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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정례, 서청원, 정광용 그리고 김무성
글쓴이 관찰자 작성일 2008/04/17 22:17
현재 비례대표 1번 양정례 당선자 문제로 친박 진영이 내홍을 겪고 있습니다. 굳이 나누자면 親서청원 VS 反서청원, 親정광용 VS 反정광용의 4가지 전선이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일각에서는 이번 친박연대 비례대표 명단에 서청원 전 대표 사조직 '청산회' 출신이 다수 포진한 것을 놓고 서 전 대표의 '사천'이라고 비난하고 있습니다. 그런 가운데 또다른 한편에서는 양정례씨 문제를 '긇어부스럼'으로 만들어버린 정광용 박사모 회장을 지탄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대단히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요인은 친박조직의 '정통성'(legitimacy)에 관한 부분입니다. 서청원 전 대표 사조직인 '청산회' 쪽에서는 박사모를 오합지졸 네티즌들의 엉성한 팬클럽 정도로 인식하고 있고, '박사모' 쪽에서는 자신들이 다 차려놓은 밥상을 '청산회' 쪽 사람들이 숫가락만 들고 와서 먹어치운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일견 그러한 측면이 있을 수도 있지만 사실은 양쪽 모두 '과대망상증'입니다. 분명한 것은 '박사모'가 오합지졸 팬클럽도 아니거니와 '청산회'가 박근혜 전 대표와 전혀 무관하다고 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양쪽 모두 일정부분의 공로가 있고 분명한 존재이유가 있습니다.
지난 대선을 거쳐 이번 총선에 이르기까지 '박사모'가 해온 주된 역할은 네거티브 전략입니다. 우리 언론들의 교묘한 낙인찍기로 네거티브가 마치 불법선거운동인 것처럼 인식되고 있는데 이것은 잘못된 것입니다. '네거티브'라는 것은 정당 혹은 후보가 갖고 있는 부정적 요소를 부각시키는데에 목적이 있습니다. 즉, 명백한 팩트를 강조하고 확산시키는 것을 말하며 결코 허위사실을 유포시키는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네거티브'에 있어서 인터넷 만큼 훌륭한 도구는 없습니다. 따라서 인터넷을 기반으로 전국조직화 되어있는 '박사모'가 네거티브에 총대를 메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것입니다.
이와는 조금 다른 관점에서 '청산회'가 해온 주된 역할은 조직화 작업입니다. 가능성 있는 지역구 및 비례대표 후보들을 발굴하고, 이들이 효과적으로 선거운동을 펼칠 수 있도록 지역 및 전국 조직을 구축하고, 자원봉사 및 후원 활동이 원활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콘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것 등이 여기에 해당됩니다. 이번 한나라당 공천이 청와대와 한나라당 지도부의 '의도적 시간끌기'로 후보등록 2주 전에야 결정되었기 때문에 기존 전국조직 없이는 결코 창당 및 후보 선정 작업을 할 수가 없습니다. 김무성을 비롯한 여타 무소속 후보들이야 각자의 책임 하에 선거를 치루면 그만이지만 '정당 창당을 통한 총선 참여'를 내세운 서 전 대표 입장에서 챙기고 살펴야 할 일이 한두가지가 아니었을 것입니다.
이같은 측면에서 볼 때 '청산회'라는 조직이 없었다면 '친박연대' 창당이 결코 현실화될 수 없었을 것입니다. 더욱이 정당 창당에 막대한 조직과 자금이 투입되는 만큼 일정부분의 리스크도 감수할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한번 냉정하게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최근들어 창당된 정당을 보면 하나같이 기존 당에서 갈라져나왔거나 배후에 거대한 정치인 혹은 정치세력이 존재했습니다. 열린우리당 창당을 주도한 것은 청와대였고, 창조한국당 창당을 주도한 것 또한 열린우리당 및 민주노동당 출신 온건진보 정치인들이었습니다.
열린우리당의 배후에는 청와대라는 권력이 존재했고, 창조한국당의 배후에는 문국현이라는 '대한민국 1% 부자 CEO'가 존재했습니다. 그러나 서청원 뒤에는 권력도 돈줄도 없었지요.
'친박연대' 창당을 더욱 힘들게 했던 것은 바로 박근혜의 운신 제약이었습니다. 박근혜의 탈당만 이루어졌더라면 조직과 자금에 전혀 어려움이 없었을텐데 박근혜는 한나라당에 남으면서 '박근혜의 그림자'만으로 정당을 만들려다보니 얼마나 어려움이 많았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습니다.
그 어려운 작업을 서청원 혼자서 다 했다고 보면 됩니다. 물론, 홍사덕도 있고, 이규택도 있고, 송영선도 있었지만 이들은 전략과 기획 측면에서는 도움이 되지만 조직과 자금이라는 측면에서 놓고 볼 때 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이처럼 모든 리스크와 책임이 서청원 혼자에게 사실상 지워진 상황에서도 군소리 없이 '친박연대'라는 정당을 만들어 총선에서 14석을 건졌습니다. 진짜 대단한 것이지요.
