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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이웃의 아내를 탐하지 마라 - 3
http://cafe.daum.net/suttlebus
(불펌 절대 금지)
정신이 돌아온 것은 새벽 한 시쯤이었다.
눈을 뜨고 열린 창 밖으로 마른 버드나무 가지가 노인의 앙상한 손길처럼 흔들리는 것을 보았다.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었고 어둠에 잠긴 수평선 너머에선 실낱같이 번쩍이는 번개의 움직임이 밤하늘을 갈랐다.
몸을 일으키고 주변을 살피니 서양식 인테리어가 눈에 들어왔다. 퀸 사이즈의 침대에 홀로 덩그러니 누워있는 나는 완전한 알몸이었다.
머리카락이 다 뽑혀나가는 듯한 전율이 일었다.
나는 침대 밑으로 내려와 바닥에 널브러진 옷을 주워들었다. 틀림없이 내가 입고 왔던 옷이었다. 그것을 주섬주섬 주워 입고 침대 등을 켰다. 정육점을 연상시키는 붉은 빛이 어둠의 입자를 떠밀었다.
머리를 부여잡고 한동안 생각에 잠기었다. 생각을 하려고 하니 머릿속의 분자가 폭주하듯이 날뛰어 관자놀이가 지끈거렸다.
'아름다움이란 공유되어져야 하는 것입니다.'
남자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불현듯 꿈같이 달콤한 기억 하나가 물결처럼 밀려왔다. 그것은 무엇에 대한 기억인가! 내 몸 속에, 뼈 속에, 골수 속에 아직 남아 있는 그 황홀한 감각의 여운!
아아- 나는 그녀와 관계를 가졌던 것이다.
그녀는 이곳, 이 침대에 앉아 요염한 자태로 나를 기다리고 있었고 나는 다가가 그녀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심장이 폭발할 듯이 두근거렸고 머릿속은 텅 비어 있었다. 그녀는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나의 손길을 능동적으로 받아들였다. 그녀의 가늘고 긴 손가락이 내 몸에 닿을 때마다 나는 감전이라도 된 것처럼 작은 경련을 일으켰다. 그녀의 하얀 얼굴, 차가운 감촉, 황홀한 몸짓 하나 하나가 거대한 환상처럼 나를 지배했으며 그 역동적인 활력은 나로 하여금 인간으로서 가질 수 있는 모든 감정을 최대로 끌어올렸다가 멈추게 했다. 나는 내 안의 세계를 지키고 있던 영혼이 낱낱이 훑어져 나오는 듯한 기분을 느꼈고 그것들은 담배연기처럼, 실처럼 그녀와 나 사이의 허공을 어지럽게 부유하다가 이내 그녀에게로 빨려 들어갔다. 그리고 얼마 후 나는 우주의 미아가 된 듯한 절망적인 공포를 느끼며 흐물흐물해진 의식의 저편을 안타깝게 발버둥쳤다. 황홀감 뒤에 찾아온 극단적인 공허함은 정신없이 쳇바퀴를 돌리는 다람쥐처럼 나를 잠시도 가만 놔두지 않고 불안하게 만들었다. 그렇게 낯설고 견디기 힘든 정서적 공황에 시달리다가 간신히 잠이 들었던 것이다.
'그 매력이란 상상을 초월하는 것입니다. 직접 경험해보지 않고는 도저히 설명되어질 수 없는 것이지요.'
남자가 했던 그 말이 떠올랐다.
그것은 맞는 말이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틀린 말이기도 했다. 내 몸이 다운 될 만큼의 과도한 아드레날린을 그녀는 내게 선사했고 그것은 정말로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러한 경험 후에도 그것은 구체적으로 설명되어질 성질의 것이 못 되었다. 내가 그녀와 얼마간 어떤 식으로 관계를 맺은 지에 대해서 선명하게 떠오르는 영상 같은 것은 단 하나도 없었다. 그녀와의 관계는 오직 감각적인 여운만으로 남아 있었다.
