 지금
오리배도 함께 타고 가는
눈사람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건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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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국 / 장그래
수국이 이사를 했다 햇빛이 잘 드는 곳으로, 봄이 되면 엄마는 좋은 자리를 찾는다 더 나은 자리 만드는 게 엄마 일이다 엄마는 화단에서 여름을 기다린다 기대가 해바라기보다 더 크게 자라고 있다 또 이사야? 지금이 몇 번째야? 그동안 나는 벌써 학원을 다섯 번이나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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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깝고도 먼 이야기 / 장그래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친 모기
집까지 따라왔어요 파리는 아예 식탁에 앉아
기다리네요
코로나 때문에 친구 집은 못 가고
고모집도 안 가는데
파리와 모기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언제 배웠을까요?
둘이 다니는 학교는 하늘만큼 땅만큼
멀거나 가깝거나
파리와 모기 사이에도
거울이 있을 것 같고
창문이 있을 것 같고
그런 이야기들이 열리고
닫힐 것 같고
모기 씨, 마스크 좀 하세요.
줌(ZOOM)으로 만나는 건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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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가깝고도 먼 이야기-
돌멩이 집에는 돌멩이의 이야기가 담겨 있어요.
보이지 않고 만질 수도 없는 마음까지
알록달록하게 달그락거리고 있었어요.
거기서 밥 먹고 책을 읽었어요.
만화영화를 보고 피아노도 쳤어요.
가끔 날아오는 동박새를 만난 적도 있어요.
동백나무에게
동박새에게
거미에게
물방울에게
파리와 모기에게
이름을 짓고 불러주면서 가족이 되었습니다.
돌멩이의 이야기를 들으며 지낸 시간이 참 좋았습니다.
돌멩이 속에서 돌아가신 엄마를 만났고,
어린 시절의 나를 만났습니다.
돌멩이가 물컹하다는 걸 그때 알았습니다.
-시인의 말 「가깝고도 먼 이야기」 부분
“2015년 《아동문예》로 등단을 하고나서 4년 만에 첫 동시집을 엮습니다. 빠르다면 빠르지만 그 동안의 시간을 생각하면 그리 빠른 시간이 아닐 수도 있지요. 첫 발걸음은 누구에게나 조심스럽고 힘든 일입니다. 고심 끝에 시인은 씩씩하고 먹성 좋은 악어로 나타난 것 같아요.”
먹성 좋은 악어로 4년 전 첫 동시집을 선보였던 장그래 시인의 두 번째 동시집 『내일의 돌멩이』. 돌멩이 집에 들어가는 비밀번호는 나중에 알려 드리겠습니다. 이 집에서는 상상을 초월하는 일들이 벌어지는데요. “토끼는/ 똥보다 더 급한 게 있다는 걸/ 알”게 됩니다. 그건 바로 얼굴. 그리고 얼굴에 그려지는 표정입니다. 토끼는 그걸 알고 “허겁지겁/ 얼굴 그리러” 갑니다(「거북이가 화장실 문을 똑똑 두드리는데」). 얼굴 뿐일까요? 급한 일을 해결하려면 엉덩이도 그려 넣어야 합니다. 그제서야 안심이 되고 바깥에서 문을 두드리던 거북이도 떠오를 겁니다. 시인은 ‘돌멩이’라는 단단한 공간을 지나 또 다른 공간을 만들어냅니다. 바람이 잔뜩 든 과자 봉지라는 집입니다. 과자 봉지 집에는 슬픈 일을 지닌 아이와 기쁜 일을 가진 아이가 잘 구워진 과자를 사이에 놓고 “세상에 없는 이야기를/ 과자처럼 달콤하게 구워내고 싶은”(「바람이 만드는 집」) 따스한 마음을 나눌 수 있습니다.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날, 기쁜 일은 기쁜대로 나누고 슬픈 일은 슬픈대로 나누는 친구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또 다른 공간은 입으로 커다랗게 불어보는 ‘풍선껌’에 있습니다. 공기를 불어넣어 터뜨리지 않고 최대한 크게 불어보고 싶은 마음을 담아 씹고 불어보지만 시인은 그냥 바람이 아니라 걱정 섞인 한숨을 불어넣는다고 합니다. “부풀리고 부풀리고/ 또 부풀려서/ 한숨 속에 웅크린 이야기들이 하는 말을/ 듣고 있”(「풍선껌」)습니다. 그렇게 풍선에 한숨을 섞은 바람을 불어넣다가 빵 터지고 말 때 느껴지는 해방감은 어떤 느낌일까요.
시인의 시의 세계에 다양한 공간을 만들어 이야기가 자리 잡게 하고 있습니다. 그게 빈 종이 위든 단단한 돌멩이 속이든 과자보다 공기가 더 많이 든 과자 봉지 속이든 그곳에 이야기가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따스하게 군불을 떼주고 있습니다. 누구라도 들어오면 단단하게 안아 주겠다는 『내일의 돌멩이』 문을 열고 들어오세요. 가깝고도 먼 집 비밀번호는 ‘내일의 돌멩이’입니다.
첫댓글 솔직 리뷰를 하자면.....
한 번 읽어서는 와락 와닿지가 않네요.
독자의 공감능력이 부족해서라구요?
어쩔 수 없지요.
그래도 이렇게도 동시가 쓰일 수 있구나...
라는 생각은 가져갑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