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샘 추위
이재부
포근한 봄비가 내리더니 하룻밤 사이에 기상이 격변했다. 기온이 내려가고, 눈도 쌓여 마음까지 춥다. 꽃샘바람이 세차게 불어 강풍 피해가 적지 않단다. 기온도 뚝 떨어져 영하8도를 오르내리니 한겨울 추위보다도 더 썰렁하다. 그래도 자연은 속이지 못한다. 천도의 발길이 조금 늦어질 뿐이지 겨울로 되돌아가기야 하겠는가. 냉해 피해가 염려되지만 좋은 점도 있으리라. 중국의 소설가요, 사상가인 노신(루쉰)은 "한응대지발춘화(寒凝大地發春華)"라 하였다. 꽁꽁 얼어붙은 겨울 추위가 봄꽃을 훨씬 아름답게 피운다는 뜻이란다. 고통과 발전이 무관한 것이 아니오, 겨울과 봄이 남남이 아니라는 뜻일 게다. 자연에만 꽃샘추위가 있는 것이 아니다. 인생사 시련도 꽃샘바람 못지 않다. 정말 모진 추위를 이겨낸 봄꽃이 더 아름다울까? 자식이 많다보니 힘든 소식이 끊이지 않는다. 오래된 일인 것을 모르고 지냈다. "매형이 실직을 했다"고 아들이 귀뜸을 해준다.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회사에 취직되고 결혼하여 1남2년의 아버지 되어, 가장의 역할도 잘해주더니 "사오정"이라는 세상 조류를 피해가지 못하나보다. 대학생부터 고등학교 3학년과 1학년의 학부모로서 교육문제와 80세 노부모의 봉양으로 한참 힘들 때인데 실직의 고통이 어떠하겠는가. 부모들 근심 할까봐 긴 시간 숨기고 속만 태운 모양이다. 자식 속도 모르고 전화로 "잘사느냐" "다 무고하냐" 너스레를 떨었으니 얼마나 가슴 아팠을까. 도와주지 못하는 마음이 아프다. 고생하고 실망하는 모습이 떠오를 때는 잠이 오지 않는다. '도와줄 능력도 없는데……, 잊어 버려야지' 마음먹어도 지워지지 않는다. 자식생각이 꽃샘 추위보다 더 가슴을 시리게 한다. 눈 속에서도 봄꽃이 피듯 실직의 고통을 극복해주리라 믿으면서도 조기 퇴직의 사회를 원망하고, 도와주지 못하는 내 능력을 탓하게 된다. 노신의 말을 빌리면 「자식은 자기 것이면서 내 것이 아니오. 이미 나누어져 있기에 인류 속에 사람이다. 자기 것일진대 더욱 교육의 의무를 다하고 그들에게 자립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어야 한다. 또 내 것이 아니기에 해방 시켜야하고, 모든 것을 그들 자신의 것으로, 하나의 독립인으로 만들어야한다.」는 말에 동감하면서도 도움되지 못하는 처지가 움츠려 들게 한다. 금년 꽃샘추위는 더욱 차갑게 느껴진다. 봄은 오고 있겠지만 흔들리는 봄꽃이 애석하게만 보인다. 실직 한파에 떨고 있는 자식의 얼굴 같아서……. 천리의 법칙이 양과 음의 관계 속에서 상호작용하며 사는 것이니 사람의 일생도 그 이치를 벗어나지는 못하리라. 삶이란 시련과 행복을 오고가는 왕복 운동 같다. 영원한 평화를 꿈꾸지만 그것이 마음대로 되겠는가? 고진감래(苦盡甘來)라 하였으니 용기로 극복하기를 바랄 뿐이다. 뜰 앞에 모과나무는 꽃눈이 예쁘게 트더니 눈이 소복하게 쌓여 얼어 있다. 얼마나 추웠던지 흔들어도 떨어지지 않는다. 꽃샘추위가 길지는 않겠지만 꽃눈이 상할까 애처롭다. 새싹에 얼어붙은 눈을 털어 주지 못하고 때를 기다리듯 자식의 아픔도 덜어 내지 못하는 부모 마음은 문을 닫고 살아도 왜 이렇게 춥기만 할까.(2007년 3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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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뜰 앞에 모과나무는 꽃눈이 예쁘게 트더니 눈이 소복하게 쌓여 얼어 있다. 얼마나 추웠던지 흔들어도 떨어지지 않는다. 꽃샘추위가 길지는 않겠지만 꽃눈이 상할까 애처롭다. 새싹에 얼어붙은 눈을 털어 주지 못하고 때를 기다리듯 자식의 아픔도 덜어 내지 못하는 부모 마음은 문을 닫고 살아도 왜 이렇게 춥기만 할까.
뜰 앞에 모과나무는 꽃눈이 예쁘게 트더니 눈이 소복하게 쌓여 얼어 있다. 얼마나 추웠던지 흔들어도 떨어지지 않는다. 꽃샘추위가 길지는 않겠지만 꽃눈이 상할까 애처롭다. 새싹에 얼어붙은 눈을 털어 주지 못하고 때를 기다리듯 자식의 아픔도 덜어 내지 못하는 부모 마음은 문을 닫고 살아도 왜 이렇게 춥기만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