길게 심호흡을 하며 담배를 찾았다. 하지만 나는 원래부터 담배를 피지 않았다. 그런 내가 어째서 초조하게 담배를 찾으며 호주머니를 뒤지는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손목시계가 한 시 반을 가리키자 나는 그만 집으로 돌아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정육점 같은 붉은 빛에 오래도록 몸을 담그고 있어서인지 꼭 내가 돼지가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등을 끄고 문을 향해 걸어갔다.
복도 쪽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바닥에서 손이 튀어나와 내 발목을 붙잡은 모양 나는 걸음을 멈추고 가볍게 몸서리를 쳤다. 발자국 소리는 점점 문과 가까워졌다.
누구일까?
그녀일까? 아니면 그 남편?
심장과 맥박의 움직임이 클라이맥스를 타는 관현악처럼 혈관을 진동시키며 긴장감을 고조시켰다.
그러나 발자국 소리는 문을 지나 그대로 반대쪽으로 멀어졌다.
살금살금 다가가 문고리를 들여다보았다.
복도에는 역시 붉은 계통의 등이 희미한 빛을 발하고 있었다. 그리고 막 반대편 복도로 멀어지는 그림자가 보였다. 그는 처음 보는 남자였다. 등을 보이고 있는 그는 머리가 반쯤 벗겨져 있었고 대단한 뚱보였다. 어깨를 한쪽으로 늘어뜨리며 좀비처럼 흐느적흐느적 걷고 있었다.
그는 이내 나의 시계에서 멀어졌다.
그가 누구이며 어째서 한밤중에 저런 연출된 듯한 동작으로 복도를 거니는지 생각해보았으나 마땅한 답이 떠오르지 않아 이내 생각을 접고 문고리를 돌렸다.
문은 밖에서 잠겨 있었다.
기가 찰 노릇이었으나 쾅쾅대며 문을 두드리고 싶지는 않았다.
주머니에서 펜을 꺼내 펜에 붙은 철 조각을 떼 내어 적당히 손질했다. 그것을 열쇠구멍에 집어넣어 이리저리 돌려보았다. 영화에서처럼 쉽게 되지 않았다. 혀끝이 바싹바싹 타 들어가는 기분이었다. 나는 몇 번이나 마른침을 삼키며 계속해서 철 조각을 돌렸다.
십 여 분만에 문이 열렸다.
후우, 하고 한숨을 내쉬며 복도로 나왔다. 복도는 길고 어두웠다. 어째서인지는 몰라도 내부를 미로처럼 엮어놓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복도 양쪽으로는 수많은 문들이 있었고 그 많은 방들이 왜 있어야 하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을 찾기가 힘들었다. 가도 가도 복도만 계속 나왔다. 붉은 빛에 반사되어 번들거리는 복도 바닥은 엄청나게 큰 괴물의 내장 같았다.
천둥소리가 나직이 울렸다. 저택 밖에서는 비라도 내리는 모양이었다.
잠시 후 나는 천둥소리 끝에 살며시 뒤섞여서 이어지는 어떤 소리를 들었다. 처음에 그것은 내 발자국의 낮은 마찰음이 아닐까 생각했었다. 그러나 이내 그 소리가 양쪽으로 수없이 늘어진 복도의 문들에서 나는 소리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논리적인 이유를 들 수는 없었지만 문 너머에서 들려오는 그 소리는 정상적인 인간의 사고에 해악을 끼칠 무언가 비정상적인 것임을 본능이 자각했다.
내 안의 영혼이 위태롭게 수축하며 위험신호를 알렸다. 빨리 이곳을 벗어나라고.
나는 잰걸음으로 걸으며 긴박하게 계단을 찾았다.
왼쪽 시야에서 흐릿하게 일렁이는 무언가가 있었다. 일순간 피가 역류하는 듯한 찌릿함을 느끼며 고개를 돌렸다.
그것은 열린 문틈이었고 그 너머에는 이제껏 내가 상상으로만 마지않던 광경의 일부가 비죽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었다.
나의 시야에 잡힌 일면은 누군가의 웅크리고 앉은 뒷모습이었다. 그는 어정쩡한 곱슬머리에 남루한 옷차림을 하고 있었다. 남자임을 알 수 있었고 조금 전 보았던 대머리만큼이나 비대한 몸집이었다. 그는 희미한 붉은 조명 아래서 무언가 일을 하고 있었다. 그 일이 무슨 일인지 알기에는 내 시야에 잡힌 면의 폭이 너무 좁았다. 그는 상체를 미미하게, 그러나 줄기차게 움직이며 오른손을 움직이고 있었다. 칠퍽칠퍽하는 듣기 거북한 소리가 들렸다. 아니, 꾸륵꾸륵하는 소리였던가.
