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갱노회(蓴羹鱸膾)
순채국과 농어회라는 뜻으로, 인생은 자신의 뜻에 적합한 것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고, 또는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말한다.
蓴 : 순채 순(艹/11)
羹 : 국 갱(羊/13)
鱸 : 농어 로(魚/16)
膾 : 회 회(肉/13)
(유의어)
순로(蓴鱸)
출전 : 진서(晉書) 卷92 문원전(文苑傳)
고향을 잊지 못하고 그리워하는 정을 이르는 말이다. 중국 진나라의 장한(張翰)이 자기 고향의 명물인 순챗국과 농어회를 먹으려고 관직을 사퇴하고 고향으로 돌아갔다는 고사에서 유래한다.
이 성어는 진서(晉書) 권92 문원전(文苑傳)에서 장한(張翰)이 고향을 생각하는 마음을 표현하는 글에서 유래한다.
장한(張翰)이라는 사람은 오(吳)나라 사람으로, 청아(淸雅)한 재능이 있었고 문장을 꾸미는 데도 뛰어났다. 하지만 그의 성격은 외물에 얽매임이 없어서 예절에 구애받지 않았다.
그래서 당시 사람들은 진류군(陳留郡) 출신인 완적(阮籍)이라는 사람에 비겨 강동(江東)의 보병(步兵)이라 불렀다. 이 말은 장한이 오나라 사람이기 때문에 강동이라 하였고, 보병은 보병교위(步兵校尉)의 벼슬을 지냈던 완적을 말했다.
장한은 일찍이 낙양에 들어가 제(齊)나라 왕인 경(冏)의 눈에 들어 그의 밑에서 아전벼슬을 하게 되었다. 그 후 제나라 왕이 권력을 마음대로 행사하고 사치하는 것을 보고는 화가 자신에게 미칠 것을 두려워하여 떠날 마음을 갖게 되었다.
그러던 중 낙양에 가을이 되자 가을바람이 스산하게 이는 것을 보고 이에 자신의 처지를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고향 땅 오나라의 진미인 고채(菰菜)와 순나물 국(蓴羹), 농어회(鱸膾)가 간절하게 생각났다. 순나물 국은 미나리 국이라고도 하는데 아마 가을철에 맛볼 수 있는 음식인 듯싶다.
장한은, “사람이 살면서 귀중하게 여기는 것은 자신의 뜻에 맞는 일을 하는 것이다. 어찌 벼슬에 묶여 수천리 타향에 와서 이름이나 벼슬을 구하려고 할 것인가?” 라고 말하고는 마부에게 명령을 내려 말을 준비시킨 뒤 곧바로 고향으로 떠나 버렸다.
그런 뒤 얼마 안 있어 제나라 왕은 하간왕(河間王)과 성도왕(成都王)에게 크게 패하여 죽음을 당하고 말았다. 그러자 세상 사람들은 모두 그가 세상사의 기미를 잘 볼줄 안다고 말하였다.
어떤 사람이, “그대는 어찌 한 때의 기분을 맞추고자 하여 죽은 뒤에 올 명예는 돌보지 않는 것인가?”라고 물었다. 이에 장한이 대답하기를 “비록 나에게 죽은 뒤의 명예를 준다 해도 지금 이 자리의 한 잔 술만 못하다.”라고 하였다. 이 소문을 들은 당시 사람들은 그의 마음이 넓고 활달한 것을 높이 평가하였다.
張翰, 字季鷹, 吳郡吳人也。父儼, 吳大鴻臚。翰有清才, 善屬文, 而縱任不拘, 時人號為, 江東步兵。會稽賀循赴命入洛, 經吳閶門, 於船中彈琴。翰初不相識, 乃就循言譚, 便大相欽悅。問循, 知其入洛, 翰曰; 吾亦有事北京。便同載即去, 而不告家人。齊王冏辟為大司馬東曹掾。冏時執權, 翰謂同郡顧榮曰; 天下紛紛, 禍難未已。夫有四海之名者, 求退良難。吾本山林間人, 無望于時。子善以明防前, 以智慮後。榮執其手, 愴然曰; 吾亦與子采南山蕨, 飲三江水耳。翰因見秋風起, 乃思吳中菰菜 蓴羹 鱸魚膾, 曰; 人生貴得適志, 何能羈宦數千里以要名爵乎! 遂命駕而歸。著首丘賦, 文多不載。俄而冏敗, 人皆謂之見機。然府以其輒去, 除吏名。翰任心自適, 不求當世。或謂之曰; 卿乃可縱適一時, 獨不為身後名邪? 答曰; 使我有身後名, 不如即時一杯酒。時人貴其曠達。性至孝, 遭母憂, 哀毀過禮。年五十七卒。其文筆數十篇行於世。
순갱노회(蓴羹鱸膾)는 크게 두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 하나는 인생은 자신의 뜻에 적합한 것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고, 하나는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이다.
