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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소개
바닷길, 문명 그리고 노마드
해양실크로드의 결정판 출간!
오케아노스(OCEANOS)에서 비롯된 대양은 크고 깊고 유장하여 서사가 많고, 박람강기의 절대 지식량이 요구되는 미지의 공간이다. 그 대양을 가로질러 해양실크로드라는 바닷길이 존재했다. 오랫동안 바다에 천착해온 저자는 동아프리카에서부터 아시아 극동에 이르기까지 드넓은 바다를 탐사했다. 이븐바투타, 왕대연 등 세계를 누빈 선인들의 족적을 이어받아 세계 곳곳을 밟아나갔다.
여러 해 방대한 아카이브를 축적시킨 결과, 마침내 원고지 6000여 매, 200여 장의 엄선된 도판으로 방대한 해양실크로드 문명사의 전모를 내보인다. 취재 답사에만 10년이 넘게 걸렸고, 집필에만 3년여 그리고 긴 편집 과정을 거쳐서 세상에 선보이게 되었다.
“탄자니아 끝자락 킬와섬의 다우선 선장, 벵골만 치타공의 어부, 술라웨시의 원해항해자 부기스족, 말루쿠 제도 암본에서 육두구를 말리던 농부 등 많은 원주민이 안내와 교시를 주었으며, 그들의 진술이 이 책 곳곳에 복선처럼 깔려 있습니다.”
🏫 저자 소개
주강현
일산 정발학연과 제주도 애월을 오가면서 해양문명사 연구와 저술에 몰두하고 있다. <아카이브-JOO〉의 방대한 자료도 정리하는 중이다. 해양사·문화사·생활사·생태학·민속학·고고학·미술사·신화학 등에 관심을 두고 ‘분과학문’이라는 이름의 지적·제도적 장벽을 무력화하며 전방위적 학제연구를 수행해온 주강현. 우리시대의 대표적인 ‘지식노마드’ 인이자 해양문명사가다. 일 년 중 절반은 일산 산자락에 자리한 ‘정발학연(鼎鉢學硏)’에서 방대한 자료더미에 파묻혀, 나머지 절반은 노트북과 카메라를 맨 채 바닷가를 떠돌며 문화 종다양성 및 해양문명의 원형질을 탐구 중이다. 아시아의 바다는 물론이고 시베리아·태평양 연안, 나아가 지중해와 대서양을 아우르는 비교해양문명사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경희대학교에서 민속학 전공으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고려대 문화재학박사과정을 수료했다. 분과학문이란 이름의 지적·제도적 장벽들에 얽매이지 않고 폭넓게 학제연구를 수행해온 주강현은, 해양사·문화사·생활사·생태학·민속학·고고학·미술사·신화학 등에 관심이 많다. 일산 산자락에 자리한 ‘정발학연鼎鉢學硏’에서 방대한 자료더미에 파묻혀 문화 종다양성 및 해양문명의 원형질을 탐구하고 있다. 해양세계의 오묘함에 깊은 매력을 느껴, 일본·중국·러시아 등 아시아 바다는 물론이고 시베리아· 태평양 연안과 대양의 섬으로 시야를 넓혀가며 비교해양문명사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그는 한국역사민속학회장을 역임하고 현재 제주대학교 석좌교수이자 한국민속문화연구소장, 해양문화재단이사, 통일문화학회 공동대표,문화재 전문위원, 재단부설 해양문명연구소장, 2012년 여수엑스포조직위원회 전략기획위원, 문화재전문위원 등으로 활동 중이다. 지난 30여 년 동안 한국과 아시아의 역사와 민속을 연구해오며 문화관광부의 ‘대한민국 100대 민족문화 상징’ 선정위원회의 책임연구원을 맡기도 했다. 그는 또한 우리의 문화와 바다를 어린이들에게 소개하는 일에도 앞장서면서 『강치야 독도야 동해바다야』 『주강현의 우리문화 1~2』 등의 어린이 서적들도 펴냈다.
저서로는 『적도의 침묵』, 『우리문화의 수수께끼 1~2』를 비롯해 『등대―제국의 불빛에서 근대의 풍경으로』, 『21세기 우리 문화』, 『觀海記 Ⅰ·Ⅱ·Ⅲ』(2006), 『돌살―신이 내린 황금그물』(2006), 『두레―농민의 역사』(2006), 『제국의 바다 식민의 바다』(2005), 『우리문화의 수수께끼Ⅰ·Ⅱ』(컬러 개정판, 2004), 『黃金の海 ·イシモチの海』(일어판, 동경, 2003) , 『왼손과 오른손―억압과 금기의 문화사』(2002), 『개고기와 문화제국주의―이른바 문명과 야만에 관하여』(2002), 『레드신드롬과 히딩크신화―붉은축제; 신명의 거리굿에 관한 보고 』(2002), 『북한의 우리식문화』(2000), 『21세기 우리문화』(1999), 『한국민속학연구방법론비판』(1999), 『조기에 관한 명상』(1998), 『우리문화의 수수께끼Ⅰ·Ⅱ』(초판, 1996), 『한국의 두레Ⅰ·Ⅱ』(1996), 『마을로 간 미륵Ⅰ·Ⅱ』(1995), 『북한의 민족생활풍습』(1994), 『굿의 사회사』(1992), 『북한민속학사』(1991) 등 다수가 있다.
