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확산되는 주택시장 비관론OECD 국가들의 주택시장 역사를 보면 급등한 주택가격은 대부분 하락했다. 1970년 이후 OECD 17개국의 주택가격은 40번의 버블(집값 급등)과 버스트(집값 하락)가 있었고 버블기에 올랐던 가격은 4~10년에 걸쳐 40~60% 정도의 실질가격(인플레이션을 감안한 주택가격)이 하락했다. 네덜란드는 1970년대 집값이 폭등한 후 1979년에서 1987년까지 50% 정도의 실질 가격이 하락했다. 영국도 전후 집값이 급등했다가 1948년에서 1957년까지 50% 하락했다. 영국은 80년대 집값이 급등했지만 1989년을 정점으로 집값이 하락하기 시작해 1996년까지 평균 집값이 35% 하락했다.
현재 각국 정부와 시장 전문가들이 우려하는 것은 일본식 부동산 가격 침체. 일본은 1990년대 들어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면서 금융부실과 기업부실로 이어져 10여 년간 장기침체를 거듭했다. 특히 전문가들은 90년대 후반부터 전 세계를 휩쓴 주택 붐은 역사상 유례가 없을 정도로 상승 기간이 길었고 전 세계 대부분 지역의 집값이 오른 만큼, 하락의 후유증이 과거에 비해 훨씬 파괴적일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미국 MIT(매사추세츠공대) 윌리엄 휘튼 교수는 ‘사이클과 현재의 주택 열풍, 무엇이 다른가’라는 논문을 통해 미국 주택가격이 과거에 비해 훨씬 더 하락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미국의 자가 소유율이 과거 어느 때보다 높다는 점이다. 1965년에서 1995년까지 30년 간 미국의 자가 소유율은 63%에서 64%로 단 1% 오르는 데 그쳤다. 하지만 1995년부터 집값이 치솟기 시작, 너도 나도 집을 사면서 10년 만에 자가 보유율은 64%에서 70%로 뛰었다. 연령이 낮은 젊은 부부나 저소득층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주택을 소유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이처럼 주택보유율이 급격하게 오른 것은 1990년 후반 신용도가 낮은 저소득층에게 대출을 해주는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등장으로 가능했다. 미국뿐만 아니라 영국이 70%, 스페인이 82%에 육박하는 등 상당수 국가의 자가 소유율이 역사적으로 가장 높은 수준이다. 각국 금융기관이 주택가격이 계속 오를 것이라는 ‘부동산 불패론’으로, 소득·신용에 대한 철저한 평가 없이 주택자금을 빌려준 ‘묻지마 대출’은 미국만의 현상이 아니었던 것이다.
자가 소유율이 높아진 것이 이번에는 주택가격 하락의 촉매제로 돌변하고 있다. 가격이 하락할 때 매물을 사줄 수 있는 수요자가 많지 않아 가격 하락세가 커지고 장기화될 수 있다.
둘째, 투자 목적으로 구입한 주택 구입자의 비율도 역사상 가장 높은 수준이다. 미국의 투자용 주택 비율이 99년 8%에서 2005년에는 15%를 넘어섰다. 특히 집값이 급등한 올랜도와 라스베이거스는 30%를 넘었다. 영국의 경우, 가족 휴가용이나 투자용으로 해외에 두 번째 집을 사두는 구입자들이 2004년 25만 명에서 작년 말 80만 명으로 급증했다. 스페인은 영국·독일·프랑스 사람들이 투자용으로 사들인 주택이 상당수이다.
1가구 1주택의 경우, 집 주인들이 집값이 하락하고 대출이자가 늘어나도 어느 정도 버틸 수 있어 집값 하락을 막아준다. 반면 대출부담이 늘어난 투자용 주택 수요자들은 집값이 하락하고 대출 이자 부담이 늘어나면 ‘투매 대열’에 동참, 낙폭을 키운다.
