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과에서 만난 불안(佛眼)
오늘 안과에서 눈 검사를 받았다.
시신경 두께를 보고, 안압을 재고, 시야검사를 했다.
모니터에는 색으로 표현된 시신경 지도가 나오고
의사는 “전반적으로 정상인데, 한 부분이 조금 얇습니다”라고 말했다.
안압도 정상, 시야검사도 이상 없음.
그렇게 ‘눈’은 아무 문제 없다는 확인을 받았다.
그런데 문득 벽에 걸린 글씨가 눈에 들어왔다.
佛眼獨目
부처의 눈은 둘로 나뉘지 않는 하나의 눈이라는 뜻.
순간 웃음이 났다.
나는 지금
눈의 두께를 측정하고 있는데
저 글은 ‘본다는 것’ 자체를 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기계는
빛을 받아들이는 구조를 보여주고
의사는
그 구조의 정상 여부를 말해주고
저 글은
그 모든 과정을 넘어
‘있는 그대로 본다’는 것을 말하고 있었다.
눈으로 보는 것과
본다는 것을 아는 것.
그 사이에 묘한 겹침이 있었다.
시신경이 조금 얇다는 말을 들으면서도
나는 전혀 불안하지 않았다.
오히려 분명해졌다.
이 눈도
이 시신경도
이 인식도
모두 조건 따라 드러난 작용일 뿐이라는 것.
불안독목이라는 글자를
멋들어지게 걸개로 걸어놓은
안과에서.
불자의 향취가 스쳤다.
육안(肉眼)을 점검하고
불안(佛眼)을 떠올린 날.
이 묘한 만남이
괜히 웃음을 남긴다.
첫댓글 제가 불안돈목이라는 말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초딩부터 그렇습니다.
궁예) 방님 취향 : 불안다목
맞음. 돼지 눈에는 돼지만 보일지 모르지만, 사람 눈에는 사람도 보이고 돼지도 보임, 부처님 눈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