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암 예방과 만성질환 관리
암 경험자 '2차 암' 확률도 '2배' 주의를 고혈압·당뇨 등 만성질환 암 환자 관리·예방 중요 정기검진 통한 조기 발견…식습관·운동 등 병행을
최근 암 치료 기술의 발달과 암 조기검진 프로그램의 보편화로 암이 완치되고 장기간 생존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지난 2008년부터 2012년 암발생자의 5년 생존률은 68.1%로, 최초 암 진단 이후 3명중 2명이 5년 이상 생존하는 셈이다.
암이 완치되고 장기간 생존하는 분들을 암생존자 또는 암경험자라고 하는데, 이런 암 경험자가 많아지면서 암 치료후 삶의 관리에 대한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김연표 화순전남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의 조언을 통해 2차 암 예방과 만성질환 관리 방법 등을 살펴본다.
◆암 경험자의 만성질환 관리
일단 암 치료를 마친 후에는 원발암, 즉 환자가 직접 치료 받았던 암과 관련된 건강문제는 줄어들지만, 원발암이 아닌 이차암이 발생해 주의가 요구된다.
암 이외에도 고혈압, 당뇨, 심혈관 질환, 뇌졸중 같은 만성질환을 경험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건강문제들은 너무나 포괄적이어서 실제 진료 현장에서는 암환자를 집중적으로 치료하고 재발을 감시하는 것에 몰두해야 하는 암 전문의의 관리만으로는 제한점이 많다.
이에 암 경험자를 대상으로 이차암을 예방하기 위한 검진과 예방접종, 만성질환 관리, 개별적인 건강생활습관 등을 통합적으로 진료할 의료서비스가 필요하다.
2차 암은 암 재발 및 전이와 혼동되기 쉽지만 전혀 다른 의미이다. 재발은 원래 발생했던 암세포가 모두 제거되지 못하고 남아있다가 같은 부위에서 다시 발생되는 것을 의미하고, 전이는 기존의 암세포가 혈관이나 림프선을 타고 다른 부위에 발생되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이차 암이란 이전에 암을 치료 받은 사람이 기존의 암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암이 발생되는 것을 말한다.
한번 암에 걸렸던 사람들은 일반인에 비해 2차 암에 걸릴 위험이 2배 이상 높다. 유전적 원인과 흡연, 비만 등 암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진 환경적 요소가 갖추어져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암 진단 후에도 나쁜 생활습관(흡연, 비만, 운동부족 등)을 여전히 버리지 못한 사람들은 2차 암에 더욱 유의해야 한다.
2차 암 역시 조기에 발견해 적절한 치료를 시행하는 것이 효과적인 치료법이다.
따라서, 정기적인 암 검진이 중요하다.
원발암 종류와 치료방법, 가족력 여부, 흡연이나 비만 여부에 따라 2차 암 발생 위험도가 달라지므로 담당의사와 상의해 맞춤형 검진을 시행해야 한다.
하지만 일반적인 권고 수준의 암 검진도 암 경험자의 10명중 3명만 받는데 그치고 있다.
암 경험자의 상당수는 암이 아닌 다양한 동반 질환들이 주요 사망 원인으로 나타나고 있다.
장기간 생존한 암환자들은 암 이외에도 심혈관 질환이나 뇌졸중, 당뇨로 인한 합병증 등 만성질환으로 사망한다는 것이다.
누구에게나 암 치료는 힘들고 버거운 일이겠지만, 만성질환을 가진 암환자들은 암 치료 때문에 만성질환 치료가 잘 되지 않아 여러 가지 합병증상이 발생해 주의가 요구된다.
또 암과 암 치료가 환자를 만성질환의 발생을 촉진하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암 경험자 일수록 보통사람들보다 만성질환을 더욱 철저하게 관리하고 예방해야 한다.
◆고혈압과 이상지질혈증
고혈압은 일반인 뿐 아니라, 암 경험자에서도 매우 흔한 동반 질환이다. 또 고혈압은 뇌졸중과 심혈관 질환들을 초래해 30~50% 사망률을 증가시키는 주요한 원인이 된다. 이밖에 고혈압이 있는 환자들은 정상인 혈압인 환자보다 사망률이 높다고 알려져 있다.
특히 위암, 폐암, 대장암 환자에서 고혈압이 있을 때 사망률이 훨씬 더 높다.
정상 혈압이었던 환자의 암 치료 과정에서, 심장 근육에 자극을 주는 항암제가 포함된 치료를 받았거나, 심장부위가 포함된 방사선 치료를 받은 환자라면 고혈압 발생이 증가하고, 심혈관 질환으로 인한 합병증이 발생할 수도 있다.
