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에게 노벨 평화상? '망상'을 마음대로 농락한 푸틴의 타산은 [전 외교관이 해설] / 2/27(목) / 다이아몬드 온라인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된 지 4년째다. 푸틴 대통령이 왜 지금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얘기를 듣게 됐을까. 트럼프 씨의 타산을, 마음대로 농락할 가능성이 높은 푸틴 씨. 미국과 러시아의 리더십 차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역사적 경위를 아는 것이 필수적이다. 세계 97개국에서 배운 전직 외교관이 알기 쉽게 해설한다. (저술가 야마나카 토시유키)
● 트럼프와 푸틴은 의기투합?
'지진 같은 정책 시프트다(Seismic Policy Shift)'.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대러시아 정책에 관해 뉴욕타임스가 이런 제목의 기사를 냈다(2월 20일자). 우크라이나 전쟁의 정전을 위해 트럼프 씨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뜻을 헤아리는 정책을 내놓고 있다고 충격을 갖고 전하고 있다.
'미국 제일'을 내거는 트럼프 씨와 러시아의 국익을 유지 확대하는 것에 베팅하는 푸틴 씨. 경쟁을 중시하는 자본주의의 화신 같은 트럼프 씨와 구소련의 공산당 조직 속에서 출세해 온 푸틴 씨.
경력이나 정치적인 주의 주장으로 보면 정반대로 보이는 두 사람. 한편, 두 사람은 어딘가 기가 맞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정상급의 회합이나 외상 회담 등에도 동석해 온 필자의 경험으로서, 국가의 톱끼리의 관계라고 하는 것은, 때때로 화학반응과 같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전개가 일어나기도 한다.
그렇지만 대부분은, 쌍방의 국내 사정을 근거로 한 국익, 또 정상이 정치적 입장을 지키기 때문에 자신의 이익이 우선되는 것이다. 트럼프 씨의 타산은 무엇인가.
● 노벨 평화상 망상을 품은 트럼프
트럼프 씨는 난이도 높은 딜을 성사시켜 칭찬을 받는 것을 무상의 기쁨으로 삼고 있다. 이는 영화 어프렌티스 도널드 트럼프의 창조법에서도 묘사된 바와 같다. 미국의 대적인 러시아를 상대로 우크라이나 침공을 종결시키면 그야말로 난도 높은 딜 클리어다. 트럼프 씨는 노벨 평화상도 획득할 수 있다는 망상을 품고 있을지도 모른다. 물론 그런 것은 웃음거리지만.
트럼프 씨의 언행으로 또 하나 눈에 띄는 것이, EU(유럽 연합)나 NATO(북대서양조약기구)에의 견제다. 트럼프 씨는 안보상 부담을 미국에 떠넘기고 환경과 인권 문제 등을 제기하는 EU 정상들을 싫어한다. 푸틴이라는 카드가 있다며 EU를 몰아 미국에 유리한 딜(미국으로부터의 수입 확대 등)을 끌어내고 싶은 타산이 있을 것이다.
한편의 푸틴 씨에게는 어떤 타산이 있는 것일까.
● 트럼프를 마음대로 농락하려는 푸틴
푸틴 씨 입장에서는, 미국적인 가치관으로 주의 주장을 강요해 오는 민주당의 대통령보다, 교섭의 여지가 있는 트럼프 씨가 상대를 하기 쉬운 것은 틀림없다. 게다가 트럼프 씨는 무슨 말을 꺼낼지 모르는 예측할 수 없는 인물이다. 미국 외교의 원칙인 서방국가의 안보와 민주주의를 바꿀 가능성도 있는 트럼프 씨는 오히려 편하다.
동서냉전 시대부터 첩보활동의 최전선에 있던 백전연마의 푸틴 씨를 보면 "트럼프의 망상에 들어가 마음대로 농락해 주자" 하는 사람들이 많다.
● 강권적인 지도자밖에 없다! 러시아 역사
양국의 리더상에는 큰 차이가 있다. 미국에서는 어릴 때부터 리더십이 중요하다는 말을 듣고 자란다. 한편, 러시아에서는 「리더십을 발휘하지 않는 것이 안전」이라고 한다. 미-러 리더십의 차이를 이해하려면 역사적 경위를 아는 것이 필수적이다.