아무튼 붉게 채색된 방안의 그 비대한 남자는 한 마리의 어엿한 돼지를 연상시켰고 정말로 돼지냄새가 코끝을 스쳤다. 남자의 뒤통수 너머로는 창문이 보였고 창밖에는 나뭇가지를 타고 흐르는 바람의 몸짓, 그 바람을 타고 사선을 흩뿌리는 비의 움직임, 그리고 그보다 더 멀리 어둠의 물결 어딘가를 비추는 등대의 불빛, 밤하늘을 고요히 선회하고 있을 갈매기의 날갯짓 등이 한 폭의 수채화처럼 내 눈을 자극했다. 어쩐지 그 모든 자연의 자유로운 현상들이 저 돼지 같은 남자가 가진 기괴한 폐쇄적 아우라와는 어떠한 접점도 찾을 수 없을 만큼 단절되어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저 얇은 창문 하나를 두고 마주하고 있음에도 그것은 영영 닿을 수 없는 두꺼운 장벽 너머의 세계 같았다.
그런 생각을 하다가 문득 남자를 보니 남자는 언제부턴가 고개를 돌려 측면으로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땀샘을 통해 모든 땀들이 솟구쳐 나오는 듯한 오싹함을 느끼며 뒷걸음질 쳤다. 남자는 한쪽 눈을 부라리며 나를 쳐다보고 있었지만 사실 그 눈동자에는 어떤 활력도 없어 보였다. 그는 나에 대한 적개심을 표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이방인에 대한 낯선 관찰을 하는 것이었다.
그의 입가에 붉고 노란 무언가가 걸쭉하게 들러붙어 있었고 그것이 역겨워 나는 곧 그 자리를 떴다.
간신히 계단을 찾아 달음박질치듯이 내려오니 커다란 홀에 예의 그 여자와 그 남편이 보랏빛 램프 하나를 들고 서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여자의 얼굴을 보는 순간 목구멍이 타 들어가는 듯한 갈증과 함께 특별한 감각 하나가 되살아나 내 안에서 요동을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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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들에게 다가서자 이내 여자는 남자에게 귓속말로 무언가를 속삭이고는 어둠의 복도 너머로 사라졌다.
"대체 이게 어떻게 된 겁니까?"
나는 나도 모르게 주먹을 불끈 쥐고 있었고 설명할 수 없는 증오와 수치의 감정이(그러나 정말로 그러한 감정이 맞았는지 확신할 수는 없었다) 끓어올라 나 자신을 주체할 수 없게 만들었다.
남자는 내 표정에서 그러한 폭주할 것 같은 감정의 기류를 간파하고는 침착하고 적의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자, 우선 앉으시죠. 지금부터 모든 것을 설명해드리겠습니다."
램프 불빛에 반짝이는 남자의 눈빛을 보고 있노라니 계속해서 그에게 속아온 것 같다는 이상한 기분이 들어 격렬한 분노가 치밀었다. 무엇을 어떻게 속은 건지는 알 수 없었으나 그런 것 따위 일일이 계산하고 싶지도 않았다.
나는 남자에게 다가가 탁자를 소리나게 쳤다.
"도대체 당신들 정체가 뭐요?"
탁자가 흔들리며 탁자 위에 놓여 있던 램프도 함께 흔들렸다. 불빛이 큰 원을 그리며 벽과 천장을 빙그르르 돌았다. 나를 가만히 올려다보는 남자의 얼굴에 보랏빛 명암이 크게 교차하며 그로테스크한 인상을 풍겼다.
"이제부터 당신에게 신세를 좀 단단히 져야겠습니다."
남자는 은밀한 목소리로 말했다.
남자에게 그런 의도야 없었겠지만 격해 있는 나에게 그 말은 나를 조롱하는 어투로 들렸다.
"제발 그 우주적인 비밀이라도 간직하고 있는 것 마냥 폼잡지 마시오."