세계 금융시장을 뒤흔들었던 미국의 서브프라임 위기가 연말로 갈수록 더 악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미국의 주택 구입 붐이 절정이었던 2005년 말 서브프라임으로 대출 받았던 사람들이 연말부터 본격적으로 고정금리에서 변동금리로 전환된다. 서브프라임은 보통 2년간은 고정 금리로 이자만 부담하다가 3년째부터 변동금리가 적용돼 원리금 상환이 시작되는 상품이 상당수다. 서브프라임 문제가 다시 재발할 경우, 글로벌 금융기관들이 대출 규제를 더 강화, 주택 수요는 더 줄고 집값 하락폭을 키우는 악순환에 빠져들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집값 하락?내수 침체?소득 감소?집값 하락’의 악순환 고리가 전 세계를 휩쓸 수 있다는 것. 집값이 오르면 자신의 소득이 늘어난 것으로 생각해 소비를 늘리는 부(富)의 효과(wealth effect)가 발생, 내수를 늘린다. 2000년대 초반 닷컴 버블 붕괴로 미국의 내수침체가 우려됐지만 집값 상승으로 인한 부의 효과로, 내수가 늘어나면서 경기 호황이 지속됐다.
IMF보고서에 따르면 주택가격 1%가 오르면 GDP가 0.15% 오른다. 특히 미국은 주택이 ATM(현금인출기) 역할을 했다. 미국인들은 집값이 오르면 오른 만큼, 모기지 대출을 받아 자동차 등 내구 소비재를 구입했고 이게 미국 내수 호황과 세계 경제호황에 큰 기여를 했다. 이제 집값이 하락하면서 ‘역(逆) 부의 효과’로 미국 내 소비가 줄어 경기 침체와 소득 감소로 이어져 다시 집값 하락을 부추길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집값 하락이 미국·영국 등 선진국뿐만 아니라 중국·인도·일본·한국 등의 대미(對美)·대(對) 영국 수출 감소로 이들 나라의 경기 침체와 주택가격 하락을 초래할 수 있다.
주택가격이 내리면 GDP와 고용, 소득에도 연쇄적으로 악영향을 줄 수 있다. UCLA대학 에드워드 리머 교수는 “2차 대전 이후 미국의 경기 사이클을 조사한 결과, 경기침체는 주택 투자 감소와 밀접한 영향이 있다”고 주장했다. ‘9.11테러’보다 미국경제에 더 무서운 적이 주택투자 감소라는 말이 나올 정도. 실제 집값이 하락한 미국 캘리포니아의 실업률은 작년 4.9%에서 5.5%로 올랐는데 부동산 관련 산업 실업자의 증가가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주택가격 침체로 미국의 9월 소비자신뢰지수는 99.8을 기록, 2005년 11월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집값 급등으로 주택건설 붐이 불면서 건설분야가 전체 경제에서 무려 18~20%로 치솟았던 스페인과 아일랜드 등은 주택경기침체로 실업자 급증, 경제성장률 둔화라는 고통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스페인의 경우 작년에 새로 만들어진 일자리의 3분의 1이 건설부문이었다. 집값이 하락세로 돌아선 요즘에는 벌써 실업자가 급증하는 등 내수 침체로 이어질 조짐이 확연해지고 있다. 롬바르디 리서치 듀마 연구원은 “유럽 GDP의 11%를 차지하는 스페인이 주택시장 침체로 경기가 악회되면 유럽 전체의 경기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집값 하락은 미국과 영국·스페인 등 OECD 국가의 내수침체를 불러 오고 이들 나라에 대한 수출비중이 높은 중국·일본·한국·인도의 경기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 이들 나라 역시 수출감소로 경기가 침체되고 소득감소로 이어져 주택가격 하락을 촉발시킬 수 있다.
