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문턱에 들어선지도 엊그제 같은데 벌써 중반으로 치닫고 있다. 아침 저녁으로 제법 쌀쌀하고 일교차가 큰 환절기로 건강에 주의를 요하는 시기이다. 바야흐로 이제 단풍시즌으로 접어들었다. 설악산에서 시작한 단풍의 물결이 오대산을 지나 12일에는 서울 북한산까지 당도했다. 북한산에서는 오는 27일을 앞 뒤로 가장 화려한 단풍을 만날 수 있다고 한다. 최근에는 서울에서 가까운 수도권(인천)의 바다를 두루 여행을 즐겼지만 이번에는 가을의 스타인 홍엽의 연기를 보기위해 강원도 홍천의 가리산(1,051m)을 찾아 모처럼 번개 라이딩 하기로 하였다. 바다는 기상,기후에 따라 파도가 일고 물기둥이 하늘로 솟구쳐 올라도 물 자체는 변하지 않는 멈춘 시계와 같지만, 산은 계절에 따라 형형색색으로 옷을 갈아입고 있어 마치 사람과 흡사하며 돌아가는 시계와 같다. 전철을 벗어난 지역이라 밴 차량에 새벽 05시부터 픽업하여 차례로 4명을 태우고 07시20분에 서울 춘천고속도로로 진입한 후 홍천 가리산(1,051m) 임도의 시발점인 늘목고개를 향하여 이동하였다. 경기도를 지나 강원도로 접어들자 안개가 사방으로 자욱히 감싸고 있었으며, 날씨는 흐리고 하늘은 잿빛 구름으로 가득하였다. 08시경 동홍천 IC를 빠져나와 화촌면 사무소 부근의 우물정(#)식당에서 어릴적 먹었던 구수한 토종 된장찌개로 맛있게 아침식사를 하고 늘목고개에 도착한 시간이 09시40분경 이었다.
들녘에는 아직 수확을 하지못한 벼들이 황금빛으로 온통 물들이고 있었으며, 길가에 핀 코스모스는 바람에 춤을추며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가리산(1,051m)은 춘천시 동면과 홍천군 두촌면 사이에 위치한 산이다. 가리는 '단으로 묶은 곡식이나 땔나무 따위를 차곡차곡 쌓아둔 큰 더미'를 뜻하는 순 우리말로서 산봉우리가 노적가리처럼 고깔 모양으로 생긴데서 유래한다. 태백산맥중 내지(內地) 산맥의 일부를 이룬다. 제일봉 남쪽에는 홍천강으로 발원하는 사시사철 끊이지 않는 석청수 작은 샘물이 북한강의 지류인 소양강의 수원(水源)을 이룬다. 능선은 완만한 편이나 정상 일대는 좁은 협곡을 사이에 둔 3개의 암봉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강원 제일의 전망대라고 할 만큼 조망이 뛰어나 소양호를 비롯하여 북쪽으로 향로봉에서 설악산을 거쳐 오대산으로 힘차게 뻗어나간 백두대간등 강원 내륙의 고산준령이 한 눈에 보인다. 정상 부근에서는 소양호로 갈 수 있는 가삽고개가 있는데 그 형태가 계단식 분자형으로 이루어져 있다. 북쪽 산록은 소양호에 미치고 동쪽 산록에 홍천광산이 있다. 산 기슭에는 숲이 우거져 있고 갖가지 기암괴석이 즐비하며 산 정상과 계곡에는 향토 수종인 참나무가 주종을 이루며 자라고 있다.
늘목고개는 해발 700m로 민가가 없는 오지이며, 이 곳에서 두갈래 길로 갈라진다. 소양호로 가는 방향과 홍천군 화촌면 방향이다. 소양호로 가는 코스는 55km로 젊은 라이더들이 선호하고,화촌면 방향은 20km로 우리와 같은 세대들이 이동하는 코스다. 라이딩에 앞서 일단 소양호로 가는 임도를 따라 포토존까지 가기로 하고 이동하였으나 포토존이 보이지 않아 뒤돌아 오는 도중에 임의로 포토존(명칭,바이크 손)을 정하고 멋진 사진을 담았다. 10시 10분경 늘목고개에서 라이딩을 시작하여 가리산 임도를 따라 홍천군 화촌면 방향으로 페달을 밟고 이동 하였다. 임도는 해발 700m를 따라서 이어진 도로로, 비포장 S자형 자갈길로 노면은 울통불통하고 업 다운이 가팔라, 마치 아크로바트(acrobate)의 곡예처럼 자갈을 피해 요리조리 이동하느라 진땀을 흘렸다. 울창한 나무 숲에서 뿜어져 나오는 피톤치드향이 라이더들의 기분을 상쾌하게 해준다. 인적도 없고 바람소리와 낙엽을 짓밟고 지나가는 소리만 들릴 뿐 고요하면서 쓸쓸한 적막강산(寂寞江山)이었다. 마치 심산에 들어와 숨어 살면서 도를 닦는 희황상인(羲皇上人)과 같은 기분이었다.
