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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소개
모든 다리에는 저마다의 드라마가 있다
눈에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을 연결하고
소리 없이 세상을 움직였던 다리에 관한 매혹적인 이야기
다리는 우리를 ‘다른 곳’으로 인도한다
단순한 상징이 아닌, 숨겨진 의미가 있는 장소에 닿는 수단이다
중세 로마에서는 다리가 지금의 광장과 같은 역할을 해왔다. 현대에 들어와서는 블루스를 중심으로 음악과 소리가 다리를 통해 성별과 인종, 대륙을 넘나들었다. 사람들이 실제 전쟁을 대신해 전쟁 장면을 재현했던 다리, 죽음과 단절의 징표가 된 다리도 있다. 이를 통해 세계화와 함께 한 국가의 자랑거리로 건설된 거대다리를 방문하여 대륙과 도시 사이를 가로지른 다리가 어떻게 새로운 문화권과 생활권을 넓히고 발전시켰는지도 탐구한다. 또한 두 문화 사이에서 살아가는 이민자들이 매일 마주하는 교차점을 다리로 설정하여 개인과 사회를 결속시키는 정서적인 기능도 했었음을 알 수 있다.
니체는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인간의 위대함은 그가 종착지가 아닌, 목적지로 나아가는 다리 같은 존재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만남, 이별, 회상의 아이콘이 된 영화 〈애수〉에는 재회의 장소로 워털루 브리지가 등장한다. ‘연결’이라는 다리의 본질과 반대로 다리가 만든 사이 공간을 파괴하려던 에피소드도 있다. 2차 세계 대전 시기 히틀러의 애정과 관심 덕분에 파멸을 피한 피렌체의 베키오 다리처럼 우리가 지금 보는 풍경과 무관하지 않은 역사적 사건들까지 흥미롭게 다룬다.
『다리 위에서 니체를 만나다』는 기술이 만든 다리를 인문학의 시선으로 바라보면서 ‘다리’에 얽힌 많은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풍경으로만 보고 건넜던 다리를 마음속에서 다시 한번 되짚어보게 한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일상에서 무심코 지나치던 다리는 또 다른 여행지가 될 것이다.
🏫 저자 소개
토머스 해리슨
토머스 해리슨은 캘리포니아대학교 로스앤젤레스(UCLA)의 유럽 언어 및 다문화 연구 교수로 이탈리아어와 현대시 강의를 하며, 영화와 대중음악 세미나도 열었다. 현재 주요 관심 분야는 문학, 현대 유럽 사상사, 시각 예술, 음악, 영화와 각각의 연관성이다. 저서로는 『이탈리아의 니체』, 『시의 끝』, 『불완전한 예술』 등이 있다. 이 책 『다리 위에서 니체를 만나다』에서는 다리가 인간의 문화사에 어떤 역할을 했는지, 다리는 어디에서 시작되어 어떻게 연결되는지 예술적이고 철학적인 시각에서 깊이 있게 들여다본다.
📜 목차
들어가는 말
1장 신의 위대한 다리 짓기
무지개 연인들│초자연적인 바위 다리│시라트, 시나바드, 그리고 폰티펙스 막시무스│지하세계, 들고나기│십자가와 지옥의 다리│헤르만 브로흐의 더는 존재하지 않는 것과 아직은 존재하는 것
2장 다리 위에서 살아가기
악바르의 다리│다리가 지은 집│흘러넘치고 잠긴 사랑│정서적 의미를 담은 다리│ 다리에 사는 사람들│영험한 애주가│다리 아래│교통보다 많은 것
3장 음악의 다리
소리의 폭│음향적 상상력│영화에서의 소리 다리│다리에서 오는 목소리│ 음악의 다리-패시지(간주악절)│블루스의 턴어라운드│감정적 전환
4장 다리의 형제와 적들
다리의 형제들│악마의 다리│벽에 묻혀버린 알바니아 사람│귀 없는 역사: 드리나강의 다리
5장 언어의 다리
춤과 노래의 다리│가장 작은 틈이 가장 다리 놓기 힘들다│은유성│월러스 스티븐스와 은유의 동기│
하트 크레인의 분획되지 않은 표현
6장 교수대로서의 다리
태양과 천사들│다리 위의 늙은이들│생을 옥죄는 죽음이라는 올가미│종착지 없는 카프카의 다리│
자살 다리│회생의 강│금문교
7장 니체의 다리
건축의 영혼│베네치아│공간-시간 사이│인간이라는 밧줄│춤추는 무지개 바퀴
8장 바다의 다리와 자아
해안 교류│좌절한 다리│부두에서 바다로│이주와 망명│다리와 뇌량│자아와 반(反)자아│
다리의 다른 쪽 끝
9장 다리-단절
다리를 허물어라!│벽이 된 다리, 다리가 된 벽│다리 건설이라는 오만한 행위│강의 분노│
악마의 연합│폐기물로 전락한 인간: 다섯 편의 전쟁 영화│중요한 것을 잇는 다리
감사의 말
이 책에 대한 해설 (이택광 교수_경희대학교 비교문화연구소/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학부)
미주
참고문헌
📖 책 속으로
아주 드물게 나타나는 무지개는 흔히 인간과 신의 영역을 잇는 연결고리로 여겨졌다. 물, 공기, 빛으로 이루어진 작은 물방울이 무지개를 만들려면 새가 만드는 것만큼 많은 조건이 필요하다. 이 희소함보다 더 주목받는 무지개의 특성은 일시성이다. 다양한 문화권에서 무지개는 땅과 하늘 사이를 잇는 기적의 연결점을 만든다. 13세기 북유럽 신화를 묶은 《산문 에다》에서 왕 길파에게 무지개는 하늘의 신들이 지상 세계에 내려오기 위해 만든 다리라고 설명한다.