📜 목차
들어가는 글. 바람의 길에서
1 인도양 해양실크로드 I
1 메소포타미아와 인더스밸리 바닷길
세계화·습지와 물·유향·인더스밸리 문명·로탈·푼트 원정대
인도양 해양실크로드의 모태적 기원|메소포타미아 수초지대의 바다 사람들|구리의 길|아라비아의 향 교역로|인도의 출입문, 하라파 문명의 전초|이집트 문명의 동방 네트워크|페니키아의 동방무역과 식민도시
2 그리스-로마 바닷길
헬레니즘·알렉산드로스·프톨레마이오스·에리트레아해 항해서·홍해·소코트라
동방으로 건너온 헬레니즘 세계|네아르코스와 오네시크리토스의 인도양·스리랑카 탐험|동방무역의 거점 항구 알렉산드리아|오스티아 해양 전통과 동방의 박래품|그리스인 프톨레마이오스와 스트라본의 세계 인식|에우독소스의 인도양 횡단과 그리스 상인이 남긴 에리트레아해 항해서|다리우스의 고대 운하와 홍해 출구 바브엘만데브 해협|인도양 바닷길의 징검다리 소코트라
2 인도양 해양실크로드 II
3 아라비아 바닷길
팍스이슬라미카·상인의 종교·고대기독교 네트워크·유향·대식국·신드바드
팍스이슬라미카와 인도양을 물들인 상인의 종교|메카 순례길과 무슬림 무역|악숨 왕국과 비잔틴제국의 고대 기독교 네트워크|홍해의 교역도시: 악숨의 바다 창구 아둘리스|아덴만의 교역도시: 천년의 항구 아덴|대식국의 특산품: 향, 말, 진주, 유리|아라비아반도 남부와 오만만의 교역도시|뱃사람 신드바드의 나라|페르시아만 아라비아 해안의 교역도시
4 페르시아 바닷길
아케메네스·파르티아·사산조·아바스·시라프·호르무즈
고대 페르시아의 장기 지속성|사산조페르시아와 동방의 바다로 가는 길|아바스칼리프와 당나라의 역사적 조우|상인의 언어이자 뱃사람의 언어인 페르시아어 |번역된 그리스 문명과 이슬람 과학기술|이슬람의 선진 과학과 항해 기술|페르시아의 천년 항구 시라프|문명의 용광로 호르무즈섬|페르시아만의 교역도시
5 스와힐리 바닷길
바오바브나무·스와힐리 문명권·오스트로네시아인·몬순·노예·상아
인도양을 건너 아프리카로 온 식물|마다가스카르를 개척한 보르네오 사람들|스와힐리 문명의 동력은 몬순|동아프리카 무역의 꽃, 킬와키시와니의 노예무역|아프리카의 뿔 소말리아 모가디슈|스와힐리의 교역도시|잔지바르의 노예와 상아와 향료|아프리카로 건너온 사산조 시라즈의 전통
6 구자라트 바닷길
사무드라·황금의 땅·꿰맨 배·바르바리콘·면직물·바리가자
수파라가 보살의 대항해 서사|끈으로 묶은 봉합선 다우|이란 남부 아라비아해 연안과 파키스탄의 교역도시|면화의 본향 구자라트|사우라슈트라반도의 교역도시|로마 상인이 드나들던 바리가자|인도양의 상업 중심지 캄베이만의 장기 지속성|뭄바이 근역의 교역도시|서인도로 간 파르시
7 말라바르 바닷길
바람의 길·다우선·후추·무지리스·자모린·개오지 조개
몬순이 보낸 인도양의 선물|후추와 생강과 계피 무역의 거점|뛰어난 조선술과 풍부한 목재|무슬림 정착촌 확산과 천민 집단의 개종|파피루스에 담긴 무지리스의 교역과 산업도시 파타남|말라바르의 교역도시|인도양 항해의 징검다리 몰디브 제도
3 인도양 해양실크로드 III
8 코로만델 바닷길
성 도마·촐라만달람·향지국·마하발리푸람·촐라왕국·상인 길드
카냐쿠마리의 힌두교와 첸나이의 기독교|동남아시아에 영향을 미친 해상강국 팔라바 왕국|달마가 동쪽으로 떠난 칸치푸람|팔라바의 해상 관문 마말라푸람의 아르주나 고행상|해상강국 촐라의 카베리파티남|해군력과 상업력, 쌍두마차로 번성한 촐라 왕국|인도의 상인 길드 ‘아야볼루의 500상인’|촐라와 중국의 교역|인도-로마의 교역장, 아리카메두와 퐁디셰리|아랍과 중국 상인이 집결한 스리랑카 해협
9 벵골만 바닷길
갠지스 문명·불국기·탐랄립티·칼링가왕국·상좌부불교·촉신독로
강과 바다가 만나는 갠지스 문명의 종착역|바다를 건넌 구법승, 법현과 의정|벵골만의 최대 항구 탐랄립티|해양민족 칼링가족의 칠리카 호수|동남아시아로 떠난 오디샤인|잊힌 벵골 문명, 잊힌 불교왕국|육로를 통한 이슬람의 확산|미얀마의 강항과 해항, 역사 유산과 제국의 잔존|동서 문명을 연결하는 미얀마의 전략적 위치|인도로 가는 두 가지 길, 남방실크로드 촉신독로
10 스리랑카 바닷길
마하방사·불치사·아누라다푸라·사자국·거대한 시장의 관문·계피
부처가 세 번 찾아온 사자국|싱할라족의 연대기 마하방사|스리랑카의 잊힌 고대 항구|프톨레마이오스의 타프로바나 지도|사자국과 중국의 교섭|거대한 시장으로 몰려온 무슬림 상인|보석과 코끼리와 칼, 계피와 실론티
11 유대인의 바닷길