■ 단기 조정으로 그칠 것이라는 낙관론도
하지만 집값 급락과 글로벌 경제 불황으로 이어지기보다는 통상적인 가격 조정 정도에 그칠 것이라는 연착륙(soft landing)론도 만만치 않다. 부동산 가격 폭락으로 10년간 장기 침체에 빠진 일본과 같은 사례를 막기 위해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들이 선도적으로 각종 대책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1980년대 말 부동산 가격 급등을 막기 위해 금리를 지속적으로 올렸고 초강수의 대출 규제 정책을 펴 결국 집값 폭락과 경기침체를 자초했다.
하지만 미국·영국 등은 집값 급락을 막기 위해 금리 인하 등 각종 대책을 발 빠르게 내놓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금리 인하가 투기 목적으로 집을 산 사람들과 신용을 제대로 평가하지 않고 대출을 해준 금융권을 구제해주는 ‘모럴 해저드’라는 비판 때문에 금리 인하에 소극적이었다.
그러나 집값 하락에 따른 서브프라임 위기가 경기침체로 이어질 조짐을 보이자 금리를 전격적으로 0.5% 포인트 인하한 후, 추가로 0.25%포인트 더 내렸다.
영국·프랑스·독일 등도 미국의 서브프라임 채권에 투자했다 손해를 본 금융권에 대해 신속하게 지원 결정을 하는 등 발 빠른 대응에 나서고 있다. 영국은행은 모기지 업체인 노던록이 서브프라임 쇼크로 인한 국제금융시장의 자금 경색으로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자 자금을 무제한 지원했다. 1997년 영국 은행법이 개정된 이후 첫 자금 지원 대상이 됐다.
집값 하락으로 부도 위기에 처한 집주인들을 구제하자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미 의회에는 서브프라임 대출로 집을 빼앗길 위기에 처한 집주인을 돕는 슈머법안(Schumer’s bill)이 제출됐다.
호주의 경우, 존 하워드 수상과 야당 당수간에 주택논쟁이 불 붙고 있다. 야당 당수인 케빈 루드(Kevin Rudd)는 “호주의 집값이 너무 올라 중산층조차 주택을 살 수 없는 주택 위기(housing crisis)가 발생했다”며 저소득층에 대한 지원 확대를 주장하는 등 정부를 맹공하고 있다. 하지만 존 하워드 수상은 미국처럼 집값이 하락, 전체 경기가 얼어 붙는 것이 앞으로 다가올 수 있는 진정한 주택위기라고 맞받아치고 있다.
이처럼 집값 급등 못지않게 집값 급락이 위험하다는 것을 세계 각국 정부가 잘 알고 있다는 점이 경착륙 가능성을 줄여 주고 있다는 것이다.
집값 하락의 진원지인 미국과 영국의 경제상황이 비교적 좋다는 점도 낙관론의 근거다.
영국 모기지 회사인 핼리팩스(Halifax)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마틴 엘리스(Mart in Ellis)는 “1990년대 영국 집값 급락은 높은 실업률과 금리인상이 동시에 발생, 많은 사람들이 집을 팔 수밖에 없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고 말했다. 영국은 1분기에서 2분기에 GDP가 0.8% 상승했고 실업률도 낮아지고 있다. 영국의 경우, 매년 18만 가구의 신규 공급이 이뤄지고 있지만 23만 가구 정도의 신규 수요가 있기 때문에 낙폭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 하락 이후 어떤 지역 집값 오를까한 국가 내에서도 상승기에 지역에 따라 집값 상승률에 차이가 나듯 하락기에도 낙폭은 천차만별이다. 미국의 7월 S&P 케이스-실러(S&P Case-Shiller) 주택지수에 따르면 연간 기준으로 3.2%가 하락했으며 디트로이트가 11.0%로 하락 폭이 가장 컸다. 주력 산업인 자동차산업이 극심한 불황에 빠진 디트로이트의 경우, 이미 2005년을 정점으로 3년 사이에 18% 정도 하락한 상태. 디트로이트 중에서 웨인카운티(Wayne County)는 35.6%나 폭락했다. 디트로이트의 집값 급락은 주력 산업의 침체로 인한 실업률 상승이 직접적인 원인이다. 이 지역의 실업률은 8.4%로 전국 평균 4.6%보다 거의 2배 정도 높다.