--- p.30
현악기는 서로 다른 두께로 다른 장력을 받도록 펼쳐 놓은 현이 브리지라고 부르는 약간 들어 올린 나무 조각 위에서 진동하며 소리를 낸다. 손으로 뜯거나 활로 켜거나 또는 쳤을 때 악기는 음을 내고 음들은 조화를 이루어 음악이 된다. 현악기에서 ‘줄받침’이라고 부르는 ‘브리지’라는 단어는 작곡에서는 하나의 멜로디, 주제 또는 음조에서 다른 멜로디, 주제, 음조로 전환하며 작품의 주제에서 멀어지게 만드는 효과를 가리키기도 한다.
--- p.125
다리라는 인공의 길이 만들어지면서 자연적 방어는 취약해졌다. 그래서 다리 입구에 요새 같은 작은 성과 탑을 세웠다. 그리고 다리를 통해 영혼이 한쪽에서 다른 쪽으로 무단으로 건너가지 못하도록, 다리 아래 부적 혹은 보호 성상들을 놓았다. 마치 자연이 분리하기로 선택한 것을 악마의 힘으로 연결해서 이 구조물 위로 왕래를 가능하게 하는 것 같았다.
--- p.178
미국의 소설가이자 시인 알렉산더 서루가 무심하게 했던 말에 의하면 금문교에서 투신하는 사람들은 “거의 모두 만 쪽이 아니라 육지와 사람들이 보이는 쪽에서 뛰어내린다.” 그의 말은 불행한 투신자들이 자신을 부당하게 대해온 지역 사회와의 갈등에 종지부를 찍고자 한다는 것, 그래서 자신을 공공연한 희생물로 바치는 것임을 뜻한다. 이 추론의 문제점은 금문교의 보행자 통로가 이미 도시와 만을 향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 p.268
니체는 자신이 역사에서 다리라는 사건이 되어야 한다고 믿었다. 자신의 역사적 소명을 다리로 규정한 것이다. 니체 이후의 사상가들과 예술가들은 니체의 이 성격 규정을 놓치지 않았다. 1906년 노르웨이의 화가 에드바르 뭉크는 그림 〈프리드리히 니체〉에서 다리 위에서 깊은 생각에 잠겨 있는 니체의 모습을 형상화한다. 다리 위에 서 있는 니체는 자신이 또한 다리이기도 하다. 니체는 자신을 서양사의 중대한 사건으로 본다.
--- p.291
낯선 외국의 해안이나 때론 미지의 해안으로 향하는 배들이 정박하는 교역 도시들은 다리 문화를 가능하게 하는 역동적 역할을 했다. 라구사와 트리에스테는 자유항으로 지정되었고 특권적인 관세 규정을 적용받았다. 그뿐 아니라 이탈리아 반도 서쪽 아말피, 제노바, 리보르노, 피사, 그리고 지중해 남부와 동부에 있는 다른 일부 도시도 비슷한 기능을 수행했다.
--- p.317
여러 거창한 프로젝트와 거대다리에는 눈에 띄지 않는 지정학적 의도가 숨어 있다. 중앙 정부의 통제하에 각 지방을 결집해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을 갖는 것, 지역을 더 큰 경제 체제의 멍에로 묶어 촉수로 감싸듯 붙들어두는 것, 지역이 자체 생산과 전통에 더는 의지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 프로젝트는 차이와 만남을 발생시키려는 것이 아니라 차이를 예속시키기 위해 설계된다. 따라서 이런 프로젝트는 다리가 아닌 신경계의 시냅스식 접촉이며 단방향 전송에 불과하다.
--- p.385
🖋 출판사 서평
모든 다리에는 저마다의 드라마가 있다
눈에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을 연결하고
소리 없이 세상을 움직였던 다리에 관한 매혹적인 이야기
“아버지는 택시 드라이버, 어디냐고 여쭤보면 항상 양화대교…
나 어릴 때는 아무것도 몰랐네, 그 다리 위를 건너가는 기분을
이제 나는 서 있네, 그 다리 위에 …”
_ 자이언티, 〈양화대교〉 중에서
가수 자이언티는 한강 위를 지나는 삼십 여 개의 다리 중 하나인 양화대교를 보며 ‘가족의 사랑과 행복’을 노래한다. 이처럼 어떤 다리는 그리움과 아픔을, 어떤 다리는 희망과 기쁨을 떠올리게 한다. 그렇지만 단순히 이쪽에서 저쪽으로 ‘건너거나’ ‘지나가는’ 용도 외에 다리가 우리의 삶에서 무엇이며, 사람들은 다리를 어떻게 경험하는지, 더불어 다리가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깊이 생각해본 적은 없을 것이다. 처음으로 오롯이 ‘다리’라는 주제에 초점을 맞춰 세상의 다리를 관찰하고 분석한 뒤 사유로 녹여낸 이 책에서는 눈에 보이는 물질적 다리와 보이지 않는 관념의 다리 속에 숨겨진 이야기를 풀어낸다. 실제 존재하거나 한때 존재했던 다리로 역사적 사실과 에피소드를, 상상 속의 다리와 관련해서는 예술, 철학, 시 등에서 공통 요소를 찾는다.
