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부족명의 해석과 역사적 함의
읍루(挹婁)는 숙신(肅愼)의 후예이자 말갈(靺鞨)의 전신인데, 후한(後漢)에서 오호십육국 시대 사이에 연해주와 그 부근에 살았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읍루는 몽골계 말로 Mongɣol Ulus의 Ulus에 해당하는 말이다.
숙신(肅愼)은 고대 만주 및 연해주에 살았던 퉁구스계 민족을 말한다. 식신(息愼), 직신(稷愼) 으로 기록되어 있기도 하며, 주나라 때부터 전한(前漢) 때까지는 숙신으로 불렸고, 후한(後漢) 때부터 오호십육국 시대까지는 읍루라고 불렸고, 남북조시대에는 물길, 수나라와 당나라 때는 말갈로 불렸으며, 12세기에 금나라를 세운 여진족, 17세기에 청나라를 세운 만주족으로 이어졌다고 한다.
숙신은 조선(朝鮮, 의미 있는 한자말로 전환한 것)과 통하는 말로서 Züchzin에 가까운 말이라고 보인다. 만약 Zü가 접두어라면 zin의 음은 臣[支], 辰, 震, 金, [女]眞, 淸은 그 음을 전사하거나 우아하게 변화시킨 한자말이다. 그렇지 않다면, 震, 金, [女]眞, 淸은 臣[支], 辰 계통의 말일 것이다.
말갈(靺鞨)은 6세기 이전 삼한시대에는 만주와 한반도 영서, 전라도 지방, 삼국시대 이후 6~7세기경 만주와 한국의 함경도, 연해주, 하바롭스크 지방에 거주한 퉁구스계 민족으로, (주나라 때에는 숙신, 한나라 때에는 읍루라 불렸다고 하면서, 본래 松花江 유역의 勿吉이 지배하였으나 6세기 중엽 물길의 세력이 약화되자 각 부족들이 자립하였는데, 이들을 총칭하여 말갈이라 부른다고 하지만, 말갈은 [金]馬渚, 馬韓, [小水]貊, [句驪]貊과 같은 말로 보이므로 잘못된 해석 같다.) 고대 동북아시아에서 가장 광범위하게 쓰인 종족명으로서 기본 자음은 MrGL이다. 모음은 그때마다 달라지므로 Margal(靺鞨), Magyal(馬渚), Mugal, Murgl(勿吉), Mongol(蒙古), Mäg(貊) 등으로 전사된다.
옥저(沃沮)는 함흠 평야와 두만강 유역 일대에 걸쳐 있었던 종족과 읍락 집단을 가리킨다. 옥저는 고구려와 같이 부여족의 한 갈래였으나 풍속이 달랐다. 북옥저는 치구루(置溝婁)나 구루로 나타내었고 고구려어로 성(城)을 의미한다고 본다고 한다. 그러나 옥저는 터키계 말 oghuz(部族)를 전사한 말로 보인다. 구루(溝婁)는 만주어로 나라를 뜻하는 Gurun으로 보인다. 고구려어로 성은 홋(忽)으로서 몽고어 khoto와 같은 말이지 gurun이 아니다.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 온조(溫祚)는 사람 이름이 아니고 모든 부족(十部族)의 뜻일 것이다.
백제의 민족이동에 십신(十臣)이 나오는 점, 터키어에서 on은 십(十)이며, 우리 말에서는 백(百), all의 의미도 갖는 점, 터키계에서 ‘모든 부족(on-oghuz)’을 국명으로 자주 취하는 점[위구르는 on-oghuz에서 on이 탈락한 말에서 온 말 z이 r이 됨, 셀쥭 터키 발흥기에 터키족명이 On-oghuz가 있었던 점 등], 백제(百濟)라는 국명이 우리말로 on(百)과 oghuz(沃沮)의 합친 말로 보이는 점[百+沃沮 → 百濟], 즉 온조(溫祚)든 백제(百濟)든 심지어 십제(十濟)든 모두 다 on-oghuz를 전사한 말일 것이다.
