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앞, 옆, 그리고 대각선. 나의 이웃은
이미 다 핀 장미꽃 몇송이 갖다 놓고는 뭐가 좋은지
매일 기타나 치고 노래나 부르는 한심한 꽃집 총각과
말로는 표현 못할 그윽한 눈빛으로 지나는 젊은 여자와
눈을 맞추는 '젊은 오빠' 떡볶이 집의 잘생긴 유부남
그리고 몰래 카메라로 아르바이트 생을 감시하는
스크루지가 따로 없는 편의점 잔소리꾼 중늙은이
매일 저녁 9시부터 새벽 2시까지
로리타 패션의 빵집 아가씨가 되어
나는 그들을 감시하고 그들 또한 나를 감시한다
들어오는 손님 하나 없는 야심한 시각에
빵집이라는 프리즘을 통해 보이는
이 치열한 관음증의 사각지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