나는 그에게 이를 갈며 소리쳤다.
"그렇게 기승전결 무시하고 툭툭 던지듯이 말하면 되게 고상하게 보일 줄 아쇼? 내가 당신에게 흥미로운 매력이라도 느끼며 매달릴 줄 아쇼? 다 헛소리라는 거 알고 있으니 미스터리 소설 그만 쓰고 속물적으로 계산해보시오. 얼마를 원합니까? 부인께서 귓속말로 얼마 정도를 부르던가요? 지겨운 시간 낭비 그만하고 툭 까놓고 말하시오!"
나는 그의 어설픈 완곡어법에 완전 질려 있었다.
"저에게 매달리는 것이 아니라……."
남자는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하얀 이를 드러내고 웃으면서 적을 사냥한다는 악어의 모습이 연상되었다.
"선생께선 제 아내에게 매달리게 되실 겁니다."
"그건 또 무슨 소리요?"
나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멍청한 얼굴로 남자의 얼굴을 내려다보고 있었지만 사실 내 안에서 용암같이 끓어오르는 격렬한 감정 하나가 이미 그 답을 알고 있지 안느냐고 내게 반문해왔다. 그것이 나를 초조하게 만들었다.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다시 주머니를 더듬거리며 없는 담배를 찾고 있었다.
"우선 자리에 앉으시죠. 선생께서 말씀하신 대로 이제부터 아주 툭 까놓고 말씀드리겠습니다."
몇 끼를 굶은 사람처럼 다리가 후들거려 더 이상 서 있을 수가 없었던 터라 나는 남자의 말에 고분고분 따랐다. 우리는 보랏빛 램프를 사이에 두고 진실게임을 하는 사람들 모양 얼굴을 마주했다.
"그럼,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죠. 제 아내를 경험해 보셨기 때문에 그 매력, 그 힘의 압도됨을 충분히 알고 계시리라 봅니다. 그래서 말씀인데 제 아내와 그러한 관계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싶지 않으십니까?"
남자의 말은 차갑고 건조했다. 그는 마치 나에게서 되돌아올 답을 이미 알고 있고 그것에 확신을 가지는 듯했다. 정말로 그가 그렇게 생각했다면 그것은 정확한 판단이었다. 그것은 코흘리개에게 세상에서 가장 멋진 아이스크림을 맛보게 한 후 '어때, 계속해서 그 맛을 보고 싶지?' 라고 물으며 대답을 기다리는 것만큼이나 분명한 자기 확신이었던 것이다.
나의 긴 침묵은 우리가 가진 짧은 대화의 결론을 말해주는 것이었으며 나로 하여금 모든 것을 허락하는 처녀의 수치심과 흡사한 기분을 느끼게 했다.
그 복잡 미묘한 감정의 실타래를 남자가 차근차근 정리하며 풀어주었다. 그것은 퍼즐쌓기 처럼 나에게 경외심, 황당함, 긴장감, 그리고 충격을 차례차례 안겨다주었다.
"자 우선 분명한 사실 관계부터 확인하고 들어가죠. 선생께선 이미 제 아내에게서 벗어나실 수 없습니다. 남자로서의 기능이 정지된 사람이 아닌 이상 그 신의 아름다움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세상에 없을 것입니다. 선생께선 그러한 속박을 경외시 해야 합니다. 따지고 보면 인간들은 저마다의 자유를 갈망하는 듯하지만 속내는 그렇지 않다는 거죠. 주위를 둘러보세요. 모두 속박에서 안도와 행복을 느끼며, 속박이 주는 황홀감에서 결코 벗어나지 못하며, 벗어나고자 원치도 않는답니다. 풀과 물만 있으면 언제까지나 양치기에게 속박되어 있고자 하는 양들의 본능처럼 말입니다. 아까 저더러 우주적인 비밀이라도 간직하고 있는 사람처럼 폼잡고 있다고 그러셨죠? 사실이 그러합니다. 언뜻 전 세계 60억 인구가 저마다의 개성과 사상으로 자유분방하게 살아가고 있는 듯하지만 사실은 전혀 그렇지가 않다는 거죠. 그들은 우주의 절대적 힘에 의해 조종되고 있는 것이며 그것이 진리요 세상의 균형이라면 우린 모두 그 힘에 복종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죠. 스위치를 올리는 손이 모든 것을 지배하고 우리들은 구르는 수레를 구성하는 일부에 지나지 않아 수레가 향하게 될 목적지 같은 것에는 궁금증을 재기할 수 없으며 그저 굴러간다는 것에 복종하며 그러한 속박에서 빚어지는 상반되는 두 가지 감정에 유착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선생께선 이제부터 우주적 섭리에 순응하는 것이며 그것은 수치나 혐오의 감정을 초월하여 경외로 귀착되어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는 계속해서 말했다.