현재 양정례 당선자를 둘러싼 논란은 일정부분 '친박연대' 쪽에서 원인 제공을 한 측면도 있지만 또 다른 측면에서 볼 때 이는 명백한 야당 탄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양정례씨의 학력, 경력, 당 공헌도, 정치적 성향 등에 있어서 일부 석연치않은 부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단지 그것만으로 검찰이 이처럼 신속하게 수사에 착수한다는 것은 대단히 비정상적인 것입니다. 학력에 문제 있는 사람, 경력에 문제 있는 사람, 당 공헌도가 없는 사람, 정치적 성향이 불분명한 사람이 어디 양정례씨 뿐이겠습니까? 한나라당, 민주당 당선자 중에도 상당수가 그와같은 논란에 휘말릴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들 모두 돈 주고 공천을 산 것일까요?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겠지요. 이들 모두를 수사해야 할까요?
양정례씨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 지는 전적으로 '친박연대' 지도부에서 결정할 부분입니다. 사퇴를 종용할 수도 있고, 여론의 '마녀사냥'에 맞서며 최후의 순간까지 항전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어느 쪽이 되었건 그것은 '친박연대'에서 알아서 처리해야 할 부분입니다. '박사모'가 '양정례 사퇴' 혹은 '서청원 2선 퇴진'을 요구하는 것은 잘못입니다. 마찬가지로 '친박연대'가 '정광용 사퇴' 혹은 '박사모 해체'를 요구해서도 안됩니다. 각자의 문제는 각자가 알아서 풀어야 하고, 서로가 각자의 영역을 존중해줘야만 합니다. 그렇게 할 수 없다면 결국 누군가의 사심이 조직 운영에 개입되었다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과연 서청원의 '청산회'와 정광용의 '박사모' 중 누가 더 진정성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곧 밝혀질 수밖에 없습니다. '전체가 먹어야 할 파이'를 키우고 지키는데에 집중하고 있는 사람과 '자신이 먹어야 할 파이'를 가급적 많이 확보하는데에 집중하는 사람의 차이가 곧 나타날 것이라는 이야기지요. 만일 서청원의 현재 행보가 '박근혜를 욕보여서라도 나 혼자 살겠다'는 것인지 '내가 죽는 한이 있더라도 끝까지 투쟁하여 끝내 박근혜를 지키겠다'는 것인지 찬찬히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서청원이 뭐가 아쉬워서 양정례 한 사람에게 질질 끌려가겠습니까? 그의 과거 행적을 돌아보면 현재의 그의 방향성을 알 수가 있습니다. 지금 서청원은 양정례를 지켜야만 박근혜를 지킬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입니다.
저 개인적으로 정광용 박사모 회장의 열정과 헌신에 대해서는 늘 높은 평가를 내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일련의 언행은 다소 오버하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앞서 말했듯이 '박사모'의 역할과 서청원의 역할은 다릅니다. 따라서 상대방의 영역에 해당할 뿐아니라 명백하게 상대방이 비교우위를 갖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가급적 간섭하지 말고 믿어주고 격려해줘야 합니다. 다시 말해 조직관리에 대해서는 서청원에게 신뢰를 주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박사모'가 전국 5만명의 회원을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것은 어디까지나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 조직입니다. 그러나 서청원은 수천명, 수만명의 오프라인 조직을 관리했던 사람입니다. 그 문제를 '박사모'의 잣대로 재단해서는 안됩니다.
이번에도 김무성의 기회주의적 행태는 또다시 부각되고 있습니다. 절대권력을 잡은 이명박계 입장에서는 얼마든지 이재오, 이방호, 박형준, 심지어는 이상득까지도 내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권력이라는 '중심축'이 존재하는 만큼 얼마든지 대안이 나올 수 있고 다양한 정치적 시나리오를 짤 수가 있습니다. 그러나, 권력을 빼앗긴 비주류 박근혜게 입장에서는 결코 한 사람도 버리고 갈 수가 없습니다. 양정례도, 서청원도, 정광용도 지금 시점에서는 버릴 수 없다는 것이지요.