우리는 모두 ‘사이’에 있으며, 모든 것과 연결되려 한다
우리는 다리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살아왔다. 섬과 섬, 섬과 육지, 도시와 도시 사이를 이어주는 대교에서부터 실개천의 작은 징검다리에 이르기까지, 어디를 둘러봐도 우리는 다리와 함께 있다. 인간은 다리를 짓고 다리는 세상을 연결하며, 다리를 건너 새로운 장소와 문화권, 그리고 낯선 사람들에게 도착한다. 다리에는 단절을 넘어 연결되려는 인간의 의지와 가보지 못한 곳에 닿고 싶은 호기심이 그대로 드러난다. 죽음과 삶, 과거와 현재, 사랑과 이별 사이처럼 다리는 은유적으로도 삶 가까이에 있다.
단지 하나의 건축물로서의 ‘다리’가 연결고리가 되어 동·서양, 머나먼 과거부터 지금과 미래, 신화와 전설, 역사와 예술을 넘나든다. 다리는 은유로서 시가 되기도 하고 음악이 되기도 한다. 지리적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지었던 다리가 문화적 상상력의 매개로 확장되고, 단순한 건축물을 넘어 눈에 보이는 것보다 더 많은 점을 드러내는 순간 다리는 상징으로 거듭난다. 왜 우리는 다리를 지었을까? 다리는 인간에게 무엇일까? 다리는 우리 삶에서 어떤 의미와 가치를 갖는가? 왜 어떤 다리는 연결이 아닌 단절을 뜻하기도 하는 걸까?
저자는 이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다른 시선에서 파노라마 같은 이야기들을 펼치며 우리를 사색의 세계로 이끈다. 그러면서 인간 삶의 덧없음과 영원함 사이에서 만들어진 신화, 전설, 종교의 다리, 다리와 관련된 인간의 삶과 문화를 연관지어 풀어낸다. 우리에게도 익숙한 견우와 직녀의 칠월칠석 오작교 전설에는 사랑의 매개체로서의 다리가 등장한다. 자물쇠를 걸어 사랑을 맹세했던 연인들의 의식은 로마의 밀비오 다리에서 시작되었고, 록 밴드 너바나의 기타리스트 커트 코베인이 앨범을 제작할 때 영감을 받은 장소도 다리(영 스트리트 브리지)였다. 샌프란시스코의 랜드마크인 금문교는 기술과 자연을 하나로 엮은 일대 사건으로 더 유명해졌다.
다리는 우리를 ‘다른 곳’으로 인도한다
단순한 상징이 아닌, 숨겨진 의미가 있는 장소에 닿는 수단이다
중세 로마에서는 다리가 지금의 광장과 같은 역할을 해왔다. 현대에 들어와서는 블루스를 중심으로 음악과 소리가 다리를 통해 성별과 인종, 대륙을 넘나들었다. 사람들이 실제 전쟁을 대신해 전쟁 장면을 재현했던 다리, 죽음과 단절의 징표가 된 다리도 있다. 이를 통해 세계화와 함께 한 국가의 자랑거리로 건설된 거대다리를 방문하여 대륙과 도시 사이를 가로지른 다리가 어떻게 새로운 문화권과 생활권을 넓히고 발전시켰는지도 탐구한다. 또한 두 문화 사이에서 살아가는 이민자들이 매일 마주하는 교차점을 다리로 설정하여 개인과 사회를 결속시키는 정서적인 기능도 했었음을 알 수 있다.
니체는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인간의 위대함은 그가 종착지가 아닌, 목적지로 나아가는 다리 같은 존재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만남, 이별, 회상의 아이콘이 된 영화 〈애수〉에는 재회의 장소로 워털루 브리지가 등장한다. ‘연결’이라는 다리의 본질과 반대로 다리가 만든 사이 공간을 파괴하려던 에피소드도 있다. 2차 세계 대전 시기 히틀러의 애정과 관심 덕분에 파멸을 피한 피렌체의 베키오 다리처럼 우리가 지금 보는 풍경과 무관하지 않은 역사적 사건들까지 흥미롭게 다룬다.
《다리 위에서 니체를 만나다》는 기술이 만든 다리를 인문학의 시선으로 바라보면서 ‘다리’에 얽힌 많은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풍경으로만 보고 건넜던 다리를 마음속에서 다시 한번 되짚어보게 한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일상에서 무심코 지나치던 다리는 또 다른 여행지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