디아스포라·길을 아는 사람들·이집트 게니자 문서·야코브·중국 유태인·만들어진 역사
인도양의 유대교와 기독교 공동체|길을 아는 사람들, 라다니야의 무역로|유대인의 아카이브, 게니자 문서|이탈리아 유대 상인 야코브의 여행|유대인의 인적 네트워크를 통한 글로벌 무역|한나라 시대에 넘어온 개봉 유대인|카를 마르크스의 유대인에 관하여: 화폐 중심의 민족
4 동남아 해양실크로드
12 말레이반도 바닷길
세계 시스템·지협 노선·황금의 반도·수완나푸미·항시국가·안다만니코바르제도
말레이반도에서 만들어진 첫 번째 세계 시스템|대양을 누빈 오스트로네시안 후예|동남아시아의 인도화 물결과 말레이 토착 문화|말레이반도 중부의 랑카수카-케다|말레이반도 중북부의 리고르, 카오삼깨오, 타쿠아파|말레이반도 북부의 말리완, 아지, 돈손국|말레이반도 남부의 불라안, 봉풍, 용아문|시암만의 타화라국, 나콘빠톰·우통, 타원국|벵골만의 징검다리, 안다만니코바르 제도
13 푸난과 진납 바닷길
옥에오 문명권·앙코르보레이·인도 문명권·곤륜박·대진국·유리구슬
메콩델타와 시암만에 산재한 옥에오 문명권|푸난의 정치적 중심지는 앙코르보레이|국제결혼이 상징하는 인도 문명의 자장권|푸난과 중국, 그리스·로마, 백제·마한의 관계|푸난의 쇠퇴와 진랍의 부상
14 스리위자야 바닷길
믈라유·팔렘방·삼불제·산스크리트어·오랑라우트·장뇌
섬 제국의 출현|전략 거점 팔렘방과 무시강|불교 문명의 중간 거점 삼불제|산스크리트어 전통과 인도의 영향|해양 세력 다스리기: 항구 세력과 내륙 세력|해상강국의 동력은 바다의 노마드|치순 관계, 중국과 삼불제|문명의 길목에 놓인 해상강국 아체|장뇌의 본향, 무역 왕국 바루스
15 마자파힛과 마타람 바닷길
순다 왕국·샤일렌드라 왕국·브란타스강 삼각주·향료 무역·부밧·사파국
자바의 세력 교체와 불교·힌두 왕국|향료의 길을 개척한 자바 상인|원의 세계 해양 경영과 해상제국 마자피힛의 부상|축제가 연출된 부밧의 극장국가|중국과 자바의 교섭|향료무역의 주역은 이슬람 상인|말루쿠 제도의 향료·직물 교환체계|유럽인의 출몰과 아시아 시장질서 교란|수탈의 도시, 식민의 풍경
16 믈라카와 시암 바닷길
믈라카 해협·믈라카·조호르·아체·타라발저·나가
바닷길과 해협 왕국의 패권|인종의 도가니, 식민의 용광로|동방의 베네치아, 해상왕국 아유타야|수코타이·아유타야와 시암|동남아시아의 나가 전통과 물 전통| 동남아시아 역내 무역권과 무역의 시대
17 짬파 바닷길
임읍·점성·아마라바티·다이비엣·침향·사후인 문화
바다의 노마드로 추정되는 말레이-폴리네시아인 짬족|짬족의 정신적 본향, 미선 유적|산과 바다의 내부 교역 시스템|세계 최고의 가라향|다이비엣과 점성의 각축과 몰락|호이안에 적층된 사후인 문화와 짬파 문화|호이안의 중국인촌과 일본인촌|조선인 표류, 우연과 필연의 역사
5 남중국해 해양실크로드
18 진한과 남조 바닷길
번우·합포·장건·민월·남해 유리로·남해로
고대 대항해의 진면목, 서불의 동진|민월의 해양 전통에서 출발한 중국의 해양실크로드|선박 건조와 바다항해에 능한 민월의 수상민족|통킹만 교지에 출현한 로마제국 사신과 상인|바다를 건넌 유리와 비단|한의 전략적 항구 합포와 번우|남중국해의 해양력과 남조의 남해로 개척
19 당나라 바닷길
페르시아풍·대진경교유행중국비·광주통행이도·시박사·대당서역기·흑의대식
당의 개방성, 페르시아풍과 경교의 유행|고대 해양실크로드, 가탐의 광주통행이도|남해로의 국제 해양무역을 전담한 시박사|바닷길을 개척한 천축 구법승|당과 남인도·페르시아·아라비아 상인|화려한 박래품의 시대
20 송나라 바닷길
세라믹로드·남해신묘·제번지·송상·나침반·마조
실크로드가 아닌 세라믹로드|아시아 바다 시장의 통합과 남해 교역의 성장|번영을 구가하던 천주, 광주, 개봉, 임안, 명주|제번지와 영외대답, 평주가담의 해양세계|아라비아인 포수경과 나침반|뱃길 따라 퍼진 마조|북상하는 관음 신앙
21 원나라 바닷길
팍스몽골리카·잠치·집사·포수경·도이지략·대도
초원의 노마드와 바다의 노마드|팍스몽골리카의 세계 경영과 바닷길로 이어진 잠치|원대에 출현한 최초의 동양과 서양|원의 세계 순력과 이해방식|유럽인의 몽골 순력|몽골제국의 실크로드를 덮친 14세기 팬데믹, 페스트|탐라총관부와 제국의 직영 목장 경영
22 명나라 바닷길
정화 하서양·영락제·영애승람·조공체계·왜구·남양화교
