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 | g1
작성자 : 김영순 (gamsun2) (2003-07-06 오전 05:07 조회수 : 4)
정민 제1신 10. 25. 97
To 정민
눈이 펑펑 쏟아졌다. 오늘밤 집에 가서 엉엉 울리라 이렇게 생각하며
직장이란 곳에서 열심히 일을 했다.
퇴근길 무릎까지 차 오르는 눈 속에서 온수동 뒷산의 그 눈 얘기를 생각 하며
자동차의 눈을 털려고 엉금엉금 기어 나오는데
저 멀리 우산을 받쳐든 두 딸들이 뛰어오지 않는가!!
유영 이와 경록이가 엄마의 운전이 불안해서인지
그 늦은 밤길에 위험을 무릅 쓰고 엄마를 모시러 온 거란다.
엉엉 울리라 했던 나는 기뻐서 깔깔 웃고 말았지.
눈물에 젖어, 목이 메어, 울먹 이며, 그렇게 하얗게 빛나는 눈밭 속을 헤치며
무사히 집으로 돌아왔다.
오늘아침! 창문을 열어보니 여전히 눈보라가 휘몰아 치누나
마치 온 콜로라도를 덮어버릴양으로 말야
편지를 쓰고 있는 중 창밖에는 완정무장을 한 꼬마들이
눈 속에서 허우적거리 며 즐거운 비명을 지르는구나.
이 나이에 함께 뛰놀 수 는 없고 다만 큰소리로 외친다.
"Hi guys, Good morning" 상쾌한 찬바람을 삼키며 영어 한마디했지.
T.V 에서는 두툼한 쉐터 차림의 뉴스 앵커들이 클로즈와 캔슬을 연발하며
공항 도, 학교도, 박물관도, 모든 기관들이 마비 또는 패쇄 됐다고 난리 굿이로구나.
덕분에 경록깡도 오늘 스키장행 계획이 그만 발이 묶이고
내일은 음악회에 가 려고 예약했는데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눈 뭉치의 무게에 힘이 겨워 부러질 듯 흐느적거리는 저 소나무 가지는
흡사 삶에지처 몸부림하는 내 모습 같기도 하고 저 눈밭에 함께 딩굴어줄
정민이 같은 인생길동무가 옆에 없음을 안타까워하며
모처럼의 폭설에 만감이 교차된다 고나 할까
닥터 지바고의 "Some where my love"를 아주 크게 틀어놓고
이 좁 은 방안에 갇혀 혼자만의 눈 잔치를 한단다.
아무튼 오늘 같은 날 너를 생각하기에 너무도 기분이 좋구나.
사랑하는 정민아 이만 안녕을--- Denver에서 영순.
***비디오에 뵈이는 영우아빠 너무 반가웠다 안부 전해드리길....
그리고 영우 영범에게도 안녕과 건강을.... ***
제2신 8월 98년
이리보고 저리 봐도 흠 잡을 때 없는 그대
정이 듬뿍 들어서일까 아부 성이 발동했나
민망해 할까봐 더는 칭찬 못하겠네.
김 사장이란 타이틀을 잃었을 그 때에
택시운전 마다 않던 의지강한 분이시여
영우 아빠 그 기상은 내가 높이 샀더이다.
정민아 뜨거운 포옹으로 너와 이별하지 못 했지만
영우아빠의 고마운 환송을 받으며 우리 가족들은 차례차례 제자리로 돌아왔단다.
그리곤 꿈 속 에서나 다녀온 듯 마음 추스르지 못하고 설레임속에 흔들리기도 하지.
남대문시장 그 골목길이, 복잡한 백화점 구석구석이, 서울거리 한 모퉁이 모퉁이가
슬픔처럼 아른거릴 때면 난 엉터리 3행시인이 되어 집시처럼 방황 하는구나.
한국에서의 짧은기간동안, 난 마치 봄바람에 살랑 이는 새색시 같았는데
이곳 오니 가을낙엽도 아닌 시래기처럼 시들한 아낙으로 전락해 버리고 말았구나.
이러한 내가 정 견디기 어려우면 난 또다시 한국을 찾을지도 모른다.
그게 언젠줄 모르지만 난 그 날을 위해서라도 열심히 살란다.
영우 엄마야 내가 오늘 기분이 울적해서 온통 우울투성이 글이 된 것 같다
밝은 날 다시 밝은 편지 헐란다. 목사님께 안부와 함께 사진 전해드리길...
