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여성시대 영화강쥐
[이동진닷컴] (글=이동진) (이 글에는 ‘토이 스토리 3’의 결말 부분에 대한 묘사가 담겨 있습니다.)
그리스 신화에서 프시케는 에로스와 무척이나 아름다운 사랑을 했습니다. 하지만 질투심에 불타는 언니들의 꾀임에 넘어가 남편을 의심함으로써 금기를 그만 어기고 말았지요. 그 사실을 알게 된 에로스는 한탄하면서 이렇게 말하고 영영 프시케 곁을 떠납니다. “의심하는 마음에는 사랑이 깃들지 못해요. 난 이제 그대와 헤어지지만 따로 벌을 내리진 않겠어요. 아직 사랑이 남아 있다면, 영원한 이별보다 더 큰 벌은 없을 테니까요.”
8월 5일 개봉 예정인 ‘토이 스토리 3’는 대단히 뛰어난 애니메이션입니다. ‘슈렉’ 시리즈의 경우와 달리 타성이 전혀 보이지 않는 이 영화는 시리즈의 전통이나 캐릭터의 주어진 특성을 정말 잘 활용해서 만들어낸 속편입니다. 볼거리와 이야기에 대한 욕구를 모두 훌륭하게 만족시켜주는 이 작품은 따뜻하고 신나고 깊으며 끝내 슬픕니다. 하지만 이 영화가 종국에 안겨주는 아릿함은 굳게 닫힌 창 안쪽 구석에서 상처입은 채 쳐져 있는 어깨의 아픔이 아니라, 활짝 열어젖힌 문 너머 환한 세상을 내다볼 때 눈의 시린 감촉에 더 가깝지요.
이 시리즈가 항상 그랬듯, ‘토이 스토리 3’가 펼쳐내는 이야기 역시 흥미로운 모티브를 풍부하게 품고 있습니다. 이건 삶의 지향점이나 정체성에 대한 실존적 우화로 볼 수도 있고, 신과 인간의 관계에 대한 종교적 서사로 파악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토이 스토리 3’는 이별의 순간이 왔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영화일 수도 있겠지요. 이 작품에서 앤디는 어느덧 대학생이 되어 집을 떠날 나이가 됩니다. 대학 기숙사에까지 어린 시절 장난감들을 가져갈 수 없었던 그는 결국 그 중에서 카우보이 인형 우디만 따로 챙기고 나머지는 벽장에 보관하려고 합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장난감들이 쓰레기로 오인 받으며 펼쳐지는 시련이 영화의 주 내용을 이루게 되지요.
‘토이 스토리 3’에서 가장 뭉클한 장면은 바로 라스트 신입니다. (이 영화를 보는 분들 대부분이 그러실 겁니다.) 우여곡절 끝에 장난감들을 재발견한 앤디는 망설이던 끝에 이웃에 사는 어린 소녀 보니에게 다가갑니다. 그리곤 하나하나 이름을 불러가며 소개해준 뒤 함께 놀면서 장난감들을 보니에게 건네주지요. 예전에 자신이 그랬듯, 보니 역시 즐겁게 그 장난감들을 갖고 노는 모습을 확인한 뒤 앤디는 천천히 떠나갑니다.
감동적인 라스트 신에서도 제게 가장 인상적인 대목은 바로 앤디의 마지막 말이었습니다. 그는 장난감들로부터 멀어지면서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으로 “얘들아, 고마웠어”라고 인사했지요. 제 생각에 관객의 마음을 움직이는 영화에는 두 가지 부류가 있습니다. 하나는 “미안해”라고 말하는 작품이고, 다른 하나는 “고마워”라고 말하는 작품이지요. 그런데 ‘토이 스토리’는 후자였던 겁니다.
프시케가 그랬듯, 남겨진 자에게 이별은 흡사 견뎌내기 힘든 형벌처럼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그리고 적지 않은 경우, 떠나가는 자의 가슴엔 죄책감이 오래도록 어른거리게 되지요.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관성적으로 믿으려 함에도 불구하고, 이별에 항상 가해자-피해자 구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닙니다. 누군가 떠나야만 한다고 해서, 그게 꼭 누구의 잘못인 것만은 아닌 거지요.
장난감들은 앤디를 여전히 갈망했습니다. 그렇다고 그들에 대한 앤디의 마음이 변질된 것도 아닙니다. 그런데도 이별을 맞을 수밖에 없었던 것은 그저 그들 사이에 시간이 흘러갔기 때문입니다. 세월의 흐름 속에서 생겨나는 관계의 변화를 가학과 피학의 매커니즘으로만 이해하려는 시도는 상처만 남길 뿐이지요. 그리고 시간의 그물 속에서 뒹굴며 살아가야 하는 인간들에게, 어쩌면 관계라는 것은 변하는 게 당연한 건지도 모릅니다.
더구나 우리는 떠나는 것과 남겨지는 것 중 어느 것이 더 나쁜 건지에 대해서도 제대로 알 수 없지 않습니까. 죽음을 앞둔 소크라테스가 “이별의 시간이 왔다. 우리는 각자의 길을 간다. 나는 죽고 너는 산다. 어느 것이 더 좋은가는 신만이 아시리라”고 이야기했듯이 말입니다.
떠나는 누군가의 등을 바라보는 것은 무척이나 마음이 아픕니다. 상대에게 등을 내보이고 돌아서는 것 역시 실로 안타까운 일이지요. 하지만 ‘토이 스토리 3’에서 그런 순간이 왔을 때, 앤디가 “미안해”라는 말 대신 “고마워”라는 말을 남겨서 얼마나 다행인지요.
이별 후에도 장난감들에겐 다른 장난감과의 우정이 아직 남아 있겠지요. 떠나는 앤디에게도 미지의 세계를 향한 꿈이 새로 찾아올 테고요. 그리고 그 모든 꿈들과 관계들이 변하고, 그런 꿈이나 관계를 향한 추억마저 희미해진다고 해도, 삶은 여전히 흘러가야 하겠지요.
우연히 읽게 된 이동진 평론가의 토이스토리3에 대한 감상글인데 혹시 전문 가져오면 안되는거거나 어떤 문제 있음 알려주라...!
쩌리 완전 처음 써봐서..ㅠㅠ 이런 글 안되면 바로 지울께!
첫댓글 토이스토리 3 글자만 봐도 우는 중 ㅠ.. 맞아 너무 완벽한 결말이었어..(물론 4가 나왔지만
삭제된 댓글 입니다.
나두 우연히 이동진 평론가가 소울에 대해 글 쓴거 있나 보다가 찾아본거라서ㅠㅠ!! 그냥 이동진 토이스토리3 하면 나올거야! 근데 이 글이 전부야ㅠㅠ
토이스토리 글보기만해도 비상 ㅠ
ㅠㅠㅠㅠㅠㅠㅠ앤디... 토이스토리 3으러 끝났어여하는데... 여샤 글 퍼와줘서 고마워 잘 봤엉 ♡
마지막 장면 내 눈물버튼ㅜㅠㅠㅠㅠ
ㅠㅠ 토이스토리3 재탕하구 연어하다가 왔다.. 이동진 평론가 글은 항상 깊이 있으면서도 객관적이고 담담한 것 같은 느낌이 좋다ㅠ ㅜ 이별이라는게 피학 가학으로 나뉠 필요없다는데서 많은 깨달음을 얻게 되네.. 좋은 글 가지고 와줘서 넘 고마워ㅠㅠ
슬퍼뒤질거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