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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자들의 치유와 예수님의 전도 사명
연중 제5주일: 나해
복음: 마르 1,29-39:
오늘 복음은 지난 주일의 권위 있는 새로운 가르침에 대한 것을 명백하게 밝히는 것 같다. 욥기는 병으로 인해 육체적 고통을 당한 욥의 체험을 묘사해주고 있으며, 이제 복음에서 예수께서 사랑과 연민으로 다가가 치유해주시는 분으로 연결되고 있다. 예수께서는 시몬의 장모가 열병으로 고생한다는 사실을 아시고 그녀에게 다가가 손을 잡아 치유해주신다. 이 모습은 구원과 사랑의 표지라고 할 수 있다. 하느님께서 사람들을 불행에서 건져주시기 위해 사람들 가운데 현존해 계신다는 사실과 이미 하느님 나라의 권능이 작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는 징표이다. "부인은 그들의 시중을 들었다."(31절) 시중은 봉사를 통한 따름을 의미하고 있다. 여기서 시중든다는 것은 마르코 복음에서나(15,41) 루카 복음에서나(8,3) 자신들의 재산까지도 바치면서 부인들이 예수님을 따른다는 말이다. 베드로 장모의 행동은 예수님과 그 제자들에게 봉헌된 사랑과 헌신의 행위이다.
참된 기적은 자신이 변화하는 것이다. 그것은 두 번째 장면에서 나타나는데, "예수님께서는 갖가지 질병을 앓는 많은 사람을 고쳐주시고 많은 마귀를 쫓아내셨다. 그러면서 마귀들이 말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으셨다. 그들이 당신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34절). 여기서 당신이 베푸시는 기적을 통하여 이익을 추구하려는 경향이 나타났고, 정치 선동적인 모습이 나타났기 때문에 말하지 말라고 하시고, 마귀들에게도 함구령을 내리신다. 마귀들은 그분이 누구신지 알고 있었고 예수님을 현세적 메시아로 이끌려 하기 때문이었다. 이것이 마르코의 메시아의 비밀이다. 예수 그리스도는 현세적이고 정치적인 메시아가 아니라, 고통, 자아 포기, 십자가의 죽음을 통한 하느님의 계획을 이루는 것이기 때문에 그 비밀을 완전히 이해하기까지는 함구가 필요했다. 그리스도의 신비는 오직 십자가 위에서만 명백하게 드러난다. 그가 가는 십자가의 길을 따르는 사람만이 진정으로 그를 이해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예수님 활동의 열쇠가 무엇인지를 제시한다. 그분은 기도를 통하여 하느님 아버지와 일치하고, 그것으로 힘을 얻으며 당신의 사명을 완수하신다. "다음 날 새벽 아직 캄캄할 때, 예수님께서는 일어나 외딴곳으로 나가시어 그곳에서 기도하셨다."(35절). 이 기도는 예수님의 업적을 보고 그 업적을 현세 정치적으로 이해하려는 위험한 유혹을 이기기 위해서이다. 이 유혹은 공생활 시작에서부터 십자가에 이르기까지 계속된 것이다. 외딴곳에서 기도하셨다는 것은 더 깊은 의미가 있다. 당신의 사명을 이루기 위해서 힘을 얻고 빛을 구하기 위해서는 오직 성부와 더불어 머무셔야 하기 때문이다. 당신의 활동 계획을 하느님 아버지 앞에 다시 한번 점검하고 계획하기 위해 머무르심이다. 즉, 기도는 당신의 활동과 삶에 의미를 부여하기 위한 기도이며, 도피를 위한 기도가 아니라 의무를 다하기 위한 기도이다.
많은 사람이 그분을 찾기 때문에 더 머물러 계셔달라고 청하는 시몬과 그 일행에게, "다른 이웃 고을들을 찾아가자. 그곳에도 내가 복음을 선포해야 한다. 사실 나는 그 일을 하려고 떠나온 것이다."(38절). 주님이 복음을 선포하시는 곳이 그분에 관한 호의가 있다고 하더라도 카파르나움에 국한될 수 없다. 더 큰 희생이 요구된다 해도 다른 곳에도 구원의 복음을 선포해야만 한다. 이 모든 것이 예수께서 외딴곳에서 홀로 바치는 기도를 통해서 당신 자신을 되찾고 성부와 자신을 연결해주는 신비롭고도 유일한 관계 안에서 당신의 사명을 더 깊이 깨달았다. 그래서 그분은 제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그 사명을 계속 수행하실 수 있었다. 예수님의 사명은 무엇보다도 복음 선포이다. 구원은 하느님의 복음을 신앙으로 받아들임으로써 시작된다. 오늘 복음에서도 예수님의 복음화 사명에 대해 말하고 있다. "온 갈릴래아를 다니시며, 회당에서 복음을 선포하시고 마귀들을 쫓아내셨다."(39절). 우리도 역시 어떤 활동보다도 복음화가 우선적이어야 하는 것이 하느님의 뜻이다.
오늘 복음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예수께서 당신의 공생활 중 그렇게 많은 업적과 말씀으로 사람들을 가르쳤어도 항상 기도로써 하느님 아버지와 일치하시며 모든 것을 이루어 가셨다는 것이다. 우리는 자칫 행동주의에 잡혀서 기도를 게을리하며 자신의 모든 활동이 기도라고 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기도가 동반하지 않는 활동은 힘을 받을 수 있는 것이 없어 오래가지 못하고 중단될 것이기 때문이다. 모든 활동에 있어서 예수님과 같이 기도로써 시작하고 기도로써 마칠 수 있는 삶이 되도록 노력하고 도우심을 구하여야 한다.
사도 바오로는 자신의 열정적인 선교 활동의 비밀을 말한다. 바오로는 다마스커스로 가는 중에 그리스도를 체험하고, 그가 체험했던 무한한 빛과 구원에 대한 감사로 그리스도를 통해 주시는 하느님의 사랑을 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내가 복음을 선포하지 않는다면 나는 참으로 불행할 것입니다."(1코린 9,16). 그러면서도 바오로 사도의 복음 선포는 거창한 말로써 이루어지는 소리 보다 자기의 생활 자체로써 하고 있음을 말한다. 우리의 복음 선포도 마찬가지로 우리의 삶을 통해서 해야 할 것이다.
- 조욱현 신부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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