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팀 예상과 일기예보의 공통점은 두 가지다. 적중 확률이 대단히 낮다는 것, 그럼에도 한 시즌을 재밌게 관전할 소재가 된다는 것이다.”- 1969년 시즌을 앞두고 뉴욕 메츠 길 호지스 감독
열전(熱戰)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정확히 5일 후면 2014 프로야구가 7개월간의 대장정에 들어간다. 신생구단 KT를 제외한 기존 9개 구단은 올 시즌 포스트 시즌 진출과 한국시리즈 우승을 거머쥐기 위해 겨우내 비지땀을 흘렸다. 그리고 이제. 그 결실을 맺으려 한다.
새 시즌을 앞두고 <스포츠춘추>는 스포츠채널 방송 4사 메인 야구해설가들로부터 올 시즌 전망을 들었다. 각 방송사를 대표하는 MBC SPORTS+ 허구연, SBS ESPN 이순철, KBS N SPORTS 이용철, XTM 이효봉 해설위원은 저마다 9개 구단의 키포인트를 설명하며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했다. 그러면서 한 목소리로 “9개 구단 모두가 겨우내 전력 강화에 애쓴 까닭에 올 시즌엔 다른 해처럼 확실한 ‘절대 약팀’과 ‘절대 강팀’이 보이지 않는다”며 “역대 시즌 가운데 올 시즌처럼 전력 평준화가 이뤄진 해도 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평했다. 다시 말해 시즌 전망을 하는 게 절대 녹록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해설가들이 고민 끝에 인터뷰에 응한 건 올 시즌 전망과 예상의 적중 여부와 상관없이 야구팬들이 새 시즌을 재밌게 관전할 수 있는 소재가 되리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자, 그렇다면 방송 4사 메인 해설가들이 예상한 올 시즌 4강 진출팀과 우승팀 그리고 주목할 선수는 누구일까. <스포츠춘추>가 방송 4사 메인 해설가들의 전망을 다양한 그래픽을 통해 표현해봤다. 그리고 9개 구단 저마다의 ‘화두’를 중심으로 각팀 전력을 분석해봤다. (* 5각 그래프의 각 항목은 10점 만점이며, 해설위원 이름 옆에 있는 점수는 5가지 항목의 총점임. 점수 밑의 글은 각 해설위원의 한줄 코멘트)
1. 수성(守成) : 삼성의 4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은 가능할까.
“올 시즌 우승팀이요? 우리 빼고 8개 구단이 다 우승 후보 아입니꺼. 삼성이요? 솔직히 우리는 꼴찌 후보지예. 꼴찌.” 시범경기 중 삼성 류중일 감독이 한 말이다.
류 감독은 지난해 3년 연속 정규 시즌 1위와 한국시리즈 우승을 동시에 달성했다. ‘야신’ 김성근(원더스), ‘V10'의 김응용(한화) 감독도 이루지 못한 프로야구 사상 초유의 대기록이었다. 류 감독의 리더십이 여전하고, 지난해 한국시리즈 우승 멤버를 고스란히 보유하고 있기에 많은 야구전문가는 올 시즌에도 삼성을 ‘우승 0순위’로 꼽는다. 대표적인 이가 XTM 간판 해설가 이효봉 위원이다.
이 위원은 “외국인 투수 2명에 장원삼, 윤성환, 배영수, 백정현이 버틴 삼성 선발진은 여전히 국내 최고”라며 “오승환이 빠져 불펜진에 공백이 생겼지만, 차우찬이 불펜투수로 뛴다면 사정이 달라질 것”이라는 말로 삼성의 철옹성 같은 마운드가 결국 팀을 한국시리즈 4연패로 이끌 것이라 예상했다.
만약 그렇다면 류 감독의 ‘꼴찌 발언’은 앓는 소리로 그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야구계 일부에선 류 감독의 발언을 “현실적이고도 타당한 우려”라고 본다. 이유는 팀 전력 정체다.