하지만 지역 경기가 좋고 실업률이 낮다고 해서 집값 하락을 비켜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미국 내에서 지역 경기가 좋고 부자들이 많은 지역으로 꼽히는 플로리다 탬파(-7.7%),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7.7%), 워싱턴 DC(-7%)가 7% 이상 하락했다. LA(-4.1%), 샌프란시스코(-4%), 피닉스(-6.6%) 라스베이거스(-5.1%)도 하락률이 전국 평균을 상회한다. 이들 지역은 추가 하락도 예상된다. 캘리포니아와 플로리다는 가압류 주택이 각각 224가구와 243가구 중 한 가구꼴로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어서 추가적인 하락이 불가피하다. 휘튼 교수는 “현재 미국에서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로 중·저가 주택이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지만 고가 주택도 안전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 이유는 이렇다. 중·저가 주택으로 첫 내 집 마련을 한 사람은 집값이 오르면 대출을 받아 더 비싼 주택을 사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래서 중저가 주택의 가격이 하락하면 고급 주택의 수요도 급격히 위축돼 고급 주택의 가격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하락기를 거쳐 상승기로 돌아섰을 때는 어떻게 될까. 미국에서는 수요가 많은 반면 공급이 적은 지역이 더 높게 가격이 오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1980년대 말~90년대 초반 미국의 주요 대도시가 대부분 가격 폭락을 경험했다. 뉴욕, 보스턴 등 집값이 비싸고 공급이 적은 지역은 인플레이션을 감안한 가격이 15년 전보다 43%가 올랐다. 그러나 일부 지역은 아직도 15년 전 가격보다 19%가 하락한 상태이다. 특히 지역 경제가 좋았던 휴스턴은 공급량이 많았기 때문에 인플레를 감안한 집값이 1983년보다 아직도 19%가 낮다. 조정을 거쳐 상승기에 접어들면 주택 공급이 적고 수요가 많아 전통적으로 집값이 비싼 지역이 더 큰 폭으로 오를 수 있다는 논리이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장은 “글로벌 주택시장이 금리를 매개로 동조화 현상을 보이고 있지만 개별 도시의 집값 변화는 해당 지역의 경기·소득·인구구조의 변화가 더 크게 좌우한다”고 말했다.
그래도 여기는…오른다 오른다 오른다
■ 인도·중국 등 신흥지역 부동산은 '광풍'
베이징=이명진 특파원 mjlee@chosun.com
인도=이인열 경제부 기자 yiyul@chosun.com
인도… 방3개 딸린 아파트 월세 700만원 육박
중국… 돈 있는 사람 3~4채씩 한꺼번에 사재기
전 세계적인 집값 거품 논란에도 불구하고 중국 인도 등 신흥시장의 주택가격 상승 행진은 그칠 줄 모른다. 일부 조정 기미가 보이고, 급락할 것이라는 경고도 나오고 있지만 끝간 데 없는 상승 행진에 묻혀버리고 있다.
중국 베이징시 중심가 차오양(朝陽)구의 Y아파트 분양사무소. 2005년 처음 1단지 분양을 시작한 이 곳은 9월부터 4단지 400여 가구를 분양 중이지만 이미 초대형 평수 몇 채를 빼곤 다 팔린 상태다. 분양사무소 직원 차오(喬)씨는 “현재 4단지는 330㎡와 400㎡짜리 대형 평형만 일부 남아 있다”며 “조만간 5단지 분양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가격도 많이 올랐다. 2005년 처음 분양할 때는 1㎡당 6000~8000위안 수준이었지만, 현재 분양가는 1㎡당 2만위안에 달한다. 차오씨는 “외국인 대상 임대사업이 잘되는 곳이기 때문에 돈 있는 사람들이 한꺼번에 3~4채씩 사간다”고 귀띔했다.