이 고사는 도연명의 귀거래사(歸去來辭)와 더불어 관직생활을 그만두고 고향으로 돌아가고픈 마음을 대표하는 것으로 선현들의 한시에 단골 메뉴로 등장한다.
思吳江歌(사오강가) / 樂府體
장한(張翰)
秋風起兮佳景時(추풍기혜가경시)
吳江水兮鱸魚肥(오강수혜노어비)
三千里兮家未歸(삼천리혜가미귀)
恨難得兮仰天悲(한난득혜앙천비)
가을바람 불어 경치 아름다운 때,
오강의 물에는 농어가 살찐다네.
삼천리 밖 집으로 돌아갈 수 없으니,
한탄도 어려워라 하늘 쳐다보며 슬퍼하노라.
순갱노회(蓴羹鱸膾)
어려운 한자로 이뤄진 성어지만 뜻은 단순히 고향의 맛을 가리킨다. 순갱(蓴羹)은 순채라는 나물로 끓인 국이고, 노회(鱸膾)는 농어로 회를 친 음식이다.
순나물이라고도 하는 순채는 수련과의 수초로 논에서 기르기도 하고 약용 외에 어린 순을 식용한다. 바닷물고기 농어는 타원형의 몸통에 검은 점이 많고 자랄수록 맛을 좋다.
지역에 따라 특산품이 많아 고향의 맛을 상징하는 것이 다 다를 텐데 순채국과 농어회가 오른 것은 중국 서진(西晉) 때 장한(張翰)이라는 사람의 고사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장한은 오군(吳郡) 출신으로 문장에 뛰어났다. 격식을 싫어하고 예절에 구애받지 않아서 사람들이 그를 강동보병(江東步兵)이라 불렀다.
장한은 진나라 혜제(惠帝)때 사마경(司馬冏)이 집정하자 그의 밑에서 벼슬자리를 얻었다. 그 후 나라가 시끄러워지고 세력을 좌우하던 사마경이 실권할 것을 예측하고는 자신에게도 화가 미칠 것을 두려워해 떠날 결심을 했다.
낙양(洛陽)에 있을 때 가을바람이 불자 ‘고향 땅의 진미인 연한 나물과 순채로 끓인 국, 농어가 생각났다(思吳中菰菜 蓴羹 鱸魚膾).’
그러면서 장한은 말한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자신의 뜻에 맞는 일을 하는 것이 귀중한 일이다. 어찌 벼슬로 수천리 떨어져 살면서 명예나 작위를 노리겠는가(人生貴得適志 何能羈宦數千里以要名爵乎)!’
미련 없이 벼슬을 버리고 고향에 돌아와 유유자적했다. 한 사람이 한 때의 기분으로 사후에 올 명예는 생각하지 않는 행동이라 하자 장한은 지금의 한 잔 술이 죽은 뒤의 어떤 것보다 귀하다고 했다.
방현령(房玄齡) 등이 편찬한 진서(晉書) 열전에 나온다. 장한의 결단은 상급자에 굽실거리는 것이 싫다며 귀거래사(歸去來辭)를 읊은 도연명(陶淵明)을 연상시킨다.
이 성어는 고향의 맛을 그리워하면서 인생은 자신의 뜻에 적합한 것을 추구해야 한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개인적인 삶이 없어진 현대사회에서 직장이나 직업을 선택할 때 업무와 사생활의 균형을 갖추려는 워라밸(Work-life balance)로 발전한 셈이다. 큰 욕심을 부리지 않고 일상에서 행복을 찾는 소확행(小確幸)도 상통한다.
▶️ 蓴(순채 순)은 형성문자로 莼(순), 蒓(순)은 동자(同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초두머리(艹=艸; 풀, 풀의 싹)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專(전, 순)이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순채(수련과에 속하는 다년생 수초)를 뜻한다. 그래서 蓴(순)은 ①순채(蓴菜: 수련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 수초) ②부들(부들과의 여러해살이풀)의 꽃 ③풀이 더부룩하게 나는 모양,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수련과에 딸린 여러해살이 물풀을 순채(蓴菜), 겨울철에 딴 순채를 괴순(塊蓴), 파래를 석순(石蓴), 순채국과 농어회라는 뜻으로 인생은 자신의 뜻에 적합한 것을 추구해야 한다 또는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이르는 말을 순갱노회(蓴羹鱸膾) 등에 쓰인다.