영락제의 세계 패권과 정화의 역사적 소환|아프리카에 이른 일곱 차례의 하서양 |정화 항해가 남긴 삼서일도와 천문항해 및 조선술|조공무역 시스템의 한계 노출과 실크로드의 상인들|유럽 팽창 시대, 해금으로 비워버린 바다|번창하는 해적과 상인의 이중주|급증하는 남양 이민과1 6세기 환태평양 실크로드의 등장
6 동북아 해양실크로드
23 일본열도 바닷길
가이민·도래인·정창원·구법승·감합선·산단무역
일본열도 바닷길의 주역은 가이민(海民)|바다를 건넌 한반도 이주민|해양실크로드의 구체적 증거물, 보물창고 정창원|엔닌의 구법 순례와 삼국 네트워크|동북아시아 해양실크로드의 십자로인 환동해 루트|견수사와 견당사: 북로, 남로, 남도로|송원 시대의 송상과 교역의 시대 도래|왜구의 시대와 감합선|고려·조선과 일본의 삼각 교섭|확대되는 남방과 서방 교역권|산단 무역로와 오호츠크 교역권
24 한반도 바닷길
가야·양직공도·황비창천·고려도경·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해금정책
육상과 해양 실크로드의 동단인 한반도|잊힌 가야의 바닷길|백제의 남해로와 남조의 양직공도|불교 남래와 천축으로 가는 길|재당 신라인과 장보고 해양세력|고려와 남송의 환황해 교섭|남송의 바닷길과 고려도경|몽골의 세계 경영을 역이용한 원과의 교섭|아라비아와 인도와의 교섭|동남아시아와 류큐와의 교섭|조선의 첨단적 세계이해,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
보론. 유럽 이전의 바닷길과 세계체제
유사무서의 바다 역사와 노마드|명칭, 거리, 항로, 항구, 도시, 조선술, 경제권역, 십자로|욕망과 충족의 박래품 세계|‘피부색’을 보지 않고 ‘동전색’을 보는 상인의 디아스포라|바다를 건넌 개척자와 기록의 힘|세계관의 전환과 세계체제의 재구성|서방 오리엔탈리즘과 동방 중화주의, 일국사를 넘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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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서평
해양실크로드 문명사는 바다의 총체사다
해양실크로드 문명사는 오호츠크해로부터 아프리카 스와힐리 해안에 이르는 바다의 총체사다. 주 무대는 서태평양과 인도양인데, 지중해와 북아프리카 마그레브 권역까지 그 파장이 연동됐다. 16세기 이후에는 멕시코 아카풀코에서 태평양을 가로지르고 마닐라를 거쳐 광동으로 이어졌다. 세계사적으로 볼 때 해양실크로드의 동단은 한국과 일본이며, 그 서단은 아프리카 동부의 스와힐리 해안이다. 서단에서 동단까지, 동단에서 서단까지, 해양실크로드 문명사의 궤적을 이 책에서 다루고 있다.
해양실크로드사 본격 복원은 세계적인 일이다
해양실크로드는 소문만 무성했지 실제 전모를 드러내는 작업은 한국은 물론이고 외국에서도 제한적으로만 이루어졌다. 유네스코에서 세계유산으로 해양실크로드사를 정리하고 있으나 아직 완결판이 나오지 못하고 있다. 전일적으로 해양실크로드 문명사를 기술한 고전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중국과 인도의 정사, 그리스· 로마, 페르시아와 아라비아 기록 그리고 금석문, 구전 신화, 고고학적 발굴 성과 등을 통해 재구성이 가능했다. 역사는 있되 기록은 지극히 제한적인 유사무서(有史無書)의 해양실크로드사 본격 복원은 세계적인 일이기도 하다. 이 책의 출간을 기점으로 국내적으로는 한국해양사 지평의 기준이 바뀔 것이며, 세계사적으로는 해양실크로드 문명사 서술의 일대 분기점이 될 것이다.
국가사와 일국사, 오리엔탈리즘과 중화주의를 넘어서다
유럽은 유럽 중심의 오리엔탈 시각에서 대항해시대 이후에 초점을 맞추며, 동양에서는 중국의 중화주의적 시각이 일반화된 상황이다. 이 책은 국가사와 일국사, 오리엔탈리즘과 중화주의를 넘어서고자 분투한 결과다. 유럽이 아시아·아프리카 바닷길에 등장하기 이전에 이미 구축되어 있던 세계체제를 주목한다. ‘대항해시대’라는 언표는 유럽 중심의 대단히 잘못된 우월적 시각이며, 인도양 등은 유럽에 의해 ‘발견당한’ 것이 아니다. 유럽이 동아시아에 출현하기 전인 13세기경 이루어진 세계 시스템이 중요하다. 유럽의 대항해 이전에 구체적으로 이미 존재하던 세계체제의 실체를 여러 준거들로 제시했다. 책의 부제처럼 ‘유럽 이전의 바닷길’에 주목한다.
