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관우(23ㆍ대전)의 별명은 손오공이다.
서유기에서 근두운을 타고 날아다니며 신출귀몰한 마법으로 삼장법사 일행의 모험을 이끈 손오공처럼 국내선수에게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화려한 드리블 능력과 경기운영 감각이 언제나 반짝반짝 빛났기 때문이다.
그런데 올림픽대표팀의 주전으로 활약하는 등 화려한 아마시절을 마감하고 프로에 데뷔한 이관우에게 지난해 마땅찮은 별명이 하나 더 따라붙었다.'비운의 스타'가 그것이다.1순위로 대전에 입단해 이영표(24ㆍ안양) 김대의(27ㆍ성남) 양현정(24ㆍ전북) 등 동기생들과 신인왕 자리를 다툴 것이라는 팬들의 기대와는 달리 줄부상으로 고작 12경기 출전,1골 1어시스트의 초라한 기록만을 남긴 탓에 따라 붙은 멍에였다.
그러나 올시즌 이관우는 '비운의 스타'에서 마법같은 드리블과 환상적인 슈팅을 터뜨리는 '손오공'으로 돌아왔다.
지난달 25일 아디다스컵 2001 조별리그 대회 울산과의 홈개막전에서 그림같은 슈팅으로 1호골을 기록하더니 4일 부천전에서는 PK로 2호골을 뽑았고 8일 전북전에서는 후반 4분 선취골을 터트렸다.그리고 11일 울산 원정경기서는 후반에만 어시스트 2개를 추가,대전의 창단이후 최다골차승인 4대0 대승을 진두 지휘했다.
"포르투갈 동계훈련에서는 정말 입에 거품을 물 정도로 뛰고 또 뛰었습니다.올해 뭔가를 보여주지 않으면 다시는 기회가 없을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경기내내 내린 봄비에 흠뻑젖은 이관우는 경기후 너무도 담담하게 지난 겨울 이야기를 털어놨다.그리고는 의미심장한 한마디를 더 던졌다."아직 멀었습니다.이제부터 시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