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토아이코의 "뭐가 우습나" 07
何がおかしい(2020 佐藤愛子)
07 하늘을 나는 글자
홋카이도의 별장에 머물고 있는 여름 동안, "원고는 어떻게 보내 주실 겁니까? 팩스로 보내주실 겁니까?" 라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지방 거주의 작가에게는 팩스를 이용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그러나 나는 팩스입니까? 라고 물어 오면 "나는 팩스를 사용할 정도의 현대식 작가가 아닙니다!"라고 퉁명스럽게 답한다. "팩스입니까"라는 말만 듣고도 퉁명스레 나오는 나의 응대에 상대가 민망해 할 것을 알면서도 그렇게 말해 버리고 만다. 팩스, 워드프로세스, 퍼스널 컴퓨터 따위는 모두 내가 싫어하는 것들이다.
싫어하는 것은, 그것이 도대체 어떤 것인지, 몇 번이나 설명을 들어도 이해가 되지 않기 때문에,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내게는 당연한 일인데 그런 것이 세상에 만연하여, 마치 전등 스위치를 조작하듯이 모두가 쉽게 사용하고 있는데, 나 한 사람만이 그 정도도 모른 채 외톨이로 남겨져 있다는 것이 불쾌해서이다.
나의 돌아가신 어머니는 자동응답전화기와 전화일기예보의 원리를 몰라, 자동으로 말하고 있는 전화기에다 대고 "감사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라고 인사말을 하는 것을 보고 딸과 함께 웃은 적이 있었는데 지금 내가 꼭 그 모양이 되어 가고 있다. 참 한심한 일이다. 요즘 흔히 듣는 "시대의 낙오자"란 말이 내게도 해당하는 말인가 보다.
여름의 어느 날, 나는 여유롭게 긴 의자에 누워 텔레비전의 "도야마 킨상(에도 때의 시대극)"을 보고 있는데 전화가 걸려 왔다. 뭔가 절박한 듯한 높은 톤의 목소리로 대담의 최종본 원고를 체크받고 싶은데 속달로는 늦기 때문에 혹시 그쪽에 팩스를 이용할 수 있는 곳이 있는지 묻는 전화였다.
팩스! 들을 때마다 심퉁이 생기는 그 팩스가 있는 곳 따위 알고 있을 턱이 없다. 알고 있다고 해도, 그것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나로서는 전혀 모르고 있다. 그래서 "여기는 시골이기 때문에 그런 것 없어요"라고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그리고 "속달로도 안된다고 하니 최종본 원고 체크 없이 그대로 마감해 주세요"라고 했더니 상대방은 흥분한 듯이 "그럴 수 없습니다. 꼭 최종본을 체크해 주셔야 합니다." 라고 부르짖듯이 말한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당신네 쪽은 내일까지 필요하다니까.
"대개 그렇게 마감이 임박해서 최종본 원고를 체크하도록 하지 않게 하는 것이 편집자의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나의 경우도 이때까지 팩스 따위 사용할 필요 없이 마감시간 전에 항상 여유있게 최종본을 받아 수정하여 보냈지 않았습니까!"라고 투덜투덜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잠시 후 또 그녀로부터 전화가 왔다. "팩스가 있어요"라고 외친다. "뭐,팩스가 있어! 어디에?" "그쪽 읍내 우체국에 전화를 했더니 우체국에는 팩스가 없지만 NTT에는 있을지도 모른다고 하며 확인하여 드리겠다고 대단히 친절하게..."
아니, 우체국 사람 괜한 짓을 해 가지고... "그래서 지금 확인 했다고 연락이 왔는데, NTT에 있다고 합니다만..." "그래서 지금 바로 보낼 터이니 죄송하지만 받아 보시고 수정하신 후 다시 팩스로 보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내가 NTT에 받으러 가야 하는 것입니까?" "우체국 쪽에서 받아 가지고, 선생님 댁에 전해 주실 것 같습니다. 정말로 친절한 우체국으로, 감격했습니다... 그럼..."