임도는 자전거길과 자동차 도로와는 달리 힘이 배가 되는 코스로, 쉬엄쉬엄 가면서 요기도하고, 멋있는 장소에서 사진도 찍으며 이동하였다. 수려한 단풍 구경과 산의 기운을 받아 청심과욕(淸心寡慾)을 위해 가리산을 찾았지만 단풍은 이제 막 시작하는 중이라 기대한 만큼 화려하지는 않했지만 품걸교 야시대천 계곡에서 산을 바라보는 순간 한 폭의 수채화 같은 수려한 단풍을 만날 수 있었던 것은 큰 위안 이었다. 야시대천 계곡은 깊고, 물이 맑고 깨끗하였으며,큰 바위돌에 부딪치면서 흰 포말(泡沫)을 형성하여 와랑와랑 흘러가고 있었다. 임도를 따라 하산한 후 화촌면 사무소까지 라이딩 하였으며, 주행거리는 총 30km였다. 오후 2시30분경 상황을 종료하고 차량에 탑승, 잣공장에 들러 잣을 사고 홍천 시내를 벗어나 양지말 화로구이 식당에서 점심겸 저녁식사 하였다. 양지말 화로구이 식당(기업식 경영)은 모델 한(한영성)이 극찬한 식당으로 손님들이 발 디딜 틈이없이 많이 북적였다. 번호판을 받고 40분 대기 후 돼지 삽겹살구이로 허기진 배를 채웠다. 육질이 연하여 입에서 살살 녹을 정도다. 소주 한병으로 권커니 잣커니 하면서 정겹게 얘기하며 심신의 피로를 풀었다.
서울, 춘천 고속도로가 정체가 심하여 국도를 따라 이동하였으며 ,서울에 도착한 시간이 오후 6시30분경 이었다. 산세가 험한 산을 찾아 임도를 따라 풀코스 라이딩 하기는 처음이다. 환경이 전혀 다른 곳에서 라이딩의 진수를 느낄 수 있는 색다른 경험을 한것은 좋은 기회였다고 본다. 특히 오벨로(임종국 부인)의 험한 임도를 거침없이 질주하는 모습을 보고 한편 놀래키도 하였다.대단한 정신력과 기력이었으며, 10년간 경험에서 우러나온 기량 이었다. 심산유곡(深山幽谷)에서 스릴(thrill)과 쾌감을 맛 보면서 기분 좋은 하루를 보내게 되어서 무척 기쁘다. 전체적으로 홍엽의 수려한 향연을 보지 못한 점이 못내 아쉬울 따름이다. 다음 주에는 홍엽이 절정기를 이뤄 기대해 볼만 하다. 낙엽이 한잎 두잎, 마치 나비가 날아가듯이 난분분 하면서 도로위를 사뿐히 내려 앉는다. 동기생들이 낙엽처럼 한명 두명씩 천수를 누리지 못하고 쓸쓸히 이 세상을 하직하고 사라지는 것을 보면서, 건강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새삼스럽게 느껴진다. 태어 날때부터 부모의 좋은 DNA를 전수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본인 스스로 노력하면 건강 수명을 늘릴 수 있다고 본다. 건강에 신경 쓰기보다는 마음을 여유롭게 갖고 친구들과 함께 여민동락(與民同樂)하는데 노력하고 있다. 성동 16회 바이콜릭스(bikeholics)는 10년을 넘어 20년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나에겐 영원한 위안이요 벗이다. 성동 16회 바이콜릭스(bikeholics)여 영원하라! 브라보!
첫댓글 건강해 보이는 표정들이 보기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