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그린 하늘에
바보같이 또 기대 해버리고야 말아.
언제쯤 니가 나를 봐줄까.
내가 너를 잊고, 나를 잊고, 모든걸 잃은후에야. 그때야 나를 돌아봐줄까.
'너를..그리고 싶다.'
너는 나와 다르다.
나는 장난스럽고 소란스럽다면
너는 지금가지 학교에서 단 한번의 문제도 일으킨적 없고,얌전하고 조용했으며 성적은 항상 상위권.
나같은 꼴통과는 격이다르다.
"은율! 나가서 한바탕 뛸까?"
"비오는데 정신나갔냐?"
"뭐 어떠냐. 너의 낭자님도 저기 비를 감상중이시란다."
"..뭐?"
친구녀석의 말대로 밖을 보니 니가 멍하니 비를 맞으며 감상을 하고 있는듯 했다.
저러면 감기 걸릴텐데.. 데려와야 되나.
결국은 친구녀석이랑 함께 나와버린 밖.
너는 여전히 비를 맞고있다. 비오는 날은 짜증나기 일수인데 니가 있는 풍경은 마치
짜증나는 빗소리를 새의 지저귐으로, 찝찝했던 빗물을 맑은 시냇물로, 눅눅하고 습기찬 공기를 맑은 하늘의 햇빛으로 바꿔버린다.
"야. 은율 그렇게 멍하니 보고있지 말고 말이라도 걸어보지 그러냐?"
"됬어. 뭐하러."
"...곧 갈 새끼가 너무 빼는거 아니냐?"
"시끄럽고, 그만 들어가자 진짜 정신나간것도 아니고."
"에에- 그럼 니 낭자님도 정신나가.."
"뒈지는 수가 있어."
"미..미안!"
....녀석. 경직되기는. 하지만 너를 욕되는 말은 농담이라도 들어줄 인내심이 충분하지 않다.
친구녀석의 말대로 나는 곧 갈것이니 너에게 꼭 말하고 싶다.
니가.. 너와 너무 다른 나를 싫어하지는 않을까.
교실로 돌아와 수업에 집중하는 너를 뒤로 하고 나는 연필과 스케치북을 꺼내들어 너를 그린다.
하나라도 더 섬세하게, 한 장이라도 저 많이 하지만 정성을 다해.
언젠가 너의 사진이 내 손에 들어온적이 있었는데,
그 때는 마치 모든걸 다 가진 기분이었다. 내가 그린 흑백의 니가 아닌,
피부색, 입술색, 눈색, 머리색, 하물며 니가 입고 있는 옷들의 색까지도.
내가 지금 그리고 있는 너는.
진짜 니가 아니다.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와 너를 그린 스케치북을 한 장 한 장 넘겨본다.
니가.. 내 눈앞에 있는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마. 어디를 가게 되는 후회는 없을 것이다.
이제.. 이틀- 내가 너를 볼 수있는 시간. 그리고 나에게 남은 시간.
너와..내게 아니 나에게 유효한 시간.
내일은 꼭 너에게 말할거다.
'"사랑해"
.....아니. 당황..할려나?
그렇게 하루가 가고 오늘은 드디어 내가 남은 시간중 하루가 가는 시간.
너에게말했다. 학교가 끝난 후 꼭 교실에 좀 남아달라고.
너는 놀란채 내게 말했지,
'응?...알겠어'
하. 정말이지. 귀여워 죽겠다. 너는 왜 이렇게 예쁜거냐.
그렇게 수업시간은 또 너를 그리는 것으로 마감한채 아이들이 다 집으로 가고 난 후의 교실.
너는 약속대로 남아 있어줬다.
"...저기.. 남은율 할 말이라도 있어?"
내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자 너는 당황했나보다.
당연한..건가? 그럼 슬슬 말을 해줘야 겠지. 내가 널..
"사랑해"
"응?"
"내가 너를 많이 좋아하는 것같아."
