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의 반대말은 나비
여덟 번째 태어나는 배추흰나비
애벌레였던 적을 모르고 배추의 맛을 몰라
영혼을 사각사각 갉아먹는 푸른 사과의 반쪽
너는 밤의 불빛을 나는 낮의 그림자를
내가 꽃을 향해 날개를 펼 때
지는 꽃 위에 날개를 접네
그러니까 당신의 반대말은 당신,
지구 끝까지 당신이라는
당신, 벽장문처럼 안으로만 잠겨 있는
-『경향신문/詩想과 세상』2023.03.13. -
초등학교 봄 소풍에서 빠지지 않는 것이 보물찾기였다. 아이들이 찾을 수 있는 적당한 곳에 보물을 감추었다. 시인은 보물을 감추는 사람처럼 시어와 행간, 문장에 하고픈 말을 숨긴다. 이 시에선 더 깊숙이 숨겼다. 한데 왜 “여름의 반대말은 손바닥”일까. 겨울의 자리에 손바닥이 들어갔으므로 손바닥은 겨울처럼 춥고, 냉정한 것이 된다. 너와의 관계가 손바닥 뒤집듯 쉬워야 하는데 오히려 어렵다. 소나기처럼 운다. 무지개 같은 삶을 기대했는데, 꿈같은 얘기다.
왜 또 “구름의 반대말은 나비”일까. 나비는 흰 구름 아래서 날지만, 먹구름이 끼고 비가 오면 날지 못한다. ‘배추’가 상징하는 것이 인생이나 결혼 생활이라면, 너는 내 영혼을 갉아먹는 사람이다. “벽장문처럼 안으로만 잠겨 있는” 너와 사는 건 독이 든 사과 반쪽을 먹는 것과 다름없다. 너의 반쪽으로, 그림자로 산 세월을 접는다. ‘너’에서 ‘당신’으로 호칭도 바뀐다. 당신이라는 말에는 높임과 낮춤, 사랑의 의미가 담겨 있다. “당신의 반대말”이 당신인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