지중해를 제외한, 사실상의 세계해양사다
이 책에는 베링해와 오호츠크해로부터 동남아시아 수마트라와 자바, 말루쿠 제도와 술라웨시, 말레이반도와 태국· 캄보디아· 필리핀, 벵골만의 미얀마와 방글라데시, 스리랑카와 인도아대륙의 코로만델과 말라바르, 구자라트와 파키스탄, 페르시아와 아라비아해, 홍해와 에티오피아, 케냐와 탄자니아와 모잠비크, 이집트와 튀니지, 레반트와 베네치아와 제노바 등의 지중해 권역도 등장한다. 나아가 동남아해역과 남중국해 전반에 관한 인식의 지평을 확대했다. 동지중해와 근동의 연동을 주목함으로써 해양실크로드 문명의 범주와 그 파장이 사실상 세계사적 규모에서 진행되었음을 규명했다. 대부분 유럽 중심의 세계사에서 무시·축소되어온 곳이며, 중국인의 해양실크로드사 서술에서도 간과되어온 곳들이다. 또한 이 책은 남해로에 집중하여 중국사에서 중원 중심이 아니라 민월로 대표되는 바다적 시각을 복원하고 있다. 아울러 ‘이슬람의 바다’를 주목하며, 불교·힌두교·조로아스터교·경교 등의 바닷길 전래와 문명사적 파장도 분석했다. 결과적으로 이 책은 지중해를 제외한 사실상의 세계해양사다.
피부색보다 동전색을 중시하는, 상인과 무역의 세계사다
바닷길에서 바람의 힘을 주목하며, 몬순이 가져다준 무역의 힘을 서술했다. 상업의 우월적 힘과 개방성을 주목한다. 배가 드나드는 곳에는 항상 상업이 뒤따르며 상인은 자신만의 법칙을 갖고 있다. 상인은 다양한 생태, 문화, 지역 출신 사람들 사이에서 상품과 아이디어 교환을 요구하며, 원주민과 외국인 간의 끊임없는 관계 확장을 요구한다. 상인은 손님의 ‘피부색’을 보지 않고 ‘동전색’을 보며, 손님은 상인의 종교를 보지 않고 상품의 질과 가격을 따진다. 상인 공동체는 필연적으로 개방 사회다. 정복이 아니라 협력이야말로 해역 번성의 동력이다. 무역상인은 바다의 유목민이며, 바다 디아스포라의 원조다. 따라서 해양실크로드 문명사는 무역의 역사이자 상인의 역사이며 박래품의 역사다. 오늘날로 치면 상품 생산과 물류유통에 관한 총체적 역사다.
세계의 바닷길을 직접 탐사한, 발로 쓴 저작물이다
분과학문의 칸막이에 갇혀서 순혈주의적 역사서술이 이루어지는 풍토에서 역사민속학, 인류학, 해양사 등에 근거하여 오랫동안 바다를 연구해온 저자의 총체적 궤적이 집결된 책이다. 도시사, 미술사, 불교사를 비롯해 최근 고고학 연구성과와 타밀어·벵골어 금석문 등도 발굴하여 문헌의 제한을 뛰어넘어 융복합적 분석틀을 제시했다. 비록 엄밀한 전문서지만, 대중성을 확보한 저자의 유려한 필력이 독자를 흥미로운 바닷길로 안내한다. 세계를 누비며 중요한 현장을 포착한 저자가 직접 찍은 사진과 세계 각지에서 수집한 자료 사진을 배치함으로써 현장감을 더했다. 사실상 발로 쓴 저작물이다.
▶ 이 책을 읽는 주요 키워드 144
이 책은 24개 바닷길과 각각의 10여 개 소항목으로 나눠져 있어, 실제로는 200여 개가 넘는 화두로 해양실크로드 문명사를 풀어내고 있다. 독자들이 사전식으로 필요한 권역을 살펴볼 수 있게 독립적으로 서술하는 방식을 택했다. 아울러 이 책을 관통하는 이론적 토대를 책 말미에 보론으로 덧붙였다.
1 메소포타미아와 인더스밸리 바닷길
세계화·습지와 물·유향·인더스밸리 문명·로탈·푼트 원정대
2 그리스-로마 바닷길
헬레니즘·알렉산드로스·프톨레마이오스·에리트레아해 항해서·홍해·소코트라
3 아라비아 바닷길
팍스이슬라미카·상인의 종교·고대기독교 네트워크·유향·대식국·신드바드
4 페르시아 바닷길
아케메네스·파르티아·사산조·아바스·시라프·호르무즈
5 스와힐리 바닷길
바오바브나무·스와힐리 문명권·오스트로네시아인·몬순·노예·상아
6 구자라트 바닷길
사무드라·황금의 땅·꿰맨 배·바르바리콘·면직물·바리가자
7 말라바르 바닷길
바람의 길·다우선·후추·무지리스·자모린·개오지 조개
8 코로만델 바닷길
성 도마·촐라만달람·향지국·마하발리푸람·촐라왕국·상인 길드
9 벵골만 바닷길
갠지스 문명·불국기·탐랄립티·칼링가왕국·상좌부불교·촉신독로
10 스리랑카 바닷길
마하방사·불치사·아누라다푸라·사자국·거대한 시장의 관문·계피
11 유대인의 바닷길
디아스포라·길을 아는 사람들·이집트 게니자 문서·야코브·중국 유태인·만들어진 역사
12 말레이반도 바닷길
세계 시스템·지협 노선·황금의 반도·수완나푸미·항시국가·안다만니코바르제도
13 푸난과 진랍 바닷길
옥에오 문명권·앙코르보레이·인도 문명권·곤륜박·대진국·유리구슬
14 스리위자야 바닷길
믈라유·팔렘방·삼불제·산스크리트어·오랑라우트·장뇌
15 마자파힛과 마타람 바닷길
순다 왕국·샤일렌드라 왕국·브란타스강 삼각주·향료 무역·부밧·사파국
