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성을 잃어 가는 방송
인터넷이 활성화 되면서 다양한 프로그램이 무분별하게 등장하고 있다. 장르의 구분 없이 프로그램은 저마다 전달하고자 하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오늘날 대다수의 채널들이 높은 시청률을 얻기 위해 목적의 본질을 흐리고 자극적인 문구를 사용한다. 그러면서 우리의 감각은 점점 무뎌지고 비판 없이 받아들여 자신도 모르게 더 자극적인 것들을 찾고 있다.
실례로 ‘아내의 맛’이라는 프로그램을 살펴보자. 먼저 이름을 들었을 때 어떤 느낌이 드는가? 선정적이면서 자칫 오해를 불러 일으킬만한 문구라는 생각이 들지 않은가? 프로그램이 전하고자 하는 목적보다는 시청자들이 제목만으로 호기심을 느끼고 시청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이처럼 대다수의 프로그램이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기 위해 과장되거나 부적절한 문구를 사용하면서 올바르고 정확한 선택을 하는 데 큰 혼란을 주고 있다.
그렇다면 ‘아내의 맛’이라는 채널은 어떤 목적을 가지고 있을까? ‘아내’와 ‘맛’을 잘 조합해 보면 금방 알아차릴 수 있다. 이 채널은 바로 아내의 요리를 중심으로 구성되었다. 하지만 부부의 생활을 밀착해 보여주는 영상이다 보니 시청자들의 관심은 ‘아내의 요리’가 아닌 흥미진진한 부부싸움, 아침 드라마 같은 시월드, 행복한 육아가 중심이 되었다. 방송의 초점은 점차 시청자들의 입맛에 맞추어 변하기 시작했고, 시청자가 원하는 자극적인 장면이 등장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더 강한 자극이 필요해지자 연출된 장면이 방송되고 있다. 이는 왜곡 된 사실을 전할 뿐 아니라 출연자들의 마녀사냥도 우려가 된다. 또, 시청자들이 다른 사람들의 사생활을 무분별하게 들여다보는 것에 대해 전혀 죄의식을 느끼지 못하게 된다.
우리는 단조롭고 평범한 문구보다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문구를 더 오래 기억하고 많은 관심을 보인다.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편성은 단순한 흥미와 가십거리가 아닌 공익증진을 우선시 하여 프로그램의 목적과 정체성을 잃지 않아야 한다. 또한 선정적인 문구와 장면, 각본으로 이루어진 연출 장면보다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담으면서 그 안에서 프로그램 본래의 목적을 찾고 그것을 시청자들에게 전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10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