과거 삼성은 ‘돈성’이란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거액을 투자해 특급 FA를 영입했다. FA가 어려우면 역시 거액을 들여 다른 팀 선수를 트레이드해왔다. 그러나 2011년 이후 삼성은 외부 영입보단 내부 유망주 육성에 주력했다. 능력 좋은 운영팀과 삼성 특유의 시스템 야구가 빛을 내며 결과는 3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어졌다.
문제는 그때만 해도 ‘영입도 없었지만, 유출도 없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오프시즌은 달랐다. 영입은 없고, 유출만 있었다. 2005년부터 삼성 뒷문을 지킨 ‘절대 마무리’ 오승환이 일본 프로야구 한신 타이거스로 진출했고, 지난해 리그 1번 타자 가운데 가장 높은 출루율(0.402)을 자랑했던 배영섭은 입대했다.
마무리, 1번 타자를 한꺼번에 잃은 류 감독은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싸워야 하지 않겠느냐”며 비장한 각오를 드러내고 있지만, 야구계는 “유망주 육성도 한계가 있다”며 “삼성이 지금 전력을 계속 유지하려면 외부 영입에도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2. 대안(代案) : LG는 ‘200이닝 투수’ 리즈 공백을 메울 수 있을까?
2012년까지만 해도 LG는 세 가지 평가와 무관한 팀이었다. ‘불펜진이 강하다’ ‘젊은 타자들이 돋보인다’ ‘선수층이 두텁다’는 게 그것이었다. 하지만, 이젠 반대다. LG는 세 가지 평가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는 팀으로 변신했다.
실제로 지난해 LG 불펜진은 평균자책 3.40(1위), 86홀드(1위)로 리그에서 가장 안정된 마운드를 구축했고, 정의윤·문선재·김용의 같은 젊은 타자들은 베테랑이 즐비한 타선에서 ‘젊은 피’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했다. 시범경기까지 불펜진과 젊은 야수들의 활약에 특별한 난조가 없었기에 갑작스러운 부상만 조심한다면 한 지난해의 활약을 올 시즌에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MBC SPORTS+ 허구연 위원은 “무엇보다 LG 선수층이 두터워졌다는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올 시즌 9개 구단의 투수진과 야수진 백업요원을 살폈을 때 LG만큼 탄탄한 백업층을 갖춘 팀도 없다”고 단언했다.
데이터와 스탯으로 측정할 수 없는 팀 분위기도 최상이다. LG 선수들은 “김기태 감독님의 계약기간이 올 시즌으로 종료한다. 김 감독님과 계속 야구를 함께 하려면 성적을 내는 길밖에 없다”며 “꼭 좋은 성적을 거둬 감독님께 재계약의 기쁨을 안겨드리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물론 변수도 있다. ‘에이스’ 레다메스 리즈의 공백이다. 지난해 KBO리그에서 유일하게 200이닝 이상을 던진 리즈는 오프 시즌 기간 중 팀을 떠났다. 이로써 LG는 1선발을 잃게 됐다. 지난해 LG 선발진에서 규정이닝을 채운 투수는 리즈와 우규민뿐이었다. 리즈만한 대안을 찾기가 현실적으로 힘들다는 걸 고려하면 LG는 생각보다 큰 후유증을 앓을 수 있다. 그러나 허 위원은 “LG가 중량감 넘치는 외국인 투수와 계약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안다”며 “만약 이 투수가 LG 유니폼을 입는다면 리즈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3. 모험(冒險) : 니퍼트 - 볼스테드는 잠실 ‘트윈 타워’가 될 수 있을까?
전력 누수로 따진다면 두산만큼 치명타를 입은 팀도 없다. FA(자유계약선수)로 풀린 이종욱, 손시헌(이상 NC), 최준석(롯데)을 한꺼번에 잃었다. 여기다 2차 드래프트를 통해 이혜천, 임재철, 김상현, 서동환, 정혁진이 팀을 떠나는 걸 속절없이 지켜봐야 했다. 베테랑 김선우는 코치직 제안을 마다하고, LG로 둥지를 옮겼다.