16 믈라카와 시암 바닷길
믈라카 해협·믈라카·조호르·아체·타라발저·나가
17 짬파 바닷길
임읍?점성·아마라바티·다이비엣·침향·사후인 문화
18 진한과 남조 바닷길
번우·합포·장건·민월·남해 유리로·남해로
19 당나라 바닷길
페르시아풍·대진경교유행중국비·광주통행이도·시박사·대당서역기·흑의대식
20 송나라 바닷길
세라믹로드·남해신묘·제번지·송상·나침반·마조
21 원나라 바닷길
팍스몽골리카·잠치·집사·포수경·도이지략·대도
22 명나라 바닷길
정화 하서양·영락제·영애승람·조공체계·왜구·남양화교
23 일본열도 바닷길
가이민·도래인·정창원·구법승·감합선·산단무역
24 한반도 바닷길
가야·양직공도·황비창천·고려도경·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해금정책
▶ 간략히 읽기
1부. 인도양 해양실크로드 I
- 고대적 시원
해양실크로드 문명의 전사(前史) 혹은 그 시원성을 찾아서 메소포타미아와 인더스밸리 바닷길에서 출발한다. ‘청동기시대의 첫 세계화’란 관점에서 그리스 문명과 근동의 메소포타미아 문명, 이와 소통하였던 인더스밸리 문명을 주목했다. 저자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인더스밸리 문명의 로탈 항구유산을 탐사하여 메소포타미아와의 소통을 분석했다. 이집트 문명도 바다를 통해 끊임없이 교섭하고 있었으며, 레반트의 페니키아 세력은 오랫동안 해상 무역상인으로 동방과 연결되었다. 알렉산드로스대왕이 촉발한 근동으로의 그리스 문명 전파와 그리스인 및 후대 로마인의 인도양 해상활동은 다양한 기록이 증거로 남아있다.
2부. 인도양 해양실크로드 II
- 아라비아해와 페르시아만, 스와질리 해역권
인도양을 이슬람으로 물들인 아라비아 바닷길로부터 홍해의 고대 기독교왕국 악숨, 아라비아의 오래된 아덴항과 신라 석탑에서 발견된 대식국의 유향 같은 박래품, 신드바드의 나라 오만의 교역도시, 쿠웨이트와 바레인 등 페르시아만 고대항구를 서술했다. 아케메네스, 파르티아, 사산조에 이르도록 페르시아만에서 성쇠를 거듭한 페르시아 문명의 장기지속, 아바스 칼리프와 당나라의 발흥 확산이라는 세계 역사에서의 우연적 사건을 주목했다.
대항해시대 이후의 유럽 항해기술의 모태가 페르시아였다. 지금은 역사에서 퇴장한 천년의 항구 시라프와 호르무즈의 해양력을 서술하고, 변방 취급을 받아온 동부아프리카 인도양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확인했다. 인도양 아라비아해라는 큰 차원에서 구자라트와 말라바르의 해양세계도 같이 다루었다. 파키스탄과 인도 서해안은 아프리카와 아라비아, 페르시아만과 교섭한 요충지로서 로마 상인이 들어오던 곳이고, 인도양 전체에게 옷을 해입힌 면직물의 거점이었다. 말라바르는 향료, 특히 후추의 본산지로 유럽까지 방대한 양의 향료가 수출되었다. 몰디브의 앵무조개는 바다를 건너 아프리카 말리왕국의 화폐로 쓰였다.
3부. 인도양 해양실크로드 III
- 코로만델과 벵골만 해역권
코로만델의 타밀나두는 힌두 문화의 본거지이지만 의외로 동방 기독교의 성지이기도 하다. 성 도마는 로마와 인도를 연결하던 국제 상선을 이용하여 코로만델에 당도했다. 동방의 구법자도 상선을 타고 이곳을 찾아왔다. 팔라바 왕국의 칸치푸람은 불교의 진원지였으며 달마나 의정 같은 구법승의 흔적이 확인된다. 해상강국 촐라는 글로벌 무역을 경영했으며, 스리랑카는 물론이고 인도네시아까지 자신들 영역에 넣었다. 촐라의 상인집단 길드는 여러 문헌으로 확인된다. 아리카메두까지 로마 상선이 당도했였으며, 반대로 인도 상인이 로마까지 들어갔다.
스리랑카 해협의 섬들은 아랍과 중국 상인이 교역하던 문명의 교차로였다. 벵골만은 중국 구법승이 뱃길로 당도하는 종착점이었으며 신라의 혜초도 그 길을 선택했다. 동인도 오딧샤는 힌두 문명이 동남아에 확산되는 거점이며, 동시에 불교가 바다를 건너 스리랑카로 들어가는 출발지였다. 벵골만의 방글라데시는 16세기 이후에 급격히 무슬림화되었으나 불교 왕국으로 존재해왔다. 미얀마는 중국에서 인도로 가는 남방실크로드 촉신독로의 거점이었으며, 오늘날 해양실크로드 유산이 대대적으로 발굴되는 중이다. 미얀마 남쪽 항구는 스리랑카와 교류하는 거점이기도 했으며, 스리랑카는 벵골만과 깊은 연관을 갖고 있었다. 로마인은 동서의 중간에 위치한 스리랑카를 ‘거대한 시장(Emporium)의 관문’으로 기록했다. 3장에서는 특히 해양실크로드를 떠돌던 상인 유랑민 유태인을 독립된 파트로 설명하고 있다.
