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성준(왼쪽)이 한국물가정보배에서 생애 첫 우승을 차지했다. 김지석을 상대한 안성준이 2-0 스코어로 우승하리라 예상한 이는 거의 없었다. |
누가 예상했을까.
안성준 3단의 우승. 그것도 2-0의 스코어를 예상한 사람은 드물었다. 아니, 김지석 8단의 2-0 우승 예측이 지배적이었다. 세계무대를 주름잡는 김지석 8단의 화려한 경력에 비춰보면 그쪽이 자연스러워보였다. 김지석은 컨디션까지 최상이었다. 반면 안성준은 8강도 이번에 처음 경험한 것이었다. 한국랭킹 3위 김지석과 안성준의 랭킹차이는 23계단이나 됐다.
그런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예상들을 안성준은 보란 듯이 깨고 생애 첫 우승을 달성했다.
29일 서울 성동구 홍익동 바둑TV스튜디오에서 열린 제8기 한국물가정보배 프로기전 결승3번기 제2국에서 안성준 3단이 김지석 8단에게 216수 만에 백으로 불계승을 거두면서 종합전적 2-0으로 한국물가정보배 정상에 올랐다. 이 우승으로 동시에 승단해 4단이 됐다 .
안성준은 줄곧 우세한 국면을 유지하다 결정타를 잘못 날려 위기를 맞이했었다. 공격실패로 손해가 극심하고 타개하던 돌은 좌사시키는 등 불리하던 김지석이 갑자기 강력한 역공을 날렸던 것이다.
상황은 이랬다. 중반, 김지석이 믿을 곳이라고는 중앙뿐이었는데, 김지석의 중앙 좌측 성벽은 허술해 보였다. 안성준은 한방이면 좌변을 통째로 삼키며 바둑을 끝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 떨리는 순간이 오자 시간연장책을 쓰며 신중해지려 애썼다. 그리고 결정타를 날렸다. 하지만 조심도 무위로, 김지석이 찝는 호수로 수상전을 역전시켰고 중앙을 최대한 크게 만들었다. 누가 봐도 역전 무드였다.

▲ 8번째 물가정보배의 주인공은 랭킹 26위의 안성준이었다.
그러나 그때 안성준은 극도로 침착해졌다. 좌상에서 흑 일부를 끊어 잡고 끝내기를 진행했다. 막상 냉정하게 바라보니 덤 정도 유리해졌다. 김지석은 중앙을 정리할 때 더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않으면 안 되었던 것이다.
끝내기는 더 손댈 데가 없을 정도로 해볼 만한 구석이 나오질 않았고 김지석이 돌을 거두었다.
이 바둑을 사이버오로 대국실에서 생중계 해설했던 목진석 9단은 “안성준 3단이 ‘멘붕’직전에 침착을 찾았고 김지석 8단한테서는 뭐랄까 초조함이 느껴졌다”고 짧게 평했다.
한국물가정보배는 기사들의 생애 첫 우승이 많이 나오는 기전이다. 21세 안성준이 높이 날아올랐다. 김지석도 5기 때 한국물가정보배에서 생애 첫 우승을 해냈었다.
한국물가정보배는 2005년 창설, 2012년에 8기를 맞게 됐다.우승상금은 3천만원, 준우승상금은 천만원이다. 제한시간은 10분, 40초 3회.


▲ 대기실에서 대국을 기다리던 김지석. 김지석은 최근 바쁜 경기 일정으로 말미암아 매일 다니는 유도를 중단한 상태다.

▲ 김덕규 8단의 입회로 대국이 개시됐다.

▲ 김지석은 왠지 초조해 보였다.

▲ 복기 하던 그때. 안성준과 김지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