그러나 당시 두산은 “좋은 선수들이 떠나 마음이 아프지만, 어쩌면 올 시즌이야말로 젊은 선수들이 성장할 절호의 기회일지 모른다”며 “외국인 선수들도 잘 뽑아 생각보다 전력 누수는 크지 않을 것 같다”고 자신했다.
과연 두산의 자신감은 지금도 유효할까. 새 외국인 투수 크리스 볼스테드는 평이 좋다. 한국 타자들이 취약점을 드러내는 싱커성 공이 주무기인데다 시범경기에서 꾸준히 시속 140km 중후반대의 속구를 던졌다. 여기도 커브 질도 무척 좋았다. 두산 내야진이 땅볼 처리만 잘해준다면 볼스테드는 203cm의 더스틴 니퍼트와 함께 잠실 ‘트윈타워’로 우뚝 설 것으로 보인다.
반면 호르헤 칸투에 대한 기대는 반반이다. 칸투는 미야자키 스프링캠프서부터 “장타력이 뛰어나다”는 평을 들었다. 그러나 줄곧 칸투를 연구한 다른 팀 전력분석요원들은 “장타력은 좋을지 몰라도 선구안은 썩 인상적이지 않았다”며 “자칫 공갈포로 그칠 확률도 없지 않다”고 분석했다. 긍정적인 부분이 있다면 설령 칸투가 부진해도 원체 오재일의 컨디션이 좋아 두산 타선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재일교포 송일수 감독에 대한 평도 반반으로 엇갈린다. 일부 야구인은 “한국야구를 잘 모르고, 지도자 경험도 일천한 송 감독이 과연 일본 프로팀과는 생판 다른 한국 프로팀을 제대로 이끌지 의문”이라며 “두산의 송 감독 선임이 ‘실패한 모험’으로 끝날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반면 다른 견해를 가진 야구인들은 “지난해 야구계에서 ‘무능의 대명사’처럼 묘사됐던 김진욱 감독도 두산을 한국시리즈까지 이끌지 않았느냐”고 반문하고서 “지연, 학연, 편견, 선입견이 덜한 송 감독이 두산 선수들의 가능성을 더 잘 이끌어낼 수도 있다”며 “결국 야구는 감독이 아니라 선수가 하는 것”이라는 말로 송 감독에 대한 우려가 기우일 수 있음을 나타냈다.
방송 4사 해설위원들은 “두산의 키는 마무리 이용찬이 쥐고 있다”며 “이용찬이 버틴 불펜진의 활약 여부에 따라 올 시즌 두산의 운명이 바뀔 것”이라고 내다봤다.
4. 승부(勝負) : 넥센의 더 큰 도전은 성공을 거둘 수 있을까?
2011년 넥센은 FA 이택근과 4년·50억 원에 계약하며 환호와 비난에 시달렸다. 환호는 난생처음 외부 전력 보강을 맛본 넥센팬들이 보낸 것이었고, 비난의 주체는 “FA 몸값을 폭등시켰다”고 판단한 타구단들이었다.
넥센은 그후 FA 영입에 나서지 않았다. 이번 오프 시즌도 예외는 아니었다. 가뜩이나 넥센은 기존 외국인 투수 2명과 재계약하고, 외국인 타자도 ‘준척’으로 평가된 토니 로티노를 영입하는 데 그쳤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넥센을 올 시즌 전력 보강에 가장 성공한 팀으로 꼽는 야구전문가가 많다. 이유는 2차 드래프트에서 LG 유망주 강지광을 영입했기 때문이다.
