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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일사랑]除日(제일)과 除夕(제석)
한 해의 마지막 날을 제일(除日), 그날 밤을 제석(除夕),제야(除夜)라고 한다.
이날 임금은 사대부 가운데 70세, 서민(庶民) 가운데 80세가 된 사람에게 쌀과 비단을 하사해 경로(敬老)의 뜻을 보였다.
2품 이상의 관료들은 임금에게 구세(舊歲)의 문안을 하고, 내의원에서는 벽온단(辟瘟丹)을 만들어 바쳤는데, 염병을 쫓는 향이었다.
임금은 향 한 심지를 사르며 나라에 병이 없기를 기원했다.
궁중 연종제(年終祭)의 하나가 역귀(疫鬼)를 쫓는 나례(儺禮)다.
‘논어(論語)’ 향당(鄕黨)편에 ‘마을 사람들이 나례를 하면 (공자는) 반드시 조복(朝服)을 입고 동쪽 섬돌에 서 있었다’는 데서 나온 의식으로 이를 주관하는 나례도감(儺禮都監)이 있었다.
이때 쏘는 대포가 연종포(年終砲)이며 이때 마시는 술이 방포주(放砲酒)였다.
제일과 그 전날에는 민간에서도 총을 쏘는 것이 특별히 허용됐다.
총이 없으면 마당에 불을 피워놓고 청죽(靑竹)을 넣어 터뜨렸는데, 모두 벽사(辟邪)의 뜻이었다.
사대부가에서는 제석에 가묘(家廟)에 절하고 어른들에게 ‘묵은 세배(拜舊歲)’를 했는데, 가까운 사이에만 할 수 있었다.
친지들에게 생치(生雉)·전복·어란(魚卵)·육포(肉脯)·곶감 등을 선물했다.
여성들이 이를 가지고 세찬(歲饌)을 만드는 동안 남성들은 집 안팎을 깨끗이 청소했다.
제주도에서는 제일에 시집간 딸이 친정 부모님을 찾아가서 절을 하는 풍습도 있었다.
조선 후기 들어 가급적 친정 방문을 삼갔던 세태에 비교하면 제주도의 여권(女權)은 본토보다 상당히 높았던 것 같다.
밤이 되면 집안 곳곳에 불을 밝혀 놓고 모여서 밤을 새우는 수세(守歲)를 했다.
어린 아이가 졸면 “섣달 그믐에 자면 두 눈썹이 하얗게 된다”고 꾸짖었다.
대신 윷놀이를 하거나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 주었다.
제일에는 남은 빚을 청산하는 것이 관례였으나 이날까지 받지 못한 빚은 정월 보름까지는 독촉도 않고, 갚지도 않는 것 또한 관례였다.
‘섣달이 둘이라도 시원치 않다’는 속담은 시간을 끈다고 해도 되지 않는 일을 뜻한다. 그해에 못한 일에 미련을 갖지 말고 새해를 맞으라는 뜻이다.
출처:조선일보 글.이덕일·역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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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이야기]除夜(제야)
한 해의 마지막 밤을 ‘除夜(제야)’라고 한다.
이 밤의 12시가 되면 서울에서는 보신각의 종을 울리며, 전국의 사찰에서 일제히 종을 울린다.
이렇게 울리는 종을 ‘除夜의 종’이라고 한다.
‘除夜’라는 말의 의미를 알아보기로 하자.
‘除(제)’는 ‘阝(=阜)(언덕 부)’와 ‘余(나 여)’가 합쳐진 한자이다.
갑골문에서 ‘余’는 ‘나무가 천장을 받치고 있는 집’을 나타낸다.
이것이 나중에는 ‘집’이라는 의미로 사용됐다.
그러므로 ‘除’는 원래 ‘언덕 위에 있는 집’을 나타낸다.
일반적인 집이라면 들에 있어야 한다. 언덕 위에 있는 집은 특수한 집이다.
오늘날 우리나라에서도 堂祭(당제)를 지내는 집은 동네와 떨어져 언덕 위에 있음을 흔히 볼 수 있다.
‘除’의 초기의 의미는 ‘제단(祭壇)’이었다.
이로부터 ‘재앙을 쫓다’라는 의미가 나왔다.
이는 제단에서 행하는 모든 행위의 목적이기도 하다.
‘除授(제수)’는 ‘관직을 수여하다’라는 뜻인데, 과거에는 제단에서 관직을 수여했기 때문에 이렇게 말했다.
언덕 위의 제단으로 가는 길은 돌계단이었다.
그러므로 ‘除’에는 ‘섬돌, 길, 도로’라는 뜻이 생겼다.
제단은 항상 정결해야 했다. 이로부터 ‘除’에는 ‘깨끗이 하다’라는 의미가 나왔다. 깨끗이 하기 위해서는 무엇인가를 없애고 버리고 고쳐야 한다.
따라서 ‘除’에는 ‘덜다, 제거하다, 몰아내다, 고치다, 닦아내다’라는 의미가 생겨났다.
‘除草(제초)’는 ‘풀을 제거하다’라는 말이고, ‘掃除(소제)’는 ‘쓸어서 없애다’라는 말이며, ‘削除(삭제)’는 ‘깎아서 없애다’라는 말이다.
‘제거하다’라는 의미로부터 ‘가다, 떠나다’라는 의미가 생겼다.
이로부터 ‘모든 것을 떠나가게 하는 밤’을 뜻하는 ‘섣달 그믐날 밤’이라는 의미가 나왔다. 이렇게 보면 ‘除夜’의 ‘夜(밤 야)’는 꼭 필요한 말은 아니다.
除夜가 다가온다. 보내야할 모든 것을 떠나보내고 새로운 마음으로 새날을 맞이하자는 그 밤이다.
출처:동아일보 글.허성도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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