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라는 조건지어짐에서 '일반적으로' 발현되는 양태가 있습니다.
(뇌장애나 맛탱이가 간 사람도 드물게 있기에 예외는 있겠습니다만...)
육체가 늙어가면서 기능이 쇠퇴하며 질병에 신음하는 것
각종 불의의 사고로 다치거나 생계에 문제가 생기는 것
그리고 다양한 갈등과 고난과 부침들을
'인간'에게 일반적으로 괴로움으로 파악됩니다.
도판과 무관한 사람들은
위에서 열거한 사건들을 '괴로움'이라고 파악합니다.
도판, 영성, 종교적 관념에 한 발 담근 사람들중 상당수는
'괴로움이 아닌 무엇'으로 파악하거나
'피상적으로는 괴로움으로 파악되지만, 본질적으로(혹은 그 이면의 진상은) 괴로움이 아닌 무엇'으로
파악하려는 노오~력에 착수하게 됩니다.
'신의 은총(시험)', '성장의 기회' 부터
'비유비무' '규정할 수 없는 감지' 까지 다양합니다.
저도 이런 경향성이 다분합니다.
인간의 일반적인 경향성(반응양태)이 조건지어진 것이라면
그 경향성을 바꾸지 못할 건 또 뭔가.. 하는 아이디어죠.
제가 십수년간 구체적인 실천으로 선택한 것은 '못 본 척하기' 입니다. (feat. 봉팔이 먼산보기 스킬)
일종의 자기최면인데.. 실용적인 살림살이에는 굉장히 유익합니다.
(그 대가로 지불하는 것은.. '있는 그대로 보기'...)
기본적으로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마음에 인상을 그다지 남기지 않는 편인데요.
- 그냥 설렁설렁 '도가적 마인드?'로 살면 자연스럽게 이렇게 되는 듯도...
결과적으로 보면, 좋은 인상은 마음에 적당히 남고, 나쁜 인상은 거의 제로로 수렴하게 됩니다.
저도 살면서 소위 '나쁜 일'이 왜 없었겠냐마는..
이렇게 살다 보니 '아무일 없이 참 괜찮은 시간들이었다'는 편집된 인상을 갖게 되는 거죠.
헤르메스학파의 금언인 "위에서와 같이 아래에서도"를 응용해서
"안에서와 같이 밖에서도"라는 말을 해볼 수 있겠습니다.
화엄에도 종종 올린 적이 있는데요,
저는 인간 조건에 대한 기본적인 연민이 없는 편이구요
당연히 '배경에 깔린 슬픔'도 모릅니다.
(방님은 이 요소들이 '계발의 대상'이라고 하셨는데, 저는 역주행 해왔거던요)
나의 내적 경험들을 왜곡했던 색안경(불안독목?) 이
외부 현실을 파악하는데 고대로 사용되니깐..
사실 저는 외부 현실을 '못 본 척 하며' 살아온거죠.
기아에 허덕이는 아프리카의 아이, 정신지체아의 부모, 중증 질환 환자들 등등
'불행한' 사건이나 사람을 볼 때면
'음..' 그 이상의 인상을 남기지 않는 방식으로 작동했었습니다.
거친 비유지만, 저는 '인간이 아닌 무엇'이 되고 싶었나 봅니다.
'인간 조건에 기반한 반응성이 아닌 다른 반응성'을 작동시킴으로써요.
그러던 와중에도 스스로 최면을 걸고 있다는 일말의 인지는 있었던 이유가
'만약 감당불가능한 역경계가 오면 나도 울부짓을 것이다'는 인식과
십수년 전부터 들어온 방님 말씀입니다.
그러면서도 사람의 습성이 쉽게 바뀌나요. 익숙한 길로 계속 가는거죠..
그러던 와중에 최근 어떤 계기를 통해
문득 '인간의 괴로움'이 마음에 깊숙이 와닿았습니다.
앞으로는 개인적인 불만족-괴로움을 경험할 때
'이것은 맘에 안 든다' '이건 괴롭다'고 파악하고
외부의 불행을 목격할 때도
'저것은 괴로움이고 슬픈 일이다'라고 직시해보려고 합니다.
나라는 인간 조건의 기본 프로그램에 충실하면서요.
-
'불안독목' - '불안다목' 과 관련해서
떠오른 생각을 적어보았습니다.
언제나 그렇듯 장광설..ㄷㄷ _()_
첫댓글 딴 이야기이긴 한데, 결벽증이 의외로 있어서요. 저는 계발이라는 말을 쓰지 않고 늘 개발이라는 말을 씁니다.
계 와 개 의 차이인데요. 계몽주의... 이거는 계가 맞아요. 계몽주의의 기본 발상은, 인간이 이미 갖춘 이성을 비추는 것이니까요.
제 발상은 다음 의문에서 시작했습니다. 불교는 무아인데, 마음 계발이라고 표현하는게 맞는가? 불교 수행을 마음 계발이라고 하는데, 수행이 마음에 이미 갖춘 것을 일깨우는 것이라면, 무아와 충돌한다. 그러니 마음 개발이라고 하는 것이 맞다. 그 다음부터 줄곧, 계발이 아니라, 개발이라는 표현을 씁니다.
글이 잔잔하니 참 좋네요.
늘 배운다니까요.
"앞으로는 개인적인 불만족-괴로움을 경험할 때
'이것은 맘에 안 든다' '이건 괴롭다'고 파악하고"
이미 붓다께서 하신 말씀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