내년에 열리는 베이징올림픽 주경기장 등 올림픽 관련 시설들이 밀집한 베이징 야윈춘(亞運村) 일대는 ‘올림픽 특수’로 주택가격이 하루가 다르게 뛰고 있다. 19일 오전 완커싱위안(萬科星園)이라는 아파트 상가에 입주해 있는 S 부동산 입구에는 수십 개의 아파트 매물 광고지가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하지만 부동산 직원은 “그건 몇 달 전 상황”이라고 했다. 야윈춘 일대는 2년 전까지만 해도 아파트 분양가가 1㎡당 1만위안을 넘지 않았지만, 요즘은 1㎡당 2만5000위안까지 오른 상태다.
인도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수도(首都) 뉴델리에서 자동차로 1시간 거리의 신흥도시 그레이터 노이다(Greater Noida). 인도 최대 가전(家電) 브랜드인 LG전자 공장이 들어선 데다 최근 삼성전자 인도법인이 본사를 옮겨 ‘코리아 공단’으로도 불리는 곳이다. 공장과 아파트 단지로 채워지는 이 지역의 땅과 주택 값은 최근 1년 새 30% 가량 폭등했다. 부동산업자 프라사드씨는 “직장에 가까운 주택을 구하려는 수요는 늘 생기는 만큼 이 지역의 집값은 조만간 더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도는 올 초부터 경기 과열 논란에 휩싸여 있지만 주택시장은 꺾일 줄 모르고 있다. 포화 논란으로 일부 주춤해진 지역이 있긴 해도 몰려드는 외국기업에다 신흥 지역 개발 러시로 집값은 여전히 천정부지다.
금융업체가 몰려 있어 ‘뭄바이의 여의도’로 불리는 반드라 지역의 쿠를라 콤플렉스(kurla complex)나 신(新)도시인 나비(Navi) 뭄바이, 신흥 지역인 안데리, 말라드 등에도 신규 주택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 방 세 개 40평(약132㎡) 안팎의 아파트 월세가 700만원대를 호가한다.
남부 산업도시 첸나이는 더 심하다. 최근 1년새 삼성전자, 모토로라, 노키아 등 글로벌 제조업체들이 잇따라 진출을 했기 때문이다. 전기, 수도시설이 괜찮은 지역은 연간 50% 안팎이 오르고 있다. 자동차로 4시간 거리인 인근 벵갈루루와 연결하는 IT 회랑(回廊) 지역엔 최근 2~3년 사이에 사무실 임대료가 최대 15~20배까지 올랐다. 부동산 업체인 란코르의 R.V. 세카르(Shekar) 사장은 “첸나이에서 벵갈루루로 이어지는 고속도로 주변의 집값은 향후 수년 안에 갑절 이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인도 모두 대세 상승이 꺾이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너무 올랐다”는 ‘거품론’이 끊이지 않으면서 일부 지역에선 거래량이 눈에 띄게 줄어드는 등 다른 흐름이 나타나기도 한다. 중국 건설은행은 최근 부동산 담보 대출비율을 10% 인하하면서 돈 줄 죄기에 나섰고,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는 최근 국무원 회의에서 4분기에 부동산 대책을 더욱 강도높게 시행하라고 지시했다.
베이징시에 따르면 건설은행의 담보대출 억제 조치 여파로 10월 15~21일 주택 계약 건수가 1주일 전보다 19% 줄었다. 부동산 매매업계의 대표주자 격인 중다헝치(中大恒基)는 10월 15~21일 매매계약 건수가 3525건으로 1주일 전보다 20% 가까이 줄었으며, 계약 포기도 속출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출 규제 강화 정책에 따라 부동산시장이 급랭할 수 있다는 우려가 번지면서 매수자들이 눈치보기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집값 앙등의 진원지인 베이징 CBD 등 고급 주택·사무실 지역에서 더욱 뚜렷하다.
