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의 차를 운전해 보성에 내린다. 9시 10분 직행버스를 타고 학동에 내려 대왕김밥을 3천원에 산다. 막걸리는 길 건너 현대아파트 앞의 농협로컬푸드에 들러 1,380원에 산다. 운림중 앞에 내려 동적골로 걷는다. 더러 산책하는 이들이 오간다. 다님길로 들어가 좁은 산길을 걷는다. 한 시간 남짓에 산림욕장 침석대에 닿는다. 이끼 낀 돌 사이 물에 신발바닥을 적시며 바위에 새겨진 글씨를 본다. 침류수석枕流漱石 재밌는 말이다. 손재섭과 김한규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길 가에 현호색이 보인다. 반가워 눈을 번득이는데 안 보인다. 아직 피어나지 않은 중의무릇의 노란 꽃봉오리가 산자고 같은 긴 잎에 앉아 있다. 바람꽃이 꽃잎을 닫고 옆으로 서 있다. 그나마 반갑다. 현호색 몇 개도 본다. 나무사이로 내려가 개울 바위에 서서 이끼사이로 내려오는 물줄기를 찍어본다. 복수추는 보이지 않는다. 새인봉 삼거리에서 동적골로 직진하니 통제 깃발이 걸려 있다. 거침없이 들어간다. 길은 멧돼지들이 파 헤쳐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다리에 힘이 떨어지고 배가 고프다. 복수초 하나만 만나면 꼬마자동차 붕붕처럼 힘이 날 것도 같은데 이리저리헤매도 보이지 않는다. 그러다 나무 아래 이미 시들어가고 있거나 오무리고 있는 노란 복수초를 만난다. 스마트폰으로 꽃을 잘 찍어보겠다는 건 욕심이다. 숨은 멈춰지지 않는다. 복수초가 사방에서 날 부른다. 길마가지꽃이 붉은 빛을 살짝 얹고서 흔들거린다. 초점 맞추기 힘들다. 비탈 위의 복수초 군락을 지나 가파르게 흙길을 오르나 미끌리지는 않는다. 능선에 오르니 12시가 다 되어간다. 힘이 없다. 서인봉 아래 바위나 소나무 옆까지는 가야 하는데 포기다. 솔가리 쌓인 바위에 앉아 김밥과 막걸리를 꺼내 반쯤 먹는다. 오랜만에 서석대를 가려했는데 벌써 포기다. 서인봉 중머리재에서 바라보는 서석대에 눈이 없으니 안 가도 된다. 용추봉으로 힘들게 오른다. 소나무 지나쳐 묘지 옆 바위 사이에 앉아 차분하게 김밥을 안주 삼아 막걸리를 마신다. 5시에 상무지구에서 두 친구들 만나려면 중봉 들러 원효사로 내려가야겠다. 원효사를 들러 4시가 지나 1187번을 타고 문화전당역에 내려 지하철을 탄다. 운천역에서 내려 부지런히 걸어가는데 5시가 되어 버렸다. 신호등 앞에서 다왔다고 전화하며 신호등을 건너니 둘이 식당 안에 들어가지 않고 기다리고 있다. 상천이는 순천에 용석이는 나주의 늘봄학교에 채용이 확정되었다면서 내게도 응하라고 한다. 난 관심이 없다하고, 늘봄학교가 뭐냐고 묻는다. 도시 학부모들 돌봄 확대 지원인가? 퇴직자 일자리 창출인가? 아이들은 어떻게 자라야 하는가? 교사들은 좋은 교육과정으로 우리의 2세 국민?들을 잘 늦게까지 잘 키울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