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니라.
오늘도 나는
에메랄드빛 하늘이 환히 내다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행길을 향한 문으로 숱한 사람들이
제각기 한 가지씩 생각에 족한 얼굴로 와선
총총히 우표를 사고 전보지를 받고
먼 고향으로 또는 그리운 사람께로
슬프고 즐겁고 다정한 사연들을 보내나니,
세상의 고달픈 바람결에 시달리고 나부끼어
더욱더 의지 삼고 피어 헝클어진 인정의 꽃밭에서
너와 나의 애틋한 연분도
한 방울 연연한 진홍빛 양귀비꽃인지도 모른다.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니라.
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나니
그리운 이여, 그러면 안녕!
설령 이것이 이 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
유치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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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에 여행을 가서 보니 통영 중앙동우체국 입구에 시비가 세워져 있었다. 바로 유치환 시인의 '행복'이란 시. 통영이란 도시가 문화적으로 격조 높은 도시라지만 이것은 많이 특별한 일이다.
까닭은 이 우체국에서 유치환 시인이 이영도 시인에게 수없이 많은 편지를 보냈다는 걸 기억하고 기념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그 고장에서 살았던 시인들도 대단하지만 그걸 기리는 지역민들도 대단하다.
힘찬 시를 써서 '의지의 시인'이란 말을 듣는 시인. 그런 시인에게 이토록 애틋한 시가 있다니 이 또한 놀라운 일이다. 이 시를 읽으면서 우리는 사랑의 본질을 새삼 깨닫는다. 역시 시의 덕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