"이제 좀더 현실적인 문제를 언급해보죠. 이제부터 선생께선 제 아내를 공유하시는 겁니다. 그것이 가능한 이유는 제 아내가 일처다부를 선호하고 우리들은 그녀의 뜻을 거부할 수 없기 때문이죠."
남자의 말은 거침없었으나 간결 명료했고 귀에 쏙쏙 들어왔다.
남자는 깍지를 낀 손을 탁자 위에 올려놓으며 내게 야릇한 시선을 보냈다.
"2층에서 낯선 사람 몇 몇을 보았으리라 생각됩니다. 그게 궁금하셨겠죠?"
그가 그렇게 말하자 그 때까지 정말로 궁금해 미칠 것 같았던 그 문제가 단번에 내 머릿속에서 해결되는 듯했다. 남자의 질문은 곧 답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답은 위장에서부터 올라온 신물이 식도를 타고 오르는 듯한 불쾌감을 제공했다.
그러한 심경의 변화를 남자는 충분히 예상하고 있었다는 듯 입 꼬리를 올리며 웃었다.
"아마 이제는 그 궁금증이 풀리셨으리라 생각됩니다만 확실하게 말씀드리죠. 그 사람들은 모두 제 아내를 공유하는 사람들입니다."
남자의 입에서 확인사살이라도 하듯 그 말이 흘러나왔고 나는 차라리 그 말을 주워담아 시간을 역행시키고 싶었다. 때론 아무 것도 모르는 것이 아는 것보다 더 편할 때가 있나니.
"자 그리고 몇 가지 알아두셔야 할 사항들이 있습니다. 우선 비너스를 공유하는 것에는 그 만큼의 대가가 따른 다는 것입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우리는 속박에서 빚어지는 상반되는 두 가지 감정을 함께 안고 살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니까요. 그러니 이제부터 선생께선 아내의 말에 무조건적으로 따라야 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그 주종관계에 어떤 식으로든 트러블이 생길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겠습니다. 왜냐하면 지금 선생이 보시는 쪽에서 왼쪽의 복도를 걸어나가 첫 번째 코너에서 다시 왼쪽으로 돌아 나가시면 현관이 나올 것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 문은 잠겨 있지 않습니다. 선생께선 당장이라도 그 경로를 통해 나가셔서 우리들의 속박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언제라도 선생은 자유의지로 사슬을 끊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말하는 남자의 얼굴에는 내가 절대로 그럴 수 없으리라는 것에 전 재산을 올인 할 수 있다는 확신으로 넘쳐 났다. 절대로 질 수 없는, 로얄 스트레이트 플러쉬 패를 쥔 자의 자신 있는 여유였다.
"또 알아두셔야 할 것은 저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과는 불필요한 접촉을 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우리모두는 아내가 정해놓은 사이클에 따라 움직여주기만 하면 됩니다. 그것이 각자에게 주어진 일과이고 우리는 그것에 충실하기만 하면 됩니다. 자, 임의라는 것은 절대 용납되지 않는다는 말씀입니다."
남자는 계속해서 다음 퍼즐을 쌓아갔다.
"그럼- 이제 가장 주의하셔야 할 점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이 금기사항을 어기는 날에는 우리모두가 불행해질 것입니다. 이 점을 먼저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남자의 얼굴은 이제와는 달리 엄숙하게 굳어졌다. 그는 램프에 몸을 바싹 기대며 나의 코앞까지 얼굴을 밀고 왔다.
