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값은 성적순? "이젠 옛말"
해외파 U턴-구단 재정격차등 성적외 변수많아
고액스타는 고과보다 타팀 선수들과 순위 우선
'몸값은 성적순'.
이제 절반만 들어맞는 명제다.
연봉 순위는 대충 성적순인 듯 해도 간격은 꼭 그렇지 않아보인다.
해외파 U턴, FA 탄생, 구단간 재정격차 심화 등 외생변수가 불어나면서 연봉 산정의 역학이 복잡해졌다. 특히 고액 연봉일수록 '변수'의 힘이 강하게 작용하는 양상이다.
▶구단의 혼란
문제① 2001시즌 타격 2관왕 이병규(LG)와 2002시즌 홀드왕 차명주(두산)는 각각 2억원과 1억700만원의 연봉이 동결돼 타이틀을 차지하고도 몸값 인상을 따내지 못한 릴레이 진기록을 남겼다. 이들에게는 팀 성적 부진과 '고액 선수에게는 책임 성적도 그만큼 높아진다'는 논리가 적용됐다.
그러나 LG는 몸값 4억7000만원으로 지난해 가장 비싼 어깨였던 이상훈의 7승18세이브는 1억3000만원 인상의 가치를 셈했다. 어떤 계산법일까.
문제② 신인과 외국인선수를 제외한 지난해 LG 야수 고과 톱인 김재현은 3000만원 인상을 제시받았으나 데뷔 이후 최악의 성적표를 낸 이병규는 5000만원 인상을 제시받았다. 왜일까.
1번의 해답. 이상훈은 앞선 선수들과는 다른 연봉 계산법을 적용받는 '예외 클래스'다. 2번의 해답은 시기와 상황에 따라 구단의 기준이 변하는 '혼란기'의 예다.
▶선수의 혼란
구단측 협상 책임자에게 가장 인기없는 선수들은 타팀 선수들과 몸값을 비교하는 '물귀신파'.
그러나 이는 '보통선수'들의 경우다. 지금 연봉 판도는 정확하게 이등분돼있다. 초고액 스타들이 형성하는 '그들만의 리그'에서는 팀내 고과 등 각종 기준보다 최우선적으로 타팀 톱스타들과의 상대순위와 간격이 중요하다.
보통 선수들이 'U턴 해외파'들의 몸값을 물고 늘어지는 것 역시 오류다. 정민태(현대) 이종범(기아) 이상훈 정민철(한화) 등은 모두 팀들에게 이적료와 임대료 등을 안겨준 선수들이다. 이들의 컴백 연봉은 일반 선수들의 몸값 산정과 차별화된다는 게 구단들의 설명이다.
▶신 협상전략
①기록보다 순위-3할, 15승 등의 숫자보다 누구보다 잘했나, 누구보다 앞인가가 중요하다.
②첫차보다 막차-지난해 4억3000만원으로 연봉 2위였던 이종범은 일찌감치 2000만원 인상안에 사인한뒤 올해 4위로 밀려났다. 이승엽 이상훈 등과의 간격을 생각할때 너무 빨리 찍은 감을 지울 수가 없다.
③중간보다 양극단-'짠돌이 구단'처럼 찍혀있는 두산도 간판스타 홍성흔은 확실하게 대접한다. 홍성흔은 올해말에 이변이 없는 한 데뷔 5년동안 4개의 타이틀을 따냈던 LG 프랜차이즈 스타 이병규의 6년차 연봉 기록을 갈아치운다. 반면 이상훈과 임창용(삼성) 등 시끌시끌한 스타들도 확실하게 몸값을 따내는 편.
평범하면 손해다. 구단이 팍팍 밀어주고 싶은 타입, 아니면 아예 까다로운 타입이 협상에 유리하다. < 이승민 기자 cjminni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