러시아는 로마노프 왕조의 러시아 제국 시절부터 소련시절, 소련붕괴 이후를 포함해 서방적 민주주의를 경험한 적이 없다. 거의 일관되게, 강권적인 지도자가 국가 통치해 왔다(일부에서 계몽 군주라고 하는 황제는 있었지만, 강권적이었던 것은 대체로 들어맞는다).
더불어 러시아는 19세기 중반까지 노예에 가까운 '농노'가 존재했던 나라다. 당시 각국에 가난한 농민은 얼마든지 있었다. 그러나 농민 대다수가 소나 말처럼 사고파는 나라는 많지 않다. 미국에서도 이민이 노예로 옮겨진 역사는 있지만 러시아에서는 자국 내 대부분의 농민이 노예와 마찬가지로 인신매매됐다는 점은 다른 서구 국가들과는 크게 다르다.
국토가 넓고 여러 나라와 인접해 있어 통치를 위해서는 강권이 필요한 측면도 있었을 것이다. 농노가 제도로 폐지되더라도 압도적으로 강한 지도자와 약한 서민이라는 구도는 남았다(다만 조상이 농노라도 국가지도자가 된 스탈린 서기장 등 계층 간 유동성은 있다).
한편으로 인권침해가 계속되는 것에 반발한 민주적 움직임이 높아진 것도 물론 있다. 톨스토이 같은 인도주의자나 나와리누이 같은 반체제 지도자가 등장했다. 그런 의미에서는 사회의 모순을 깊이 사색하는 철학적인 인재나, 몸을 위험에 빠뜨려도 사회의 변혁에 진력하려는 인재는 존재한다.
그러나 사회 전체의 체제로서는 강권적 정치가 거의 끊임없이 계속되고, 약한 서민들은 반항을 위한 힘을 잃었다.
● 트럼프 낙일(落日)이 시작되는 '그날'이란
거꾸로 미국은 기독교 국가 중에서도 특히 개신교 색깔이 강한 나라다. 개신교의 큰 특징은 성직자를 통하지 않고 직접 성경을 이해하고 개인이 신앙하는 것을 중시한다.
17세기 영국에서 미국으로 건너간 청교도(퓨리탄)들은 상륙 전 계약서에 서명을 하고 자유로운 시민으로서 공정한 법 아래 생활할 것을 다짐했을 정도다. 미국에서 개인주의적이고 자유를 중시하는 가치관이 강한 배경은 이런 데 있다.
지난 대선에서는 인플레이션에 시달리는 노동자와 불법 이민 대책에 분노하는 국민의 목소리가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끌어올렸다. 그리고 트럼프 씨는 취임하자마자 관세와 사람들의 다양성, 이민에 관해 정부의 구조조정 등의 정책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과연 이들 정책이 정말 실행될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대통령 권한은 강하다고는 하지만 미국에는 합중국 헌법을 비롯한 각 주의 법률 등도 있다. 말할 것도 없이 러시아와는 상당히 전제가 다르다.
지금은 트럼프의 강권적 언행이 두드러지지만 역사적 뿌리 깊은 강권과 트럼프의 망상으로 인한 강권은 크게 다르다. 애초 개인주의로 자유를 중시하는 미국에는 강권적 지도자를 찾는 역사적 사회적 풍토가 없다. 자유로운 판단으로 대통령에게 노를 들이대는 것은 언제든 가능하다.
관세 정책으로 인해 인플레이션이 진행되거나 이민이 줄어 에센셜 워커가 지탱하는 산업에 차질이 빚어지면 "트럼프의 정책은 실패"라는 목소리가 나올 것이다. 이쯤에서, 트럼프 씨의 낙일이 시작되지 않을까. 트럼프 씨가 이렇게까지 콧바람 나게 세계를 뒤흔들 수 있는 기간은 의외로 짧을 수도 있다.
>>『형 우크라이나와 동생 러시아, 인연과 애증의 역사적 배경을 전직 외교관이 해설 <재전송>』 도 함께 읽으면 이해가 깊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