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권 분상제가 불러온 ‘로또청약’ 천태만상
서울 서초구 반포동 일대 공인중개업소 사이에는 지난 7월 29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의 원펜타스 특별공급에 당첨된 한 신혼부부 이야기로 한동안 떠들썩했다.
이 신혼부부는 자본금 한 푼 없이 청약을 시도했는데, 운좋게 당첨이 됐다.
20억원에 육박하는 차익을 놓칠 수 없던 이들은 중개업소를 돌아다니며 실거주 기간을 채운 3년 후 등기를 넘기는 조건으로 계약금, 잔금까지 내줄 매수자를 수소문 했다.
실제 매수자가 나타나 주변 시세대로 이를 매입하려 했으나 가격에 대한 이견으로 불발됐다.
반포동의 A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우리 사무실에도 해당 신혼부부가 전화를 걸어왔다”면서 “일종의 편법거래로 일단은 안 한다고 거절했지만 아마 거래하는 중개소도 있기는 할 것”이라고 했다.
반포동의 또 다른 B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쉬쉬하기는 하지만 유사한 거래 제안이 한 두 건이 아니었다”면서 “차익이 크면 클수록 특별공급 당첨자 매물을 보기가 쉽다”고 했다.
9일 중개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일대에서 시세와의 차익이 10억~20억원에 달하는 ‘로또 청약’이 등장하자 차익 만을 노린 ‘무늬만 청약자’가 속속 나타났다.
1순위 청약 경쟁률이 세 자릿수를 넘어가자 상대적으로 당첨이 용이한 특별공급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 3월 청약제도를 대대적으로 개편했다.
민영주택 가점제에서 배우자 통장기간 점수가 합산되고, 당첨자 발표일이 같은 아파트에 부부가 동시에 당첨되더라도 선접수분을 유효로 인정하기로 했다.
특히 신혼부부·생애최초 특별공급에 한해서 혼인신고 전 배우자의 주택소유·당첨 이력 규제가 적용되지 않아 청약 기회가 확대됐다.
강남 일대에 아파트값이 천정부지로 오르면서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한 분양가도 전용 84㎡ 기준 20억원을 넘어서자 ‘금수저 청약’이라는 비판도 적지 않게 나왔다.
사회생활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신혼부부가 주택담보대출을 받는다 하더라도 10억원을 웃도는 자본금을 마련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일부에서는 비정상거래까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분양가 상한제와 특별공급을 무작정 늘린 부작용으로 해석하고 있다.
사실상 10억~20억원 수준의 ‘로또 청약’이 우후죽순으로 나타나자 무주택 서민을 위하 청약 제도가 시세와의 차익만 노리는 투기처럼 여겨지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원칙을 벗어난 거래, 정도청약을 벗어난 행위에 대해서는 청약 무효로 해야 한다고 본다”면서 “단순 차익만 보고 시장을 교란 시키는 일은 지양해야 한다”고 했다.
또한 “로또 청약이 되다보니까 자금 여력이 없는데 자격 조건에는 맞는 사람들이 욕심을 내게 된 것”이라면서 “실수요에게 일종의 혜택을 주는 특별공급 제도를 투기로 악용한 것으로 바로 잡아야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