그리구 혜미 김 또 편지 볼지 모르니 안부 전하고 우리들의 사진 참 예쁘게 잘 나왔지? 안녕.
사진을 보내며....
김이 물씬 서려 있는 듯한 싱싱한 그대
혜성처럼 빛나는 맑고 고운 눈빛하며
미인 만난 장로님은 복도 많지 뭐유.
이쁘지도 않은 것이 잘 나지도 않은 것이
정들은 사람마다 너의 칭송 자자하니
민들레 꽃씨 되어 온 세상에 퍼지누나.
1月22日2000年 정민아! 모기 소리 만한 네 목소리건만 무조건 반가웠다.
지난년말 크리스마스카드 보내놓고 모든 사람 다 떼먹어도
너만은 시침 떼지 않으리라 믿었었는데
너역시 사십평넘는 아파트에 우아한 貴婦人으로 들어앉고 보니
이 아줌마 따윈 눈에 안차나 싶어 많이 섭섭했었다.
내카드 못받았노란 네 말에 그러면 그렇지 넌 분명 배신자는 아니었구나.
한국 갔을 때 정신없이 바삐 돌아다닌 기억만 생생하다만
유독 너를 잠깐 본 그 몇 시간은 꿈인 듯 도깨비한테 홀린 듯 정신을 홀랑 빼놓고 온 것 같더라.
차분하게 회포 풀일이 너무 많았었는데...
또 영우 아빠한테 정주영씨의 '이 땅에 태어나서' 고맙고 우리 집 모든 식구들이 다 읽었노라 던
그 말도 전하지 못한 채 떠나왔음이 아쉽더라
우리 인연이 그렇듯 잠깐 스쳐 지나가는 인연이 아닐 것이로되
지난날로 돌아가서 목청껏 소리지르며 웃음꽃을 피웠어야 했는데
그리고 뱃장좋게 너의 집에 며칠 묵을 수도 있었으련만...
외로움에 굶주린 듯 추억 사냥에 정신 못 차리고 동서남북을 헤매고 다녔음이
허울좋기는 했다만 너무도 시간이 촉박하여 허전함도 없지 않았다.
내 친구와 친척과 가족들과 함께 내 나라 내땅에서 숨쉬고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과연 이방나라에 발붙이고 살아보겠다는 사람들의 마음속에 감도는 쓸쓸함을 짐작이라도 할련지.
적어도 쓸쓸함이란 말은 모든걸 품어안고 한국 안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에겐
어울리지 않을 것임을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절감했었다.
정민아! 인터넷 공짜전화에 난 좀더 가까이 한국과 접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에 무지 흥분했었다
전화상태가 좋지 않아 실망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좋아지겠지.
물론 한국전화 하기가 부담되는 형편은 아닐지라도
양잿물도 마실 것 같은 그 욕심이란 놈 때문에...
난 여전히 친구들에게 편지 쓰기에 몰두하며 스스로를 위로하고
추억 속에 빠져들어 어설픈 공상가 가 되기도 한다만
나를 부추겨주고 장단맞춰 주는 친구는 딱 한사람밖에 없단다.
이 나이에 들어서면 편지한 장 쓰는 게 그토록 어려운 걸까?
하다못해 인사말 다 인쇄된 연하장 하나도 안 보내주는 사람들에게
욕도 하고 협박도 했건만 여전히 무심하니 제풀에 꺾여 내가 먼저 전화하고...
난 이렇게 손해보며 살아간다(??)
정민아! 우리가 만나 나눈 짧은 얘기들 속엔 한편의 꽁트처럼
한마디씩 떠오를 때마다 웃음을 자아내게 하더라
그래! 넌 한편의 '꽁트같은 女子'임이 분명하다.
온수연립이랑 지하 방의 옹색함 속에서도 언제나 명랑한 네웃음소리 흘러나왔고
그것은 바로 幸福을 품어안을수 있는 祝福의 암시였다.
'영우아빠! 천원만!' 하며 교태 부리던 그 시절이 언제이던가 싶게
네 남편 끌어안고 빙빙 돌아가며 탱고 춤을 출 만큼 넓은 거실에
식구마다 한방씩 차지할 수 있는 많은 방이며
넓은 주방에서 가냘픈 네몸매로 왔다갔다하면서
네전용 튀김도하고 멸치도 맛깔스럽게 잘 볶아 내리라
아직까지도 씽크 손잡이에 @@를 부딪치는지??
여전히 씩씩하고 사랑스런 아내가 되거라.
안녕. Colorado에서 영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