▶️ 羹(국 갱, 땅 이름 랑/낭)은 형성문자로 羮(갱)의 본자(本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양 양(羊; 양)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羔(고, 갱)이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그래서 羹(갱, 랑/낭)은 제사(祭祀)에 쓰는 국으로, 무와 다시마 등을 넣어서 끓여 멧그릇 옆에 놓는다. 메탕으로 ①국, 끓인 국(채소 따위에 물을 많이 붓고 간을 맞추어 끓인 음식) ②삶다 ③끓이다, 그리고 ⓐ땅의 이름(랑)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국을 갱탕(羹湯), 국의 국물을 갱즙(羹汁), 종묘나 그 밖의 제사에 쓰기 위하여 삶은 개고기를 갱헌(羹獻), 갱지미로 놋쇠로 만든 반찬 그릇의 하나를 갱기(羹器), 국과 죽을 갱죽(羹粥), 국을 담는 주발이나 사발을 갱발(羹鉢), 해초의 한 가지를 갱태(羹苔), 제사에 쓰던 순 고깃국을 대갱(大羹), 콩을 넣어 끓인 국 또는 한 그릇의 국으로 적은 국을 두갱(豆羹), 된장국을 시갱(豉羹), 닭고기를 넣어 끓인 국을 계갱(雞羹), 밥과 국을 반갱(飯羹), 맑은 장국을 담갱(淡羹), 뜨거운 국에 데더니 냉채를 먹을 때도 분다는 뜻으로 한번의 실패로 모든 일을 지나치게 경계함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을 징갱취제(懲羹吹虀), 국에 덴 놈 부추나물 보고도 분다는 뜻으로 한 번 크게 혼이 난 뒤에는 그와 조금만 비숫한 경우를 당하여도 공연히 겁을 낸다는 뜻의 속담을 일컫는 말을 징갱취구(懲羹吹韮), 장 없는 놈이 국 즐긴다는 뜻으로 자기의 분수도 모르고 실속 없이 사치를 좋아하는 사람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을 무장기갱(無醬嗜羹), 대나무 그릇에 담긴 밥과 제기에 담긴 국이라는 뜻으로 얼마 안되는 음식이나 변변치 못한 음식을 일컫는 말을 단사두갱(簞食豆羹), 거친 음식과 나물국이란 뜻으로 청빈하고 소박한 생활을 이르는 말을 소사채갱(疏食菜羹), 먼지를 밥이라 하고 진흙을 국이라 하는 어린아이의 소꿉장난이라는 뜻으로 실제로는 아무 소용없는 일을 이르는 말을 진반도갱(塵飯塗羹), 마시다 남은 술과 식은 국이라는 뜻으로 보잘것 없는 음식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을 잔배냉갱(殘杯冷羹), 제사의 제물을 진설할 때 밥은 서쪽 국은 동쪽에 놓음을 일컫는 말을 반서갱동(飯西羹東) 등에 쓰인다.
▶️ 鱸(농어 노/로)는 형성문자로 魲(로/노)는 통자(通字), 鲈(로/노)는 간자(簡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물고기 어(魚; 물고기)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글자 盧(로)가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그래서 鱸(노/로)는 농어(농엇과의 바닷물고기)를 뜻한다. 용례로는 농어로 농엇과의 바닷물고기를 노어(鱸魚), 농어의 새끼를 보로어(甫鱸魚), 순채국과 농어회라는 뜻으로 인생은 자신의 뜻에 적합한 것을 추구해야 한다 또는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이르는 말을 순갱노회(蓴羹鱸膾) 등에 쓰인다.
▶️ 膾(회 회)는 형성문자로 脍(회)는 간자(簡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육달월(月=肉; 살, 몸)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會(회)가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그래서 膾(회)는 물고기, 고기, 야채(野菜) 따위를 날로 잘게 썬 음식을 말한다. 생으로 먹거나, 또는 살짝 데쳐서 초고추장이나 겨자, 소금, 간장 등에 찍어 먹는 것으로 ①회(膾; 얇게 썬 고기) ②회치다 ③얇게 썰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회 회(鱠),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구울 적(炙)이다. 용례로는 실 같이 가늘게 썰어 만든 회를 회루(膾縷), 회와 구운 고기라는 뜻으로 널리 칭찬을 받으며 사람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것을 회자(膾炙), 소의 양을 썰어서 회로 먹는 음식을 양회(眻膾), 도미나 민어나 병어 따위 생선을 살을 잘게 썰어 초고추장이나 간장에 찍어 먹는 음식을 어회(魚膾), 소의 살코기나 간이나 처녑 따위를 잘게 썰어서 갖은 양념을 하여 날로 먹는 음식을 육회(肉膾), 생선의 살을 잘게 썰어 간장이나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 음식을 생선회(生鮮膾), 생문어를 썰어서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 회를 문어회(文魚膾), 가자미 살을 얇게 저며서 만든 회를 접어회(鰈魚膾), 잉어의 살로 만든 회를 이어회(鯉魚膾), 순채의 연한 잎을 잠깐 데쳐서 찬물에 담가 건져내어 초장에 찍어 먹는 회를 순채회(蓴菜膾), 회膾는 날고기를 자炙는 구운 고기이니 맛있는 음식처럼 시문詩文 등이 사람들의 입에 많이 오르내리고 찬양을 받는 것을 회자인구(膾炙人口), 널리 세상 사람의 이야깃거리가 됨을 인구회자(人口膾炙), 맛있는 요리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을 금제옥회(金虀玉膾), 생문어를 껍질을 벗기고 슬쩍 데쳐 썰어서 초고추장에 찍어 먹도록 만든 회를 문어숙회(文魚熟膾) 등에 쓰인다.