얼마 후 언덕 위로 올라오는 붉은 색의 우체국스쿠터가 보였다. "믾이 기다렸지요." 라고 변함없는 상냥한 얼굴로 말한다." "네, 수고 많으십니다. 우체국의 일도 아닌데 일부러 이렇게 폐를 끼쳐 죄송합니다." 라고 사과한다. 그런데 왜 내가 사과를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바로 원고를 받아 읽고는 수정의 가필을 하였다.
거기까지는 좋았지만 그 이후가 문제다. 이것을 팩스로 보내야 한다. 딸의 운전으로 읍내의 NTT에 갔다. 마을의 중심지에 가는데 버스를 이용하면, 2시간에 1대 밖에 없는 것이다. 자가용 차라면 20분 정도 걸린다. 긴장하고 NTT에 들어갔다.
"저어, 팩스를 좀 사용하고자 합니다만.." "네~네, 사용하세요." 이 마을 사람들은 모두가 친절한 사람들 뿐이다. 하지만 "네~네 이쪽에 있습니다."라는 말을 들어도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도대체 알 수가 없다. "어떻게 사용해야 합니까?" 라고 '물어보기도 민망해서' 라기 보다도 부끄러워서 "그럼 이것을.." 하고 팩스기에 다가갔다.
그렇게 하면 저쪽에서 먼저 다가 올 것으로 예상한 것이다. 예상대로 다가온 남성 직원은 원고를 받아 들고는, 아무리 보아도 묘한(내겐 그렇게 밖엔 표현할 수 없는) 기계 사이에 원고의 한장을 끼워 넣었다. 원고지가 술술 사라져 가자 그때 나는 그렇게 생각했던 것이다. "사라져 간다"라고. 왠지 그렇게 밖엔 생각되지 않았다.
"붉게 쓴 글자가 많군요? 이 붉은 글자, 잘 나올까?" 라고 중얼거리는 목소리가 귀에 들어온 순간, 나는 외쳤다. "아, 복사를 해 두는 것을 잊었다!" 그러나 그 남자 직원은 별 반응을 하지 않고 두번 째 원고를 팩스기에 넣으려 하고 있다.
"잠깐 기다려주세요! 복사를 해 두지 않았어요! 만약 저쪽에서 붉은 글자를 읽을 수없다고 했을 때 복사본이 없으면 곤란 해요! 아, 어쩌지! 뭔가 필기할 수 있는 거 없을까요?, 볼펜, 그리고 종이 좀 빌려 주세요··"
혼자서 법석을 떨었다. 상대방은 의아스럽게 시끄러운 나를 보고만 있다. 뒤쪽의 책상에 앉아 있는 사람들도 모두 나를 향해 의아한 표정의 얼굴을 하고 보고 있다. 그때 뒤에서 딸이 말했다.
"괜찮다니까요, 엄마. 진정하시고 이것 좀 봐요. 제대로 이렇게 나오잖아요?" 딸은 멍해있는 나를 정신차리라는 듯이 밀했다. "종이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고 단지 글자만이 보내지는 것이예요." "뭐야, 글자만 보내진다고!" 무슨 그런 조화가 다 있단 말인가!
"너가 화를 내도 어쩔 수 없다. 어쨌든 그렇게 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NTT 사람들은, 도대체 내가 왜 갑자기 흥분하고 떠들썩한 것인지 모르는 채로, 인상 좋게 웃으며 나를 배웅해 주었다 . "엄마는 원고 용지가 사라져 버린다고 생각했지요? 그렇죠?"
나는, 묵묵부답.. 대답하고 싶지않다. "놀랐지요? 원고용지가 하늘을 날아 도쿄에 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겠지요? 그렇죠? 설마 아무리 나이 든 엄마라고 해도" 실은 그럴게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