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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은 '기록의 산' 이다. 우리나라 첫 국립공원이고, 가장 넓은 면적을 가진 산이며 부속도서를 제외한 남한에서 가장 높은 산입니다. 이질적인 문화를 가진 동과 서, 영남과 호남이 서로 만나는 지리산은 단순히 크다, 깊다, 넓다는 것만으로는 표현할 수 없는 광활하고 민족의 애환을 간직한 산 이다.
'지리산둘레길'은 3개도 25코스에 달하는데, 이번에 우리들이 가는 '지리산둘레길' 1코스의 일부는 주천~운봉길과 구룡폭포길이 편집된 전북 남원의 명품길이다. 이 길은 다채롭고 색다른 풍경이 장점이다. 주천면 들머리에서 시작해 짙은 솔향을 맡으며 지리산자락 고즈넉한 옛길을 걷다보면 샛길로 빠지는데 코스 중간쯤에 수려한 산세와 깎아지른듯한 기암절벽으로 이어지는 계곡이 느닷없이 등장한다.
'지리산둘레길' 1코스(구룡폭포순환길)는 전북 남원시 주천면 장안리 지리산둘레길 시작점에서 시작하여 덕치리 회덕마을에서 운봉으로 가는 지리산둘레길제1코스 길과 구룡폭포로 가는 구룡폭포순환길(남원시제1길)로 갈라진다. 여름에 오르는 가파른 구룡치 오르막길은 거친 호흡과 계속 흐르는 땀으로 만만치가 않았다.
숙소(남원호텔)에서 도로 건너편에 '지리산둘레길' 시작점 안내판이 있다. 둘레길 이정표를 따라 원천천 징검다리를 건너 주천면에서 이백면소재지로 이어지는 장백산로 아스발트길을 걸으면서 지리산만복대 능선을 바라보니 구름이 오락가락하여 분명히 보이지는 않지만 신비로운 분위기 이었다.
4차선 도로가 내송마을 입구 둘레길 안내판은 '해발 600m 운봉을 향해 오르는 오르막 2km'가 시작됨을 알려준다. 마을 들판에 심겨진 벼는 새파란 모습으로 생육이 활발하게 진행됨을 보여주었다. 민가가 끝나고 조금 올라가자 '옛날 남원장을 보러 다니면서 쉬어갔다는 주막터' 자리에 서어나무 숲이 있고, '왜구의 침입을 대비하다 잠든 의병장인 조경남의 발을 개미들이 물어서 깨웠다'는 이야기가 있는 '개미정지'가 나타나 땀을 식히며 휴식을 취하였다.
어느덧 구룡치를 올라 평평한 길이 이어지는 곳에 벤치가 있어 땀을 훔치며 잠시 또 쉬었다. 이어서 아름드리 소나무를 작은 소나무가 뿌리에서 올라와 휘감아 올라가며 한 몸을 이룬 '연리지' 소나무가 나타났고, 남원의 소설가 윤영근님의 '사랑은 하나이어라' 이란 글이 새겨진 안내판이 세워져 있었다. 평지 소나무 숲길은 걷기가 아주 좋아서 부지런히 걷다보니 바람없는 무더위에 속옷이 땀에 젖었다.
덕치에서 운봉으로 계속 가는 길은 다음으로 미루고, 덕치마을을 지나 구룡폭포로 가는 순환코스로 접어들어 다시 아스발트 도로길을 걸었다. 지리산 만복대(1,430m)아래 골짜기에서 흘러내리는 물이 원천천 이름으로 흘러 해발 450m 지점의 암벽을 타고 힘차게 흘러가면서 '구룡폭포'를 이루고 있었다. 거대한 바위가 물에 씻겨 다시 절벽을 타고 쏟아지는 모습이 장관이다.
계곡의 초입에 15도 각도로 누워있는 구룡폭포가 마치 용이 승천하듯 굉음과 물안개를 내뽐으며 눈과 마음을 사로 잡았다. 폭포아래는 동편제 소리꾼들이 굉음을 뚫으며 득음을 얻기위해 정진한 곳이다. 이후엔 내내 물소리 우렁찬 계곡과 동행한다. 출렁다리를 건너 데크길 계단을 오르니 육모정으로 가는 길이 있었다. 육모정 바로 옆 양지바른 언덕에 춘향묘가 있다는데, 처음가는 길이라 왔던길을 가다 보니 버스가 다니는 길이 아니다.
순환길이 너무 늦어 운봉에서 택시를 불러 주천면 숙소로 이동하였다. 오늘 걷는 거리는 편도 10km에 소요시간은 3시간 30분 이었다. 구룡폭포 계곡을 벗어나 육모정에 이르면 춘향 묘와 지리산국립공원 전북사무소가 있었는데, 원천천을 가로지르는 다리와 넓직한 반석이 보인다. 무더위에 '지리산둘레길'의 산책은 어려운 걷기 운동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