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바닷가의 효남원추어탕에서 먹는다.
상황봉을 보며 해남으로 올라가 미황사로 간다.
보고싶은 미황사 대웅전은 크게 가리고 공사중이다.
바보가 달마고도길을 가고 싶다기에 오른쪽으로 빠져나와 도솔암쪽 길을 잡는데
공사 장비가 길을 막고 있다.
옹색하게 지나 달마고도 안내를 보니 도솔암까지 4km가 넘는다. 두시간 반 남짓이면 다녀올 거리지만
눈이 살포시 앉은 길이 멀게 느껴진다.
이정표의 북쪽으로 금샘 대밭삼거리쪽이 2km 정도다.
바보도 달마고도길을 포기하고 대밭삼거리로 다녀 오잔다.
부도전을 성의없이 둘러보고 돌계단 숲의 하얀 눈길로 올라간다.
길은 완만하고 돌계단이 반듯한데 바보는 힘들다고 한다.
작은 배낭을 맨 등에 땀이 밸 무렵 대밭삼거리에 도착한다.
달마산 능선을 걸을 떄 쉬곤 하던 곳이다.
물한모금 마시고 1km의 달마봉에 가자고 바보를 꼬신다.
아직 점심이 이르니 바보도 따라온다.
파란 하늘 흰구름에 바람이 없으니 날씨는 어제와는 달리 포근하고 조망도 시원히 열린다.
건너 상황봉의 덩치와 바다, 벌판을 배경으로 바보를 찍어주며 달마봉으로 걷는다.
산악회 명찰을 단 배넹을 맨 이들을 만나기도 한다.
날카롭게 뾰족 선 바위 사이를 돌고 줄을 잡으며 오르내린다.
그러고 보니 처음 걸었던 바위 사이보다 길을 아래ㅐ로 많이 돌려놓은 것 같다.
바보는 내리막에서 힘들어하며 정상은 어디메뇨 한다.
문바위 부근 바위 사이도 이젠 등로에서 떨어져 있다.
가파른 계단에서 빨간 목장갑을 낀 바보는 네발로 기어 올라온다.
달마봉에서 인증을 하고 미황사로 내려가는 길 초입에 앉아 한라봉 하날 나눠먹는다.
내려오는 길도 만만치 않다. 올라오는 이들의 호흡이 거칠다.
한시가 넘었다. 미황사엔 들르지 않고 점심 먹으러 간다.
바보의 눈은 밭에 버려진 배추밭을 노린다.
길가에 차를 멈추고 밭으로 올랐으나 주인의 눈을 피해 돌아오고
차를 밭길로 들어가 멈춰준다.
몇년전 해남에 근무할 때의 배추 자르던 솜씨를 발휘해 속이 누런 배추의 중간을 잘라 던져준다.
비닐에 가득 채운 바보는 원풀이했다.
그러면서 내게 오히려 신이 났다고 한다.
늦은 점심을 매화식당에 들어가 생고기비빔밥으로 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