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환자 아쉬람에서 나의 숙소가 있는 곳까지는 거리가 꽤 멀다.
걸어서 20여 분 걸린다. 포장이 되어 있지 않거나 간혹 되어 있던 포장도 하도 오래 되어
군데 군데 패여나가고 떨어져 나간 도로는 그냥 걸어도 쉽지 않다. 그런 길을 가끔은
사이클 릭샤를 이용하는데 그건 걷는 것이 귀찮아서가 아니가 20루피를 릭샤왈라에게 준다는
생각으로 사이클 릭샤를 이용한다. 그 돈이면 그들에게는 식구들 한 끼의 식사가 되기 때문이다.
숙소 가까이에 이르러 도로가에 야채 장수가 몇 명 있다. 고구마와 감자, 이런 낯익은 야채를 파는
사람도 있는가 하면 전혀 이름도 모르는 야채를 갖다 놓고 파는 사람도 있다. 한결 같이 차림자체도 없어 보이는
아주 가난한 사람들이다. 어쩌다가 야채나 과일을 살때는 좀 질이 좋지 않아도 그들의 것을 사게 되는데
그래도 상점을 갖고 있는 사람은 부자라는 생각에서다.
여기 인도에 오면서 부터 한국에서는 없었던 습관이 하나 생겼다. 야채나 과일을 살 때 싸준 봉지나 봉투를
버리지 않고 그대로 모으는 습관이다. 무엇이든 풍성하고 넉넉한 한국에서는 궁핍이나 가난에 대해 그리
깨닫지 못했는데 여기에 와서는 모든 것이 부족하다. 그것을 알고 있는 나로서는 휴지 한 장, 비닐 조각 하나
쉽게 버리지 못한다. 그것이 환경에 주는 영향도 그렇거니와 무엇보다 그것도 없는 사람들을 생각해서다.
어제 저녁 무렵, 상추를 사러 가는 길에 여태 모아둔 종이와 비닐 봉투를 들고 나갔다. 20여장은 되는 것 같다.
꼬깃한 종이 봉투는 다시 반듯하게 폈다. 그리고 더러운 비닐은 물로 씻어 깨끗하게 다듬었다. 그러니 새것 같다.
나는 그것을 야채 장수 노인에게 내밀었다. 그 노인은 영어를 모르고 나는 그 노인의 말을 모른다. 그는 힌두어도
모르고 있는 타지역 사람이었다.
그래도 이심전심이라는 게 있기에, 내밀고 받는 것으로 모든 것이 통한다.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그런 상황 정도는
알아채리는 게 사람이다. 연신 고맙다는 말을 하는 것 같다. 그리고는 나에게 무엇인가 줄 것을 찾는 것 같다.
나는 손을 저으며 얼른 그 자리를 나왔다. 내가 그들에게 무엇을 거저 받을 수 있겠는가?
인도에 온 후로, 줄곧 나의 생각을 사로 잡고 있는 사람이 바로 비노바 바베다. 가난을 실천한 사람, 가난한 사람보다
더 가난하게 살다간 사람. 그러면서 자신은 천하를 움켜 쥐고 있는 듯 세상을 향해 준엄하게 꾸짖고 타이른 사람이다.
종교를 한낱 의식으로만 생각하지 않았다. 종교인을 한낱 말 잔치로 이끄는 사람으로 여기지 않았다. 건물 속에 갇힌
예배라면 신 마저도 그것을 역겹게 여길 거라고 했던 사람이다. 그래서 그는 거리로 나섰다. 부자들을 달래어 땅을
희사 받고 그 땅은 다시 불가촉천민들에게 나누어 줬다. 자신을 위해서는 그 어느 것도 사양했다.
나에게 있는 것을 남에게 주는 일이야 말로 힘든 일이다. 오늘날과 같이 물질의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자신이 모은,
혹은 부모로부터 받은 그 무엇이든 남에게 좀처럼 주고 싶어 하지 않는다. 또 그것을 죄라든가 사화적인 관념으로 보아
나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별로 없다. 내 것은 내것이기 때문이다. 내것을 내 마음대로 하는 것에 대해 누가 말
할 수 있으랴?
그래서 비노바 바베가 더욱 위대하게 보인다. 브라만 계급을 헌신짝 처럼 버리고, 학식과 신앙을 그대로 실천한 사람이다.
내가 늘 이야기 하지만, 누릴 수 있는 자리가 있음에도 그것을 거부하는 일처럼 위대한 사람은 없어 보인다. 더욱이
그 누릴 수 있는 영화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타인 특히 낮은 자, 가난한 자들과 나누는 사람들의 정신이야 말로
존경스러운 거다.
나는 부족함을 사랑하진 않는다. 나는 궁핍을 좋아하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나는 가난을 사랑한다.
내가 사랑하는 가난이란, 부족하지만 넉넉하게 살아가는 것, 그래서 나는 없어도 남에게 줄 수 있는 여유를 사랑하는 거다.
남에게 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부자인 셈이다. 그 말은 남에게 줄 줄 모르는 사람은 그가 얼마를 가졌든
그는 영원히 가난한 사람일 수 밖에 없다. 반대로 남을 도울 수 있는 사람은 얼마를 가졌든 간에 그는
진정한 부자인 것이다.
첫댓글 비닐봉지를 모아 가져다 주는것은 내 습관인데......인도에는 영wjr 지도자가 참 많은것 같애요.. 좋은글 잘 읽었습니디//
가난을 사랑 한다기보다................자발적 가난의 삶을 사시는 한돌님..........평화가 함께하시길
한돌님..가난을 그냥 그대로 사랑하는 사람..여기도 많이 있어요..힘내세요..당당해도 되고 얼마나 좋은지요.....
좋은 글...스스로를 다시 보게 만드신 글입니다..감사합니다. 어느 것이 정말로 예수님의 뜻인가하는 생각과 함께 감동이 옵니다.
비노바 바베........기억해야 할 이름이군요.........우리나라는.........너무 풍성해서......회개가 필요함........
한돌님, 반갑구, 보고프네유.........근디,미국민 절반 가까이가 비만이라는디.. 10%만 들먹어두, 고기대신 곡류나 채소등을 먹든지 하믄, 기아 문제를 해결 할터인디.....암은 육식과 화학첨가물이 주원인이라는 디....~~~ 그런 내두 육식을 즐겨 먹으니 남 얘기 할것은 못되..이눔아...ㅉㅉ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