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사서함 /한상림
하얀 웃음이 흐드러지게 폭발합니다
저 봄비는 시샘인가요, 어리광인가요
여린 바람에도 눌러 참고 있던 웃음이
하르르 쏟아지고 맙니다
떨어진 웃음을 무심코 밟고 지나다
벚나무 아래 파여 있는
깊은 웅덩이 하나를 들여다봅니다
눈물 흥건히 고인 웅덩이에서 들려오는
슬픈 여자의 울부짖음이
뭉그러진 꽃잎 발자국으로 찍혀 나옵니다
지난밤 가출한 꽃잎을 찾아 나선 그녀의
텅 빈 벚꽃 사서함
왜? 왜? 왜? 하필이면 꽃잎 쏟아지는 봄날에 떠나야 했냐고,
물어뜯고 따져 보아도 돌아오는 답장이 없습니다
도대체 어떤 이유로
스스로 피고 지는 꽃잎이 된 거냐고,
돌아와 달라고,
당장 돌아오지 않으면 용서하지 않겠다는
그녀의 긴급 소환장과 함께
열세 살 딸아이가 울음으로 꾹꾹 눌러쓴 편지를
사서함에 가지런히 넣어줍니다
화려함 뒤에 고인 슬픔과 통곡/우병택
벚꽃 낙화에 투영된 이별의 상흔
흐드러지게 쏟아지는 벚꽃을 ‘하얀 웃음’이라 칭하지만,
그 아래 고인 웅덩이는 상처의 깊이를 드러낸다.
꽃잎이 사방으로 날리는 화려한 봄날의 풍경과
절망적인 이별의 상흔이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텅 빈 사서함에 담긴 절절한 부재
‘텅 빈 벚꽃 사서함’은 대답 없는 이의 부재와 그리움을 상징한다.
돌아오지 않는 이를 향한 원망과 열세 살 딸아이의 눈물 어린 편지는
닿을 수 없는 소통의 슬픔을 극대화하며 깊은 여운을 남긴다.
[이미저리가 의미망에 안착하는 과정의 특징 3가지]
1. 시각적 이미저리의 반전: ‘하얀 웃음’에서 ‘눈물 웅덩이’로
표면적 시각 (화려함): 시의 초반에서 ‘흐드러진 벚꽃’은 '하얀 웃음'이라는 화사하고 감각적인 시각적 이미지로 제시된다. 봄날의 화려함이 폭발하는 미학적 순간이다.
하향적 시각 (상흔의 발견): 그러나 떨어지는 벚꽃을 밟고 지나다 시선이 아래로 이동하며 ‘웅덩이’를 발견한다. 떨어진 꽃잎과 웅덩이는 정서적 낙차를 형성하며, 화사한 ‘웃음’을 자해적이고 처절한 ‘상흔과 눈물’의 의미망으로 급반전시킨다.
2. 감각의 전이: 청각·촉각에서 ‘비극적 서사’로의 안착
청각과 촉각의 합성: 웅덩이 속 뭉그러진 꽃잎 발자국에서 ‘슬픈 여자 의 울부짖음’이라는 청각적 이미지가 흘러나오고, 이는 곧 ‘긴급 소환장’과 ‘열세 살 딸아이의 눌러쓴 편지’라는 실체적 촉각으로 구체화된다.
서사적 구조화: 단순히 ‘봄날 꽃이 진다’는 감각적 인상이, ‘집을 떠난/스스로 피고 진(사별 혹은 가출) 존재’에 대한 절규라는 비극적 가족 서사의 의미망 안으로 단단히 안착한다.
3. 공간적 상징화: ‘벚꽃’에서 ‘사서함’이라는 소통의 부재로
공간의 재구성: 시인은 흩날리는 벚꽃 나무 아래의 공간을 ‘사서함’이라는 명사적 공간으로 포섭한다.
의미의 완결: 닿지 않는 답장, 돌아오지 않는 이를 향한 편지를 꽂아 넣는 ‘사서함’은 절망적인 비대칭적 소통과 영원한 부재를 완성하는 핵심 고리가 된다.
이 시는
[화려한 벚꽃(시각)
고인 웅덩이와 울부짖음(청각/상처)
사서함과 편지(서사/상징)]
의 단계를 거치며, 단순한 자연 풍경의 이미지를 '잃어버린 존재를 향한 절절한 그리움과 비극’이라는 하나의 완성된 의미망 속에 정교하게 안착시키고 있다.
▲한상림 시인
청향문학상 대상 수상한국예총 예술세계 시 부문(2006년도)
<시와 창작> 수필 부문 등단(2005년도)
시집: 『따뜻한 쉼표(2011) 『종이 물고기』(2015)
칼럼집: 『섬으로 사는 사람들』(2019)
한국문인협회, 중앙대문인회, 강동문인협회, 한국디지털문인협회
한국문협 서울지부 이사, 강동예총 이사, 한국예총 전문위원(2015-현재).
강동여성인력개발원 자문위원, 강동구 작은도서관 시창작교실 강사(현)
서대문자치신문, 모닝선데이 칼럼 게재 중(2018년도-2024. 현재)
브런치 작가
<사회발전봉사부문 강동구민대상>, <대통령 훈장 수여>, <서울시장 서울시의회 의장 표창> 등 다수
첫댓글 감사합니다 오래 전 한 가장이 4월 벚꽃 핀 날 자살하고 떠난 실화를 바탕으로 쓴 시라서 아파요 집안 친척이... 아이는 어느새 고등학생. 아내는 혼자 힘들게 두 딸과 함께 김밥 말면서 살아요
네,
사연이 있는 시란 감이 오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