4부. 동남아 해양실크로드
- 동남아 해역권
동서양의 역사서술에서 간과되었던 말레이반도의 강력한 해양력과 다양한 항시국가들을 주목했다. 1세기 중엽 프톨레마이오스가 ‘황금의 반도’라고 지도에 명명한 곳이며, 양나라 〈양직공도〉는 백제 사신이 말레이반도에서 온 사신을 중국에서 만났음을 실증한다. 말레이반도로 인도의 선진 문명이 당도했으며, 반대로 동쪽에서는 중국 상인이 당도하고 있었다. 동남아에서는 메콩강 하구의 푸난과 오늘날 앙코르와트의 진랍이 강국이었는데 이들 역시 바다를 건너온 인도 문명의 자장권에 있었다. 말레이반도에서 명멸한 많은 항시국가와 푸난 등이 대륙부에 속해 있었다면, 비로소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와 자바 같은 ‘섬 제국’이 출현했다. 스리위자야를 거쳐 자바의 샤일렌드라, 마자파힛에 이르기까지 동남아시아 해양사의 맥락이 육지에서 섬으로 이동해 이후에는 일관되게 ‘섬 제국’으로 흘러간다. 해양강국 스리위자야는 ‘바다의 노마드’들이 그 하부를 구성했으며, 삼불제란 호칭은 스리위자야 몰락 이후에도 장기지속으로 19세기 중국 문헌에서도 발견된다.
해상무역에서는 수마트라 북단의 아체와 서쪽의 바루스가 주목된다. 마자피힛과 마타람 왕국의 탄생으로 인도네시아의 주도권은 수마트라에서 자바로 넘어가며, 자바 상인은 술라웨시, 말루쿠 제도의 향료를 아랍과 중국 상인에 연결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후 포르투갈을 위시한 유럽 세력이 직접 향료시장에 진입함으로써 전통적 향료의 바닷길이 붕괴된다. 말레이반도 끝자락에서는 해협의 길목을 차지한 믈라카 왕국이 번성했으며, 해상강국으로 그 경쟁자인 시암이 부상했다. 베트남에서는 짬파와 다이비엣족의 오랜 쟁투가 무려 19세기까지 진행되었으며, 호이안에 다양한 흔적을 남기고 있다.
5부. 남중국해 해양실크로드
- 남중국해 해역권
은상(殷商) 시대에 배는 이미 보편적 교통수단이었고, 주대(周代)에는 더 광범위한 수준에서 배를 만들었다. 고대 대항해의 진면목은 진시황이 남해무역을 촉진하면서 본격화한다. 선진(先秦) 시기의 동아시아 항해는 어디까지나 연근해 항로였다. 시황제에 의한 서불 원정은 선박 규모나 승선 인원 등 세계사에 유례가 없었다. 중국해양사에서 남쪽 해양민족 민월의 바다 역량은 대단했다. 중국사는 여전히 황하를 중심으로 한 내륙사관이 주류지만, 남은 배를, 북은 말을 수단으로 삼는다는 남선북마(南船北馬)의 역사적 경계가 선명했다. 한의 전략적 항구 합포와 번우가 남해에 자리잡았으며, 인근 교지(통킹만)까지 로마 사신이 들어왔다.
중국 해양실크로드사에서 역시 중요한 해역은 남중국해다. 당은 명실공히 육상과 해양실크로드가 동시 발전하던 화려한 시대였다. 진귀한 박래품과 낙타 대상의 온갖 물건이 장안으로 쇄도했다. 수중발굴 도자기로 볼 때 송대는 세라믹 로드(陶瓷之路)란 명칭도 가능하다. 송은 도자기, 차 제조. 면직염색 등에서 세계 수준을 자랑했다. 송대에는 〈제번지〉 같은 해양실크로드사의 세계적 저작물이 출간되었으며, 나침반의 보편화, 마조와 관음신앙의 바닷길 확산 등이 이루어진다.
원은 이전에 없던 새로운 ‘팍스 몽골리카’ 세계질서를 만들어냈다. 원대에는 〈도이지략〉의 왕대연처럼 세계로 나아가기도 하고, 반면에 수많은 유럽 신부들이 원에 입성했다. 원대에 동서양이 본격적으로 지도에 등장한다. 팬데믹에 의해 원의 바닷길이 한동안 멈춘 시절도 있었다. 오늘의 중국은 해양굴기(海洋屈起)를 중국몽으로 내세우며 명의 정화함대를 모범으로 선전하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정화 이후에 바다에서 철수한 아픈 역사가 있다. 왜구의 동아시아 노략질과 해금정책, 민간 상인의 본격적 해외 무역과 남양화교의 진출 등이 명대에 이루어졌다.
6부. 동북아 해양실크로드
- 동북아 해역권
일본의 육지와의 첫 교섭은 당연히 한반도였다. 일본과 중국의 공식 교섭 활성화는 수?당 시기다. 송원에 이르러 아시아 바닷길이 무한 번성하면서 일본열도의 교섭 통상도 빈번해졌다. 명은 해금령을 내려 왜구 피해를 줄이고자 했다. 왜구에 진저리를 치던 명은 교역을 허락해 왜구를 외교 관계의 공적 통제권으로 끌어들이고자 했다. 이로써 견당사 폐지 이래 근 500여 년 만에 일본과 명 사이에 이른바 감합(勘合)무역이 시작됐다. 일본은 고려와도 활발히 교역했다. 일본의 남방 정책에서 중요한 나라는 류큐였다. 류큐는 동중국해의 중심이라는 지리적 이점을 이용해 중국과 동남아시아, 일본과 조선을 잇는 환중국해 중개 교역의 거점으로 번영했다. 환동해 연결 루트도 주목되는데 이는 실크로드의 북회경로(北回經路)다. 육상실크로드를 통해 연해주까지 당도했다. 여진과 숙신, 고구려와 발해가 이 북방 바닷길에 매개되어 있으며, 이 북방노선은 오호츠크해까지 이어졌다.
