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로 향하는 바쁜 사이렌 소리가 요란하게 들리고...
환자는 의식이 없다... 바쁜 ER 인턴들의 분주한 모습속에...
CT상에는 커다란 달이 뜬다.
응급이다.
환자는 자기 머리카락이 잘려나가는 지도 모른채... 어느새 중이 되어있다.
울부짓는 보호자를 향하여... 의사는 한마디 던진다.
"환자는 죽습니다."
제발 살려달라는 보호자들의 울부짓음 뒤에... 의사는 다시 한마디 던진다.
"수술을 해도 살아날 확률은 50%도 되지 않습니다."
보호자들은 아무것도 모른채... 오직 의사만 바라본다.
그들을 향해 의사는 다시 한마디 던진다.
"수술을 할지 말지는 보호자가 결정하십시요"
하지만 정작 결정은 이미 의사가 해 놓은 상태다.
응급 수술...
중이 되어 버린 환자는 수술방에 올라간다. 이미 의식이 없고 더이상 응급상황이란
게 있을 수 없기에..
의사는 새파랗게 날이 서린 메스를 서슴없이 휘두른다.
머리의 피부가 그토록 두꺼웠던가...
어디선가 본 듯한 낯 익은 연장들이 돌아다니고.... 머리를 둘러싸고 있는 작은 지구
가 열린다.
인간을 구성하는 정신과 육체중... 정신을 담고 있는 작은 지구는 그토록 어이없게
우리에게 노출되어버린채.... 우리의 칼 날을 기다린다.
외과의사의 칼날과 한 인간의 정신을 빨아드릴듯한 기구의 도움으로 우린 뇌 안에 들
어 있는 새빨간 이물질을 제거하는데 성공하게 된다.
뇌안의 조그만 피딱지를 제거하기 위해... 그것의 10 배이상에 달하는 피를 흘렸
다. 하지만 수술은 성공이다. 이 수술에는 한 인간을 잠들게 하고 깨어나게 하는 의
사 (유난히도 큰 덩치의 기계뭉치를 곁에 두고있음)의 역할도 컸다.
수술은 항상 성공적이지만 환자는 성공적인지 확신할 수 없다.
결국 의사는 신이 아니기에 해 줄 수 있는 곳 까지 최선을 다하고 그 다음은 환자
자신이 이겨 낼 수 밖에 없다고 말한다. 아니 그것은 진실일 것이다.
까막득한 어둠속으로 환자는 다시 밀려 들어간다.
언제 깨어날지 모르는 곳에서 환자는 수많은 꿈을 꿀 것이다. 그 곁에 그들의 아들,
딸, 어머니, 아버지들의 울부짓음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환자는 NSICU로 옮겨진다. 그 곳은 여왕들의 제국이다. 수십명의 사람들이 그곳에서
정신을 잃은 채 여왕에게 자신의 몸의 전부를 맡긴다.
자신에게 공급되는 모든 영양분,수분,배설,약물등은 왕의 지시를 받은 여왕들에 의
해 행해진다.
처음에는 한 인격체로 그 곳에 들어오게 되지만... 시간이 흐르고...흐르고...흐르면
그들을 인격체로 생각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하지만 그들 하나하나는 문 밖에서
는 어느 누구 못지않은 한 아들의 어머니고, 아버지고, 형이고, 동생일 것이다.
자신의 조그만 지구를 열고 NSICU라는 제국에 들어오게 되는 비용으로 한달에 2000만
원이라는 어마어마한 액수의 돈을 그들의 보호자는 군소리 없이 지불한다.
또 다시 한달이 지난다면 그들은 매달 1000만원이라는 금액을 또다시 지불해야 할 것
이다.
보호자는 점점 힘을 잃어간다...
그리고.. 언제 깨어날지도 모를 그들의 아들과 딸들은 환자가 조용히 잠들 수 있기
를 바라며 기도하게 되어버린다.
그들을 보고 있으면.... 서글퍼진다.
하지만 NSICU에서 기적같이 깨어나 병실로 돌아오는 사람들도 있다.
NSICU에서 얼굴이 퉁퉁부어 알아보기도 힘들 었던 사람들이 가끔 멀쩡한 모습으로 병
실로 돌아와 앉아있는 모습을 보면... 부둥켜 안아주고 싶을 정도로 반갑고 고맙다.
그것이 신경외과 의사에게는 가장 큰 선물이고,, 신경외과 의사들만이 맛볼 수 있는
축복이 아닐까 싶다.
부디 많은 환자들이 의사들에게 좋은 선물과 축복을 남기길 바라며....
카페 게시글
히포크라테스
신경외과를 돌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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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05.01 21:28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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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마치 한편의 의학소설을 읽는 듣한 느낌을 받았다...정말 맛나게 쓰신 글인것 같다..^^ 글이란것이 이 얼어붙은 나의 맘을 다시금 살아나게 하는거 같네..^^
우리아빠는 신경외과에서 두번이나 수술 받으셨어요.. 어깨랑. 뇌... 의사선생님이 참 고마웠지요... 수술실 밖에서 기다리는 심정... 다시는 느껴보고싶지 않네요.. 살면서 가장 힘들었던 때였으니까요... 한번은 한쪽팔을 못 쓸 수도 있다 하셨고,,, 또 한번은 수술 후 어떤 장애가 올 수도 있다 하셨는데 참 다행이예요
작년 10월에 신경외과 인턴 돌던때가 생각나네요. 여기 게시판에 신경외과 힘들다는 글 올렸다 걸려서 인턴성적 D 맞았었는데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