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가 웃는다.
오월의 신록처럼
맑은 시냇물처럼 우리를 적신다.
어린이가 웃는다.
향기롭고 지순(至純)한 영혼이,
예쁜 꽃송이 되어 행복을 피운다.
어린이가 웃는다.
대가섭의 염화미소(拈華微笑)인가?
무량한 자비와 사랑의 복음 전하는
가없는 은총(恩寵)이다.
어린이가 웃는다.
바르고, 아름답고, 씩씩하게
영광(榮光)과 행운(幸運)도 늘 함께하라는.
침묵(沈黙)의 기도(祈禱)를 올린다.
어린이가 웃는다.
우리는
수호천사(守護天使)와 더불어 산다.
- 박소룡, <어린이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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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를 생각합니다. 생명과 가장 가까운 이들, 세월의 때가 덜 묻은 탓에 꾸밈없이 사람의 꼴을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이들, 사소한 일에도 꺄르르 웃음보를 터뜨리는 이들, 사람을 이리저리 재지 않고 감정이 이끄는대로 눈 앞에 있는 이들과 수많은 관계를 지을 수 있는 이들, 자기의 감정과 기분에 솔직한 이들, 사람을 대할 때 음흉한 계산을 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이들, 자신의 속내를 감추지 않고 떳떳하게 드러내는 이들, 인형이나 장난감 등 온기가 없는 차디찬 비생명체에도 생명을 부여해 대화가 가능한 이들, 때론 욕심을 부리지만 그것마저 얄밉거나 분노를 유발하지 않는 이들, 철저히 수동적이어서 참 신앙의 의미를 깨우쳐 주는 이들, 그래서 믿음과 신뢰를 주는 이들에게 전적으로 마음을 내어주는 이들, 무엇이든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여 배우고 익히는 이들, 친구들이 함께 있으면 세상 모르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그 관계에 푹 젖어있는 이들, 아빠·엄마를 세상에서 가장 큰 사람으로 인식하는 이들, 소소한 일들 속에서 쉽게 감탄하고 즐거워하는 이들, 노는 게 제일 좋은 이들, 모든 것이 궁금해서 질문을 많이 하는 이들.... 어린이들을 생각하면 떠올려지는 수많은 수식어들이 있습니다. 생각해 보면 시간이 흘러가면서 서서히 잊혀지는 것들이기도 합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인생은 참 서글프지요? 이런 어린이의 습성을 잃어갈 때 나타나는 현상이 있지요. 바로 웃음이 사라지는 것입니다. 존재에 감탄하고, 기뻐하고, 경축하려는 마음이 사라져갈 때 우리의 얼굴에서는 웃음기가 함께 사라져버립니다. 웃음을 잃어간다는 것은 참 슬픈 현상입니다. 지금 주변에 있는 이들의 얼굴을 보면 우울함만이 가득한 걸 보게 됩니다. 우리 안에 어린이를 잃어버렸기 때문입니다. 우린 잊고 살았던 그 어린 아이를 다시 데려올 수는 없을까요? 철부지 같지만 순수함을 간직했던 그 아름다운 시절의 어린이는 분명 우리 안에 깊숙한 곳에서 길을 잃고 방황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길을 잃은 어린아이를 찾아 그의 손을 잡고 앞으로의 여정을 함께 걸어갔으면 좋겠습니다. 그는 분명 현실에 눈이 가려진 우리의 눈을 뜨게 해주고, 인생의 의미를 풍성하게 더해 줄 것입니다. 이런 어린이의 습성을 인생 내내 간직한 이가 있었지요. 바로 예수님입니다. 어린 아이와 같지 않으면 결코 천국에 들어갈 수 없다 하셨던 예수님.. 우리 곁에 있는 어린이들이 명랑한 웃음을 짓고 있노라면 세상 부러울 것 없이 우리도 마냥 행복합니다. 아이들이 웃으면 우리들이 웃게 되고, 그런 모습을 바라보시며 하나님도 흐믓하게 웃고 계실 것입니다. 어린이들을 축복합니다. <2024. 5.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