"4층 왼쪽 복도의 마지막 방에는 절대로 접근하시면 안 됩니다. 절대로, 절대로 그 문을 여시면 안 됩니다."
턱에서부터 올라와 얼굴을 뒤덮고 있는 램프 빛이 그의 얼굴을 괴물처럼 보이게 했다. 그가 연출된 듯한 목소리로 말을 할 때마다 얼굴의 미세한 주름 하나까지도 살아있는 생물체 모양 꿈틀거렸다.
"푸른 수염 이야기 아시죠? 절대로 열어서는 안 된다는 문을 주인공은 기어코 열어 보죠. 그리고 그 주인공은 무엇을 보게 되죠? 어떤 공포와 맞닥뜨리게 되죠? 선생께선 그런 어리석은 우를 범하지 않으시리라 믿습니다."
등을 타고 흐르던 땀방울이 그대로 얼어붙기라도 할 것 같이 전신이 싸늘해졌다.
4편에서 계속...
첫댓글 오호 이시간에 처음으로 리플을남기는영광을+_+
음.. 일처다부제? 기대되네요 ^^
전에도 느낀거지만.. 정말 글 잘 쓰시네요 그나저나 귀신이쓴책 2부는 언제나오남유?
이 긴박감..! 다음 글을 손 꼽아 기다리게 하시는군요 ㅎㅎ
와-정말 잘 쓰시네요...감탄감탄스럽습니다요-ㅅ-!!
그니까...귀신이 쓴 책 2부가 보고 시퍼요..ㅜ ㅜ
감자님, 아폴로켄님, 자작나무님, JIRO(Bowon)님, ★‥anythin님, 딸기쨈님 답글 감사합니다. '귀신이 쓴책' 2부는 '네 이웃의 아내...'의 연재를 끝나는 대로 곧바로 이어서 연재를 시작하겠습니다~! 그나저나 초복인데 더위는 잘 피하고 계신지요~?
점심에 삼계탕을 넘 먹고왔드니 졸리네요.ㅋㅋ 제이슨님 글 정말 잼있어여,,.님도 오늘하루 보신하시고 더 잼나게 써주세요~헤헤~*
귀신이 쓴책 2부 나오나요>ㅁ<//? 얼른 보고싶어요오~~ 그리고 네 이웃의 아내를 탐하지 마라 4편도 얼른 보고싶어요~~~
이 소설은 참 신비로운 분위기가 나요.. 아 그리고 귀신이쓴책2부가 드디어 나오는건가요~ 기대기대!!
>_< 대게 궁금하네.. 빨리 연재해 주세요~ 제이슨 님^^ 그리고 소설 베리 베리굿~~
제이슨님 초복인데 삼계탕은 드셨어요? 수박이라두^^; 항상 잘 읽고 있어요. 건필하세요~
허허!!! 기다려집니다!!!
숑숑~*님, 꼬마소년군님, 케시님, 난세의 영웅님, 별나라 새색님, yoonse님 답글 감사합니다. 이번 소설은 사실 좀 기괴하고 조금은 우스꽝스럽고 또 당혹스러운 이야기입니다~! 일종의 상황호러라고나 할까요... 그나저나 오늘 초복더위 다들 잘 피하셨나요? 저는 무사히 잘 피했습니다~!
뭘까요.....제이슨 친구^^님을 달라지게 만든 요인이.... 아앗...또 궁금증이 발동하네~~
최고다... 공포소설 책도 몇 권 읽어 봤지만 이렇게 재밋는건 처음 인데요... 저야 말로 제이슨 친구님께 속박당해 가는 것 같아요. 이것도 우주의 굴레려나... 후후. 집에 컴퓨터가 고장나서 인 일주일 못 들어 왔더니 이런 올가미가 절 기다리고 있었군요.
으아~ 저남자 뭐야 -0- 꺄 ~ 재밌어여 제이슨님 존경스러워요~ >_< 난 언제 저렇게 쓸까 ㅠㅠ
우..우스꽝스럽다뇨..-_-;; 멋있다.. 진짜 멋있다... 이런 글을 쓰는 사람이.. 몇이나 될런지..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을 것 같은데..
너무 잼난네요 ...예전에 정말 무서웠던 이야기가 푸른 수염 이었는데 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