넥센 염경엽 감독으로부터 일찌감치 ‘제2의 박재홍’으로 평가된 강지광은 시범경기에서 12경기에 나와 34타수 10안타 3홈런 5타점 타율 0.294로 펄펄 날았다. 이용철 위원은 “파워만 따진다면 박병호와 큰 차이가 느껴지지 않는다”며 “2012년 서건창, 2013년 문우람에 이어 올 시즌엔 강지광이 넥센의 최대 히트 상품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두산과의 트레이드를 통해 데려온 윤석민도 히트 상품이 될 가능성이 크다. 넥센 염경엽 감독도 윤석민을 ‘백업’이라 부르지 않고, ‘주전 백업’이라 칭한다. 염 감독은 “여러 의미에서 윤석민을 ‘포스트 강정호’로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는데, 일부 야구계 인사는 “만약 강정호가 올 시즌을 끝으로 국외리그에 진출한다면 윤석민이 유격수를 맡을 수도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모 구단 운영팀장은 “많은 이가 큰돈을 들여 FA를 영입하는 걸 전력 보강으로 알고 있지만, 진정한 전력 보강은 넥센처럼 2차 드래프트나 트레이드를 통해 알짜배기 선수들을 데려오는 것”이라며 “KBO리그에서 가장 프로다운 팀은 넥센”이라고 강조했다. 덧붙여 이 팀장은 “만약 4강 진출 확신이 서면 넥센은 곧바로 우승을 노릴 것”이라며 다음과 같이 전망했다.
“메이저리그 팀들은 성적에 대한 확신이 서면 몇몇 유망주를 희생하고 즉시 전력감을 트레이드해온다. 미국식 구단 운영을 지향하는 넥센이라면 올 시즌 4강 진출 확신이 섰을 때 그와 같은 방식으로 승부수를 던질 수도 있을 것이다. 넥센은 프런트과 현장의 의사진행이 신속하므로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라고 본다. 어쩌면 그것이 넥센이 최대 장점이자 가장 무서운 점일지 모른다.”
이용철 위원은 “1선발 브랜든 나이트가 2012년처럼 에이스다운 투구를 보여준다면 넥센은 4강 진출을 넘어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노릴 수 있을 것”이라며 “반대로 지난해처럼 부진하다면 넥센은 잘해야 4강에 오르는 것으로 만족해야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허구연 위원 역시 “나이트, 앤디 밴 헤켄 모두 오랫동안 KBO리그에서 뛰며 전력 노출이 다 된 상태”라며 “두 투수의 분전 여부에 따라 올 시즌 넥센 성적표가 바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방송 4사 해설위원들은 같은 악보를 바라보는 성가대원처럼 입을 모아 ‘올 시즌 가장 주목할 타자’로 넥센 4번 타자 박병호를 꼽았다. 정규 시즌 MVP에 가장 근접한 선수 역시 공히 박병호를 지목했다. 만약 박병호가 해설위원들의 예상대로 3년 연속 정규 시즌 MVP에 오른다면 ‘국민 타자’ 이승엽(2001~2003)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다.
5. 부활(復活) : 롯데는 다시 포스트 시즌에 진출할 수 있을까?
롯데는 오프 시즌에서 가장 바쁘게 움직인 팀이다. 성과도 좋았다. 많은 구단이 탐내던 FA 강민호를 주저앉혔고, 중심타선 보강 차원에서 추진한 최준석 영입에 성공했다. 성사되진 않았지만, 100억 원 이상의 실탄을 준비해 윤석민 영입에 나서기도 했다.
이전엔 볼 수 없던 롯데의 적극적인 전력 보강 움직임에 야구계는 “지난해 포스트 시즌 탈락이 롯데에 큰 충격을 준 것 같다”며 “롯데가 이전에 볼 수 없던 공격적인 투자로 부활을 노리고 있다”고 평했다.
지금 전력만 본다면 롯데는 강력한 4강 후보다. 이용철 위원은 롯데를 우승 후보로까지 꼽았다. 이 위원은 “좌완 에이스 장원준이 경찰청에서 제대하며 선발진이 훨씬 좋아졌고, 그간 부상으로 침체했던 정대현이 부활한 덕분에 불펜진이 월등히 강해졌다”며 “‘손아섭 - 최준석 - 루이스 히메네스 - 강민호’로 이어지는 중심타선도 다른 팀과 견줘 모자람이 없다”는 말로 롯데를 우승 후보로 꼽은 이유를 설명했다.