"저기 남은.."
"듣고만 있어줄래?"
니가 작게 고개를 끄덕거린다.
작은 몸직 하나하나가 지금 내겐 너무나도 소중하다는걸. 너는 과연 알고 있을까.
"이 반. 아니 니 학교에 처음 들어와서 입학생 대표인 너를 볼 때부터,
나 너 좋아했고 지금도 변하지 않아. 다만 지금까지 말을 하지 않고 있었는데 이제 와서 이런 이야기를 하는건.
그건.. 내게 한정 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지 때문이야.
나는 내일 새벽에 캐나다로 떠나. 돌아오지 않을거고. 돌아올 수 없을거야.
꼭 한 번 말해보고 싶었어. 너를 보고 니 눈을 보고 사랑한다고. 꼭 한 번 전해보고 싶었어."
...내 말을 들은 너의 표정은 얼떨떨하지도 놀랍지도 그렇다고 정신나갔냐는 표정도 무표정도 아닌 그저 담담한 표정.
너의 입에선 과연 어떤 말이 나올까. 대답을 기대한것은 아니다.
다만 니가.. 알아주길 원했을 뿐.
"...남은율 난 너 좋아하지 않아. 하지만 싫어하지도 않아.
그런데.. 다만 니가 없으면 내 하루 반 이상의 즐거움이 사라질것 같아.
친구들과 큰 소리로 웃고 떠드는 너, 아무에게나 거리낌이 없는너.
수업시간 마다 수업은 안 듣고 나를 몰래 그리고 있었던 너.
내게 넌 다소 큰 비중을 차지하는 아이였나봐."
니가 말했다. 도대체 머리가 나븐 나로써는 니가 무슨 말을 전하려 하는것인지 감이 안잡힌다.
거기다가.. 수업시간. 알고 있었던거냐. 와. 쪽팔린다.
그렇게 우리는 헤어졌고 다음날 나는 출국을 했겠지.
그게 지금까지의 너와 나의 이야기이다.
3년이 흘러버린 지금 나는 손가락을 하나 움직이는것 부터가 잘 되지 않는다.
어쩌면 오늘. 아니 1분 뒤에라도 죽을지도 모른다.
그때, 누가 내게 엽서 한 장을 가져다 주었다.
[ 잘 니내니? 지금 생각해 보면 너는 내게 19살의 내게
가장 크고 가장 소중한.. 기억이었던것 같아. 그림은 정말 고마워. 보고싶다.]
너의 글씨체다. 너의 향이 묻어 있는 너의 엽서다.
좋아했던게 아니라도, 가장 소중했던 기억이라도 좋아. 나도 니가 보고싶다.
그렇게 나는 다시 한 번 스케치북과 연필을 잡았다.
희미하게 남아있는 기억만으로 다시 한 번 너를 그린다.
내 기억속에 가장 예쁜 너를, 열아홉. 나에게 전부였던 너를. 나는 다시 너를 한 번 담아낸다.
그 뒤로는 기억이 없다.
아마 지금 난 너와 같은 하늘아래 존재하는 사람이 아니겠지.
너를 그리고 있던 그림을 완성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 엽서에 적놓았다. 니가 만약 그 엽서를 본다면. 꼭 한 번 하늘을 올려봐 주길.
-2년후
"...남은율. 그 상황에서 그림은 어떻게 그린거니. 너도 참..
고마워. 혹시 봤을까? 엽서 귀퉁이에 적어놓았던 '사랑해'라는 말."
그렇게 너는 하늘을 올려다 본다.
"...바보같이. 이게 뭐야."
니가 들고있는 엽서에는 똑바로. 하지만 흔들리는 글씨체로 쓰여져 있었다.
'너를...그린 하늘에'
나는. 저 하늘에 너를 그렸다.
진짜 너를..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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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아 예쁜 감상평 감사드려요 :-)
하늘에서는 잘 되길 유후 ^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