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원 <소설가 구보 씨의 일일>
전체 줄거리
소설가인 구보는 정오에 집을 나와 거리를 배회하다가 자신이 몸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며 불안해한다. 백화점에서 아이와 함께 온 부부를 보고, 그들이 행복을 가장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어쩌면 그들이 진짜 행복한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동대문행 전차에서 과거에 선본 여자를 발견하고도 외면한 것을 후회한다. 다방에 들어간 그는 차를 마시며 여행을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고독을 잊기 위해 경성역을 찾아간 구보는 온정을 느낄 수 없는 비정한 인간들만 발견한다. 우연히 예쁜 애인과 동행하는 중학 시절 동창생을 만나 차를 마시면서, 물질에 눈이 어두운 여자의 허영심에 대해서 생각한다. 다시 다방에서 시인이자 사회부 기자인 친구를 만나 그가 돈 때문에 기사를 써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안타까워 하고 즐겁게 차를 마시는 연인들을 보면서 질투와 고독을 느낀다. 그는 다방에서 나와 동경에서의 옛사랑을 추억하며 그 여자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고, 전보 배달 차를 보며 친구에게서 편지를 받고 싶다고 생각한다. 종로 술집에서 친구와 술을 마시며 세상 사람들을 모두 정신병자로 간주하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그는 이 모든 일이 가난에서 오는 불행이라고 생각한다. 새벽 두 시 경, 종로 네거리에서 이제는 어머니를 위해 결혼도 하고 창작에도 전념할 것을 다짐하며 집으로 향한다.
이해와 감상
이 작품은 파행적 근대화로 치닫고 있던 식민지 치하에서 소외된 지식인의 의식을 보여 주는 중편이 소설이다. ‘구보’는 직업과 아내를 갖지 않은 26세의 소설가이다. 이 작품은 구보가 정오에 집을 나와 경성의 각처를 배회하다가 새벽 2시에 집에 돌아오는 원정 회귀의 구조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 이 여로에서 구보는 옛 동창이나 시를 쓰는 벗을 만나기도 하고, 고독과 행복, 불안과 두려움에 대한의식을 두루 펼치기도한다. 하루를 마감하면서 구보는 생활을 가진 창작자가 되기로 결심한다.
작가의 분신이라고도 할 수 잇는 소설가 구보는 서울 거리나 풍물을 묘사함으로써 당시의 세태를 비판적으로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구보는 보거나 접하는 대상에 대해 양면적인 사고 패턴을 보이고 있다. 예컨대 어떤 가족을 보고 행복을 가장한 것이라 생각하다가 진짜 행복한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이는 결국 그가 깨닫는 진실이란 없다는 의미로, 식민지 현실을 살아가는 당시 지식인의 고뇌와 갈등, 무기력과 회의감을 나타낸 것으로 볼 수 있다.
핵심 정리
갈래 : 중편 소설, 심리소설, 모더니즘 소설, 세태 소설
성격 : 심리적, 관찰적, 묘사적
배경 : 1930년대의 어느 날, 경성(서울) 시내
시점 : 전지적 작가 시점
주제 : 소설가의 눈에 비친 1930년대 거리의 일상
작품 연구실 : 서술상 특징
① 이 작품은 <발단- 전개 - 위기 - 절정 - 결말‘이라는 소설의 일반적인 구성 방식을 따르지 않고, 소설가 구보씨가 외출해서 귀가까지의 여정에 따라 가진 생각이나 심리를 서술자의 관찰을 위주로 하여 서술하고 있다. 이동 경로에 따라 구보의 다양한 사고가 전개되는데 장소와 사고의 필연적 연관성을 발견하기 어렵다. 즉 구보가 떠올리는 생각들은 필연성보다는 인물의 의식의 흐름을 따라 기술되고 잇는데, 이는 모더니즘의 몽타주 기법의 특징이기도 하다.
② 이 작품은 눈앞에 벌어진 장면을 노트에 적고 그것을 그대로 소설화하는 작가 특유의 창작 방법을 보여주고 있다. 작가는 이를 ‘고현학’이라고 불렀는데, 이를 통해 소설을 쓰는 과정 자체를 소설의 주요 내용으로 삼게 된다.
작품 연구실 : 왜 ‘소설가 구보 씨의 일일’인가
이 작품은 소설가 구보가 구보의 정오에 집을 나와 새벽 2시경에 귀가하기까지 하룻동안의 여정을 그리고 있다. 주인공은 눈앞에 펼쳐지는 장면을 관찰하여 이를 기록하고 소설화하는 독특한 창작 방법을 보여 주는데, 이 과정을 통하여 소설가의 하루 일상을 제시하고자 하는 것이다. ‘구보’는 작가 박태원의 호이기도 하기 때문에 바로 작가 자신의 무기력한 일상을 자전적으로 그린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즉, 작가 자신의 하루 일상과 내면을 그린 작품이라는 의미에서 ‘소설가 구보 씨의 일일’이라고 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