구려(句驪)는 춘추 전국시대 때 중국 북부에도 있었던 부족명으로서 나중에 졸본부여 부근의 구려맥(句驪貊)에서도 보이고, 나중에 고자를 붙여서 고구려(高句驪)로 쓰이다가 고구려(高句麗)가 되었다가 고려(高麗)가 되는 말이다. 원래 어떤 알 수 없는 어떤 이름을 한자말로 표기했는데, 나중에 한자말 의미가 우아한 한자로 바꾸어진 것이다. 중국에서는 선비(鮮卑), 오환(烏桓), 려(驪) 등의 북방 민족의 이름이 산(山)이름에서 나왔다는 상투적 주장을 하는데, 이 주장을 따를 필요는 없다. 흉노제국은 그 수장을 선우(單于 = 餐 shan, ɣan ․ 干 ․ 韓과 같은 말), 그 밑에 왼슬기캐(左屠耆王, öun tsurgi ɣae) 오른슬기캐(右屠耆王, oran tsurgi ɣae)와 왼구리캐(左谷蠡王, öun gouri ɣae ≒ ewenki) 오른구리캐(右谷蠡王, oran gouri ɣae ≒ orankae) 등을 두었는데, 슬기 ․ 츠기(屠耆)는 현(賢)으로 더 자주 쓰여서 사라지고, 구리(谷蠡)는 한자의 의미로 전사되지 못하여 음이 그대로 남게 되는데, 아마 이것이 구리(句驪), 藁籬의 어원일 것이다.
부여(夫餘)는 Buryat 몽골족의 이름에 영향을 끼쳤는지도 모르지만, 북부여를 고구려말로 助利非西라고 한 것에 비추어 보면(삼국사기), 북이 助利고, 부여는 非西라고 봐야 한다. ‘뷔ㅿㅕ’ 쯤으로 절충하여 보아도 Buryat와는 어울리지 않는다. 이런 식이라면 고구려도 Koryak로 될 판이다. ‘ㅿㅕ’는 예(濊)와 통하는데, 동예(東濊)를 동부여(東夫餘)로 보면 그렇다. 동부여는 갈사국(曷思國)이 되는데, 하슬라국(何瑟羅國)과 통한다. 원래 ɣalsa인데 남부 사람들이 ɣasla로 부르게 된 것 같다. 예라는 말은 왜(倭)와도 통한다고 한다.
갈사(曷思)가 가사(加邪)가 되고 가사가 가야(伽倻)가 되고 가야가 왜가 되었는가? 일설에는 ‘부여(夫餘)’의 이름도 역시 알타이어인데, 만주 퉁그스어의 ‘bugu’는 사슴을 의미한다고 한다. 동물을 국가의 상징으로 한 것은 고대 아시아뿐만 아니라 전 유라시아 지역에서 흔히 나타나는 현상이다. ‘부여’는 고대 투르크어, 몽골어에도 ‘bugu’로 나타난다고 한다. 이런 것은 그 나라들이 우리를 그렇게 이해했다는 말은 되지만, 그것이 옳다고 보는 것은 속단이다.
고대 종족국가의 명칭중에는 그 군장의 칭호를 종족의 칭호로 한 것이 많다. 辰, 韓, 匈[奴]등이 그것인데, 어쩌면 羌(khan?), 戎(王?), 犬戎(khan王), 夷(roy?), 蠻(man? mikado?), 狄, 翟(子, 主?)일지도 모른다. 契丹이 경우 왕의 칭호 奚가 stan(땅)과 합친 말이다.
또한 자기 종족을 우월시하며 자칭하는 말에서도 나온다. 선비(鮮卑)는 선비산에서 나와서 그리 이름한 것이라기보다 우리 말 ‘선비’처럼 아리안족(貴族, 閼氏族)이라는 의미로 쓰인 것일 것이다. 고구려에서 선인(仙人)이라는 관직명이 나오는데, 일본에서 인을 ‘삐’로도 읽으므로, 어쩌면 선인은 ‘선삐’를 한자식으로 표현한 것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