한반도 고대 해양실크로드 서술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늘 자료의 제한성이다. 가설과 가정, 유추가 가능하지만 입증이 쉽지 않다. 한반도 고대는 동아시아 권역의 바닷길을 개척하는 단계였다. 사회경제적 발전 단계가 더 먼 바닷길을 요구하지 않았고, 권역 내에서 문물을 받아들이고 소통하는 단계였다. 한반도가 유라시아 육상실크로드 동단(東端)임은 분명하다. 한반도는 육로로 실크로드가 닿는 종착점이었다. 고구려는 환황해 루트를 개발하고 있었다. 6세기 양의 〈양직공도〉에 백제만 흔적을 남긴 것이 아니다. 고구려도 그 흔적을 남겼다. 남조와 고구려가 해양실크로드의 고대적 뱃길로 연결되고 있었다는 뜻이다.
해양실크로드 문명사 관점에서 한반도 해양력의 정점은 가야다. 문제는 자료가 제한적이고 일찍이 잊힌 바닷길이 됐다는 데 있다. 해양사에서는 백제도 중요하다. 삼국시대로 접어들면서 중국 및 일본과 연결하는 해양실크로드의 주역은 백제였다. 삼국시대에 백제의 불교 남래설, 즉 바닷길을 재인식할 필요가 있다. 신라 견당사와 장보고 해상무역은 신라선의 뛰어난 조선술에 기인한다. 고려 초부터 고려 해상은 중국과 무역을 행했다. 선화봉사 서긍의 〈고려도경〉은 양국 바닷길의 실체를 잘 보여준다. 원대에도 송상에 의한 교역은 지속되었다. 조선시대에는 제한적이나 조선과 유구, 동남아의 교섭도 진행되었다. 해금정책을 구사한 조선의 문제점은 항시적 무역로 개설, 항구, 선박 조선업, 항해기술 등을 적극 추동하지 못한 데 있다. 그 후과는 19세기 말 해양 세력에게 식민지로 접수되는 비극을 겪게 된다.
보론: 유럽 이전의 바닷길과 세계체제
유사무서의 바다 역사와 노마드, 명칭·거리·항로·항구·도시·조선술·경제권역·십자로, 욕망과 충족의 박래품 세계, 손님의 ‘피부색’을 보지 않고 ‘동전색’을 보는 상인의 디아스포라, 바다를 건넌 개척자와 기록의 힘, 세계관의 전환과 세계체제의 재구성, 서방 오리엔탈리즘과 동방 중화주의, 일국사를 넘어서 등 해양실크로드 문명사 쟁점들을 정리했다.
해양실크로드 문명사의 주역이던 아시아 바닷길은 거의 대부분 유럽의 식민지 혹은 반식민지로 접수됐다. 따라서 이 바닷길의 역사 역시 유럽 중심으로 서술되고 고정화되기에 이른다. ‘유럽 중심주의’는 서구 문명이 독특한 역사적 우월성, 인종·문화·환경·심성·정신적 특질을 갖는다고 본다. 그로 인해 유럽은 과거로부터 현재까지 비유럽에 대해 항구적 우월성을 갖게 됐다. 유럽은 역사의 창조자로서 늘 자생적으로 진보하고 근대화하는 반면, 나머지 세계는 늘 정체되어 있다.
주목할 점은 해양실크로드 역사 서술에서 유럽인의 왜곡은 생각 이상으로 치밀하게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해양실크로드의 중간 고리인 아라비아와 페르시아, 인도와 스리랑카, 방글라데시, 미얀마,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을 유럽 국가가 식민화하면서 기존 역사 서술은 서양의 관점에서 기술됐다.
중국에서 근래에 편찬되는 해양실크로드사는 중국몽(中國夢)이라는 목표 아래 정화의 대원정을 강조하고 중국과 로마의 직방 교섭을 부각한다. 정화 대원정이 세계적 사건이었음은 분명하지만, 이런 서술은 명 이전에 원의 세계체제가 선행됐음을 축소하는 것이다. 중국에서 로마에 이르는 여정에 존재하던 동남아시아 제국, 인도아대륙, 페르시아와 아라비아, 동아프리카, 홍해와 레반트 등의 역할은 간과되거나 제한적으로 서술된다. 중국 중심의 실크로드사는 그 노정에 놓여 있던 많은 나라를 대상화하며, 주체적 존재가 아닌 것으로 무시된다. 조공을 바치던 나라라는 기미체제(羈?體制)의 새삼스러운 강조는 중국 중심의 만이적(蠻夷的) 세계관·해양관이 아직도 진행됨을 뜻한다.
오호츠크해에 도달하는 유라시아 전체사로서의 변방 한국과 일본이 갖는 특수성, 그럼에도 자기 세력을 온존하면서 바다로 나아갔던 극동의 힘도 이해해야 할 것이다. 중국과는 또 다른 힘이다. 세계사적으로 볼 때 해양실크로드의 동단은 한국과 일본이며, 그 서단은 아프리카 동부의 스와힐리 해안이다. 서단에서 동단까지, 동단에서 서단까지, 해양실크로드 문명사의 궤적을 이 책에서 다루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