GE연구센터 등 글로벌 기업들의 연구소가 밀집해 있는 인도 최대 IT(정보기술) 도시인 벵갈루루의 화이트필드 지역도 매년 30% 이상의 부동산 가격 상승률을 보였지만 최근 사무실과 주택 모두 가격이 10~20% 떨어졌다. MARG 건설사의 레디(Reddy) 대표는 “교통 체증이 워낙 심한 데다 그동안 너무 많이 올라 가격 조정이 이뤄지는 것”이라며 “앞으로 소비자들이 높아지는 은행 대출 이자율의 위험을 계속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비관적 전망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전망은 역시 상승 쪽이다. 박승호 중국 삼성경제연구소 소장은 “중국에 돈이 넘치기 때문에 부동산 상승세가 쉽게 꺾이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연간 11% 넘는 경제 성장과 2000억달러 넘는 무역흑자에다, 주가지수는 2년 사이 4배가 됐을 정도로 폭발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올 들어 경기 과열 진정을 위해 금리를 무려 5차례나 올렸지만 예금금리는 아직도 3%대(1년 만기 기준)에 불과하다. 주식으로 돈을 번 투자자들이 부동산으로 몰려들고, 다시 부동산 값을 올리고는 주식시장으로 돌아가는 순환구조가 형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부동산시장을 노린 외국의 핫머니도 계속 유입되고 있다. 최근 광둥성 사회과학원은 현재 중국에 유입돼 돌아다니고 있는 핫머니 규모를 3000억위안(약 36조원)으로 추산했다. 사회과학원은 “처음에는 주식시장으로 들어왔다가 주식시장의 변동성 확대에 따라 투자 방향을 부동산으로 바꾸고 있다”며 “핫머니가 선전과 상하이 등지의 중·고급 주택시장으로 몰리면서 부동산 가격 앙등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공급 부족도 문제다. 올 상반기 베이징시에서 건설 허가를 받은 아파트는 4만5554가구로 지난해 동기 대비 28.4% 감소했고, 주택 공급 면적도 510만㎡로 32.7% 감소했다.
인도 시장 역시 여전히 공급에 비해 수요가 많아 전반적인 주택 가격 상승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안살(Ansal) 건설사의 쿠샤그라(Kushagra) 부장은 “자산가치 폭락은 경기 급랭으로 이어질 수 있어 주택시장이 정체현상을 보이면 정부와 중앙은행(RBI)이 나서 시장을 띄울 것”이라고 기대했다.
땅 넓고 인구 적은 뉴질랜드, 집값은 왜 오를까?
■ 집값 오르는 이유는 따로 있다 차학봉 산업부 차장대우(부동산팀장)
모스크바=권경복 특파원
kkb@chosun.com
이민 수요 때문에 상승…이민 1% 늘면 부동산 10% 올라
오일머니 넘치는 러시아, 고급아파트 중심으로 부동산 호황주택가격 하락세가 전 세계적으로 전염되고 있지만 글로벌 흐름과 정반대인 나라들도 많다. 중국 인도 같은 신흥개발국뿐 아니다. 작년 집값이 11.3% 오른 스웨덴은 상반기에만 8.6%가 더 올랐고, 작년 13.3% 오른 노르웨이는 상반기에 벌써 10% 올랐다. 주택가격이 과대 평가됐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지만 내년에도 집값이 더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그 이유는 이들 나라의 경기가 유례 없는 호황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스웨덴은 수출 확대로 2분기 성장률이 3.6%에 달했고, 노르웨이는 고(高)유가로 인한 석유 매출 증가로 실업률이 20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금리도 스웨덴이 3.5%, 노르웨이가 4.75%로 비교적 낮은 편이다. 스웨덴의 이코노미스트 미하엘 보스트롬(Michael Bostrom)은 “이처럼 경제가 좋다면 집값이 떨어질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경기 호황으로 소득이 늘어나면 집값 상승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소득 1% 증가는 실질 집값을 1.1% 올린다(IMF 보고서)는 점을 감안하면 고유가로 인한 석유 매출이 급증하고 있는 러시아도 오름세가 당장 수그러들기는 쉽지 않다. 모스코메르츠방크 등 러시아 중형급 몇몇 은행들은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가 불거진 지난 7월부터 신규 모기지 대출을 중단했고, 소규모 은행들은 신용 경색까지 겪고 있다. 이에 따라 2002년 1㎡당 900달러에서 올해 4300달러까지 올라 연평균 76%라는 기록적 성장률을 보였던 아파트 시세 상승세는 5월에는 4500달러를 정점으로 9월 4300~4500달러 보합세로 돌아섰다. 이 때문에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신용경색과 주택가격 하락이 겹쳐 부동산시장이 붕괴할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오지만 소수의 견해일 뿐이다.
