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목요일 오후 6시 무렵, 숭례문 옆 남대문시장 초입으로 차량 한 대가 정차했다. 그러자 삼삼오오 모여 있던 노숙인들이 밝은 표정으로 기다렸다는 듯 반기며, 차량 집기 하차를 솔선해 도왔다. 가장 먼저 숭례문지하보도 안과 차량 사이에 긴 전선이 이어지고, 차량용 어닝이 펼쳐졌다. 그 아래 놓인 탁자 위로 전자레인지와 사발면·컵밥 같은 간단한 즉석식품, 치수별 속옷과 시원한 음료들이 깔끔하게 준비되었다.
이 차량은 서울시 지원으로 운영되는 노숙인을 위한 목욕 차량으로 매주 목요일(화요일 고속버스터미널) 이곳에서 오후 6시부터 8시 반까지 노숙인들에게 이동목욕서비스를 제공한다.
숭례문 부근에서 목요일 오후 6~8시 사이에 운영되고 있는 노숙인을 위한 이동목욕차 ©엄윤주
숭례문지하도와 고속버스터미널 이동목욕차 운영을 담당하고 있는 김완수 사회복지사 ©엄윤주
“매주 고속버스터미널(화요일)과 숭례문지하도(목요일) 부근에서 이동목욕차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5월부터 10월까지 운영하는데, 무더위 기간에는 특히 이용하는 분들이 많아요. 노숙인들은 씻을 곳이 마땅치 않은 데다 점차 폭염이 심해지고 있기 때문이죠. 처음에는 권유를 해도 거절하던 분들이 지속적인 운영과 상담으로 소통하다 보니, 이제는 저희가 오기 전에 미리 나와 기다리고 계시는 분들도 계세요. 보통 하루 평균 10명에서 12명, 많을 때는 18명까지 이용합니다.”
이동목욕차 운영을 담당하고 있는 이완수 사회복지사의 말처럼 이 날 현장에서도 이동목욕차를 반기며, 설치 과정을 협동하며 돕는 노숙인들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곳은 단순히 노숙인들에게 목욕장소만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 노숙 상태와 건강 관리, 쉼터 연계 등의 상담과정도 이루어집니다. 지난해 시범사업을 걸쳐 올해는 더 좋은 시설의 이동목욕차가 제공되면서 편리해진 점이 많습니다. 어떤 노숙인은 일주일에 한 번 찾아오는 이 차를 마치 집처럼 느끼는 분도 계세요.”
이동목욕차에서는 현재 노숙 상태와 건강관리, 쉼터 연계 등의 상담과정도 이루어진다. ©엄윤주
서울시 이동목욕차량 내부 ©엄윤주
목욕을 원하는 노숙인들에게는 상담을 하고 짧게는 10분에서 20분 정도 목욕을 한다. 목욕을 마치면 새 속옷과 함께 즉석식품으로 간단한 저녁식사까지 제공된다. 이동목욕차는 노숙인들에게는 한마디로 무더위 속 진정한 오아시스 같아 보였다.
시에서는 서울을 크게 3권역으로 나눠 3대의 목욕차량을 투입해 을지로입구역, 청량리역 등 노숙인 밀집 지역 5곳을 순회하며 이동목욕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다시서기희망지원센터는 노숙 위기에 처한 분들에게 상담과 임시 주거·일자리·의료 지원 등을 돕는다. ©엄윤주
다시서기센터에서 운영 중인 '우리옷방'. 노숙인들의 다시서기를 위해 헌옷 기부를 받고 있다. ©엄윤주
이와 더불어 혹서기 노숙인 밀집 지역을 순회하며, 건강 상태를 확인하고 음용수 등 구호 물품 제공과 무더위쉼터도 운영하여 무더위 취약계층인 노숙인들의 안전을 살핀다.
서울역에 위치한 서울특별시립 ‘다시서기희망지원센터’도 그 중 한 곳이다. 2011년 개소한 이곳은 노숙인이거나 노숙 위기에 처한 분들에게 상담과 임시 주거·일자리·의료 지원을 지원하는 허브센터이다. 시설 내부에는 혹서기와 혹한기를 피할 수 있는 휴게공간, 상담, 응급구호공간, 화장실과 샤워공간 등이 마련되어 있다. 특히 노숙으로 어려운 분들이 이용할 수 있는 '우리옷방'도 운영 중이다.
다시서기희망지원센터 외벽에 무더위를 식혀주는 쿨링포그 시설이 설치돼 있다. ©엄윤주
다시서기희망지원센터에서는 노숙인 밀집 지역을 순회하며 건강상태를 챙기고, 구호 물품도 제공하고 있다. ©엄윤주
“궁극적으로 이곳은 노숙인들의 탈노숙을 돕는 것을 가장 큰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폭서기는 노숙인들에게는 생명과 연관 있는 중요한 시기이기도 합니다. 하루에 5번 아웃리치를 통해 노숙인 밀집 지역을 순회하며 안부와 건강상태를 챙기고, 음용수 등 구호 물품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사회복지사 우대경 팀장은 “다시서기희망지원센터 이름처럼 노숙인들의 다시서기를 위해 헌옷 기부를 적극적으로 받고 있다”고 말했다. 개인 참여도 가능하며, 서울권역에서 5박스 이상의 옷을 기부한다면 직접 수거하러 간다고도 한다. 신발도 필요한 품목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