그러나 김무성은 마치 자신이 지고지선이라는 듯 양정례 문제를 놓고 그 책임과 화살을 서청원에게 돌리고 있습니다. 정치적 신의라는 측면에서 보았을 때 대단히 비열합니다. 한나라당 공천 과정에서 자신으로 인해 박근혜가 얼마나 상처를 입었고, 이로인해 지금과 같은 상황이 초래되었다는 점을 그는 이미 잊은 것 같습니다. 그 때에 누군가가 "김무성을 버리고 가는 한이 있더라도 원칙을 세워야 한다"고 해서 그것이 대세가 되었더라면 지금의 김무성은 결코 없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왜 그 때에 친박근혜계 사람들이 김무성을 버리지 못했던 것일까요? 대군에 맞서 육탄전을 벌일 때에는 아군 장수의 사소한 실수를 용인해줘야만 하기 때문입니다. 한 명의 장수가 아쉬운 상황에서 그에게 칼끝을 들이대기 시작한다면 아마도 전투를 시작해보기도 전에 자멸하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삼척동자라도 다 알 수 있는 원리입니다.
그 뿐만이 아닙니다. 정말로 박근혜의 일급참모라면 결코 "양정례를 사퇴시켜라", "서청원을 2선으로 후퇴시켜라" 등의 주장을 펼 수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 정도 훈수는 우리동네 소주집에서 술 마시는 아저씨들이라도 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진짜 유능한 참모라면 양정례, 서청원, 박근혜를 모두 지켜낼 수 있는 대책을 내놓아야 합니다. "이상득을 2선 후퇴시켜라"는 무책임한 주장 때문에 이재오도 날라갔고 정두언도 핵심에서 아웃되었습니다. 이명박 입장에서는 이상득을 끌고 가면서도 자신에게 화살이 날라가는 것을 피할 수 있는 묘책을 원했을텐데 말이죠. 이것만 보더라도 김무성의 그릇을 알 수가 있습니다. 좀 더 직설적으로 말하면 이재오, 정두언과 별반 차이가 없습니다.
이번 양정례 논란을 지켜보면서 분명 박근혜는 한나라당 복당 이후의 친박세력 조직화에 대해 고민하고 있을 것입니다. 누구를 실질적 좌장으로 앉힐 것이냐, 그리고 누구에게 힘을 실어줄 것이냐... 등을 놓고 말이죠. 사람은 위기에 봉착해야 진가가 드러나는 법입니다. 지금은 서청원이 벼랑끝에 몰려있고 김무성이 정상에서 여유있게 내려다보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정치지형 속에서 살펴보면 그 반대일 수도 있습니다. 양정례를 지켜줄 수 없는 인물이라면 박근혜를 지켜줄 수 없습니다. '친박연대'를 지켜줄 수 없는 인물이라면 '친박근혜계'를 지켜줄 수 없습니다. 어쩌면 지금 박근혜는 침묵 속에서 이와같은 관점에 서서 사태를 예의주시 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그 시험대 위에 서청원, 정광용, 김무성이 모두 올라 있습니다. 이제라도 이들 세 사람이 한번도 자신을 돌아보기를 기대해봅니다.
P.S. 현재 필자가 '박사모'에 대해 가장 우려하고 있는 부분은 바로 바뀌지 않고 있는 그들의 관점입니다. 지난 후보경선 당시 비록 여론조사 지지율(물론 엉터리였지요.)은 이명박이 앞서있지만 당내 위상은 분명 박근혜가 '주류'였고 이명박이 '비주류'였습니다. 주류일 때에는 '도덕성'과 '명분'이 가장 큰 무기가 됩니다. 그러나 비주류가 되면 오히려 '도덕성'과 '명분'이 스스로의 운신의 폭을 소멸시키고 가두는 '비수'가 되게 됩니다. 박근혜가 '친박연대'라는 정당을 묵인한 것은 스스로의 관점이 바뀌었음을 선포한 것과 마찬가지 입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박사모'는 경선 당시의 프레임을 못 버리고 있습니다. 이번 양정례 논란도 '주류'의 시각이 아닌 '비주류'의 시각에서 보아야 해답이 나올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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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관찰자'라는 이름으로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글의 펌글입니다. 전부 동의하는 것은 아니나 음미해 볼 대목은 있는듯 합니다. 친박 인사들이 많지만 서청원씨처럼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을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하는 점은 의문이긴 합니다. 참고로 부패 원흉인듯 비난 받는 서청씨의 재산은 1억 정도에 불과하고, 비교적 좋은 이미지의 김무성씨는 그에 150배가 넘더군요. 신고액 기준이니 실가는 더 많다고 봐야겠죠.
정론의 글 잘 갖고 오셨습니다. 그렇습니다 서청원 그를 비방하거나 사퇴를 이야기 하는것은 정말 오만의 극치입니다. 누가 무슨 자격으로 사퇴하라 탈퇴하라 할 수 있을까요~
자중자애 초심으로 돌아가야할 사안들이다.
사퇴하라 말라 왜 자꾸 가만 지켜만 보면 되지요 우리 가만 지켜 봅시다.
서청원 동지의 열정과 격정, 경선과 창당과정을 거치면서 인내하고 돌파해가시는 지도력은 어떤 친박의 좌장들보다 선봉이셨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