따라서 고혈압이 있는 암 경험자들은 일반인들보다 더욱 철저하게 혈압을 관리해야 한다. 또 지금 고혈압이 없더라도 고혈압의 예방에 적극 힘써야 한다.
이상지질혈증은 혈액중에 지질(콜레스테롤)이 과다하게 많이 함유돼 있는 상태를 말한다. 콜레스테롤이 혈액 내에 과다하면 동맥벽에 침착돼 혈관 내경이 좁아져서 혈액이 잘 흐르지 못하게 되는 동맥경화 등을 일으킬 수 있다.
이상지질혈증 역시 암 경험자에서 흔한 동반 질환이며 심혈관 질환의 주요 원인이 된다. 전립선암 환자에서 시행하는 남성호르몬 억제요법은 총 콜레스테롤을 상승시킬 수 있고, 유방암환자 치료에 사용되는 아로마타제 억제제는 지질 이상소견이 잘 나타나 심혈관 질환 위험성을 증가시킨다.
이상지질혈증의 위험이 증가하는 암 환자들은 정기적으로 혈액검사를 시행해 혈중 지질검사를 모니터링 해야 한다.
이상지질혈증은 신체활동 증가와 식이조절 등 생활습관 관리로 개선시킬 수 있으며, 생활습관 개선에도 혈중 지질이 잘 조절되지 않으면 조기에 지질강하제 등의 약제를 사용해 볼 수 있다.
◆당뇨와 골다공증
당뇨는 혈액 속의 포도당을 일정하게 유지하도록 조절해 주는 호르몬인 인슐린의 합성과 분비가 잘 이뤄지지 못하거나 분비된 인슐린이 제 역할을 잘해 내지 못할 때 발생한다. 당뇨병은 암을 경험한 사람에서 더욱 흔히 발생할 뿐 아니라 당뇨 자체가 암 발생의 위험과도 관련이 있어 2차 암의 발생과 기존의 암의 예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또 장기간 생존한 암환자들에서 당뇨로 인한 합병증이 주요한 사망원인이 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암환자들은 평소 식습관과 생활습관 개선을 통해 당뇨 예방에 힘써야 하고, 특히 이미 당뇨로 진단 받은 암 경험자들은 철저한 혈당관리를 통해 당뇨로 인한 합병증 예방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당뇨는 조기에 발견하여 철저한 혈당관리를 하는 것이 당뇨 합병증 발생을 줄이는 등 예후에 큰 영향을 준다. 따라서 당뇨 발생의 위험이 높은 환자들은 조기에 정기적인 선별검사를 벌여 치료하는 것이 암 경험자의 건강 증진에 도움이 된다.
당뇨병의 진단은 간단한 혈액검사를 통해 공복혈당이나 당화 혈색소등의 수치를 측정해 시행할 수 있으므로 주기적인 당뇨 선별검사가 모든 암 경험자에서 권고된다.
골밀도가 감소되어 나타나는 골다공증은 보통은 폐경이 된 중년여성에서 많이 발생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암으로 치료 받고 장기간 생존하는 환자들에서 골다공증은 흔한 문제이며, 남녀 모두에게서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유방암 환자에서 암 치료로 인해 조기 폐경이 되거나 아로마타제 억제제로 치료를 받은 경우에 골밀도 저하가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또 전립선암 환자에서도 남성호르몬 억제요법을 시행했을 때, 골밀도 저하가 증가한다. 이외에도 골수 이식 후, 고용량의 스테로이드 치료를 받은 소아암 환자나, 위 절제술로 칼슘 흡수 능력이 떨어진 위암 환자에게서도 이런 골다공증 발생이 증가한다.
이런 조건의 환자들은 치료 후 6~12 개월 이내에 골밀도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또 아직은 골다공증이 아니라 하더라도 규칙적인 운동을 하고, 적정 체중을 유지하며, 칼슘과 비타민 D 보충을 통해 골다공증 예방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운동은 도보나 조깅 등이 좋고, 식사는 골고루 하되 커피, 콜라 같은 카페인 음료는 골밀도를 감소 시키므로 피하는 것이 좋다. 또 금연을 실천해야 하며, 음주 역시 제한해야 한다.
김연표 교수는 "암 경험자들은 2차암을 예방하기 위한 정기검진과 예방접종, 만성관리 질환 등 통합 의료진료 병행돼야 한다"며 "전문의와 상의해 조기에 치료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