알파방크의 나탈리야 오를로바(Orlova)도 “가즈프롬방크와 라이파이슨방크 등 10대 대형 은행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도 꿈쩍 않는다”며 “다소 주춤거릴 수는 있어도 러시아 부동산시장의 성장세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 이유는 ‘경기는 좋은데 부동산 공급은 달리기 때문’이다. 러시아 부동산시장의 중심인 모스크바의 경우 인구가 1044만명으로 유럽에서 가장 규모가 큰 도시지만, 주택보급률은 45%를 밑도는 수준인데다 아파트를 포함한 기반시설을 합쳐도 런던이나 파리 등의 10분의 1수준이다. 사무실 사정도 마찬가지다. 작년 모스크바의 사무실 월평균 임대료는 1㎡당 1500달러로 런던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그러면서도 공실률(空室率)은 1% 내외로 사무실 공간 부족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오일머니의 유입으로 주머니가 두둑해진 러시아인들의 고급 아파트 선호 추세가 뚜렷해진 것도 부동산시장을 견인하는 요인이다. 부동산 컨설팅사인 존스 랭 라살의 마크 재거(Jagger) 이사는 “러시아는 유럽에서도 손꼽히는 부동산 투자처 중의 하나”라며 “러시아의 경제 기반과 성장 잠재력이 부동산 분야 투자를 유혹하는 최대 요인”이라고 했다. 올 1분기의 경우 러시아 부동산 개발 계획과 관련해 유입된 자본 규모는 2억3800만 유로로 유럽 전체에서 독일(약 3억5000만 유로)에 이어 두 번째로 컸다.
이민 등에 의한 인구 증가도 집값에 큰 영향을 준다. 국토 면적은 한국의 2.7배이지만 인구는 403만명으로 한국의 10분의 1 수준인 뉴질랜드는 1999년부터 집값이 급상승하기 시작해 아직도 집값 오름세가 지속되고 있다. 집값 문제가 사회문제화되면서 금리를 수 차례 인상, 뉴질랜드 중앙은행의 기준 금리는 8%로 OECD 국가 중에서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시중은행권의 변동 대출금리는 10.05%, 고정 대출금리도 9.05%까지 올랐다. 대출금리를 높여도 부동산 과열현상이 잠재워지지 않은 이유는 뭘까. 뉴질랜드는 집값 상승의 비밀은 이민이다. 뉴리저브은행(A NEW Reserve Bank)은 “지난 50년간 주택가격을 조사한 결과, 이민 1%가 증가하면 집값은 10% 올랐다”고 밝혔다. 1970년대 집값 40%가 급등했는데 이는 2년간 12만4000명이 이민 온 것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뉴질랜드처럼 이민에 의해 집값이 좌우되는 나라는 세계적인 경기 변동보다 먼저 이민의 감소 여부가 가장 큰 변수가 되는 것이다.
첫댓글 서브프라임-알트에이-프라임으로 모기지론이 연결이 된데요...서브프라임 못 잡으면..더 위로위로...그렇게 되면, 다른 지역은 얼마나 안전 할 수 있을까? 중국이 미채권 가지고 있는 것도 부담스러워 한다드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