이효봉 위원도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를 관전하며 정대현의 컨디션이 무척 좋아졌다는 징후를 여기저기서 발견할 수 있었다”며 “과거 마무리 부재로 시달렸던 롯데가 이젠 정대현, 최대성, 김성배 등 세 명의 마무리 후보를 보유한 ‘불펜 강팀’이 됐다”고 평가했다.
이순철 위원은 “역시 마무리는 경험이다. 빠른 공이 돋보이는 최대성과 지난해 롯데 뒷문을 담당한 김성배도 좋은 투수지만, 마무리 경험이 풍부한 정대현이 올 시즌 롯데 클로저를 담당하는 게 어떤가 싶다”며 “어느 투수가 마무리를 맡든 롯데 불펜진은 큰 변수가 없는 한 안정적으로 운용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투수진은 강하나, 타선은 아직 의문이라는 게 해설위원들의 중평이었다. 허구연 위원은 “최준석, 루이스 히메네스 영입으로 중심타선은 강화됐으나, 1·2번 테이블세터진은 여전히 숙제”라고 언급했고, 이순철 위원은 “야구는 평균이 지배하는 스포츠”라며 “최준석과 히메네스가 과연 단기전이 아닌 장기 레이스에서 어떤 활약을 펼칠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6. 반격(反擊) : SK ‘좌완 듀오’ 김광현 - 박희수는 건재할 수 있을까?
SK는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팀은 아니다. 그러나 확실한 전통이 있다. 그 전통은 ‘웬만하면 가는 FA 잡지 않고, 오는 FA도 잡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내부 유망주 육성에 올인한 것도 아니다. SK는 ‘2000년대 최강팀’이란 찬사가 무색할 만큼 NC, KT 등 신생구단을 제외한 기존 8개 구단 가운데 유일하게 아직도 2군 전용 훈련장이 없다. 이번 오프 시즌에도 SK는 전통을 지켰다. FA 정근우를 잡지 못했고, 외부 FA 영입도 없었다.
그러나 놀랍게도 SK 전력을 낮춰 보는 야구전문가는 드물다. 반대다. 우승 후보로 꼽는 전문가도 있다. 이순철 위원은 4명의 해설가 가운데 유일하게 SK를 우승 후보로 지목했다. 이 위원은 “지난해만 해도 SK는 누적 부상자가 많아 제대로 시즌을 치르는 것조차 어려웠다”며 “그러나 올해는 ‘에이스’ 김광현을 비롯해 대부분의 주전 선수들이 회복해 SK 특유의 짜임새 있는 야구를 펼칠 수 있게 됐다”고 분석했다.
이 위원은 “김광현이 시즌 끝까지 에이스 자릴 지켜준다면 다른 선발투수들에게 미칠 긍정적 효과가 상당할 것이고, 팀에도 확실히 좋은 기운을 안겨줄 것”이라며 “그러나 김광현이 다시 부상으로 주춤한다면 SK의 반격 역시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허구연 위원은 ‘FA 효과’에 주목했다. 허 위원은 “최정, 김강민, 박재상, 조동화, 이재영, 김상현, 박진만, 나주환 등 예비 FA 8명이 ‘대박 계약’을 위해 올 시즌 젖먹던 힘을 다해 뛸 게 분명하다”며 “만약 이 선수들이 개인 성적뿐만 아니라 팀 성적에도 관심을 기울인다면 SK는 예상 외의 파괴력을 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용철 위원은 “김광현만큼이나 마무리 박희수의 호투가 매우 중요하다”며 “박희수의 건강이 올 시즌 SK의 키를 쥐고 있다”고 밝혔다.
7. 도전(挑戰) : NC는 역대 신생팀 최단 기간 PO 진출에 성공할까?
