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경궁리(居敬窮理)
‘거경궁리(居敬窮理)’란 주자학(朱子學)에서 주창하는 학문수양의 기본방법으로 거경(居敬)과 궁리(窮理)의 두 강목(綱目)을 말하는데, 이는 마음을 경건(敬虔)하게 하여 이치를 추구하는 것이라고 하겠다. 거경궁리는 격물치지(格物致知)와 더불어 유학(특히 성리학)에서 학문(혹은 수양)하는 데 요구되는 실천적 방법 혹은 태도로서 자주 사용되는 말이다. 궁리는 만물의 이치를 터득하는 것을 뜻하고 거경은 궁리에 임할 때의 마음의 자세를 의미한다.
《근사록(近思錄)》에 “수양(修養)은 모름지기 경(敬)으로써 하여야 하고 진학(進學)은 치지(致知)에 달려 있다”고 하였다. 거경의 경(敬)이란, 마음을 진리 한 군데에 집중하여 잡념을 버리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그것은 내면적인 집중만이 아니고 용모, 태도, 일상적인 행동 등 외면적으로도 신중하고 엄숙한 태도가 되어야 한다. 정호(程顥)도 “경(敬)으로써 안을 바로 잡고 의(義)로써 밖을 바르게 한다.”라고 강조하였다. 주희(朱熹)는 2정자(二程子:程顥와 程頤의 형제)를 계승하여 그 구체적인 방법으로서 정좌(靜座)를 권하였다.
《근사록(近思錄)》에 궁리란, 이른바 격물치지(格物致知)이며, 그 방법으로서는 박학(博學) · 심문(審問) · 신사(愼思) · 명변(明辨) · 독행(篤行)을 들고, 거경과 궁리는 수레의 두 바퀴와 같이, 또 사람의 두 발과 같이 함께 있어야 비로소 인(仁)을 실현할 수 있다고 하였다.
《근사록(近思錄)》의 근사(近思)는 ‘가까이 생각하다’는 의미로 이는 지나치게 고원(高遠)한 이상(理想)만을 추구하려들지 말고 일상적인 비근(卑近)한 것을 중시하라는 의미이다. 예컨대 말을 삼가 하여 덕을 기르고 음식을 절제하여 몸의 건강을 기르라는 것과 그리고 과오를 저질렀으면 우선 자기를 꾸짖어 고치되 다만 너무 오래 마음속에 품어 무기력하고 우울하게 되어 후회하게 되는 일은 없도록 하라는 것 등을 생각할 수 있겠다.
《근사록(近思錄)》에서는 거경궁리의 산물로 외면적으로 나타나게 되는 아홉 가지의 바람직한 모습을 ‘구덕(九德)’이라고 하여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 관이율(寬而栗) : 너그러우면서도 위엄이 있는 것.
* 유이립(柔而立) : 부드러우면서도 마음이 확고한 것.
* 원이공(愿而恭) : 성실하면서도 공손한 것.
* 난이경(亂而敬) : 바로잡으면서도 공경하는 것.
* 요이의(擾而毅) : 부드러우면서도 굳센 것.
* 직이온(直而溫) : 곧으면서도 온화한 것.
* 간이렴(簡而廉) : 대범하면서도 염치가 있는 것.
* 강이색(剛而塞) : 굳건하면서도 충실히 다하는 것.
* 강이의(彊而義) : 강하면서도 의로운 것.
[출처 : 근사록(近思錄) 券之五 극기(克己)]
이상의 아홉 가지 덕(德)에서 유추되는 것은 균형 잡힌 인간상이다. 모처럼의 미덕(美德)도 너무 지나치거나 한쪽에 치우치거나 하면 도리어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적절한 선에서 균형을 잡는 것이 중요한데 이것을 알려주는 지침이 바로 ‘구덕(九德)’의 가르침이라 하겠다.
<참조: 모리야 히로시, 중국고전의 인간학(하)>
2023. 9. 7. 素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