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에 경포호에 분수를 설치 한다고 한다. 경포호는 과거에는 지금 보다 3배나 넓었다.
선교장과 오죽헌까지 경포호가 닿아 있었다.
박정희 시대, 지금의 도로를 만들고 호수를 매워 논을 만들었다.
그런데 경포호에는 특산물이 있다.
부새우다!
영동지방 석호에는 어김없이 부새우가 있다.
부새우는 호수면을 주 생활 근거지로 호수의 해충들을 먹이로 하며 생존한다.
호수 환경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강릉시는 관광객을 끓어 들이기 위해 생태 공원을 조성하고 조형물들을 만들지만, 자연은 가능한 그냥 내버려 두는 것이 좋다.
생태 친화적이라는 말은 사람이 간섭을 하지 않는 다는 뜻이다.
중편소설 청수원은 아마 이렇게 시작되었을 것이다. 기억을 더듬어 본다.
“부새우였다.
고기를 별로 좋아하시지 않은 아버지가 즐겨 드시는 부새우였다.
가끔 시내에 나오시면 중앙시장에 들러 부새우 몇 종지를 사서 까만 비닐봉지에 담아 집에 가지고 오시곤 하던 바로 그 부새우였다.
부새우는 아버지의 영양식이다. 그래서 내 몰골이 시원치 않으면 아무 내색도 않으시고 부새우를 사다주시는 것을 나는 안다.
당신의 영양식이니 시원치 않은 아들놈에게라도 먹이고 싶다는 것 쯤은 벌써 나는 눈치 채고 있었다.
부새우는 요리가 필요 없다. 중앙시장 할머니가 건네 준 그대로 된장 뚝배기에다 그냥 자박자박 끓이기만 하면 요리 끝이다.
그러니 맛이라고 해야 찝찔한 맛, 어떻게 생각하면 아무 맛도 없다고도 여겨지기도 한다. 이름이 새우이니 새우의 고소한 맛이라도 혹시 날까 생각하면 큰 코 다친다.
"뭐 이런 맛이 다 있어?"
할 정도로 실망한다. 그렇다고 젓갈처럼 콤콤한 맛이라도 있으면 다행이다. 그것마저 없으니 차라리 요리라고 부르기도 그렇다. 하긴 경포호수 수면에서 튀어 다니는 놈을 뜰채로 떠서 가져와 그대로 아무 짓도 안하고 끓였으니 당연할 것이다.
어릴 때, 아버지가 밥상에서 즐겨 드시는 것을 보고, 왜 어른들은 저런 맛없는 것을 먹을까 의아해하기도 했다.
그 시절은 부새우를 강릉 사람들이 흔히 먹었던 모양이다. 그러나 지금은 경포호가 오염 되어서 그런지 좀처럼 보지 못하던 것이었다. 워낙 좋아하는 아버지야 일부러 찾아다니시니 눈에 띠겠지만, 이런 술집에서 부새우를 본다는 것은 로또 복권에 당첨 되는 것 이상으로 의외였다.
더구나 안주가 나오기 전에 급하게 술잔을 비우는 술꾼들을 위해 서비스로 주는 안주라니. 같이 간 친구도 강릉 토박이지만, 부새우를 처음 본 눈치 같았다.
"아줌마! 이거 부새우 맞죠?"
"네"
주방에서 일하던 주인여자에게 흥분해서 물었는데, 여자는 의외로 간단하게 당연하듯 대답을 했다.
나로서는 할 말이 많은 부새우였는데, 그렇게 아무 설명도 없이 간단하게 말하다니, 여자로서는 별거 아닌 눈치였다. 그렇다고 일하는 여자를 앞에 앉히고 어릴 때 아버지가 즐겨 드셨다느니, 지금도 아버지가 내가 시원치 않으면 중앙시장에서 가끔 사오셨다느니 하는 너스레도 떨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강릉에선 곤쟁이라고 불린다는데, 난 곤쟁이보단 부새우가 더 귀에 익는다. 새우는 새우인데 아주 작은 새우!
부새우는 동해안 토종 먹거리다. 민물과 바닷물이 뒤섞이는 석호와 주변 습지에서 시식한다.
때문에 석호가 있는 강릉, 양양, 속초, 고성 등 동해안 중북부 해안권에서만 만날수 있는 귀한 친구다.
우연히 술집에 들렸다가 부새우를 보고, 그 술집의 단골이 되었다.
그곳에서 내 소설 ‘청수원’이 탄생하였다.
그 술집 이름이 ‘청수원’이었다. 조그마한 막술집 이름이 ‘청수원’이라는 호기심도 나를 그 술집으로 이끄는 힘이었고, 주인 여자에게 그 이유를 듣고 싶었다.
나의 집요한 호기심으로 소설이 시작되었고,
그것이 소설집이 되었다.
소설 ‘청수원’을 호기심으로 썼듯이 소설집도 우연하게 출간되었다.
취미로 써서 코딩 작업 틈틈이 인터넷에 올렸다가 출판사 사람들의 눈에 띤 모양이었다.
마구잡이로 쓴 책치고는 대단히 선전했다.
교보문고에서 랭킹 2 위까지 했다.
그런데 문제는 신문과 방송에서 찾아오는 것이었다.
번거로운 것을 싫어하는 나는 그것이 곤혹스러운 일이었다.
출판사에서 책을 더 찍자고 해도 난 거절했다.
게다가, 술집 ‘청수원’에 피해를 줄까 염려하여 위치나 소설을 쓰게된 이유는 비밀로 했는데,
술집으로 사람들이 몰려들었다는 것이다.
주인 여자로부터 원망의 소리를 듣고는 미안했다.
추측건데 출판사에서이야기 한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