“NC가 무슨 4강 전력이야? 우승 전력이지.” 한화 김응용 감독의 말이다. 김 감독의 발언은 지나친 과장일지 모른다. 그러나 분명한 건 많은 야구인이 NC를 올 시즌 가장 강력한 4강 다크호스로 꼽는다는 것이다. ‘한국 최고의 베테랑 해설가’ 허구연 위원도 그 가운데 한 이다. 허 위원은 해설위원 가운데 유일하게 지난 1월말 NC의 미국 투산 스프링캠프를 찾아 오랫동안 취재했다. 그리고 이번 설문에서 4명의 해설위원 중 역시 유일하게 NC를 4강 후보로 꼽았다. 이유는 뭘까.
“대개 팀들은 외국인 투수에게 ‘기본 10승’을 바란다. 만약 ‘기본 10승’이 평범한 기대라면 NC처럼 외국인 투수가 3명이나 되는 팀은 매우 유리하다. 가뜩이나 NC 외국인 투수 3명 모두가 수준급이기에 30승 합작도 기대할 수 있다. 여기다 4선발이 지난해 신인왕 이재학임을 고려하면 NC 선발진은 다른 팀과 견줘 절대 떨어지지 않는다.
타격도 괜찮다. 외국인 타자 에릭 테임즈가 시범경기에서 합격 판정을 받았고, 나성범과 모창민은 더 성장할 거다. 무엇보다 FA 외야수 이종욱, 내야수 손시헌을 영입하며 내·외야진, 테이블세터진, 하위타선 강화에 동시 성공한 건 NC 경영진의 묘수다. 시즌 중반 젊은 유망주들이 가세해 의외의 활약을 펼친다면 NC는 창단 2년 만에 포스트 시즌 무대를 밟을 수 있을 것이다.“
만약 NC가 1군 진입 2년 만에 포스트 시즌에 오른다면 야구계엔 ‘충격과 공포’가 될 것이다. 참고로 역대 신생팀 가운데 가장 빨리 포스트 시즌에 진출한 건 빙그레(한화의 전신)로, 1군 진입 3년 만인 1988년 한국시리즈에 올랐다.
물론 희망찬 전망만 있는 건 아니다. 이효봉 위원은 “NC가 4강에 오르려면 8개 팀 가운데 5개 팀을 끌어내려야 한다는 소리”라며 “현실적으로 NC보다 약한 팀이 5개 이상 돼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순철 위원 역시 “지난해 1군 경험은 NC엔 큰 부담이 없는 ‘보너스 시즌’ 개념이었다”며 “과연 지난해처럼 올 시즌에도 부담 없이 경기를 치를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밝혔다.
8. 효과(效果) : KIA의 ‘AG 로이드’ 효과는 ’FA 로이드‘를 능가할까?
KIA는 악재와 호재가 혼재한 팀이다. ‘에이스’ 윤석민이 메이저리그로 무대를 옮기고, 중견수 이용규가 한화로 떠난 건 분명 악재다. 이효봉 위원은 “KIA가 거액을 들여 FA들을 영입했어도 윤석민, 이용규를 능가하는 선수는 데려오지 못했을 것”이라며 두 선수의 이탈이 KIA 투타에 미치는 영향을 “상당할 것”으로 예상했다.
물론 호재도 있다. 야구계는 KIA가 영입한 외국인 선수 3명과 ‘이용규의 대안 외야수’ 이대형에 대해 긍정적인 평을 내놓고 있다.
먼저 선발요원 데니스 홀튼이다. 홀튼은 국내 몇몇 팀이 탐냈던 외국인 선발투수다. 일본 요미우리 자이언츠에서 뛸 때부터 ‘10승은 기본’이란 평을 들었다. 그러나 홀튼의 몸값이 원체 비싼 통에 한국팀뿐만 아니라 웬만한 일본팀에서도 영입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지난해 홀튼은 요미우리에서 2억7천만 엔(약 28억 원)을 받았다.
그런 홀튼 영입을 위해 KIA는 과감하게 지갑을 열었다. 시범경기에서 홀튼의 활약만 본다면 KIA의 판단은 일단 틀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홀튼은 노련한 투구로 상대 타자를 가볍게 제압했다. 이순철 위원은 “마무리 투수 하이로 어센시오도 ‘오승환급’이란 인상은 받지 못했지만, 시범경기에서의 투구 내용은 전체적으로 나쁘지 않았다”며 “홀튼도 홀튼이지만, 어센시오가 잘해줘야 KIA의 최대 약점으로 꼽히는 불펜진이 안정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허구연 위원은 “SK의 장점으로 ‘FA 로이드 효과’를 꼽는 이가 많은데, KIA 역시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는 ‘당근’이 있다”며 그 당근을 ‘AG 로이드 효과’라고 표현했다.
“KIA엔 나지완, 김선빈, 안치홍 같은 병역미필 선수가 많다. 이들이 병역혜택을 받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는 올해 인천에서 열리는 아시아경기대회(AG 대회)에 참가해 금메달을 따는 것이다. 모르긴 몰라도 이 선수들은 올해 눈부신 활약을 펼쳐 아시아경기대회 야구 대표팀에 승선하는 걸 가장 큰 목표로 삼고 있을 것이다. 올 시즌을 잘 보라. ‘FA 로이드’만큼 ‘AG 로이드 효과’가 만만치 않다는 걸 확실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효봉 위원은 “선 감독이 변하고 있다”는 말로 KIA 벤치 변화가 선수단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내다봤다. 이 위원은 “선 감독이 선수들과 대화를 늘리는 등 본격적인 소통에 나서고 있다”며 “KIA는 불펜진을 제외하곤 문제점보단 장점이 많은 팀인 만큼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이 하나로 뭉친다면 2009년처럼 돌풍의 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9. 실험(實驗) : 한화는 투자 대비 효과를 거둘 수 있을까?
한화는 오프 시즌 최고 승자다. 팀 내 FA 선수들과 모두 계약했고, FA 최대어였던 정근우, 이용규를 한꺼번에 잡았다. 외국인 선수 영입에도 온 힘을 기울여 프로야구 사상 외국인 선수 최고액인 80만 달러(구단 공개액 기준, 이적료 제외)를 투자해 앤드류 앨버스에게 한화 유니폼을 입혔다.
투수 케일럽 클레이와 타자 펠릭스 피에도 일본 프로팀에서 군침을 흘리던 외국인 선수들이었지만, 구단 경영층의 발빠른 판단과 운영팀, 스카우트팀의 노력 덕분에 영입할 수 있었다.
한화 김응용 감독은 “확실히 지난해보다 팀이 강해진 느낌”이라며 “기존 선수들만 각성한다면 올 시즌엔 한 번쯤 승부수를 던져도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중요한 건 기존 선수들의 각성이 얼마만큼 성공을 거두냐다. 모 감독은 “외국인 선수 3명과 정근우, 이용규의 가세로 한화 전력이 좋아진 건 사실이지만, 기존 전력이 원체 떨어져 올 시즌 한화가 4강 싸움을 펼치긴 힘들 것”이라며 “한화가 강팀이 되려면 이번 오프 시즌처럼 대대적인 투자를 최소 2년 정도는 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만약 한화의 투자가 당장 올 시즌 성공으로 이어진다면 구단들의 투자는 더욱 가속될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한화의 실험이 실패로 끝난다면 선수단 투자에 나서려던 구단은 숨고르기에 들어갈지 모른다. 중요한 건 1군 성적과 관계없이 한화의 투자는 이미 효과를 내고 있다는 것이다.
이용철 위원은 “2년 남짓 짧은 기간 동안 한화가 이룩한 구장 개선과 팬 서비스, 2군 인프라 구축 등은 타구단을 압도하는 것이다. 팀 성적을 핑계로 미온적이고 수동적인 자세를 보이는 타구단과 달리 한화 프런트는 ‘성적은 성적, 팬 서비스는 팬 서비스’라는 마음가짐으로 일하고 있다”며 “다른 건 몰라도 한화의 팬 서비스와 인프라 투자는 이미 성공을 거두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